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6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66화(166/320)
문신화를 통해 격상된 오러를 근간으로 펼친 장미검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재해였다.
더군다나 지금 크락탄이 선보인 장미검술의 형태는 단순히 장미잎을 넓게 펼쳐 포위한 것이 아닌-
월광계의 원리를 가져다 써 심연이라는 환경까지 구축한 것이었으니까.
화아악!
심연 속에 갇힌 유진의 눈앞이 새까매졌다. 수십만 장의 장미잎이 그를 갈기갈기 찢으려 달려들었다.
지크와 체첸은 조용히 눈을 감고 서로 껴안았다.
그간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 녀석의 뇌리에 유진과 함께한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리 유진이라지만 수중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오른팔마저도 잃은 채 자기 자신을 상대해 이기는 일은 쉽지 않았을 테니까…….
다만 17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맞이할 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그간 딱밤을 너무 많이 때려서 미안하다, 장어 직화 구이라고 불러서 미안하다, 너도 그래도 멋있는 녀석이었다- 따위의 말도 하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다 그냥 장난이었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유진에게 좀 더 예의 바르고 상냥하게 굴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
-……?
마음의 준비를 다 끝낸 지크와 체첸은 이상하게도 한참 동안 아무 일이 없자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유진에게로 쇄도해오던 그 무수한 장미잎들이, 중간에 얼어붙기라도 한 듯 가만히 고정되어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리자, 어둠 속에서 빛나는 유진의 드센 안광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 보니, 유진의 단전 속 서클에 마력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사방으로 뻗어져 나가 장미잎들을 붙잡은 모양새였다.
그가 못마땅하다는 듯 뇌까렸다.
‘작별 인사를 해?’
「아, 아니…….」
-어떻게 된, 설마, 혈마법?
본래 유진의 마력은 그 수준이 오러에 비해 현저히 낮았기에 지금껏 크락탄을 상대로 마법을 부리지 않았다.
상대가 자기 자신인 만큼, 자칫 어설픈 마법을 부렸다가 빈틈을 보이면 그 즉시 생을 달리할 터였으니까.
물론 혈마법은 지난 유리나 레베카와의 전투에서 유용하게 쓰이긴 했으나, 이는 다소 한정적인 쓰임새였다.
핏줄기를 내뿜어 도끼 하나를 극적으로 방어해내거나, 적의 시체를 소멸하거나, 위치추적과 같은 역할이었으니.
하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수중이라는 환경에 잔뜩 퍼진 그의 피는 어떤 형태로든 변모할 수 있었고, 유진은 그 점을 알아채 혈마법을 시전한 것이었다.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작별 인사를 했다고.’
쯧.
유진이 가볍게 혀를 차고는, 왼손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서클이 더욱 강하게 회전하더니, 수중에 희석되어 장미잎에 스며든 유진의 혈액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조리 폭파했다.
이에 따라 장미잎들은 속절없이 분해되어 스러졌다.
-……대륙 유일의 존재라는 점을 잊지 말고, 이용해라.
그가 마검사임을 알아채고 건넨 제이드의 조언을 잊지 않고 써먹을 것이다.
물론 이는 반격의 서막을 알리는 첫걸음이었다.
“……!”
유진이 시전한 혈마법을 목격한 크락탄 역시 그대로 혈마법을 시전, 왼손에서 붉은 핏줄기를 형성해 그의 목으로 쏘아냈으나.
그는 그 즉시 왼손바닥을 핏줄기의 정면으로 펼쳐 받아냈다.
그러자 크락탄의 피, 다시 말해 유진의 피가 왼손바닥 안으로 그대로 흡수되어버렸다.
출혈로 인해 어두워지던 시야가 순식간에 탁 트였다.
「탐욕!」
지크가 외친 대로, 유진은 탐욕의 권능을 이용해서 크락탄의 핏줄기를 흡수, 오히려 몸을 회복한 것이다.
심지어.
뿌드드득!
절단되어 텅 비어있던 유진의 오른팔이 다시 생겨났다.
놈은 흑룡의 문신화를 사용, 흑룡의 피를 내재한 상태로 제 피를 쏘아냈으니.
이를 흡수한 유진이 흑룡의 뛰어난 회복력을 가져 팔을 재생한 것이다.
「좋아! 이대로 역전해야 해요!!」
“크으으!”
크락탄의 일그러진 자아가 불쾌한 듯 인상을 와락 구기다, 다시 왼손을 펼쳤다.
놈의 손가락에 끼워진 폭군의 반지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치더니, 유진에게로 치달았다.
그가 탐욕의 권능을 사용하는 걸 봤으니, 크락탄도 탐욕의 권능을 사용한 것.
유진이 소유한 것 중 가장 상위 격에 속하는 기술이 탐욕의 권능이었으니, 써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었을 터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유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되려 검은 연기의 정면으로 몸을 파고들었다.
-피해야 하는……!
「아니, 계약자님이 옳아.」
지크의 말대로였다.
탐욕의 권능은 유진의 능력을 빼앗으려 그의 몸을 휘감았지만.
‘네가 나에게서 뭘 뺏을 수 있지?’
탐욕의 권능은 그에게 어떤 것도 빼앗지 못하고 물속을 헛돌다 사라졌다.
장미검술의 묘리를 탈취하려니, 크락탄은 이미 장미검술을 가졌다.
월광계의 묘리를 가져오려니, 이것도 이미 가졌다.
분노의 권능? 지배의 권능? 삼염참? 구염참? 크라우드식 이도류? 묵광? 문신화? 신검합일?
애초에 크락탄은 유진의 도플갱어로서 그와 완벽히 일치하는 능력과 재능을 가졌으니, 메꿀 빈자리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오러나 마력과 같은 ‘중첩이 가능한’ 기운은 탐욕이 흡수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으나.
두근!
돌연.
15년간 그의 왼쪽 가슴에 똬리를 틀고 있던 ‘보랏빛 기운’이 박동하여 탐욕의 권능을 물리쳤다.
이 또한 유진은 예상했기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글람푸스탄의 비밀공간에서 폭군을 마주했을 적, 광마가 폭군을 찍어 누르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했으니까.
“크으아아아!”
반면에 크락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물거품을 잔뜩 내뱉으며 분한 듯 울부짖었다.
다만.
분명 지금까지 귀신같이 유진을 농락하던 놈이, 어째서 이 장면은 예상하지 못했을까?
가능성은 딱 하나였다.
‘광마에서 비롯된 심장 속, 보랏빛 기운과 관련된 기억이나 정보는 놈의 머릿속에 없어. 그렇다는 말은 놈의 심장에도 보랏빛 기운이 없다는 거야.’
광마와 보랏빛 기운에 대한 정보는 유진조차도 알고 있는 바가 극히 적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나, 이로써 한 가지는 확인했다.
‘보랏빛 기운은 그 누구도 흉내 내거나 복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흑탑주의 능력보다도 상위 격의 힘이 바로 이 보랏빛 기운이야.’
크락탄이 부린 탐욕의 권능이 무위로 돌아가 잠깐 틈이 생겼고.
스릉!
유진은 되찾은 오른팔로 다시 쿠란의 검을 빼 들어 크락탄의 발치까지 당도했다.
5분여 동안 치렀던 자신과의 전투에서 깨달아 성장한 점을, 이제 가감 없이 드러내야 했다.
가장 결정적인 깨달음은, 근본(根本)이자 기본(基本).
‘오러의 운용법’이었다.
유진이 쿠란의 검에 오러를 담아 놈에게 내질렀다.
역시나 크락탄은 노련하게 몸을 비틀며 화룡검을 쳐들었으나.
크직……!
쿠란의 검은 이미 크락탄의 오러 방벽을 뚫고 뱃가죽을 깊이 찌른 뒤였다.
놈이 눈을 크게 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눈치였다.
단 5분이 지났을 뿐인데, 그 사이 유진의 검격이 너무도 빠르고 강해졌기 때문이다.
지체하지 않는다.
유진은 놈에게서 쿠란의 검을 빼지 않고, 곧바로 화룡검을 올려쳤다.
크락탄이 입술을 짓씹으며 보법을 밟아 회피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무위로 돌아갔다.
서걱!
놈의 오른쪽 어깨가 통째로 베여 사라졌다.
“어…… 떻게!”
놈의 의문에 찬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분명 동일 인물이건만, 유진의 전투력은 믿기지 않을 만큼 성장한 상태였다.
쿵.
유진은 제 오러가 단전 옆에 자리 잡은 심마의 벽을 두드리고 있음을 느꼈다. 오러의 수준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단 의미였다.
‘됐다.’
지크가 유진의 몸속을 관조하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러홀에 커다랗게 빈 공간이 생겼습니다! 아! 그 말은……!」
-오러의 부피는 줄었고, 밀도가 늘었다는 말이야!
그는 크락탄이 선보인 여러 기술의 조합을 보며 깨달았다.
‘무작정 오러의 양만 늘려서는 절대로 심마의 벽을 넘어설 수 없다. 오러홀의 부피는 정해져 있으니까.’
놈은 화룡검으로 일격다흔을 구사했고, 검법과는 종류가 완전히 다른 권법에도 일격다흔의 묘리를 섞었다.
더불어 흑룡의 기운을 월광참에 불어넣어 흑월을 구사했으며, 구염참의 구멸에 분노의 권능을 적용했고, 장미검술에 월광계를 접목했다.
이 모든 기술은 그간 유진도 한 번쯤은 구상해보았던 기술이었다.
하지만 막상 실현은 불가능했었다.
서로 다른 기술 간의 조합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두 기술이 가지는 고유한 오러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하나, 유진은 크락탄의 전투에서 이 딜레마의 해법을 찾았다. 아니, 배웠다.
‘오러가 부딪힌다면, 아예 닿지 않게 하면 된다.’
그 방법이 바로 오러의 부피를 줄이고, 밀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유진은 오러의 운용법을 아예 달리한 덕에 크락탄을 몰아붙일 수 있었다.
쿵.
단단해진 오러가 심마의 벽을 다시 한번 두드렸다.
「심마의 벽에 금이 갔습니다! 조금만 더 하면, 아니, 딱 한 번만 더 두드리면……!」
“크아아아아-!”
수세에 몰린 크락탄이 돌연, 유진의 가슴팍을 거세게 밀치더니, 남은 왼팔로 화룡검을 쳐들어 특유의 자세를 취했다.
신검합일의 준비 동작이었다.
흑룡의 기운을 화룡검에 밀어 넣고, 신검합일을 펼친다니.
결이 맞지 않는 기운과 거대한 오러를 동시에 운용하면, 자칫하면 충돌이 일어나 폭발을 일으켜 스스로를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크락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이잉!
화룡검의 끝에 검은 기운이 뭉치더니, 신검합일이 기어코 구현되어 치달았다.
아니.
구현되기 직전.
콰드드득……!
유진의 단전 옆 심마의 벽이 허물어졌고, 그의 몸체가 눈부신 광망을 토해내며 9성의 성취를 알렸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9성의 기사만 가질 수 있다는 오러 블레이드를 구현, 크락탄의 단전 한구석으로 내질렀다.
바로 제이드가 심어놓은 오러 구체가 있는 지점이었다.
꽈아앙!
거친 폭음이 수중을 강하게 뒤흔들었다.
* * *
여전히 거센 비바람이 섞인 폭풍 속에 제이드와 투귀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4초…….”
투귀가 안절부절못하며 손톱을 피가 나게 물어뜯었다.
“3초…….”
손이 덜덜 떨린다. 정녕 이대로 유진을 잃게 되는 것인가?
아니다. 잘 생각해보면 설마 정말로 가주님이 진짜 오러 폭탄을 심어놓았을까? 아무렴 그럴 리가 없…….
여태껏 가만히 서 있던 제이드가 제 몸에 오러 방벽을 덧씌운다.
‘미친.’
투귀는 욕지거리를 내뱉을 뻔했다.
진짜 오러 폭탄인가보다.
“2초……!”
시간이 천천히 흐르다 못해 아예 멈춘 것 같다. 아니, 차라리 멈췄으면 좋겠다.
아니면.
투귀가 제이드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2년간 성취를 이룬 건 유진뿐만이 아니라, 투귀도 마찬가지였다. 자그마치 8성까지 올랐으니.
그 힘을 바탕으로…….
제이드의 뒷덜미를 후려쳐 잠시 기절시키는 건 어떨까?
가능할까?
‘가능할 리가 없잖아, 빌어먹을!’
찰나의 순간 동안 별생각을 다 했지만, 그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1초……!”
투귀가 눈을 질끈 감았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