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5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51화(151/320)
검붉은 기운.
불길하기 짝이 없으며, 수많은 원혼과 망령의 울부짖음이 뭉쳐져 섬뜩하고도 불쾌한 분위기가 일대를 흠뻑 적신다.
제트가 부리려는 기술은 척 봐도 혈주술과 관련된 마법이었다.
비록 전생에 제트라는 인물을 직접 마주한 적은 없지만, 유진은 혈주술과 관련된 서적을 접함과 더불어 인신 공양을 통해 사람들의 피를 이용하려 했던 전사의 요람의 역사와 행적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일순 소름 끼치는 긴장감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마법이란 신비로운 힘은 언제 어디서나 예상 밖의 효능을 발휘하곤 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고, 유에서 무로 뒤바꾸는 일은 더욱 쉽게 행하곤 했으니까.
마법에 대항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었고, 대부분 아주 단순하면서도 어려웠다.
그중 하나는 상대방이 시전하려는 마법에 대항하는 마법을 시전하는 것.
또 하나는 시전자가 마법을 시전하기 전에 그를 죽여버리면 된다.
선택해야 했다.
‘줄리아에게 배운 마법적 지식이 있고, 묵광을 통해 마법 구조의 이해도 탑재했으며, 그 과정에서 나는 혈마법을 익혔다.’
그렇다면?
‘둘 다 선택한다.’
유진이 마법을 시전하려는 제트를 향해 쏜살같이 파고들었다.
왼손에는 이글거리는 화룡.
오른손에는 포효하는 흑룡.
두 마리의 용도 찰나라도 낭비하지 않겠다는 듯 유진의 의지에 따라 쏘아진다.
유진이 제트와의 거리를 찢고 그의 코앞까지 당도했을 때.
“주변 사람도 생각해야죠. 검룡님.”
제트가 얇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제트의 손 위에서 일렁이던 검붉은 색의 구체가 사방으로 확 흩뿌려졌다.
코끝을 스치는 비릿한 향기. 혈주술 중에서도 맹독을 이용한 수법이었다.
이 맹독에 살갗이 닿는다면 죄다 썩어버릴 것이고, 호흡으로 들이마신다면 폐가 녹아내릴 것이다.
단순한 맹독이 아닌, 마력이라는 불가사의한 힘이 섞였기에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터.
유진의 눈동자가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백호 단원들은 정신 나간 눈빛으로 주작 단원들에게 검을 휘두른다.
그리고 놈들의 검을 가로막는 이들-
감스탄을 비롯한 발란트, 주작의 선배들.
엘도라, 인스 형제, 라울러는 물론 릴리안, 금검, 궁귀, 투귀.
게다가 아직 부상이 다 낫지도 않은 클라크와 현무 기사들도 상처를 부여잡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단순히 제 목숨만을 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고하게 죽어 나가고 있는 주변의 일반인들, 약자들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모두가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악을 물리치기 위해 피를 흘리고 살점이 찢어져도 그들은 몸을 던지고 있었다.
소중하고도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영악하게 머리를 굴린 제트는 유진을 정면으로 상대하지 않고, 그가 소중히 여기는 저들을 노린 것이었다.
허공을 흩뿌려진 맹독혈은 공기마저도 불사르며 제힘을 과시한다.
심지어.
“크아아아아!”
제트의 뒤쪽에서 이를 갈고 있던 시리우스가 어느새 다가와 귀흑아를 들이밀고 있었다.
여기서 유진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였다.
‘이대로 제트와 시리우스를 죽이고, 모두를 잃던가. 모두를 구하고 나를 잃던가.’
물론 유진에게는 묵광 5성의 효과인 만독불침이 있으니 독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니 지금 안면과 어깨에 묻은 검붉은 피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저들은 사정이 다르다.
결국.
‘일단 모두를 구한다.’
휘익!
그가 왼손에 쥔 화룡검을 잠시 갈무리하고는 손바닥을 쫙 펼쳤다.
그러자 제트가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역시, 검룡은 정의의 사도가 따로 없구만! 이제 혈마법을 써야겠죠? 안 쓰고는 못 배길 겁니다!”
제트는 어떻게 알았는지, 유진이 혈마법을 쓰리란 걸 훤히 내다보고 있었다.
‘아마 흑지의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겠지. 내가 혈마법을 쓸 줄 안다는 건 유리 정도가 목격했으니 제트는 유리의 부하인 건가.’
어찌 되었건 제트의 말대로, 유진은 혈마법을 사용해야 했다.
푸슈슈!
사람들에게 제트의 핏방울이 닿기 직전, 유진의 왼손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핏줄기가 매우 얇게 퍼지더니, 반구가 되어 사람들을 보호했다.
후두두둑!
유진이 생성해낸 피의 보호벽에 제트의 피가 튀기며 귀가 따가운 소음이 일었다.
유진의 혈마법 방벽에 막힌 제트의 핏방울들은 바닥에 흩뜨려지자마자 바닥을 잔뜩 녹이고 태우기 시작했다.
만약 평범한 오러 방벽을 둘렀다면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을 것이었다.
혈주술에 대항하는 데에 효과적인 마법 중 하나는 같은 속성인 혈마법이었으니까.
“크읏……?”
“유, 유진!”
고군분투를 벌이던 엘도라 일행은 유진이 자신들을 보호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챘다.
“버티세요, 어떻게든!”
유진은 내뱉자마자 다급히 고개를 비틀어야 했다. 시리우스의 귀흑아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나, 이미 유진은 너무 깊이 발을 내디딘 상태.
크직!
결국 공격을 허용했다.
한데, 그 위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유진의 어깻죽지에 깊은 검흔이 새겨졌다. 그가 고통을 참아내며 보법을 밟아 뒤로 빠지자 제트가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당황한 눈치네요? 우리 아빠, 강하다구요. 방심하지 마세요.”
유진이 지크에게 물었다.
‘제트의 혈주술에 다른 기능이 발동한 건가? 뭔가 달라지지 않았어?’
「시리우스의 몸에 제트의 피가 잔뜩 묻었습니다. 혈주술로 연결된 버프 마법…… 제트의 손에서 뭔가가 출렁입니다!」
그 말대로, 제트의 손에서는 어느샌가 검붉은 가느다란 실 수십여 개가 시리우스의 팔과 다리에 연결되어 있었다.
전투 도중에 추측했던 대로, 시리우스가 폭주한 이유는 바로 저 혈주술인 게 확실해 보였다.
심지어는.
「아니, 이게 끝이 아닙니다! 백호 단원들에게도 연결되어 있어요!」
제트는 등장과 함께 시리우스를 비롯한 백호 단원들에게 혈주술 버프를 건 것이었다.
실제로.
“이 자식들, 갑자기, 뭔, 힘이……!”
“정신 차려! 버텨야 한다……!”
유진의 편에 서서 싸우던 이들 모두가 갑작스레 강해진 백호 단원들로 인해 당황한 모습이었다.
2대1의 싸움 양상이 만들어진 데다가, 아군들마저도 궁지에 몰린 상황.
유진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무얼 위해 이러는 거지? 내가 목적인가? 나의 몸?”
제트가 조소를 날렸다.
“잘 알고 계시네요. 그걸 알면서 사랑하는 동료들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거죠?”
“내 몸에 혈석의 기운이 담겨 있어서군. 그래서, 이 짓거리를 하는 거야.”
“어허, 또 저를 노려보시면 어떡합니까. 당신이 검룡이라는 위치까지 올 수 있게 해준 저 소중하고 의로운 자들을 지키려면, 눈동자가 고정되어서는 안 될 텐데?”
제트가 이번에는 아예 손을 옆으로 뻗어 누군가를 가리켰다.
인스 형제들이었다.
제트의 손에서 뭉쳐진 검붉은 혈액이 기다란 창으로 형성되었다.
조금 전 비산하여 바닥을 녹이던 제트의 핏방울들의 위력만 봐도 치가 떨릴 지경이었는데, 저것은 또 다른 거센 기운이었다.
‘블러드 스피어!’
웬만한 무인이 아닌 이상, 저 창에 꿰뚫린 자는 단순한 관통상만 입는 게 아닌, 환부부터 말단부위까지 무조건 썩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쉽게 말해, 한 번 닿으면 끝이라는 말.
저 마법은 유진의 혈마법으로도 어떻게 저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막으세요, 당신이 말한 대로, ‘어떻게든’.”
푸슛!
블러드 스피어가 인스 형제 중 아인스에게 쏘아졌다.
아인스는 자신의 등 뒤에서 제 유명을 달리할 공격이 오고 있다는 건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파앗!
유진이 분한 듯 이를 깨물며 허공을 가로지르는 블러드 스피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쿠란의 검을 찔러 흑룡을 길게 뻗는다.
블러드 스피어가 인스 형제들의 등 바로 뒤까지 도달했다.
콰직!
흑룡이 가까스로 블러드 스피어의 중간지점을 낚아챘고, 창은 공중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유진이 바닥을 거칠게 굴렀다.
하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으음~ 나이스 캐치! 잘했어요. 그러면 이건 어때요? 이것도 가능?”
제트가 어린아이를 칭찬하듯 하며 이번에는 반대 손을 들어 블러드 스피어를 형성했다.
창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라울러가 있었다.
“뭐 해요? 다이빙할 준비 하셔야지? 위대한 검룡님? 자, 쏩니다!”
놈은 말을 끝맺자마자 창을 쏘았다.
라울러의 머리통을 향한 블러드 스피어는 이전보다도 더 빨랐다.
명백한 농락이었으나, 유진은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이번에는 더 다급하게 몸을 던졌고, 화룡검을 뻗었다.
「저 얌체 같은 놈……!」
지크도 분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조차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화룡의 환영체 속 지크가 블러드 스피어의 끝자락을 물어뜯어 가까스로 제거했다.
쿠당탕!
유진이 연거푸 바닥을 굴렀다.
“이야~ 이거, 뭐, 선수 해도 되겠어. 잘 날아다니시네. 주작 단원이라 그런가, 날개라도 있는 거 같아요? 아주 진기명기야? 그치, 아빠?”
제트가 또다시 손을 들어 블러드 스피어를 만들어냈다.
“자, 그러면 이것도 막아봐요. 검룡, 출동!”
아마 제트는 세월아 네월아 이 짓거리를 계속할 생각인 것 같았다.
실제로 제트의 의도는 시간을 끄는 것에 있었다.
문신화에 더불어 두 마리의 용을 다루는 검룡은 정면으로 상대하기엔 제트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
하지만 그런 유진에게도 약점이 있었다면, 바로 문신화의 지속시간이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문신화의 지속시간은 한계에 치달을 것이고, 유진은 결국 문신화를 해제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이번 스피어가 향하는 곳은, 엘도라.
“아마 당신 다음으로 천재라고 손꼽히던 친구 같던데, 죽게 놔둬서 되겠어요?”
제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즐거웠다.
제 동료인 유리마저도 이 검룡에게 무참하게 깨졌다고 들었고, 검룡의 위상은 교지에서도 파다한 수준이었다.
심지어 불칸마저도 유진을 고평가하며 제트에게 이와 같은 임무를 내렸으니까.
그러나 지금, 제트는 그 유명한 검룡을 그야말로 농락하고, 유린하고, 가지고 놀고 있었다.
“인질을 잡는 게 이럴 때 참 좋아. 사람을 정직하게 만든다니까?”
유진이 당장이라도 제트를 찢어발길 표정으로 응시했다.
“왜요, 약 올라요? 미치겠나요? 아주 막, 저를 어떻게든 해버리고 싶어요?”
그 조롱 섞인 질문에, 유진이 갑자기 엉뚱한 말을 꺼내놓았다.
“너희 같은 놈들은 자신 말고는 믿을 게 없겠지.”
“호오, 시간을 끌어보시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껏 나만 믿고 살지 않았거든.”
“멋있으시네. 덕을 많이 쌓으셨다고 듣긴 했어요. 대견해, 아주 그냥. 그러면 제가 조건 하나 걸게요.”
제트가 히죽 웃으며 안주머니에서 검게 빛나는 수갑 하나를 꺼냈다.
“지금, 항복하고 이 봉인구를 차면, 이 사람들 모두 살려 줄게요.”
“…….”
“이번에는 날 믿어봐요. 꼭, 뭐, 어? 저 버러지같이 약한 놈들만 믿을 필요 있나? 나도 한번 믿어보라니까요?”
유진이 피식 웃었다.
“그건 죽어도 못할 것 같은데.”
“쯧. 기대도 안 했어요. 그럼 뭐, 또 열심히 날아다니셔야지.”
피슛!
블러드 스피어가 쏘아졌다.
제트가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그래봤자 별수도 없으면서 멋있는 척 허장성세-”
그런데.
유진은 이번에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위험에 처한 엘도라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듯.
그리고 이내 제트는 경악하고 말았다.
카아앙!
엘도라에게 쏘아진 블러드 스피어를, 유진이 아닌 웬 남자 하나가 몸을 던져 막아낸 것이다.
“나는 몰라도…… 엘도라는 건드리지 마.”
라울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