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47)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47화(147/320)
그림자를 지우려면 빛을 비추어야 하듯, 흑(黑)을 잡으려면 백(白)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유진은 백의 기운을 가지고 있지 않다. 외려 유진 역시도 흑룡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하면, 방법은 하나였다.
어둠을 더 짙은 어둠으로 가리는 것.
「이, 이게 계약자님의 문신화……! 흑룡의 문신화라니!」
유진의 문신화를 처음 본 지크가 화들짝 놀라다가, 이내 번쩍 알아챘다.
「아! 설마, 나와 체첸이 그랬던 것처럼, 내면의 흑룡을 밖으로 꺼내려는……!」
세상의 모든 지식과 감각을 수백 년에 걸쳐 습득한 지크는 역시나 알고 있었다.
유진이 무엇을 하려는지를.
두근!
흑룡의 심장이 또 한 번 크게 박동하더니, 주위의 공기를 진동시키며 거센 파장이 일었다.
“크릉?!”
그에 따라 유진을 집어삼키려 노려보던 백호가 잠시 주춤했다.
이어.
두근……!
박동이 한 번 더 일자, 유진을 둘러싸고 있던 백호감에 균열이 일었다.
단순히 박동만 한 것일 뿐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답은 호흡에 있었다.
스으읍, 후우우…….
흑호의 기운을 몸에 담지 않기 위해 신음조차도 마음대로 쉬지 못하던 유진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흑호의 기운을 머금은 공기가 그의 코와 입으로 잔뜩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유진은 어떠한 불편함이나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 오히려 그 흑색 기운이 너무나 맛있다는 듯, 한 줌이라도 더 마시려 애를 쓰는 듯하다.
분명 흑호의 기운은 쉽사리 마실 수 없다고 하였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
“설마……!”
시리우스가 미간을 와락 찌푸리며 귀흑아를 쳐들었다. 설령 백호감이 깨질까 경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두근!
흑룡의 심장이 박동하며 파장이 울리자, 시리우스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콰득, 콰드드득!
백호감이 무참하게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다.
시리우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귀흑아의 힘을 빌렸다. 그리고 산천초목의 지배자까지 꺼내 들었어. 한데 저 자식은 어떻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백호감을 무너뜨린 거지?’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뒤이은 유진의 변화에서 얻을 수 있었다.
으드득, 드드드득!
유진의 겉을 감싸고 있던 흑룡의 갑주 사이사이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연기가 흘러나왔다.
“네, 네놈. 설마 흑호의 기운을……?”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구구절절 시리우스에게 설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크와 체첸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흑호의 기운은 흑룡의 하위격 기운. 문신화를 통해서 흑룡의 모습으로 변모함에 따라 흑호의 기운을 호흡을 통해 오히려 흡수하여 문신화를 업그레이드시킨……!」
-난 더 자세히 알고 있지. 유진의 내면에 자리 잡은 탐욕의 권능이 한몫한 거야.
「너도 꽤나 똑똑하구나?」
-훗, 당연…… 자, 잠깐, 유진, 네놈의 뒤에 무언가 생겨나고 있다!
스스스!
체첸의 시선이 유진의 뒤통수 위로 올라갔다.
그의 뒤에는…….
「흑룡!」
-흑룡이다!
어마어마한 살기를 내뿜는 검은 색의 령(靈), 흑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크와 체첸이 영혼의 형태에서 밖으로 나온 것처럼.
오로지 유진의 왼쪽 가슴에 심장의 형태로만 자리 잡고 있던 흑룡이 유진을 매개체로 쿠란의 검과 완전히 통하게 되며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크으윽……!”
유진의 배경으로 등장한 흑룡은 가히 압도적인 패기를 흩뿌리며 시리우스를 노려보았다.
붉게 번득이는 두 눈을 마주한 시리우스는 온몸이 빳빳하게 굳는 것 같았다.
감히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또렷한 안광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공포스러웠다.
“이제, 내 차례네요.”
흑룡의 갑주를 입은 것으로도 모자라 실체화된 흑룡을 배경으로 삼았다.
연무장 내부는 여전히 거친 돌풍이 들이치고 있었지만, 이제 흑색으로 일렁이던 흑호의 기운은 온데간데없었다.
모두 유진이 흑룡을 소환하는 재료로 쓴 탓이었다.
중앙 연무장 위에는 유진과 흑룡, 그리고 시리우스와 백호만이 서 있었다.
유진이 쿠란의 검을 등 뒤로 가져다 놓자.
화아악!
흑룡은 쿠란의 검의 검신에 잔뜩 휘감겼다.
-크하하하! 지크! 이제 나도 너에게 꿀릴 게 없다! 나의 집에는 화룡같은 잡룡이 아닌 무려! 흑룡이 산다고!
유진의 오른쪽 어깨 위에 매달려 있던 체첸이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유진은 무시하고 흑룡이 휘감긴 쿠란의 검을 한 번 내질렀다.
우선, 시리우스가 부리는 저 산천초목의 지배자, 백호를 향해서.
“크르릉……!”
백호는 난생처음으로 마주한 흑룡의 본체에 본능적으로 겁을 집어먹었으나,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죽여라!”
의지가 담긴 시리우스의 외침에 백호가 하얀 잔상을 남기며 유진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놈의 안광이 허공에 잔상을 남기며 선을 잇는다.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눈을 반도 깜짝이기 전에 이미 유진의 코앞에 당도한 상태였다.
유진조차도 그 속도를 체감하고는 뒤늦게 초점을 움직여야만 했다.
쾅!
백호가 쏜살같이 휘두른 날카로운 앞발이 유진의 안면을 후려치며 둔탁한 굉음이 울렸다.
하나, 그뿐이었다.
유진은 무려 펜첼의 백호기사단장이 소환한 산천초목의 지배자와 백호감의 공격에도 끄떡없었다.
“고작, 이건가.”
그는 백호의 공격을 태연자약한 얼굴로, 별다른 방어도 하지 않고 얼굴로 받아냈다.
흑호의 기운을 흡수한 덕에 문신화가 더욱 강력해진 탓이었다.
“크르르……?! 카아악!”
난생처음 겪은 일인 듯, 백호는 잠시 당황하다 재차 공격을 더했다.
발이 안 된다면 입으로.
백호는 유진의 얼굴을 물어뜯으려 아가리를 크게 벌리며 달려들었지만.
스극!
제 목에 어느새 들어와 있는 검을 뒤늦게 눈치챘다.
“이것도 영…….”
흑룡을 휘감은 쿠란의 검이 백호의 목을 꿰뚫었다.
“크라락…… 크으으!”
물론 산천초목의 지배자라는 이명에 걸맞게, 백호는 거친 투지를 발휘해 목에 꽂힌 검을 무시하고 유진에게 더욱 몸을 들이밀었으나-
화아악!
쿠란의 검을 휘감고 있던 흑룡은 백호가 제멋대로 움직이게 놔두지 않았다.
흑룡이 제 몸뚱어리를 쭉 뻗어내더니, 백호의 주둥이부터 시작해서 목덜미, 가슴, 앞발, 몸통까지 백호의 절반을 휘감았다.
“캬아아! 크아아아!”
뜻대로 움직이기 불가능해진 백호는 성대가 찢어져라 울부짖었다.
괴성이 대기를 진하게 진동하여 연무장 내부에 있던 모든 관중들이 귀를 틀어막아야만 했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꽈아아악-
흑룡은 굳이 제 손톱, 발톱 따위는 사용하지도 않고 그저 백호의 몸통을 쥐어짜는 것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고작, 시작이었으나.
우드득, 두드드득!
백호의 틀을 이루던 바람의 뼈대가 으스러져 버렸고, 맹렬한 기세를 내뿜던 백호는 망막의 초점을 잃어갔다.
흑룡은 고작 시작에 불과했는데, 백호는 너무 일찍 제 명을 달리했다.
프스스.
백호가 공기 중에 흩어지면서 시리우스의 상징검술은 막을 내렸다.
유진이 고개를 들어 시리우스를 보았다.
놈은 역시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
“……?”
유진이 제 눈을 의심했다.
시리우스는 당황은커녕, 입꼬리를 기괴하게 비틀어 올리며 조소하고 있었다.
손에는 웬 붉은 돌덩어리 하나가 쥐어져 있다.
“혈석……?”
유진이 그랬던 것처럼, 시리우스도 대답은 건너뛰고 혈석을 손아귀 힘으로 깨트렸다.
그러자 불길하기 짝이 없는 붉은 혈기가 터져 나오더니, 시리우스의 코와 입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 * *
시리우스의 숙소.
그 시각, 제트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한 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빌어먹을! 저 버러지들이 이걸 어떻게 알고……!”
제트는 전표를 나누어준 상인들의 시야를 혈주술을 통해 공유할 수 있었고, 지금은 남부에서 왔다던 맥주 상인의 시야를 훔쳐보고 있었다.
계획이 착착 진행될 것이라 장담한 덕에 제트는 여유롭게 시리우스와 유진의 서열식을 지켜보던 와중.
어쩐 일인지 맥주 상인이 갑자기 청룡 단원들의 손에 이끌려 전표를 회수하고 있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지금껏 밀실로 데려와 전표를 나누어주며 시야 공유 저주를 걸어놓은 게 한두 놈이 아니다 보니, 이는 필연적인 불찰이었다.
콰지직!
제 책상도 아닌 시리우스의 책상을 내리쳐 두 동강 낸 제트가 이를 거칠게 갈았다.
“마법 스크롤 폭탄이 어떻게 들킬 수가 있느냐고! 게다가 이 상인 놈은 왜 대가리 터져 죽지 않고 아직도 살아있느냐고!!”
마법 스크롤 폭탄은 흑지에서나 연구가 진행 중인 분야였다.
비록 완성 단계에 다다른 상태이긴 해도, 아직 끝나지도 않은 연구였기에 대외적으로 밝힌 바는 전혀 없단 말이었다.
그런데 고작 청룡 놈들이 마법 스크롤이 걸린 전표들을 펜첼에서 죄다 거두어들이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애초에 펜첼 부수기가 본 목적인데, 이게 죄다 빠그라지게 생겼잖아! 청룡 놈들이 움직인 것이니, 뮬인가? 아니, 뮬은 분명 집무실에 처박혀 있을 텐데……!”
서열식으로 인해 펜첼의 모든 유력 인사들과 관계자들이 중앙 연무장에 모인 상태인 것을 노렸는데, 수포로 돌아갔다.
유력한 용의자는 검룡이었다.
하지만 검룡은 시리우스와 서열식을 벌이고 있는 상태.
설마, 서열식에 늦게 입장한 이유가 전표를 찾느라 그런 것이었나? 알 수 없었다.
분명 유진이 쫓아간 맥주 상인의 시야도 공유할 수 있었으나, 유진의 대처가 너무도 빨랐기 때문에 제트는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제기랄, 어쩔 수 없다.”
이미 전표의 존재가 발각된 이상, 마법 스크롤 폭탄 테러가 무산으로 돌아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니 최선의 방법은 남은 폭탄이라도 터뜨리는 것.
피짓!
제트가 팔뚝을 그어 피를 내더니, 안주머니에 있던 작은 거울 안에 떨어트렸다.
그러자 불칸의 얼굴이 거울에 나타났다.
-무슨 일이지? 제트.
“불칸님, 그, 펜첼에서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알아챘다니, 무슨 말인지 차근차근 말해라.
“마법 스크롤로 펜첼과 교지를 함락시키려는 작전이 들통난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제트는 펜첼이 전표를 회수하고 있다는 점과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낱낱이 보고했다.
상인들만 데려가는 것이라면 함구 저주를 걸어 놨으니 괜찮겠지만, 그뿐만이 아닌 전표까지 모두 빼앗기고 있는 걸 보면 계획이 죄다 들통난 게 분명했다.
제트는 제가 책임지고 이행하던 계획이 틀어졌기에 조금 겁을 먹은 목소리였다.
일이 틀어지면 제트, 본인의 탓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불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결책은?
역시나, 일을 그르쳤으니 그에 대한 방안을 내놓으라는 말이 나왔다.
제트는 입술을 뿌득 깨물며 쥐어 짜내듯 말했다.
“지, 지금이라도 마법 스크롤을 모두 발동하는 게……!”
-당장 교지와 전쟁을 벌이자는 이야기인 것이냐?
“지금이 오히려 좋을 수도 있……!”
-하하, 오히려 좋을 수도?
파직!
불칸의 분노가 거울을 타고 와 제트의 거울에 금을 내더니.
쑤우욱!
거울 속에서 불칸의 손이 튀어나와 제트의 목을 콱 움켜쥐었다.
“커헉! 부, 불칸님……!”
-시리우스, 그 버러지와 함께 다니더니 말장난이 늘었구나. 궤변에도 수준이란 게 있어.
제트의 눈알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듯했다. 불칸이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제트는 명을 달리할 터였다.
“죄송…….”
쯧.
불칸이 제트의 목을 놓아주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물으마.
“쿨럭, 예, 예!”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할 것이냐?
제트가 머리를 빠르게 굴리더니, 이내 답변했다.
“지금 서열식이 진행 중입니다! 마침 시리우스가 유진과 싸우던 도중 혈석을 꺼내든 상황이니, 당장 ‘그걸’ 일으킨다면 유진과 더불어 펜첼까지 집어삼킬 수 있을 것입니다……!”
불칸이 피식 웃었다.
-하, 유진…… 귀흑아를 가진 시리우스를 상대로 혈석까지 꺼내게 만들다니.
도대체 그사이에 얼마나 성장한 것이지?
묘한 경계심이 몰려오는 걸 애써 무시한 불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야말로 제트가 지껄인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다.
-좋다. 이쪽에서는 그걸 발동할 테니, 유진을 생포해라.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