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67)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67화(167/320)
겹겹이 싸인 구름에 숨은 보름달이 드디어 고개를 내밀었다.
달빛이 제이드의 얼굴에 내려앉을 때쯤.
“0초…….”
저벅.
유진이 동굴 안쪽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오른손에는 유진의 얼굴이 아닌 원래 크락탄의 얼굴을 한 머리통이 들려 있었다.
제이드는 말없이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고, 투귀는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유진이 제이드의 앞에서 목례했다.
“완수했습니다.”
제이드는 유진이 9성에 이르렀다는 걸 알아챘으나, 애써 기쁜 속내를 숨기려는 듯 홱 뒤돌며 한마디 했다.
“엘도라에게서 재밌는 소식을 하나 전해 받았다.”
유진은 그 소식이 뭔지 아직 듣지도 못했지만,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다.
“제가 만나야 할 사람이 생겼군요.”
* * *
한 달 뒤.
유진 일행은 흑지의 눈을 피해 조용히 교지로 넘어와 펜첼로 복귀했다.
각자 말을 탄 상태. 정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눈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펜첼의 전 기사단원들이 본관으로 가는 중앙로 양옆을 마주 본 상태로 일제히 도열해 있었다.
챙!
챙-!
그들은 검을 사선 위로 뽑아 들어 맞은편 기사들과 맞대었다. 어찌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 검신과의 마찰음이 매우 일정했다.
사뭇 느껴지는 기세만 봐도 그들은 2년 사이에 크게 성장한 듯했다.
그들은 무어라 합창하거나 인사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저, 무언의 환영을 보낼 뿐이었다.
제이드가 앞장섰고, 그 뒤를 유진과 투귀가 따랐다. 걸어가는 말 위에서 유진은 그들의 면면을 천천히 훑었다.
‘현무 기사단.’
왼쪽, 녹색의 기사복을 갖춰 입은 그들은 전보다 훨씬 더 까매졌고, 단단한 몸을 자랑했다. 2년간의 모진 훈련의 결과였다.
대부분은 나를 기억한다는 듯, 고개를 정면을 향하고 눈동자만 굴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글람푸스탄에서 같이 임무를 수행하던 게 엊그제인데, 벌써 9성이라니, 장하다- 라고 말하는 듯하다.
클라크는 단장으로서 예를 갖추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있었으나 입가에 배어든 미소는 숨기기 어려웠다.
나는 고개를 반대로 돌려 오른쪽, 청룡 기사단을 보았다.
‘이 사람들도 뼈를 깎으며 수련했군.’
푸른색의 기사복이 썩 잘 어울리면서도, 기묘할 정도로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숨은 쉬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 지경.
그만큼 그들은 제 특성을 살려 수준을 높였다는 말이었다.
개중, 카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녀석의 표정에는…….
-저 자식, 눈빛이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냐? 존경심이 과한 건가?
「계약자님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여태껏 보지 못한 진한 존경이 담겨 있었다.
……단순한 존경뿐이면 좋겠다.
뮬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사이에 오러도 연공했는지,
중앙로를 더 걷자, 주작 단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현무 단원들도, 청룡 단원들도 물론 일취월장한 모습이었으나, 나의 이목을 잡아끈 이들은 단연 주작이었다.
9성에 다다른 유진은 기운에 대한 민감도가 급격히 상승하여 이들의 경지를 한눈에 짐작할 수 있었다.
척 봐도 이들 모두는 7성 중후반의 실력을 갖춘 상태였다.
각 인물의 성취만 보자면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전시 상황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면 웬만한 일만대군(一萬大群)도 무너뜨릴 기개가 엿보였다.
주작 단원들은 각기 보람, 뿌듯함, 대견함, 존경, 기쁨과 같은 감정들을 머금었으나, 자리가 자리인 만큼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는 얼굴이었다.
감스탄은 하나도 늙지 않은 얼굴.
발란트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다. 가만 보면 참 감성적인 녀석이다.
끄덕.
유진은 주작 단원들을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실망시키지 않아서 고맙다는 의미였다. 그들도 아주 작게 웃어 보임으로 화답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후배 사이로서 동고동락했었기에, 유진도 이들에 대한 애정이 컸다.
오른쪽에 웬 커다란 두 거구가 시야를 메웠다.
‘인스 형제.’
두 쌍둥이 형제는 지금까지 본 모습 중 가장 건강하고 건장해 보였다.
그 사이에 또 키가 크고, 근육은 엄청나게 붙어 붉은 기사복이 터질 것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아인스가 참지 못하고 슬쩍 유진을 올려다보자, 제인스가 녀석의 팔을 툭 친다. 예를 갖추라는 뜻 같다.
‘라울러.’
인스 형제의 맞은편에는 라울러가 차렷해 있었다.
그는 본래 창이 주 무기지만, 오늘 자리에서는 검을 들었다.
라울러의 눈동자는 매우 또렷했다. 얼핏 보이는 손가락의 굳은살이나 기사복 옆구리가 마찰로 인해 반짝반짝한 걸 보면, 그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느껴지는바, 녀석들은 모두 7성 후반 즈음 되어 보였다. 상징검술은 깨달았을까? 궁금증도 일었다.
그 밖에 금검, 궁귀, 에막스와 수백의 가솔들도 도열한 기사단원들의 뒤편에서 차렷 자세로 서 있었다. 특히 금검은 이미 눈물을 한 바가지 쏟은 얼굴이다.
그리고 마지막.
“충!”
펜첼의 서열 1위 기사단, 주작 기사단의 단장인 엘도라가 중앙로의 끝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펜첼의 가주님을 뵙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단단했다.
“그간 펜첼은 무사했느냐.”
“예!”
유진은 엘도라를 잠시 응시했다.
‘그간 잘 해냈구나.’
그녀의 성취는 8성 초중반.
과연 펜첼의 안위를 맡기에 적절한 무위를 갖춘 몸이었다.
유진이 작게 미소 지어 보이자, 엘도라는 코를 찡긋했다. 새로 생긴 습관인 것 같았다.
제이드는 고개를 잔잔히 끄덕이고는 말을 돌려 펜첼의 모든 이들을 향해 말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뜻밖의 말.
“유진이 9성에 다다랐다. 오늘 밤, 유진의 소가주 임명식을 치르겠다. 성대한 파티를 준비하라.”
* * *
그날 밤.
펜첼의 영지는 평소와 다르게 눈부신 불빛과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났다.
시원한 밤바람과 술과 음식이 차려지니, 가솔들은 어느 때보다 밝은 얼굴로 술잔을 기울이며 유진을 축하했다.
오랜 세월 동안 비어 있던 소가주 자리가 메워지고, 든든한 가주가 다시 가문으로 돌아왔으니.
그간 고생했던 날들은 결국 지난날이 되고, 펜첼은 다시 강성해진 것이다.
“보고 싶었다!”
“2년이라더니, 진짜 2년을 꽉 채우냐!”
라울러와 인스 형제가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유진을 와락 껴안았다.
유진은 뚱한 얼굴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이 사내놈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뒀다.
네가 자랑스럽다, 도대체 가주님과 무슨 훈련을 한 거냐, 심마의 벽을 넘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냐- 따위의 말들에 간단히 대꾸해줬다.
금검과 궁귀도 유진의 옆에 있던 투귀와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투귀 자네, 8성에 닿은 건가? 정말로?”
“물론이지.”
“마수 요리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던데, 그러면 요리 실력도 8성이 됐겠군?”
“……요리는 별로 늘지 않았-”
“어째서!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어째서!!”
투귀는 여전히 금검과 궁귀에게 헤드락을 당하며 괴롭힘당하고 있다.
그때.
“고마워, 유진.”
엘도라의 목소리가 유진의 등 뒤에서 울렸다.
그는 그간 엘도라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오러 수준을 보고 단박에 알아챘다.
전생자도 아닌 주제에 19살의 나이에 8성 초에 들어서다니.
물론 단순한 오러 수준이 그렇다는 거지, 전투력만 따지면 유진의 1/10도 되지 않겠지만 어떻게 보아도 엘도라는 비범했다.
“나도 고맙다.”
유진은 엘도라와 악수를 나눴다.
그는 정말로 그녀에게 고마웠다.
묵광 6성, 신앙.
이 능력을 통해 유진을 믿는 이들이 강해지면 그도 강해지고, 그들이 강해지면 유진도 강해지니까.
「계약자님이 펜첼에 돌아온 순간부터 신앙의 불빛이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크으! 엘도라가 크게 한몫한 것 같은데?
그녀의 성장은 곧 유진의 성장이었으니, 유진은 든든한 조력자를 둔 덕에 마음이 편했다.
모처럼 만난 동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피로를 풀던 와중.
뮬과 클라크는 펜첼의 본관 앞에서 술잔을 들었다.
“가주님의 명으로 유진 경의 소가주 임명식은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하라 하셨소!”
“자, 유진 경은 임명장을 받고, 이 술을 모두 마시면 됩니다!”
본래 펜첼은 늘 엄숙하고 딱딱한 분위기로 유명했다. 특히 특별한 행사나 임명식과 시간에는 더더욱이나.
한데 어찌 된 일인지 가주인 제이드는 ‘오늘만큼은 격식을 차리지 말라’라고 명했고, 뮬과 클라크는 신났다.
“올라오시오, 유진 경!”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자신을 부르는 제 삼촌들을 보며 유진은 헛웃음을 흘렸다.
‘나이가 드시니 점점 밝아지시는군. 좋은 거지, 뭐.’
유진은 소가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하며 임명장을 받고.
“이제 이걸 마시면 모든 임명식은 끝입니다.”
“……원래 펜첼은 이런 거 안 할 텐데.”
“오늘은 편하게 먹고 마시라 하셨으니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어서!”
어째서 그 무뚝뚝하고 진지한 제이드가 갑자기 이런 화려한 파티를 명한 걸까.
그리고 왜 직접 나오지 않고 뮬과 클라크에게 대리로 임명장을 수여하도록 했을까.
‘혹시.’
유진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속에 담아둔 채, 개구쟁이 삼촌들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번쩍!
냄새만 맡아도 취할 정도로 독한 독주가 가득 든 오크통을 번쩍 들어 술을 들이켰다.
무려 소가주 임명식에서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야 할 줄은 몰랐지만, 아무렴 어떤가.
독주가 식도를 타고 흘러가니 알싸한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때렸다.
물론.
프스스!
묵광 5성의 효과인 만독불침이 효과를 발하기도 전, 9성급의 오러가 자동으로 발휘되어 독주를 죄다 해독, 피부 밖으로 기화해 날려 보냈다.
“이야아아!”
“우와아!”
참으로 별것 아닌 일이었으나,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유진의 소가주 임명식을 즐겼다.
그도 소가주가 되었다고 해서 사람들과 상하 관계를 정해놓고 군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모처럼 이런 분위기를 즐겼다.
그렇게 떠들썩한 임명식이 끝나고.
유진은 숙소로 돌아와 편하게 누웠다.
2년간 수없이 많은 고행을 걸으며 몸을 혹사시켰다.
제대로 된 잠자리,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도 힘들었으나, 어떻게든 버텨냈다.
그리고 지금은 9성급의 기사가 되어 펜첼의 소가주 자리를 꿰찼다.
오늘만큼은 편하게 쉬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유진은 다시 몸을 일으켜 책상 앞에 앉았다.
-또 시작이군. 또!
「계약자님, 좀 쉬어도 될 것 같습니다만.」
유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펜첼로 돌아오는 길.
제이드에게 전해 들은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유진은 편히 쉬고 싶지 않았다.
-‘유니온’ 창설이 막바지라더구나. 이제 네가 나설 때가 되었어.
유진이 아공간 포켓에서 크락탄의 머리통을 꺼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