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72)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72화(172/320)
“……뭐가 안 된다는-”
“무력대의 대장을 뽑는 건 동의하나, 투표의 방식으로 뽑는 게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블레어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와락 일그러졌다. 다짜고짜 안 된다니.
그것도 그렇고 저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말을 끊으니 매우 불쾌한 모양이었다.
하나 침착을 잃어서는 안 된다. 블레어는 이성을 유지하는 것이 갈등에서 승리하는 열쇠라는 것을 잘 알았다.
“하하. 유진 로베르 경께서 주관이 확실한 모양이구려. 일단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게. 대장을 투표로 정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는 몇 가지 있는데…….”
유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잘랐다.
“제가 맞춰보죠. 일단 대장을 선발하려는 이유는 원래 유니온은 각 가문이 알아서 임무에 맞게 무력대를 운용하고 있었는데, 화합이 안 되어 전력의 집중이 안 될 때가 있다는 게 핵심 근거겠고.”
블레어는 말없이 유진을 노려보았다. 조금이라도 틀린 구석이 있으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생각이었다.
일단 지금까지는 맞았다.
“그렇기에 유니온의 무력단을 대표하는 한 명의 대장을 두고 지휘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여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 뭐 이런 거겠고.”
“……정확히 말하면 화합을-”
“화합이니 뭐 조화니 그런 건 그냥 단어만 보기 좋게 붙인 거잖습니까. 아니, 화합을 그렇게 좋아하면 파벌은 왜 만들었어요. 앞뒤 안 맞는 소릴 하시네.”
블레어가 뭐라고 하려 입술을 달싹이든 말든, 유진은 몰아치듯 말을 쏟아냈다.
“그래서 대장을 뽑긴 해야 하는데, 모두의 신임을 얻고 있고, 가장 강한 인물로 생각되는 인물을 투표로 뽑아야 한다, 이런 주장이시고요.”
“……투표-”
“무력 대전을 벌이거나 다른 힘겨루기가 아닌 굳이 ‘투표’로 뽑아야 하는 이유는.”
“그건 내가 설명하겠소. 투표-”
“명문육가에 비해 중소세력들은 당연히 무력이 뒤떨어지니 형평성에 어긋날뿐더러, 중소세력의 인물 중에서 전략적 면모나 대장의 역할 중 하나인 지휘관으로서의 역량이 출중한 자를 발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수결인 투표로 결정하자, 이런 주장이시죠.”
유진은 블레어의 머릿속을 파헤치기라도 한 듯 정확히 그의 대사를 예측하고 가로챘다.
더 따지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하나.
블레어는 순순히 ‘어, 어떻게 내 생각을 모두 간파했지……!’ 하면서 등신같이 져줄 생각 없었다.
“내 말을 끊지 말게. 유진 로베르 경. 오늘 회의는 엄연히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자리이거늘, 어찌 그리 경박하게 행동하지? 그리고, 왜 가주도 아닌 유진 기사가 그렇게 말이 많지?”
따질 게 없으니 유진의 무례함을 지적하고 나섰으나.
“오늘 이 자리에선 유진이 내 발언을 대신할 걸세.”
제이드가 한마디 하자 실린은 입을 다물었다. 블레어는 ‘또 유진이 입을 놀리겠구나-’하는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으나.
유진은 의외로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
“음, 그래요. 그러면 의견 말씀해 보세요. 듣고 있습니다.”
“……좋네.”
좋다고 말하는 주제에 정작 블레어의 미간은 잔뜩 좁혀졌다.
펜첼을 들먹이면 유진이 곧바로 반박하며 또 말을 쏟아내는 것으로 시간을 끌면 이를 빌미로 발언권 제한을 가하려 했다.
유니온의 회의는 각자의 발언에 제한시간이 있는데, 이를 이용하려던 것이다.
한데 유진은 얌체같이 쏙 빠져나갔다. 이 술수마저도 꿰뚫어 보았다는 듯…….
“그래서 의견이 무엇입니까.”
유진이 재촉했다.
그가 이미 블레어의 할 말을 다 해놨기에 블레어는 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다.
“……자네가 말한 대로 명문가와 중소세력 사이의 형평성을 고려해서 무력대의 대장은 투표로 뽑아야 한다는 걸세. 그러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이대로 진행하지.”
다수결 투표로 대장을 뽑으면 당연히 거의 모든 중소 가문의 지지를 받는 실린에서 대장이 뽑힐 것이다.
겉으로는 중소세력을 위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실린의 사람을 무력대의 대장으로 뽑아 유니온을 집어삼키려는 의도였다.
물론 실린의 이런 속셈은 젤칸도, 슬릭도, 스피어도, 아힌도 알고 있었지만…….
우리와 뜻을 함께하면 좋겠군. 그게 아니라면 서로 곤란해질 거야.
협박과도 같은 실린의 저 편지를 받은 명문 육가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블레어의 무위와 더불어 중소세력을 취합하여 세력을 키운 실린을 감당할 수 있는 가문은 없었으니까. 그들은 알고도 당하고 있었다.
둘의 논쟁을 지켜보던 명문가들은 물론, 중소세력들은 이제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특히 명문가들은 유진의 뒤이어질 발언에 온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말 한마디에 따라 유니온의 귀추가 달려있었으니까. 펜첼만이 희망이었다.
그때.
쯧.
유진이 다 들으란 듯이 혀를 찼다.
“그냥 대놓고 대장 자리를 강탈하겠다는 걸 우리가 보고만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상당히 불쾌하네요.”
유진이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자 블레어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어린 녀석이라 그런가, 거침없는 건 좋은데 현명하지는 못하다. 감정이 이성을 앞섰어.’
이를 충분히 이용해야 했다.
블레어가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어째서 강탈인가? 그 어느 방법보다 공정한 투표의 방식으로 대장을 뽑는 것인-”
“아니 저 많은 중소 가문들이 다 실린 편인데 뭐가 공평해요. 협박 편지나 보내서 입막음시키고, 깡팹니까? 뒷골목 건달로 전직하신 겁니까?”
“헉…….”
명문가들은 물론 중소 가문들까지 저마다 입을 틀어막았다.
실린의 실력 행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유진은 그 점을 칼로 찍어내듯 정확히 찍어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 말인즉슨, 실린의 무력이 두렵지 않다는 뜻.
9성 후반에 달하는 블레어가 노기를 드러내면 피바람이 불 터이니, 그들은 몸을 움찔 떨며 블레어를 흘겨보았다.
딱 한 명, 제이드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이었다.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뒷골목 건달이라니, 말을 조심-”
“자꾸 말 끊어서 죄송한데, 딴지 걸지 마세요. 다 큰 양반이 자꾸 무슨 말을 끊지 말라, 말을 조심하라, 이따위 하찮은 꼬투리만 잡아댑니까…… 하아…….”
유진이 이제는 피곤하단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말 안 듣는 어린애를 가르치다 진절머리가 났다는 듯한 제스처였다.
졸지에 떼쓰는 애새끼가 된 블레어가 이를 빠득 갈았으나, 그뿐이었다.
논리로는 완벽히 패배했기에 유진의 말대로 꼬투리만 잡아댔고, 펜첼에 대적하기엔 무력도 부족했으니 그럴 수밖에.
무엇보다 제이드가 유진의 바로 옆에 있다는 것도 크게 신경 쓰였다.
이미 유진과의 언쟁에서 패배했다는 걸 인정한 블레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해는 풀고 가지. 입막음한 것이 아니라, 협조를 구한 것일세.”
“네 알겠고,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그냥 다수결 투표는 아무래도 안 되겠으니.”
쾅!
유진이 책상을 치자 원탁 중앙에서 푸른 빛무리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그의 손짓대로 빛이 구체적인 형상을 이루었다.
세세한 전략이나 전투지의 모습을 가시화하기 위해 설치된 일종의 장치가 발동된 것이었다.
커다란 전투장 위.
서른 명가량의 기사들이 서로를 찌르고 베는 난전을 펼치는 모습이 구현되고 있었다.
“대장 선발 방식은 난투전으로 가죠. 난투전은 블레어 경께서 말한 전략가적 기질을 알아볼 수도 있고 무력도 체크할 수 있죠. 동의하시죠. 다들?”
유진이 이번에는 블레어를 쳐다보지 않고 그를 제외한 나머지 가문들을 둘러보았다.
굳이 블레어와 더 말을 해 봐야 시간만 끌릴뿐더러.
“음, 거기, 젠티스? 기사단장님 맞습니까?”
미리 포섭한 배우를 써먹어야 했다.
“……예.”
베울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니온 무력대의 대장 선발은 집단 난투전으로 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블레어 실린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젠티스 기사단에게는 이미 넉넉한 돈과 원조를 지원했고, 앞으로의 지원도 약속했다. 베울은 확실한 실린의 편이란 말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유진의 말에 반대할…….
베울이 돌연, 고개를 갸웃거리며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음, 투표도 좋고, 난투전도 좋은 방법 같기는 합니다……. 아닌가? 투표는 말씀하신 대로 냉정히 보면 현 상황에서 부적절해 보일 수 있기도 하고…… 쓰읍, 하, 고민되네요…… 어떡하지…….”
저 미친놈이 뭐라는 거지?
블레어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베울을 응시했다.
놈은 지금껏 똑똑한 머리를 자랑해왔기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인데, 갑자기 결정장애를 앓고 있었으니.
‘우릴 배신한 건가? 아니, 그냥 정말로 판단이 어려운 건가? 펜첼이 두려워서 말을 쉽게 못 꺼내는 건가?’
베울의 속내를 가늠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이 될 사안이죠. 그러면, 거기 뒤쪽, 금발 남성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엘링거 가문도 실린에게 많은 돈을 받아먹은 곳.
금발의 오웬 엘링거가 베울의 뒤통수를 흘겨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게 참, 어렵네요…… 그러니까, 음…….”
역시나 멍청이로 빙의했다.
오웬과 베울의 표정을 번갈아 보던 블레어는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펜첼이 두려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거다. 실린을 배신한 건 아니야. 빌어먹을 것들, 돈을 더 쥐여줘야 했는데……!’
어째서인지, 유진은 입가로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대장전 선발을 투표로 할지, 난투전으로 할지를 결정하는 투표를 하는 거예요. 익명, 다수결로.”
“결국 투표는 해야 하는군.”
“그렇죠. 블레어 경께서 좋아하시는 투표, 지금 해버립시다.”
“……그러지.”
블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익명이든 뭐든, 어찌 되었건 다수결 투표로 가면 실린이 이기는 건 당연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고, 절반 정도의 중소세력들은 유진을 보며 경탄을 삼켰다.
‘어느 중소세력이 실린 가문을 배신했는지 숨기려 하는 거구나…….’
베울.
오웬.
유진은 그들을 포함해 열댓 가문에 들러 그들을 포섭했다.
하지만 특정 가문이 실린 가문을 배신하고 유진에게 붙었다는 사실을 실린이 알게 되면 분명 보복할 것이니, 익명 투표를 선택하여 이를 방지한 것이다.
물론 블레어는 저 혼자서 확신하고 있었다.
‘이미 중소 가문들이 다 우리 편인 걸 알면서 투표를 하자고 하다니, 이거 완전 병신이군. 베울과 오웬만 빼면 다 실린의 개들인데.’
한데.
‘……이 쎄한 느낌은 무엇이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 * *
투표는 명문 육가를 포함해 총 37개의 가문이 참여.
18:19로 아슬아슬하게 결과가 나왔고, 유진의 주장을 따르기로 했다.
난투전으로 가는 것이다.
유진은 베울과 오웬을 보며 헛웃음을 삼켰다.
‘그때 녀석들이 보여준 연기는 되게 어색했는데, 지금은 완전 명품 배우가 따로 없군.’
베울과 오웬이 멍청한 태도를 보인 건 모두 유진이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쉽게 유진의 주장에 동조해버리면 블레어가 눈치챌 가능성이 있으니, 애매하게 반응하라고 한 것이다.
“하, 이게…….”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블레어가 보는 앞에서 투표용지를 싹 다 불태워버린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블레어 경. 원래 독재가 쉬운 게 아니잖습니까.”
“독재?”
이제는 대놓고 블레어를 비꼬는 유진에게 그가 결국 참지 못하고 살기를 드러냈다.
쿠웅-!
묘하게 혼란스러운 분위기로 어수선하던 대회의실 종이가 산산이 찢어지고, 책상이 쪼개지며 바닥이 갈라졌다. 공기가 가라앉으며 전등이 깨지고 의자가 나동그라졌다.
실린이 흩뿌린 살기만으로 개판이 된 것이다.
“크윽……!”
“블레어 경! 진정하시게……!”
물론 의사 결정회에 참여한 모든 장은 평균 8성급의 실력자들이기에 가까스로 살기를 방어하긴 했으나.
“나를 더 이상 자극하지 말게나, 유진.”
블레어가 진짜 무위를 드러낸다면 유진도 무사하지 않을 터.
화가 난 블레어는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유진은 코앞까지 다가온 블레어의 안면을 물끄러미 보았다.
‘별거 아닌데?’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