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5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50화(150/320)
「누가 감히 본좌의 앞에서 어둠을 들이미느냔 말이다!」
화룡의 환영에 녹아든 지크는 마치 유진이 심상 세계에서 마주했던 그때처럼 위엄을 드러냈다.
물론 실제로 지크의 알이 부화한 것은 아니었지만, 폭주한 시리우스가 내뿜은 이 무거운 어둠을 물려내기엔 충분했다.
화악!
신성하게 타오르는 화룡의 불꽃이 주위를 밝히고, 시리우스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유진의 왼손에는 화룡이, 오른손에는 흑룡이 자리 잡은 모양새.
양손에 거머쥔 두 마리의 용은, 그 어떤 상대가 와도 압도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을 선사해주었다.
눈 앞을 가리는 어둠도, 선을 해하려는 흑색의 기운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유진이 눈을 부릅떴다.
‘나의 상징검술, 장미검과 화룡, 흑룡을 조합한다면, 태양신교 내에서도 아무도 시전하지 못했던 그 기술을 부릴 수도 있겠어.’
남들이 모두 화려하고도 늠름한 외양의 사신과 짐승을 상징검술로 택할 때 유진은 보잘것없는 장미를 택했고.
남들이 어렵다며 선택하지 않는 이도류를 굳이 선택하여 수행한 이유가 있었다.
‘그 검을 꺼낼 수 있다면…….’
유진이 한 가지 계획을 머릿속에 넣어둔 채, 시리우스를 직시했다.
녀석은 여전히 기괴하고도 섬뜩한 외양으로 유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주는 위압은 여전히 압도적이었고, 유진과 시리우스 사이에서 일렁이는 셀 수 없이 무수한 칼날의 바람이 두 인물 사이를 가로막았으나.
유진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시리우스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두 검을 X자로 교차하여 발을 강하게 구른다.
그에 따라 유진의 볼과 어깨, 몸통에 바람이 스치고, 이는 터럭만 한 틈도 주지 않고 날카로운 칼날로 변모한다.
유진은 이미 넝마가 되다시피 상처가 가득하여 너덜너덜한 상태로, 이는 분명 위험부담을 감수한 것이다.
하나, 화룡의 불꽃 덕에 눈앞이 선연히 보이는 환경에서 또 공격을 허용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바람이 칼날로 바뀌는 과정, 그 모습을 놓칠 리가 없으니까.
목 언저리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이 딱딱하게 압축되어 날카로운 날붙이로 변한다.
그에.
‘흑룡.’
쿠란의 검에 감겨있던 흑룡이 쏜살같이 바람을 씹어 삼켰다.
이후에 불어오는 돌풍도 마찬가지였다.
유진을 찌르고 베려 달려드는 바람은 미처 제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흑룡의 아가리 속에서 으스러졌다.
흑룡이 S자로 비행하며 유진의 앞길을 그야말로 꽃길로 만든다. 거칠 것이 없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공중을 가로지르며 흑색의 기운을 흩뿌리는 모습이 가히 인상적이었다.
서서히 시리우스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크하하하! 지크! 네 불꽃이 한몫한 건 인정하지만, 나의 흑룡도 만만치 않게 월등하지? 인정해라!
체첸은 언제부턴가 흑룡이 제 친구라도 되는 듯 괜히 으스대고 있었다.
그에, 화룡의 환영 속 지크가 지금껏 보이던 모습과는 다르게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내 앞에서 월등함을 논하는가?」
-……이 자식, 말투가 또 왜 이 모양이 됐어?
「잘 보거라, 애송이.」
화르르륵!
화룡의 환영체가 지크의 의지에 따라 앞으로 확 나아갔다. 사실상 이는 작은 버전의 지크라고 봐도 무방했다.
앞서서 칼날 바람을 집어삼키던 흑룡의 뒤를 따라잡으려는 듯, 지크가 무서운 속도로 비행한다.
이윽고.
-저, 저 자식……! 좀 빠른데?
금세 흑룡의 바로 옆에 당도한 지크가 흑룡과 서로 몸을 교차하며 소용돌이처럼 얽혔다.
「바람은 불로 잡는다. 똑똑히 보도록.」
지크가 아가리에서 거센 화염을 내뿜으며 바람 칼날을 잿더미로 만들기 시작했다.
흑룡 못지않게 월등한 위용을 자랑했다.
크릉?!
그에 흑룡이 제 옆의 화룡을 힐끔 보더니, 더 힘을 내어 가속도를 붙였다. 경쟁심이라도 인 모양이었다.
-친구여! 힘내라! 절대 화룡에게 져서는 안 된다! 이제 자존심 싸움이야!
「화룡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크아아아!」
유진은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화룡과 흑룡의 레이스가 되어버린 모습.
‘뭔…… 갑자기 경쟁을. 나야 좋은데.’
물론 덕분에 유진은 보다 편하게 시리우스의 코앞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유진과 시리우스를 감싼 짙은 어둠도 어느새 걷혀 주변의 모습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그리고 이내.
타앗!
두 용이 시리우스의 지척까지 다다랐다.
찰나에 유진이 시리우스의 눈을 직시했다.
심마의 벽에 잡아먹힌 덕에 놈의 눈에는 분명 번들번들한 광기가 깃들어 있었으나, 동시에 두려움의 감정도 한 줌 엿보였다.
하나, 시리우스는 이미 이성 따위는 잃은 광인이 된 지 오래. 두려움 같은 감정 때문에 공격을 피할 리는 없을 것이었다.
“유지이이이인!”
예상대로 놈은 회피하기는커녕, 불길한 기운을 잔뜩 머금은 귀흑아를 두 용의 정면으로 내질렀다.
죽음을 각오한 일격이었다.
-흑룡의 이름으로!
「화룡의 이름으로!」
어느새 힘을 합쳐 더욱 강해진 두 용이 강대한 기운을 앞세워 시리우스의 귀흑아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꽈아앙!
* * *
고드릭은 펜첼로 향하는 이동 관문에서 내려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에서 새까만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다.
‘기어코 일이 터졌군.’
고드릭은 날카로운 눈매로 주위를 살피며 펜첼의 중앙 연무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 와중에, 고드릭의 눈에 한 노인과 조그마한 아이가 들어왔다.
“할아부지! 불…… 불났어요, 저기!”
“기사님들이 지금 다 처리하고 계시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별일 없을 거야.”
“무서워어…….”
“무섭긴, 사내놈이. 펜첼은 무너지지 않는다. 너도 나중에 멋진 기사가 돼야지?”
“네에……!”
고드릭은 그 광경을 보면서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정말 기이할 정도로 제 어릴 적은 떠올리지 않던 고드릭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요즘 따라 옛 생각이 많이 났다.
‘나를 키워준 분은 잘 계실까.’
이상하게도 검룡이 태양신교에 다녀간 이후로 과거에 대한 기억이 번진 흙탕물처럼 요란하게 생각나는 것이었다.
‘하, 참. 나이가 든 건가?’
고드릭이 피식 웃으며 할아버지와 아이 옆을 지나가던 차였다.
지잉…….
무언가, 아주 얕은 마력이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는 감각이 고드릭의 뇌리를 스쳤다.
그가 발작하듯이 노인의 왼손을 응시해보니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이 불길한 마력의 근원이 저것에 있는지, 노인 자체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여 고드릭은 곧바로 검을 꺼내 들어 아이와 노인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와 동시에.
뻐어어엉!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종이가 폭발했고, 희뿌연 연기가 주변을 가득 메웠다.
고드릭이 아이를 감싸 안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에에……?”
아이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모른 채 고드릭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괜찮니? 꼬마야.”
“네에! 감사합니다아! 그런데에, 할아부지, 할아부지는…….”
아이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고드릭에게 인사하고는 그의 뒤쪽을 흘깃 쳐다보려 했다.
하지만 고드릭이 아이의 눈을 가렸다.
노인은 산산조각이 나버린 채 온 바닥에 흩뿌려진 상태였으니까.
평소의 고드릭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은 감정이었을 테지만, 낯설고도 께름칙한 감정인 ‘슬픔’과 ‘동정’이 고드릭의 머릿속을 메웠다.
“할아버지는 좋은 분이셨니?”
“네에……? 네! 울 할아부지, 할아부지는……!”
“그러면 됐다.”
고드릭이 저 멀리에서 달려오고 있는 펜첼의 기사들에게로 아이를 안고 날아갔다.
탓!
카인의 눈앞에 착지한 고드릭이 다짜고짜 아이를 그에게 안겨주었다.
“카인 경이시지요?”
“마, 맞습니다. 그쪽은……?”
“태양신교에서 온 고드릭이라 합니다.”
고드릭은 카인에게 빠르게 설명했다.
“흑지 측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게 포착되었고, 저희 태양신교에서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먼저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판단된 펜첼에 파견되었습니다.”
“흑지에서, 감히……! 그런데, 혼자 오신 겁니까? 다른 태양신교의 기사들이나 사제들은요?”
고드릭은 싱긋 웃었다.
“저라도 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시지요. 카인 경.”
“……하지만, 예, 우선 알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됩니까? 지금 상황이 매우 좋지 못합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해요.”
“이해가 빨라서 좋군요. 유진 경은 어디에 있지요?”
카인이 재빨리 중앙 연무장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고드릭이 등 뒤로 새하얗고 커다란 두 날개를 펼쳤다.
백익이었다.
화아악!
카인과 청룡 단원들이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고드릭이 자리를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오르려다 말고, 카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아이를 잘 부탁합니다.”
그러고는 날개를 펼쳐 공중으로 확 솟아올랐다.
카인 일행이 어느새 저 멀리까지 날아간 고드릭의 뒷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작자, 수준이 무시무시하다. 얼핏 느낀 오러가…….”
“태양신교의 수준은 도대체…….”
카인은 잠시 경쟁심에 들끓는 눈동자를 빛내다가, 이내 품에서 카인을 올려다보고 있는 조그만 아이를 보았다.
“할아부지 어딨어요……?”
카인이 제 무능력함과 이 사태에 대한 비참함을 느끼며 이를 뿌득 깨물었다.
‘흑지, 네놈들이 기어코!’
* * *
화룡과 흑룡이 서로 몸을 휘감아 전력을 집중했고, 그 정면으로 시리우스는 귀흑아를 내질렀다.
꽈아앙!
귀가 먹먹할 정도로 거센 굉음이 울렸다.
거대한 기운과 거대한 기운의 충돌로 빚어진 눈부신 광망의 생성은 주변에서 혈투를 벌이던 기사들은 물론, 유진의 눈조차도 잠시 마비시켰다.
둘 중 한 명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대한 충격.
하지만.
“크르르르……!”
시리우스도 멀쩡한 몸으로 유진의 앞에 두 발로 서 있었고, 유진도 여전히 문신화를 유지한 채 자리를 지켰다.
다만, 생각지 못한 인물의 등장이 있었다.
“제트.”
제트가 비릿하게 웃음 지으며 시리우스와 유진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검룡님, 손속이 너무 과하신 것 아니에요? 이것, 참…… 삼촌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조카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삼촌이 괴물이 되었는데, 가만히 있는 조카가 더 나쁜 것 아닌가.”
“어허, 그렇다고 죽이는 건-”
“그리고 삼촌을 이 지경으로 만든 개자식이 내 눈앞에 있는데, 이 또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네.”
“……내가 말하고 있잖습니까. 말 자르지 말-”
“버러지 같은 흑지의 끄나풀, 고작 생각해낸 게 시리우스를 이용하는 것이었군.”
“주둥이가 날래다고 아빠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날래도 너무 날래네요. 이것, 참…….”
체첸이 이죽거렸다.
-저 자식, ‘이것, 참…….’라고 하는 게 습관인 것 같다. 아주 거슬려. 어서 죽여버리자.
「저놈이 제트군, 시리우스와 제트, 묶어서 처단하자고.」
제트의 시선이 유진의 두 검에 번갈아 오갔다.
“호오, 화룡과 흑룡이라, 용을 참 좋아하시네요. 검룡이라는 타이틀에 참 어울려요. 음, 나쁘지 않아. 나이도 어린데 훌륭해.”
듣기에 참으로 거슬리는 말투로 칭찬을 내뱉던 제트가 서서히 오른손을 들었다.
“검룡…… 당신이 가진 가치를 당신은 알고 있나요?”
그 물음에 유진이 대답 없이 깊은 호흡을 골랐다. 준비 태세였다.
제트의 오른손에서 뭉쳐진 검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져 나가고 있었으니까.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