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7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71화(171/320)
스릉!
돌연, 유진이 발검했다.
베울은 흠칫 놀라며 뒤로 빠졌지만, 어느새 그의 손에도 검이 들려 있었다.
베울 역시도 엄연한 8성 후반이었기에 가능한 몸놀림이었다.
“베울 기사단장님의 아드님이…….”
“이러려고 이 산속까지 나를 이끌었군. 이러면 무사할 것 같으냐? 아무리 펜첼이라고 해도, 법도는 지켜야 하는 법이거늘!”
베울의 호통은 들은 체도 않은 유진이 하던 말을 마저 이었다.
“아드님의 오러홀에 문제가 있는 걸로 압니다. 어느 시점부터 검술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알고요.”
“……내 아들을 건드렸다가는, 반드시 죗값을-”
“펜첼에 아드님을 추천해드리겠습니다. 펜첼에 들어오면 오러홀도 고쳐드리고, 저희 가문의 고유 검술도 훈련해드리죠.”
베울은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유진을 노려보았다.
“지금 나를 회유하는 건가?”
“도움을 드리는 거라고 해두죠.”
“한데, 펜첼에 아들을 추천하고, 오러홀을 치유하고, 다 좋은데 말이야.”
베울이 검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
“나는 애초에 네깟 애송이가 무슨 힘이 있는지조차 모르-”
카각!
말을 잇던 베울은 눈을 꿈뻑거렸다.
세로로 단단히 세워진 그의 검신이 눈 깜짝할 사이에 10조각이 나버린 것이다. 그것도 무 자른 듯, 절단면이 깔끔하게.
투두두두둑.
흙바닥에 조각난 베울의 검이 흩어지며 떨어졌다. 그는 손잡이만 남은 초라한 검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보았다.
“이 정도면 증명이 됐을까요.”
유진이 검을 거두었다.
펜첼의 상징인 일격다흔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펜첼의 기본 검술 중 하나입니다. 예전부터 아드님을 펜첼에 보내고 싶어 하셨다는 걸 압니다.”
한데 그걸 어떻게 알았냐- 묻는 듯한 베울의 표정을 무시하고, 유진이 덧붙였다.
“하지만 실린의 지원을 받으면서 돈도 꽤 많이 받으셨고, 그걸로 아들도 치료하고, 비록 펜첼의 검술은 아니지만 실린의 검술을 가르치면 되겠지, 그러면 나보다 뛰어난 기사가 되겠지, 그런 생각이겠죠.”
베울은 정곡을 찔렸는지 입술을 떨었다.
“근데, 실린의 검술이 이 정도 수준입니까?”
유진이 턱짓으로 손잡이만 남고 산산조각이 난 베울의 검을 가리켰다.
베울이 침을 꿀꺽 삼켰다.
‘검이 움직이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심지어 이 검은 스승님이 하사하신 <드라고니크의 송곳니>인데, 일격으로 이 꼴이 되다니.’
드라고니크의 송곳니는 강도만 따지면 대륙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검.
한데, 제 앞에 있던 녀석은 이를 무 썰 듯이 잘라버렸다.
‘녀석이 만약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우리 기사단은 풍비박산이 나고, 아들조차도 무사하지 못할 터.’
비록 실린에게서 지금껏 받은 것들이 많았으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실린은 펜첼에 적수가 되지 못한다.
중소 가문들이 모두 힘을 합친다고 해도 펜첼은 어려운 상대였다.
심지어 눈앞에서 유진이라는 기사의 엄청난 무위를 몸소 체험한 데다가 아들의 장래까지 책임지겠다고 하니, 베울로서는 고민되었다.
“망가진 검은 더 좋은 걸로 보상하겠습니다.”
베울은 속는 셈 치고 물었다.
“……제가 무얼 하면 됩니까.”
* * *
며칠 뒤, 유니온의 이루는 가문들의 대표들이 모인 자리.
대회의실에는 명문육가의 가주는 물론, 중소세력 중에서도 덩치가 있는 세력의 장들이 모여 서른 명 정도를 이루었다.
개중에는 로렐리아 에이츠와 유진의 아버지인 리처드 로베르도 자리했다.
이들은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있었다.
젤칸, 슬릭, 아힌, 스피어 가문의 가주 및 소가주들.
그리고 실린 가문을 비롯한 중소세력의 장들.
싸늘한 분위기가 대회의실 전체를 흠뻑 적신 상태였다.
실린이 파벌을 형성하고 유니온을 집어삼키려는 의도를 알아챈 이상, 분위기가 화기애애할 수가 없었다.
물론.
블레어 실린은 무슨 일이 있냐는 듯 평온한 얼굴이었다.
커다란 적색의 망토를 두르고, 진한 수염이 하관을 덮은 외양의 그는 사뭇 보기에도 책이나 그림에서 보던 제왕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근데, 펜첼의 가주는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이지.”
아직 회의 시작 시각까지 5분 정도가 남았건만, 블레어는 못마땅한 듯 가볍게 혀를 찼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듯 중소세력의 장들이 그에 동조했다.
“그러게 말이오, 다들 이렇게 와 있는데, 꼭 주인공 놀이를 하려는지 늦는다니까.”
물론 블레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함이 가장 컸겠지만.
하나, 막상 블레어는 대인배처럼 어깨를 으쓱이며 손을 저었다.
“뭐, 그럴 수 있지. 제이드 경이 오는 동안 수다나 떨고 있자고. 아힌은 요새 좀 어떤가? 그때 이후로 상황이 나아졌나 궁금하군.”
배니커 대신 새로이 아힌의 가주가 된 라트비가 무표정한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 블레어와 굳이 사담을 나누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알고 계시면서 뭘 묻습니까.”
“음? 모른다만. 자세히 설명한 적이 없잖나?”
“……아힌이 그쪽에 뭘 자세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까?”
라트비는 잔뜩 가시를 세운 채 방어적으로 나왔다.
블레어도 라트비의 심사가 뒤틀려있다는 걸 당연히도 알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의무는 없지. 그저 같은 명문육가끼리 좀 잘해볼 생각으로 정보를 공유…….”
“공유? 이렇게 파벌을 나눠놓고……!”
라트비가 평소의 침착한 모습을 잃고 벌떡 일어섰으나, 그 옆에 있던 라이언 슬릭이 그를 저지했다.
“진정하시게, 라트비. 지금은 때가 좋지 않아.”
라트비가 간신히 화를 가라앉혔다.
그가 이토록 화가 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힌 가문은 배니커의 퇴진과 상업 실패 이후 태신석을 명문 육가와 공유하는 것을 조건으로 겨우 명문가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다.
이후 라트비가 가주의 자리에 서서 대소사를 결정했는데, 그를 도와주어야 할 소가주 에솔 아힌은 업무는커녕 놀러 다니기 바빴다.
그 아래 가신들도 배니커의 비위만 맞추던 간신들이었기에, 죄다 쳐내고 다시 뽑고 가르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물론 그 모든 업무를 라트비 혼자 감당했다.
그 덕에 라트비는 늘 피곤에 절어 있었지만, 이번 유니온 창설에도 뛰어들어 막중한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제이드의 전투에서 아힌의 기사들이 다수 죽으면서 전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유니온이라는 연합체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한데 실린 놈들이 그 연합체를 홀랑 집어삼키려 하니, 라트비 입장에서는 가문을 지킬 수단이 없어지기에 큰 위기인 것이다.
이는 다른 가문들도 마찬가지였다.
“하하, 사람이 모이면 파벌이 생기는 건 당연한 것인데, 너무 예민하군.”
블레어가 뻔뻔스럽게 웃어도 라트비는 분을 삭여야만 했다.
실린과 중소세력들이 합심하여 아힌을 압박하기라도 한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서였다.
‘나약함이 이토록 서러운 것이구나. 고작 8성 후반의 경지밖에 못 이룬 것이 내 죄겠지…….’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묘한 희망이 깃들어 있었다.
‘펜첼이 나타난다면, 실린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찍어 누를 수도 있어.’
그때, 여태껏 가만히 창만 매만지고 있던 창왕이 대뜸 입을 열었다.
“마그노 던전에 증원이 필요하오.”
“……?”
“호오, 창왕께서 오랜만에…….”
“마그노 던전에 증원을 요청하는 바요.”
앞뒤 다 빼먹고 다짜고짜 마그노 던전에 증원을 해달라니, 라이언이 침착하게 물었다.
“이유가 무엇인지요? 마그노에 마수라도 나타났소이까?”
“흑지가 그곳을 거쳐 쳐들어올 것이오.”
“……!”
그 폭탄 같은 발언에 가주들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창왕은 평소 흑지와의 접경지 근처에 있는 마그노 던전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 근처를 자주 탐색하곤 하였는데.
흑지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기감에 포착되었다는 것이었다.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안은 긍정적으로 토의해봐야 하오. 어쩌면 유니온의 다수 전력이 투입될 수도 있…….”
“어째서인가?”
블레어 실린이 말을 끊었다.
“……뭐가 어째서란 말이지.”
“지금 유니온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인 적도 없고, 대장이 선발된 상태도 아니지.”
“대장이 없다고 해서 전투가 불가능한 건 아니…….”
“그런데 흑지가 쳐들어온다는 이유로 그 위험한 마그노 던전에 유니온의 전력을 쏟아부으면, 그냥 다 죽으라고 하는 거 아닌가? 이게 맞는 처사라고 보시오?”
이번에는 라이언이 이를 꽉 깨물었다.
또 실린은 흑지와의 마찰을 피하고 제 세력을 넓히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니, 그러면 어쩌자는 말이오? 그냥 교지가 흑지에 잡아 먹히는 걸 보고만 있자는 말이오? 블레어, 당신 가문은 교지가 아니라 어디 뭐 하늘에 떠 있나?”
라트비에 이어 이번엔 라이언의 목청이 커졌다.
하나 블레어는 태평한 목소리로 등받이에 편안히 기대었다.
“피해가 너무 심각해지면 태양신교가 나서지 않겠소?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나설 타이밍을 재고 있겠지.”
그 말인즉슨, 마그노 던전 근처의 가문이나 접경지 쪽 가문들이 다 죽어 나갈 때까지 좌시하고 있자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스피어 가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
이야기가 복잡해지자 창왕은 그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블레어를 응시하기만 했다.
그 눈빛은 분명 평범했으나, 저 깊은 동공 안쪽은 심해처럼 깊었다.
블레어 실린은 창왕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가주님들의 고견도 들어보는 게 좋지 않겠소?”
그에 중소 가문들의 가주들은 ‘맞는 말이지, 맞는 말이야-’ 하며 블레어의 말에 동조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리처드와 로렐리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괜히 여기서 잘못 말했다가는 그들과 관계가 깊은 펜첼까지도 중소세력을 탄압하려 든다는 이야기가 돌 것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실린과 중소세력들 모두가 유니온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나머지 명문 오가는 낭패였기에 실린의 속내를 알면서도 여론을 신경 써야 했다.
원래 여론이란 게 그랬다. 처음엔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감당할 수 없게 불어난다.
“내 말이 틀렸는가? 라이언.”
블레어가 뭐 어쩔 거냐는 눈빛으로 라이언을 쳐다보았다.
본래 유니온이 창설된 목적과 엇나가고 있는 상황을 보며 라이언이 분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펜첼이 온다면 달라질까.’
며칠 전 밤에도 생각했듯이, 라이언은 펜첼에 기대를 걸었다.
이 모든 사태의 해결책이, 그들에게 달린 것이었다.
그때.
덜컥!
제이드와 유진이 나타났다.
시간을 보니 딱 소집 시간이었다.
척 봐도 제이드는 언제나 그랬듯 무심한 표정이었고, 유진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리에 있던 명문사가들은 펜첼의 등장을 반기는 듯 반가운 기색이었으나, 나머지 중소세력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제이드는 그렇다 쳐도, 유진 로베르 저 자식은 기세가…… 무슨.’
‘저 녀석이 유진 로베르군. 뭔가 다르긴 달라.’
‘2년간 함께 수련하고 왔다더니, 오러 수준까지 비슷해진 건가?’
그들이 유진을 대하는 시선에는 한결같이 경계심이 스며들어 있었다.
“오셨군.”
블레어도 유진을 잠시 응시했다. 내심 불쾌했으나, 속내를 감추려는 듯 오히려 빙긋 웃었다.
“시작하지.”
제이드가 자리에 앉더니, 당연하단 듯 보고를 받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여태껏 유니온의 주축처럼 행동하던 블레어로서는 이 또한 매우 불쾌했다.
하나, 북벽 앞에서는 조금 더 생각하고 행동해야 했으니, 블레어는 감정을 숨기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니온의 무력대 개편에 대해 토의해야 하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력대의 대장을 선출해야 하고, 그 방식으로는 다수결 투표로 결정-”
“안 됩니다.”
유진의 목소리였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