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52)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52화(152/320)
진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없이 백호 단원들을 상대하던 엘도라가 흠칫 뒤돌았다.
“라울러……?”
그녀의 눈에 들어온 라울러의 뒷모습은, 평소와 다르게 너무나 커다랬다.
잠시간 제 아버지인 클라크의 등이 겹쳐져 보일 정도로.
백호와의 싸움 덕에 주변은 신경 쓸 틈이 없던 라울러가 어느새 제트의 공격을 알아채고 반응했는가?
그에 대한 답은 유진에게 있었다.
[유진! 갑자기 네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서 나 순간 환청인 줄 알았잖아……!]유진이 청룡과의 서열식 때 구축해 둔 ‘소통 체계’를 끌어와 사용한 것이었다.
[그래도 잘 연결된 것 같네. 방금은 좀 멋있었어.] [후후, 엘도라가 반하면 어떡하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뒤에 있는 엘도라나 챙겨.] [으읏?!]본래 유진은 단체전에 함께 나갔던 주작 단원들에게만 이 소통 체계를 연결해 두었기에 뒤늦게 동기들에게도 이 체계를 구축한 것이었다.
어느새 엘도라와 인스 형제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모두가 서로의 목소리를 공유할 수 있었다.
[이제 어떡할 거야? 유진?!] [이 자식들, 지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떻게 해야……!]유진이 한 마디로 대답했다.
[1분.] [으응……?] [딱 1분만 기다려. 그리고 신호 줄 테니, 그때 너희들의 모든 걸 꺼내. 아마 상상할 수도 없는 힘이 깃들 테니까.] [무슨……?]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다.
제트가 피식 웃으며 유진을 돌아보았다.
“이야! 이게 당신이 말하던 그 믿음이에요? 동료들 간의 끈끈한 우정, 제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신뢰, 뭐, 그런 거…… 근데 어쩌죠?”
제트의 눈동자가 유진의 몸을 훑었다.
“검룡님의 문신화가 점점 풀리고 있는 것 같은데.”
유진도 제 몸에서 흐르던 흑룡의 기운이 옅어지고 있음을 자각했다.
아마도 제트는 흑룡의 심장에서 들리던 박동 소리가 잦아들고 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이윽고.
스스스…….
유진의 문신화가 해제되었다.
그에 따라 유진의 몸을 둘러싸던 검은 갑주가 사라지고, 흑룡의 기운도 멎으며, 쿠란의 검을 휘감고 있던 흑룡도 거짓말처럼 모습을 감췄다.
제트가 의도한 상황이 이루어진 것이다.
-아, 안돼……! 내 친구, 이 녀석이 있어야 하는데! 잠깐, 너까지!
체첸이 두 귀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심지어는 지크가 녹아든 화룡의 환영체마저도 그 모습을 잃고 평범한 화룡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크윽, 아마, 문신화가 해제되면서 분노의 기운이 약화된 게 원인 같습니다! 게다가 육체가 화룡의 화기를 유지하기에도 어려워진 점도 있고요…….」
그에 반해 비슷한 시점에서 문신화를 사용했던 시리우스는 여전히 기괴한 동물의 모습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었다.
제트가 시리우스를 향한 유진의 눈동자를 보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 이거요? 나는 문신화가 다 끝나서 곧 죽을 운명인데, 저 자식은 왜 아직도 저 꼴을 하고 있냐고요?”
그 이유는 제트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제트의 손가락으로부터 이어진 붉은 실이 시리우스에게 연결되어 있었으니까.
“혈주술 때문이겠지. 시리우스가 문신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네가 계속 피를 공급하고 있는 거야.”
“에이, 뭐야. 알려줄까 말까 약 올리려고 했는데.”
“혈주술을 이용해 강제로 문신화의 지속시간을 늘렸으니 시리우스는 이제 인간 구실은 못 하겠군.”
안 그래도 문신화는 당사자의 몸에 꽤나 큰 부담을 주는 기술이다. 때문에 유진도 될 수 있으면 이를 꺼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보급형 혈석의 도움을 받은 데다가, 제트에 의해 강제로 문신화를 지속하고 있었으니.
“뭐, 내 알 바는 아니죠? 어차피 쓰다 버리려고 했는데, 좀 더 빨리 버리게 된 것일 뿐. 능력 없는 아빠는 자식한테 필요 없거든요.”
제트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두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펼쳤다.
“자! 그러면.”
제트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녀석의 열 손가락에서 열 개의 붉은 구형이 맺히더니, 이내 열 개의 블러드 스피어로 만들어졌다.
각각의 스피어가 향하는 방향은, 엘도라를 비롯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유진의 편 모두를 향해서였다.
저 정도로 많은 수의 블러드 스피어를 생성해내려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마력이 필요할 터인데.
무슨 마력을 물 쓰듯이 써대는 제트의 수준은 불가사의할 정도였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유진이 의심의 단초를 던졌다.
‘아티팩트의 도움을 받는 건가?’
「동의합니다! 말이 안 돼요, 저건!」
-나,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계약자님, 저거 어떻게 막으실 건가요? 답이 없어 보이는데.」
-그러게……? 우리 이제 어떡하냐?
지크와 체첸이 유진의 흉부 위에 매달려서 불쌍한 고양이처럼 유진을 올려다보았다.
그에 유진이 툭, 내뱉었다.
‘58초 지났어.’
「예? 무슨.」
‘59초 지났고.’
-뭔 소릴 하는 거냐? 뭘 카운트하고 있는 거야?!
미동도 없이 그저 우두커니 서 있는 유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제트가 내뱉었다.
“포기하셨나요? 이것, 참…… 싱겁네. 뭐 어쨌든, 다른 버러지들은 전부 죽어주시고, 검룡님께서는 우리 아빠가 모실 겁니다. 자, 아빠. 가서 잡아 와요.”
유진은 죽이지 말고 생포해 오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제트는 봉인구를 시리우스에게 건넸다.
치잉!
이어 블러드 스피어가 불길한 기운을 잔뜩 흡수한다. 쏘아지기 직전이었다.
[유, 유진.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당장 제트를……!]“그럼, 펜첼의 개들! 모두 안녕히…….”
“지금.”
“……?”
꽈아앙!
유진이 입을 열자마자,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제트의 머리통이 바닥에 처박혔다.
“왜 지금 오셨습니까, 한참 기다렸잖아요.”
“하하! 역시 제가 올 걸 알고 있으셨군요. 확실히 예민하시다니까?”
하늘 위로 뻗은 두 개의 성스러운 날개를 펼친 남자.
고드릭이었다.
그렇게 제트가 무방비 상태가 된 찰나, 유진이 검을 머리 위로 쳐들었다.
그러자 백호 단원과 검을 맞대고 있던 주작 단원들의 몸에서 붉은 열기가 피어올랐다.
‘묵광 6성, 개방.’
유진의 경지가 달라진 순간이었다.
* * *
청탑의 꼭대기 층.
줄리아는 오늘도 기록마법을 펼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때는 됐는데, 왜 갑자기 지금은 안 되는 거야!”
기록마법의 주요 효과는 세상이란 책의 페이지에 있는 여러 사실과 정보 중 일부를 조작하거나 없애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대마법사인 청탑주만큼의 실력까지는 되어야 했다. 물론 청탑주마저도 페이지 속 활자를 크게 변경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청탑주의 딸인 줄리아였기에 잠시 기록마법의 보조 효과로 등장인물의 위치와 단면 정도만 엿볼 수 있었던 것.
“혹시, 내가 모르는 정보가 유진에게 추가된 건가? 이번 서열식에서 뭔가가 달라졌나?”
줄리아의 책상과 온 벽지에는 유진을 언급한 소식지와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가 알기로, 오늘은 펜첼에서 주작과 백호의 서열식이 있는 날.
그녀는 글람푸스탄에서 마주했던 유진의 그 역동적인 칼부림을 다시 보고자 했다.
한데 어째서인지, 예전에는 유진의 모습을 조금 훔쳐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조차도 어려웠다.
기록마법을 인물에게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은 해당 인물에 대한 정보와 기록마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중요하다 하였다.
간절함은 이미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으니, 변수가 있다면 유진에 대한 정보였다. 그래서 이토록 유진의 소식에 민감한 것이었다.
후우.
지칠 대로 지친 줄리아가 결국 기록마법의 타겟을 바꾸었다.
“흑탑에 잠깐 들른다고 하셨는데, 그 불길한 곳에는 왜 가셨을까. 찝찝하게.”
기록마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간절함은 이미 충분하고, 가장 잘 아는 인물이자 가까운 관계인 제 아버지는 기록마법을 적용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마법진이 두둥실 떠오르더니, 허공에 청탑주의 모습이 비쳤다.
그는 이미 흑탑주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뭐지? 왜 저러시지?”
줄리아가 귀를 기울이자, 대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말도 안 됩니다. 갑자기 테러라니요. 아니, 흑지와 교지가 서로 견제하며 양분된 상태라는 건 맞지만, 이렇게 상의도 없이 그런 짓을……!
-뭐가 마음에 걸리시나요? 어차피 둘 중 하나는 먼저 선을 넘어야 합니다. 그게 흑지가 된 것일 뿐이고요.
-전사의 요람과 마탑, 그리고 기록의 탑이 흑지의 주요 세력 아닙니까? 그리고 저는 마탑 중 청마탑주고요.
-맞지요.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요?
-테러가 전면전으로 번지면, 청탑의 마법사들도 당연히 참여하게 될 텐데, 독단적으로 행동한 것에 항의하는 것 아닙니까! 특히 교지에서 가장 막강하다는 펜첼에 테러를 제일 먼저 터뜨리다니요!
화가 난 청탑주가 목소리를 잔뜩 높였다. 들어보니 흑탑주는 먼저 일을 저지른 뒤에 청탑에 이를 통보한 것 같았다.
줄리아가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마, 말도 안 돼. 교지에 테러를 일으켰다고? 그것도 펜첼에……?’
그녀가 흠모하는 남자가 현재 테러지역 한가운데에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펜첼의 청룡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청탑주로서는 아군이 당하고 있는 셈이었으니 분노할 수밖에.
그때였다.
-흐음~ 그런데, 세르게이 지플 경.
-평소처럼 엉뚱한 말 할 생각은 하지도 마시오. 나는 이 일에 대해서 흑탑과의 협조 관계에 대해 다시 검토해 봐야…….
-줄리아 지플 양이 요즘, 펜첼의 검룡이라 불리는 남자아이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헉!”
이를 듣던 줄리아는 모골이 송연해지며 소름이 쫘아악 끼쳐 올라왔다.
청탑주도 순간 표정에 아주 미세한 균열이 일었다.
잠시간 죽은 듯한 정적.
이를 깨고 돌연 흑탑주가 특유의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효효효효효! 하긴, 그 나이대면 사랑이란 감정에 심취할 때긴 하지요. 그, 몽실몽실하고, 간질간질하면서도, 어떨 때는 불처럼 타오르고…….
-내 딸을 훔쳐보고 있었다는 말인가.
청탑주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흑탑주와는 전혀 다른 기운과 색깔을 지닌 청탑주, 세르게이 지플.
그가 전력을 다하면, 화마에 휩싸인 산맥마저도 바다와 강으로 만든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차분하고 차가웠다.
일순 흑탑주도 기묘한 웃음소리를 멈추고 승천한 광대를 잠재워야 할 정도였으니까.
영상을 통해 이를 지켜보던 줄리아마저도 제 아버지의 분노를 화면 너머로 절절히 느꼈다.
하나.
“아, 아빠…… 제발, 흑탑주와 싸우시면 안 돼요……! 참아야 해요, 제발……!”
손에 땀을 쥔 줄리아는 오히려 흑탑주의 표정을 살폈다.
-다시 한번 묻겠다. 내 딸을 훔쳐보았나?
청탑주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흰자위가 보이지 않다시피 하던 흑탑주의 커다란 검은 눈동자가 돌연 조그마한 점처럼 수축했다.
쯔으윽…….
흑투안(黑透眼).
진실을 꿰뚫어 보고, 자신과 뜻이 통하는지를 가늠하는 검은 눈이, 도르륵 돌아가더니.
화면 너머의 줄리아의 눈을 직시했다.
“꺄아아악!”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