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53)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53화(153/320)
줄리아는 기겁하여 엉덩방아를 찍었다.
설마, 기록마법을 알아챈 건가?
시전이 어려운 만큼, 기록마법으로 생성된 ‘렌즈’는 그 어떤 마법사도 눈치채기 어려울 터인데?
하지만 이내, 흑탑주가 작은 검은자로 주변을 이리저리 훑으며 중얼거렸다.
-묘하게 기분이 좀 나쁘네요? 누군가가 저를 엿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청탑주가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내 딸을 염탐했다는 증거가 잡힌다면, 그때는…….
-염탐 같은 거 안 했네요, 으이구, 청마탑 안으로 웬 교지의 소식지가 자꾸 흘러 들어가고, 1면에는 검룡의 사진이 종종 실리는데, 이걸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지요?
-우리 마탑은 감시했다는 거군.
-효효효, 감시라기보다는 상호 보호라고 하지요. 혹시 모르잖습니까?
흑탑주의 흑투안이 청탑주의 눈동자를 빤히 응시하다가, 이내 갈무리되었다.
그가 펜첼과 청탑주의 관계를 눈치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흑탑주는 원래 그런 인물이었다. 속내를 전혀 추측할 수도, 가늠할 수도 없는 심해 같은 작자.
“하아, 하아…… 그냥 우연히 쳐다본 건가……? 딸꾹!”
놀란 줄리아가 딸꾹질을 하는 사이, 흑탑주가 말을 이었다.
-흑지의 전투원들도 현재 모두 전쟁을 원하는 분위기이고, 특히나 전사의 요람의 그, 늠름하고 멋진 친구들은 잔뜩 흥분해 있지요. 게다가 지금, 명문육가 중 하나인 아힌 가문이 흔들리고 있다지요?
-그래서 지금이 교지를 침범하기에 적기다, 이 말입니까?
-추가로, 태양신교도 교지 곳곳에 마법 스크롤이 퍼졌다는 건 몰랐던 모양이군요?
-…….
-원래 대어를 잡으려면, 미끼를 천천히, 조금씩, 은밀하게 뿌려놓아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청탑주가 말꼬리마다 물음표를 붙이는 거슬리는 말투를 무시하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펜첼의 북벽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그건 어찌할 생각입니까.
청탑주는 뮬에게서도 아직 펜첼의 최신 근황에 대해 듣지 못했다.
특히, 제이드의 위치와 같은 중요한 정보는 뮬도 청탑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원래 완전한 신뢰란 종종 칼날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흑탑주의 입에서 의미심장한 말이 나왔다.
-북벽, 제이드. 효효효! 그자가 두려우신 겁니까? 뭐, 나쁘지 않은 수준이긴 하지요. 나이치고는 젊어 보이기도 하고, 나름 스타성이 있는 노인네예요.
-헛소리하는 걸 보니 알려줄 생각이 없는 것 같군.
-다 방법이 있지요? 10성, 인외의 격을 가진 그 대단한 북벽도 감당 못 할, 재밌는 수가.
팟!
“허어억…… 허억, 후우…….”
자신의 마력을 모두 소모한 줄리아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록마법을 거두었다. 너무 많은 마력을 사용한 탓이었다.
허공에 떠 있던 스크린은 검은 화면으로 물든 상태.
“딸꾹, 종이, 종이……!”
그녀가 다급히 종이 한 장에 특정인의 눈에만 보이는 펜으로 무어라 글씨를 휘갈겨 적었다.
유진! 테러는 흑탑주와 전사의 요람이 벌인 짓이야. 무엇보다도, 만약 흑탑주를 만나게 된다면 절대로, 절대로 정면으로 마주하지 마! 그리고……
……
“당장 내 방으로 들어와! 딸꾹, 빨리!”
이어 다급히 시종을 불렀다.
“최대한 빨리 이 편지를 뮬 경에게 전달해. 유진이 읽어야 한다고!”
* * *
유진은 문신화가 서서히 풀리며 신체에 기운의 빈 공간이 생겨날 때부터 묵광의 개방을 감지하고 있었다.
묵광 6성의 효과는, 신앙(信仰).
유진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유진의 힘을 일부 나눠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유진도 그들의 능력을 일부 전달받을 수 있는 효과를 지녔다.
애초에 묵광은 신이 되고자 하는 자를 위해 만들어진 고서인 신화서에서 따온 것.
신앙이라는 명칭은 신화서에서 종종 이처럼 언급되었다.
신이 되고자 하는 이는 필연 추앙하는 이를 필요로 하고, 추앙하고자 하는 이는 필연 신을 필요로 하니.
그 뜻을 이루는 길이 험난하여 때때로 휘청댈지언정, 추앙하는 이들이 마음을 합쳐 신을 위해 희생하고자 하면 비로소 신앙이라 불릴지어다.
「계약자님의 몸에서 작은 불빛이 생겨났습니다! 전에는 전혀 못 보던 건데……?」
‘신앙, 신궐, 신좌 중 <신앙의 불빛>을 갖춘 거야. 나는 지금 셋 중 하나를 얻은 거고.’
오래전부터 유진은 주작 단원들과 더불어 제 동료들, 그리고 주변의 모든 이들로부터 짙은 신임을 받아왔다.
그리고 문신화가 해제되면서 유진은 신화서 속 내용처럼 ‘휘청대었고’, 이를 눈치챈 동료들이 자신들을 ‘희생하고자’ 하면서 신앙이 개방된 것이다.
처음에는 묵광 6성의 효과로 화속성과 관련된 효과가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했지만, 생각보다 더 대단한 힘을 얻은 것이었다.
고드릭이 제트의 머리통을 바닥에 깊게 찍어 누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호오, 검룡께서 뭔가 신비한 힘을 부린 겁니까? 저 붉은 기운은 뭐죠?”
“영업 비밀입니다.”
붉은 기운은 유진이 동료들에게 제 오러와 더불어 체내에 잠들어 있던 혈석의 기운을 ‘신앙’을 이용하여 나누어 주면서 생긴 효과였다.
비록 문신화의 지속시간은 모두 소모했을지언정, 자그마치 15년을 치열하게 살아오며 닦아온 묵광의 오러는 어마어마한 효율을 자랑했으니까.
“크르르르!”
쾅!
그사이 봉인구를 들고 유진에게 다가가던 시리우스가 뒤늦게 고드릭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지만, 고드릭은 두 날개를 포개 공격을 막아냈다.
“후우! 이 괴물은 뭐죠?”
“시리우스입니다.”
“어떻게 하면 되죠?”
스릉!
유진이 시리우스를 향해 쿠란의 검을 겨누며 내뱉었다.
“죽여야 합니다.”
고드릭이 히죽 웃으며 백익을 활짝 펼쳐 공중으로 높게 치솟았다.
그 사이 바닥을 짚고 일어난 제트가 이를 갈며 부르짖었다.
“크아아악! 검룡! 곱게 따라오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일을 어렵게 만드는 거냐고!!”
블러드 스피어가 조금 전보다 더욱 섬뜩한 기세로 형성된다.
방금까지만 해도 유진은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날려가며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이제 빚 갚을 때야.] [네가 말한 상상도 할 수 없는 힘……?!] [그래, 그거야. 이제 마음껏 날뛰어도 돼.]이제는 그들이 유진을 지킬 때였다.
제트의 손가락에서 형성되었던 10개의 블러드 스피어가 기어코 쏘아졌다.
그와 동시에 소통 체계를 통해 지시를 전해 들은 주작 모두가 유진의 힘을 빌려 갑작스레 강해진 힘을 이용,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며 검을 쳐들었다.
카앙! 카가강! 까아앙!
그들은 자신들에게 쏘아진 블러드 스피어를 모조리 튕겨냈다.
“어, 어떻게!”
제트가 기겁한 사이.
[이것들도 다 죽여버리면 되겠지?] [물론.]자신들을 궁지로 몰아넣던 백호 단원들까지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엘도라는 홍익, 라울러는 팔천무극창.
인스 형제는 감스탄에게 전수받은 구염참, 발란트는 제 상징검술인 파이어 뱃.
금검은 백월참, 투귀는 수준 높은 권법, 궁귀는 마수를 사냥하듯 멋대로 싸웠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구멸.”
부상으로 인해 힘겨운 전투를 벌이며 고전을 면치 못하던 감스탄이 유클레이와의 전투에서 실패했던 구멸을 시전, 불꽃이 작열했다.
백호의 부단장과 호각을 겨루던 릴리안도 주작의 숨을 꺼내며 전방위 타격을 시작했다.
유진은 제 어머니가 펼치는 주작의 숨을 올려다보며 작은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어머니도 한때, 주작의 단장이셨지. 여전히 강하셔.’
붉은 광망을 토해내는 두 날개에서 생성된 무수한 칼날은 수십의 백호 단원들의 몸에 여지없이 틀어박혔고, 그들의 움직임을 제약했다.
클라크도 마찬가지였다.
“이, 못된 백호 놈들, 심판의 날이 오늘이렷다!”
누구보다도 심각한 부상 전력을 드러내지 못해 바닥에 엎어져 위기 상황이던 그는, 커다란 현무의 형상을 등 뒤에 두고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제트의 혈주술로 강해진 백호 단원들은 분명 단장급을 상회하는 힘을 자랑했으나.
“안돼, 안돼! 죽여버리라고! 이 쓰레기 같은 놈들아! 뭐 하는 거냔 말이다!!”
유진의 신앙 앞에서는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서걱, 서걱!
백호 단원들의 머리가 하나씩 바닥을 구른다.
유진의 힘을 받은 모든 이들은 스스로조차도 자신의 전력에 감탄할 지경이었다.
그들은 이 힘의 근원이 유진에게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쿵!
결국, 마지막 남은 백호 단원이 머리를 잃고 쓰러졌다.
이제 중앙 연무장에 남은 ‘악당’들은 제트와 시리우스뿐.
둘은 주작 단원들을 비롯하여 유진의 편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철저하게 포위되었다.
“하, 하하, 이것, 참…… 생각지 못하던, 상황이네요……?”
위기를 감지한 제트가 몸을 움츠리며 뒷걸음질 쳤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게 뻔히 보였지만, 유진은 속아주면서 물었다.
“마법을 쓴다니, 신기한 놈이야. 근데 동시에 오러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나, 마검사라기엔 좀 어설퍼. 왜일까? 뭘 믿고 있는 걸까?”
유진이 한 발자국 걸으며 묻자, 괜히 놀란 제트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시리우스! 이 쓰레기 새끼야! 빨리 저놈을 죽여라! 뭐 하는 거야! 이 병신같은 새끼!”
“크르륵……! 나, 나는…….”
이미 제트의 혈기를 받으며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강제로 문신화를 유지한 탓에, 시리우스의 몸은 이미 걸레짝처럼 허물어지고 있었다. 문신화도 해제되고 있다.
혈주술 따위로는 어쩔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신체의 한계가 다가온 것이다.
시리우스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지켜보며, 유진이 내뱉었다.
“고드릭 경, 언제까지 그렇게 떠 있을 겁니까?”
백익을 이용해 공중에 솟아오른 고드릭이 저 위에서 히죽 웃었다.
“검룡께서 제게 막타를 허용하시는 겁니까? 정말로요?”
“물론 아니죠. 그래서도 안 되잖아요.”
“그렇죠. 태양신교는 펜첼에 도움을 줄 정도로 막역한 사이가 아니니까. 태양신교의 사제인 저의 관심은 펜첼이 아닌, 검룡에게 있습니다.”
먼저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태양신교와 펜첼은 서로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것이 예로부터 이어져 온 관행이자 묵약이었다. 도움을 요청한다는 건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는 말이니까.
서로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신경 쓰는 것이다.
유진이 두 손을 모으고 정면으로 뻗어 자세를 갖추었다. 검은 쥐지 않은 빈손이었다.
“그 고마운 관심에 응답하죠. 잘 보고 윗선에 보고하세요.”
“하하, 이, 일단 다음을 기약하죠! 다들 안녕히……!”
제트가 다급히 안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냈다. 도망치려는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유진이 빨랐다.
유진의 빈손에 찬란한 빛을 발하는 오러 블레이드가 생성되었고, 그것은 곧 제트를 향해 사선으로 그어졌다.
치잉.
어떠한 요란한 소리도, 불필요한 동작도 가미되지 않은 가장 효율적인 일격.
신검합일이었다.
“자, 잠깐…….”
무어라 말을 내뱉으려던 제트는 손거울을 떨어트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놈의 상반신이 하반신과 분리되며 바닥에 떨어진 것이었다.
쿵…….
여전히 두 발로 바닥을 지탱하고 있는 제 하반신을, 제트의 눈동자가 위로 올려다보았다.
“이것, 참…… 내가, 이렇게…….”
습관처럼 내뱉던 말을 중얼거리던 제트는-
그렇게 눈도 감지 못한 채 절명했다.
유진은 무섭도록 덤덤한 얼굴로 제트의 머리를 응시하다, 고개를 돌렸다.
생명력을 모두 소모하여 좀비처럼 바짝 마른 몸을 한 채 비틀거리는 시리우스를 향해.
“유, 유진…… 부디, 자비를…….”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