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54)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54화(154/320)
제트 덕분에 생명력을 죄다 끌어서 문신화를 유지한 시리우스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 역시도 이미 제 몸 상태는 물론 주변 상황을 파악했는지, 애처로운 눈빛으로 유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유진……! 내, 내가 잘못했다. 내 반드시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겠으니, 일단, 신관에게로 나를 좀……!”
치아는 덜렁거리고, 뺨은 홀쭉 들어갔으며, 눈알을 말라비틀어져 금방이라도 폭삭 가라앉을 것 같은 모양새.
주작 단원들을 포함한 펜첼의 사람들 모두가 시리우스와 유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진은 이번 전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무위로도 이미 소가주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선보였다.
그랬기에 펜첼의 간부급인 클라크도, 주작의 부단장인 감스탄도, 릴리안과 달탄마저 유진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시리우스 경.”
유진의 무거운 목소리가 적막을 깨고 공기를 때렸다.
“쿨럭! 유진…… 살려다오, 지금 당장 치료를 받아야……!”
“당신은 끝까지 당신밖에 모르는군요.”
시리우스가 숨을 헐떡이며 반쯤 감긴 눈으로 유진을 쳐다보았다.
“지금껏 너에게 삼촌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은 사과하마…… 그러니…….”
“삼촌으로서 역할을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펜첼에 온 지 몇 년이 됐지만, 그런 건 기대도 안 했어요. 다만.”
유진이 고개를 돌려 인스 형제를 가리켰다.
“아버지…….”
그들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복잡한 심경이 가득 담긴 눈물이 고여 있었다.
분노, 애증, 괴로움, 슬픔, 동정, 후회…… 따위의 것들이었다.
“당신의 자식들은 아무리 자기 아버지가 못된 짓을 저지르고, 자신들을 이용하려고 했다는 걸 알았어도!”
유진의 목소리가 중앙 연무장을 커다랗게 울렸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가 빌어먹을 시리우스 펜첼이었어도! 아인스, 제인스 형들은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는데.”
시리우스가 비틀거리며 인스 형제에게 시선을 돌린다.
하나 유진은 고함을 멈추지 않았다.
“당신은 마지막까지도 당신 살길만 찾아서 목숨을 구걸하고 있군요. 자신을 키워준 가문, 자신을 존경하던 자식들,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을 모두 다치게 하고도 아무런 죄책감도 없어 보여요.”
“아, 아니다……! 쿨럭! 그건……!”
유진이 인스 형제를 향해 고개를 조금 돌린 채 말했다.
“형들.”
“……응.”
아인스와 제인스는 이미 유진이 어떻게 이 상황을 마무리 지을지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미안해.”
“…….”
유진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 역시도 복잡했다.
자신과 근 몇 년을 함께한 친구의 아버지이자, 몸담고 있는 펜첼의 간부이자 삼촌을, 제 손으로 직접 처단해야 했으니까.
악인에 대한 처벌은 언제나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나, 바로 뒤에 그의 자식들이 보고 있다는 것은 유진조차도 멈칫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후환은 남길 수 없다.
어느새 인스 형제의 뒤에 선 릴리안이 그들의 눈을 가리고 안아주었다.
유진은 고개를 돌려 시리우스를 직시했다.
스릉!
거칠게 뽑아 든 쿠란의 검 끝을 시리우스의 얼굴 앞으로 향한다.
“유, 유진, 제발, 제발……!”
시리우스 역시도 제 최후를 직감했는지, 무릎을 꿇고 처절하게 빌었다.
유진이 내뱉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습니까. 저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요.”
시리우스는 지금이 용서받을 유일한 기회라 여겼는지 입을 빠르게 움직였다.
“아, 아비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해 미안하다! 그리고, 쿨럭! 그리고…… 아! 그리고 릴리안, 내 동생아! 지금껏 오빠로서 못난 모습만 보여 미안하다! 내가 지금껏 너무 앞만 보고 살아왔어. 응, 쿨럭! 그래, 아아, 내가 왜 그랬을꼬?”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유진이 자비를 베풀 것이라 생각한 건지.
시리우스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혀를 열심히 움직여가며 연기 같지도 않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 진심 없는 사과, 구차한 구걸을 과연 그 누가 귀담아들을까?
후우.
유진은 끝까지 갱생의 여지가 없는 시리우스를 향해.
“부디, 다음 생에는 좋은 아버지가 되시길.”
“자, 잠깐…….”
쿠란의 검을 휘둘렀다.
서걱.
시리우스의 목이 땅바닥에 맥없이 떨어졌다.
쿵. 하는 소리가 연무장의 공간을 얕게 울리고, 모든 후환은 사라졌다.
인스 형제가 뒤돌아 말없이 흐느껴 우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 * *
펜첼의 영지 곳곳에 마법 스크롤로 인한 테러의 흔적이 남았다.
맥주를 보관하던 창고가 날아가고, 중앙 연무장은 심각하게 파손되었으며, 인명 피해도 적지 않았다.
주작 단원들을 비롯한 모든 부상자는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
한데, 정의의 실현으로 목숨을 잃은 백호 단원들은 시체도 남기지 않고 거짓말처럼 가루가 되어 없어졌다.
그건 제트도, 시리우스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체내에 남아있는 혈주술이 작용한 탓일 터.
그리고 핵심 전력의 1/4을 잃은 데에 더불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펜첼 가문은 클라크와 뮬의 주도하에 급히 손실에 대한 복구를 시작했다.
그 사이 유진은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숙소의 침대에 뻗어있었다.
-괜찮은 게냐? 몸이 영 말이 아니군. 여기는 찔리고, 여기는 베이고, 여기는…… 어휴, 빨리 신관에게 가야 할 것 같은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구나.
“나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럴 수 없잖아. 먼저 치료받게 해줘야지.”
토끼 모습을 한 체첸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진의 몸 위를 껑충거리며 살펴보았다.
시리우스와의 싸움은 실로 격렬했다.
그가 꺼내든 백호의 어금니와 상징검술인 산천초목의 지배자, 문신화까지.
귀흑아와 혈석, 혈주술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강해진 시리우스가 펼친 비기들은 유진마저도 감당키 힘들었으나, 어떻게든 해냈다.
일전에 신검합일을 단련한 덕에 흑룡과 화룡을 직접 꺼낼 수 있게 된 덕이 컸고, 극적인 순간에 묵광 6성을 깨어낸 것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스스로 회복한다니? 이제는 자가 치료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냐?
‘신앙의 불빛을 얻으면 자가 회복을 할 수 있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더 굳게 믿으면 믿을수록 그 효율이 높아지면서 불꽃의 크기가 커지고.’
-지크! 네놈 눈에는 유진의 단전에 그, 무슨 불빛이 보인다고 했지?
「당연하지. 이 몸은 토끼 따위는 못 보는 신성한 불빛을 관조할 수 있지.」
체첸이 분한 표정으로 이를 가는 사이, 유진이 차분히 묵광 6성의 성취로 얻은 ‘신앙’이란 힘을 정리했다.
‘사람들이 갖는 나에 대한 믿음이 크고 많아질수록 그들의 힘과 능력을 많이 가져올 수 있고, 내가 그들에 대한 믿음이 클수록 그들도 나의 힘을 전해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의 크기는 내 단전 안에 자리 잡은 신앙의 불빛의 크기로 나타난다.’
아톰 옆에는 주먹만 한 불꽃이 쉴 새 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앞으로 유진이 높은 위치에 올라설수록 이 불빛은 크고 밝아질 것이었다.
자가 회복 능력 역시도 그 효율이 점점 높아질 터.
물론 한계가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수준의 부상은 며칠간 쉬어주면 충분히 스스로 회복할 수 있었다.
실제로 유진의 상처는 느리지만 천천히 아무는 중이었다.
「그러면, 계약자님의 목표가 확실해진 거네요.」
역시나 통찰력이 있는 지크가 화두를 떼었다.
“그렇지. 이제 나 혼자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모두와 함께 성장해야 해.”
-군대를 만들겠다는 거군.
“어떻게 보면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으응? 왜 대답이 애매하지? 어떻게 보면 또 다르다는 이야기냐?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군대라는 걸로 한정 짓기엔 조금 아쉬워.”
그 말에 지크가 반응했다.
「너는 생각하는 크기가 그것밖에 안 되냐! 으휴.」
-그럼 뭔데! 이 불타는 장어구이 녀석아.
「우두머리의 자리에 서는 거지. 그게 군단장이 됐건, 가주가 됐건, 교주가 됐건 간에.」
-가주? 교주? 그게 정말 네 목표냐?
“높은 위치에 서야 한다는 건 확실해. 지금으로서는 펜첼의 소가주가 되는 게 목표고.”
신앙이라는 힘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크의 말대로 우두머리가 되어야 했다.
비록 전생에는 늘 2인자의 위치에 있으며 단 한 번도 우두머리가 되어본 적은 없지만.
‘이번 생은 다르다고 했지.’
태양신교를 너머, 1위만이 누릴 수 있는 모든 혜택과 명예를 거머쥐기로 했다.
-근데, 유진. 그때 고드릭 사제가 오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안 것이냐? 아예 카운트까지 하고 있었잖느냐?
그 질문에도 지크가 대신 답했다.
「그 하얀 날개 펄럭이면서 온, 느끼하게 생긴 남자가 고드릭이야?」
-그래. 맞는데, 왜.
「애초에 기운 자체가 다른 사람들하고는 아예 다르던데, 계약자님이 그것도 눈치 못 채고 있었을까 봐? 으휴!」
-……정말로 그런 것이냐? 유진?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베르에서도 흑지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아챘는데, 태양신교에서 이를 모를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지원을 보낼 거라고 예상했고?
“뭐, 지원이라기보다는 펜첼이 어떻게 당하고 있는지 감시 정도는 보낼 거라고 생각했지. 태양신교는 나를 주시하고 있고, 이미 나를 한 번 보았던 녀석 중 하나가 고드릭이니까.”
유진은 이미 고드릭과 한 판 붙어본 전력도 있었기에, 녀석의 기운을 익히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 그렇군…….
「내 말이 맞지? 응? 이 쓸데없이 하얗기만 한 토끼 녀석아!」
“지크, 넌 확실히 머리가 잘 돌아가네. 마음에 들어.”
「히힛! 충성!」
유진은 체첸이 자극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지크를 정성스레 쓰다듬었다.
체첸이 앞니 두 개를 거칠게 간다.
-이잇……! 나도 머리 잘 돌아가거든! 게다가 시리우스랑 싸울 때, 네 몸속 저주를 빼내 준 게 누군데! 그건 또 벌써 잊은 거냐!
“아, 그런가? 그래, 기분이다.”
유진이 선심 쓰듯 체첸의 머리도 쓰다듬었다.
-크, 크흠……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군…….
「착각하지 마라! 네놈 머리는 대충 쓰다듬고 계시다.」
-닥쳐라, 직화 장어구이 녀석!
그때, 뮬의 목소리가 들렸다.
똑똑-
“유진, 쉬고 있느냐?”
“들어오세요. 삼촌.”
뮬은 손에 웬 편지 한 장을 들고 유진을 찾아왔다.
“몸은 좀 괜찮으냐? 연무장 상태만 봐도 싸움이 보통 싸움은 아니었던 것 같던데.”
“보시면 알겠지만 죽겠어요. 조카가 이렇게 힘들게 삽니다.”
유진이 농담을 건넸지만, 뮬은 오히려 더 착잡한 표정이었다.
“네가 테러가 일어날 거라고 미리부터 언질까지 해 줬는데 그걸 알아채지 못하다니, 면목이 없구나, 후…….”
“밖에 상황이 좀 어떤데요?”
“건물들이 무너지거나 한 건 금방 복구가 되겠지만, 인명 피해가 생각보다 크단다. 죄 없는 일반 시민들이 많이 다쳤어. 무엇보다도…….”
펜첼의 핵심 전력인 네 기사단 중 한 곳이 완전히 궤멸함과 더불어 간부급 한 명이 배신자로서 처단된 상황.
이에 대한 심각성을 토로하던 뮬이 입술을 짓씹었다.
“마침 가주님도 부재하신 때에 공격을 당해서 피해가 더 컸어. 아마도 일부러 이때를 노린 것 같아.”
앞으로 어떻게 펜첼의 안보를 다질지에 대한 대화가 끝나고, 유진이 물었다.
“그런데, 그 편지는 뭐에요?”
“아, 원래 이걸 전해주러 왔단다. 열어봐라. 너한테 보내온 편지라, 나도 읽어보지는 못했어. 그럼, 푹 쉬어라.”
뮬이 밖으로 나가고, 유진이 편지를 열어보았다.
그런데, 빈 종이였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