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58)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58화(158/320)
“앞으로 적어도 2년간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 테러로 인한 피해 복구의 시간으로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1년은?”
“나머지 1년은 앞으로 만들어질 맹, 연합군을 만들기 위해 서로 실력을 가늠하고 향상하기 위한 시간이겠죠.”
유진의 머릿속에는 이미 교지가 어떤 절차를 밟을지 모두 그려진 상태였다.
전생에 태양신교의 참모로 있을 적에도 백염과 같은 정예군을 편성하는 데에 6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으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한데 모여 연합군을 만들려면 아무리 못해도 1년은 걸릴 거란 예상이었다.
이는 제이드도 마찬가지로 생각한 바였다. 그가 질문했다.
“하여, 앞으로 네 목표는 무엇이냐.”
“저에게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첫째는 저의 성장, 둘째는 펜첼의 안위, 셋째는 교지의 안위입니다. 그 세 가지가 제 목표입니다.”
하하!
제이드가 저도 모르게 웃었다.
펜첼의 가주 앞에서 펜첼은 1순위가 아닌 2순위라는 것을 말하는 유진의 모습이 참으로 당돌해 보였으니까.
유진도 그 점을 알고 있단 듯 작게 미소 지었다.
“주제를 알기에 제 몸부터 챙기는 것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내, 유진의 표정이 짙은 진중함으로 물들었다.
“물론 저를 지키고 성장시켜야만 제 그릇에 펜첼과 교지를 담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압니다. 따라서 저는 9성에 올라야 합니다.”
15살의 나이에 8성 후반에 이르러 심마의 벽을 두드렸다.
그것만으로도 대륙에서 한 손에 꼽는 희귀한 일인데, 이제는 9성을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는 욕심이 과하다며 눈살을 찌푸릴지 몰라도, 북벽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펜첼의 소가주 자리만을 노리고 말한 건 아닌 것 같군.”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문에서는 가주님의 뒤를 잇는 자리에 서고, 후에 만들어질 교지의 연합군에서는 제가 선두의 자리에 서고자 합니다. 그게 저의 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진의 뜻은 결코 펜첼이란 영역 안에 머물러있지 않았다.
더 넓고,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이드는 방금 얼굴에 띄운 웃음기를 싹 지우더니,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야망과 과욕은 한 끗 차이지.”
비교적 평화롭던 최근 몇 년 동안은 손주가 쭉쭉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다소 유한 모습을 보였을지 몰라도.
북부 외곽에서 고전을 겪고, 제 첫째 아들마저 잃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그는 다시 북벽으로서의 날카로운 태도를 되찾았다.
“9성에 이르러 소가주가 되면 상황이 달라질까? 9성, 고작 9성에 도달한다고 해서 네가 교지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다른 이도 아닌 북벽의 지적이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 숱한 위기를 넘기며 10성의 위치에 오른 그의 말은 쉬이 넘겨서는 안 되었다.
유진이 순간 피부를 타고 느껴지는 제이드의 노기에 눈을 부릅떴다.
얄팍한 재치나 언변으로 넘겨서는 안 될 타이밍이었다.
솔직해져야 했다.
“하여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움?”
제이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유진을 노려보았다.
“이곳에 저를 부른 진짜 이유가 있지 않으십니까?”
“…….”
제이드는 말없이 유진의 두 눈동자를 응시하다, 픽 웃었다.
“미꾸라지 같은 녀석.”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유진의 바로 앞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지금, 제이드가 아닌 북벽으로서 행동하고 있었다.
꿀꺽.
긴장감을 머금은 채, 유진은 다가오는 북벽을 마주했다.
어린 시절의 제이드를 몇 번 마주한 적이 있던 유진은 지금, 그 자유분방한 사투리를 쓰며, 종잡을 수 없고 괴팍한 성격의 남자아이를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속내를 전혀 추측할 수 없는 표정을 한 북벽은 유진의 바로 앞에서 멈추더니, 그의 단전 앞으로 손을 뻗었다.
도대체 무얼 하려고 이러는 걸까.
북벽이 말했다.
“나는 크락탄을 놓쳤다.”
“…….”
“내가 약해서였을까?”
북벽이 다소 거만한 질문을 던졌다.
유진은 대답할 새도 없이, 북벽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오러가 단전을 파고드는 것을 감지했다.
북벽의 날카로운 오러가 유진의 몸속에 무형으로 자리 잡은 심마의 벽을 건드리고 있었다.
“크윽……!”
전에 느껴본 적 없던, 형용할 수 없는 격통에 그가 신음을 흘렸다.
“높군.”
“무엇이……?”
“벽의 높이가 높고도 두껍다. 그런 만큼 크락탄은 네게 좋은 양분이 되겠어.”
탓.
그의 단전에서 손을 떼어낸 북벽이 나지막이 말했다.
“크락탄과 싸워라.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정도로 만들어 놓았으니.”
그제야 유진은 북벽의 뜻을 알아챘다.
북벽은 유진이 심마의 벽을 넘어서야 할 때가 올 것을 알았고, 그의 먹이로서 크락탄을 일부러 놓아준 것이었다.
유진이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북벽은 천천히 자리로 돌아가며 대답했다.
“먼 길을 떠날 것이다. 나와 함께 놈을 쫓는 여정 자체가 네게 수련이 될 것이니. 네가 말한 2년 안에 크락탄을 잡아라.”
유진이 9성이 되어야 비로소 소가주가 되어 펜첼을 품든, 교지의 연합군에서 입지를 차지하든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북벽은 유진의 그릇을 넓혀주기 위해 도움을 자처했다.
모든 이야기는 끝났다.
유진은 곧 북벽과 함께 펜첼을 떠나 크락탄을 쫓을 것이다.
고개를 꾸벅 숙인 유진이 뒤돌아 걸어 나갔다.
북벽과의 1대1 과외라는 기회를 잡은 순간이었다.
그때, 제이드가 한 마디를 더했다.
“빼먹은 게 있군. 요리사도 동행할 것이다.”
……투귀.
1대1 과외는 아니었다.
* * *
며칠 뒤, 주작 기사단의 단장 임명식.
비록 테러로 인해 한동안 침체된 분위기였으나, 오늘만큼은 다들 밝은 얼굴로 하루를 맞이했다.
대강당에 모인 수백의 펜첼 가솔들이 상기된 얼굴로 단상 위에 선 엘도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제이드가 건네는 임명장을 받아들고 있었다.
“릴리안 단장님의 빈자리가 드디어 메워지는구나……!”
“주작이 다시 비상한다고!”
오래전부터 펜첼에서 머물렀던 가솔들은 이 순간을 고대했다는 듯, 목멘 목소리를 내고.
“내 딸, 크흑, 이리도 많이 컸구나…….”
클라크는 감회가 남다른지 구석에서 홀로 눈물을 훌쩍였다.
원래 그는 우직한 이미지였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감성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유진과 릴리안도 대강당 한편에 나란히 서 있었다.
“아들.”
“네.”
“고마워.”
복합적인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릴리안이 제 기술인 홍익과 주작의 숨을 후대에 전수할 수 있었던 것.
주작의 단장 자리에 어울리는, 부끄럽지 않은 인물을 앉힐 수 있었던 것.
펜첼이 테러에 궤멸하지 않고 살아남아 오늘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
제이드와 릴리안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
이 모든 일은 유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니까.
릴리안은 훌쩍 커버려 이제 자신보다도 더 강해진 아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짝짝짝짝-
지금 저 단상 위에서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는 엘도라조차도 유진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인물이었다.
자기 아들과 비슷한 나이인 엘도라를 보고 있자니 릴리안은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모양이었다.
“너는 천재였단다. 아주 어릴 적부터 오러를 다루고, 수십 가지 무기를 섭렵하고, 사람 보는 눈도 있어서 자기 무술 선생도 네가 직접 골랐지. 기억나니?”
“저기서 박수치고 있네요.”
금검과 궁귀, 투귀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연신 손뼉을 쳐대고 있었다.
유진의 제자 격인 엘도라가 대성한 모습을 보니 뿌듯한 모양이었다.
릴리안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은근히 자기만 생각하는 것 같으면서 자기 친구들도 잘 챙겼어. 아, 친구는 아니고 형들이라고 해야 하나?”
“저기서 울고 있네요.”
라울러와 인스 형제는 눈물을 손수건을 양손에 들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크흑…… 엘도라가 주작의 단장이라니, 내 친구 엘도라가!”
“그 지옥 같은 훈련을 버텨내더니, 결국 대성하는구나! 흐윽, 자랑스럽다! 라울러, 근데 넌 이제 어떡하냐?”
“……뭐가?”
“동료를 짝사랑하는 건 그렇다 쳐도, 상사를 짝사랑하는 건 그림이 좀 그렇지 않나.”
“닥쳐! 내가 알아서 해. 근육 바보들이 사랑에 대해서 뭘 안다고.”
릴리안이 이어 말했다.
“펜첼의 미래가 네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아인스, 제인스, 라울러, 그리고 네 선배들인 주작 단원들 모두 7성에 가까운 수준이잖니? 다 네가 훈련시켰고.”
유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었죠. 여러모로. 말도 잘 안 듣고, 넘어진 거 일으켜 세우고, 뭐…… 그래도 잘 따라와 줘서 기특해요.”
굳이 어머니 앞에서까지 겸손을 떨 필요는 없었기에, 유진은 소탈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어이구, 요 녀석이 이제 15살이라고?”
릴리안은 무슨 애늙은이처럼 말하는 유진의 말에 픽 웃으며 그의 볼을 꼬집었다.
아무리 그의 몸이 자라고, 어른스러워지더라도 어머니의 눈에는 제 새끼는 귀여워 보이나 보다.
유진은 덤덤히 제 볼을 내주다가, 어머니의 눈물을 보았다.
“음? 어머니, 왜 우세요. 갑자기.”
릴리안은 눈물이 가득 고인 얼굴로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쩜 이렇게 잘 커 줬나 해서.”
“에이, 왜 이러실까. 릴 여사님. 마음 아프게.”
“가주님과 곧 떠난다고 들었다.”
유진이 너스레를 떨다 말았다.
“……네.”
“지금까지 네가 많은 위험을 이겨내고, 강해졌겠지만, 가주님과의 동행은 어느 때보다도 위험할 거야.”
유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릴리안을 꼭 안았다.
“그래서 걱정되세요.”
“잠도 안 와. 이 녀석아, 도대체 언제 이 엄마가 아들이랑 여행도 가보고 그러겠니?”
릴리안은 8성급의 기사다.
그녀도 숱한 위험을 겪으며 시련을 이겨내 그 자리까지 왔지만, 제 아들은 그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더 높고, 위험한 고행길을 아들이 자처하여 걷고자 하니.
여태껏 릴리안은 어머니로서, 그리고 고성급의 기사이자 무인으로서 아들의 뜻을 늘 지지하고 따랐지만, 지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그녀도, 사람인 것이다.
유진은 애써 무거운 마음을 떨쳐내며 릴리안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다 잔잔히 말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무슨 생각?”
“내가 만약 오러를 가지지 못한 일반인으로 태어나, 아침에 햇살을 맞는 것에 감사하고, 저녁에 가족과 식사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면 어떨까, 하고요.”
유진은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을 이었다.
“근데, 저는 그럴 운명이 아닌 것 같아요.”
그의 품속에는, 알 수 없는 기운이 도사리고 있다. 아니, 기운 따위가 아닐 수도 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출처도 알 수 없는 기묘한 힘.
왼쪽 심장에서 보랏빛으로 일렁이는 그 무형의 존재.
유진은 아직까지 그것에 의해 제약을 느끼거나, 통제를 당하거나, 이끌림을 느낀 것도 아니었지만,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저 평범하기만 한 삶은 내게 있을 수 없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