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73)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73화(173/320)
블레어 실린은 분명 9성 후반의 실력자다. 한 계단만 넘으면 제이드의 수준까지 넘볼 수 있는 인물이란 말이었다.
하나, 유진은 묘하게 위화감이 들었다.
‘오러 수준이 높은 건 맞는데, 그걸 담은 그릇이 너무 작은 느낌이야. 감당을 못하는 것 같아.’
위협적이긴 했으나, 심마의 벽을 넘으면서 큰 성취를 이룬 유진은 상대의 수준을 가늠하는 능력도 향상된 것이다.
그가 블레어의 정면에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틀린 말이든, 맞는 말이든, 내 앞에서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는 뜻이다.”
제이드도 있는 자리에서 블레어는 펜첼에 명백한 적대심을 드러냈다.
아마 수많은 중소세력을 규합하여 덩치를 불린 제 가문의 힘을 믿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유진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그릇이 9성 후반의 오러 수준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조차도 모르는 것 같아.’
예측해보면, 블레어는 전력을 다해도 9성 중반 정도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였다.
“그만, 그만. 뭐 하는 건가, 이게.”
보다 못한 라이언이 블레어를 말리자 그제야 그는 살기를 거두었다.
살벌했던 분위기가 간신히 풀어지고, 진땀을 흘리던 중소세력의 장들도 긴장 풀린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조심하자고, 유진 로베르 경.”
유진은 빙긋 웃음으로 화답했다.
하나, 머릿속에 넣어둔 의심의 싹을 저버리지 않았다.
‘블레어의 수준은 원래 9성 초중반이었는데, 최근 들어 9성 후반까지 올랐다고 했지.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 뭔가 구린 이유가.’
유진이 그의 눈동자를 잠시 응시했다.
‘……탁하다. 눈 안에 연기가 있는 것처럼.’
블레어의 비밀이 무엇인지는 차차 알아가 보면 될 터.
뒤늦게 창왕이 마그노 던전에 대한 건을 언급했고, 다 부서진 책상을 앞에 두고 해결책을 토의한 뒤.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 * *
모두가 떠나고 블레어 실린은 엉망이 된 대회의실에 남았다.
옆에는 블레어의 동생이자 부가주인 제롬 실린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마차가 와있습니다. 가주님.”
“기다려라. 생각을 정리 중이니.”
제롬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블레어의 심기를 건드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블레어의 눈은 유진을 대하던 때보다 더욱 탁해진 상태였다.
그가 대뜸 말을 꺼냈다.
“망할 중소세력 놈들의 절반가량이 실린을 배신했다.”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이…….”
“그런데 그놈들이 누군지 알 수가 없어. 유진, 그 자식이 머리를 써서 말이야.”
익명 투표로 블레어의 눈을 가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블레어는 놈의 기지에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더욱 약이 올랐다.
“그렇다면 선발 방법은…….”
“무력대 대장 선발은 결국 집단 난투전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제롬은 고민스럽다는 듯 턱을 매만졌다.
“그러면 유진 로베르가 기회를 잡겠군요.”
“……그러겠지. 가주들은 대장 선발식에 참여할 수 없으니.”
난투전의 규칙은 간단했는데, 그중에서 가주급은 난투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항이 있었다.
이는 모두가 동의하는 바였다.
그렇게 되면 제이드가 모두를 압도하는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었고, 애초에 가주들은 유니온에 그 정도로 시간 투자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펜첼이 유니온을 먹게 놔둬서는 안 된다. 이러면 죽 쒀서 개만 배를 불리는 셈이니.”
위기였다.
일 년이 넘게 초석을 깔고, 판을 만들어 유니온을 통째로 가질 생각이었는데 펜첼이 그걸 가로채려 하니.
“어떻게 해야 실린이 유니온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제롬이 한숨을 내쉬듯 중얼거렸다.
한데, 문장만 보면 분명 걱정스러운 기색이었으나, 어째서인지 그의 표정에 옅은 웃음기가 얼핏 스쳤다. 블레어는 보지 못했다.
“이 빌어먹을 능력을 써먹으려야 써먹을 수가 없군. 흐흐.”
“그 능력을 사용하면, 유진이든 뭐든 상대도 되지 않을 텐데요.”
“그러니 생각을 좀 해보아라! 옆에서 중얼거리지만 말고!”
블레어가 갑자기 버럭 소리쳤으나, 제롬은 당황하지도 않고 되레 살짝 웃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가주님.”
뒤이은 제롬의 이야기를 들은 블레어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좋다. 그걸로 가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대회의실을 나서던 블레어가 비죽 웃으며 한 마디를 보탰다.
“여자들을 준비해라. 미리 이 능력을 준비해놔야겠으니.”
* * *
며칠 뒤.
실린과 펜첼을 제외한 명문사가의 가주들이 한데 모였다.
곧 진행될 대장 선발식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위기인 만큼 단합을 다지기 위함이었다.
장소는 교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이라 불리는 ‘빛과 생명의 숲’.
양옆으로 아름드리나무들이 울창하게 심어진 흙길을 네 남자가 천천히 걸었다. 햇빛이 유독 밝았다.
“……근데, 장소가 왜 이래? 사내놈들끼리 뭐 이렇게 예쁜 길을 걸으니 기분이 참 별로군. 으.”
젤칸 가문의 가주, 크로센 젤칸이 중얼거리자 라이언이 입을 열었다.
“내가 장소를 정했소. 맨날 그, 집무실에만 처박혀서 골몰하려니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아름답지 않소이까?”
그에 라트비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저는 마음에 드는군요. 햇볕 쬘 시간은 도저히 안 났는데, 이렇게라도 나오니 마음이 풀립니다.”
크로센과 라이언이 라트비의 얼굴을 쳐다봤다.
“다크써클이 지하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고생이 많겠군. 조카 때문에.”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말이 없던 창왕이 한마디 했다.
“창을 수련해 보시오. 정신의 안정에 도움이 클 것이니.”
“또…….”
“그만 좀…….”
맨날 창 얘기만 하는 창왕은 가볍게 무시하고 라이언이 말을 꺼냈다.
“대장은 누가 될 것 같소? 다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을 텐데.”
대장 선발식에 출전하는 각 가문의 기사는 모두 8성급 수준의 출중한 인재들이었다.
젤칸은 해머 소드 기사단의 단장, 알버트.
슬릭은 루한 슬릭.
아힌은 에솔 아힌.
스피어는 레나 스피어.
실린은 에드뮬 실린.
펜첼은 유진 로베르였다.
젤칸 가문을 제외하면, 모두 몇 년 전 초신성의 파티에 초대되었던 초신성들이 다시 나오는 모양새였다.
혹자가 보기에 이미 유진에게 완전히 패배한 전력이 있는 그들이 다시 유진과 맞붙어서 이길 가능성이 있는가- 같은 의문이 들 수 있으나.
“일단 루한이 8성 초입에 다다랐다고 했지? 맞나?”
“맞소. 우리 루한이 그간 열심히 했지. 한데, 에솔은? 7성 후반?”
라트비가 한숨을 쉬었다.
“예…… 분명 재능이 있는 아이인데, 노력을 하지 않으니.”
“근데 대장 선발식에는 또 나오는가? 신기하군. 어째서지?”
“녀석이 명예욕은 또 넘칩니다. 게다가 집단 난투전이라면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기보다는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니, 그걸 노렸겠죠.”
“허허, 뭐,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에솔이 마음만 먹으면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위치에 설 거라 믿습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아저씨들이 각자 제 자식 자랑을 하느라 침을 튀기던 와중.
창왕이 끼어들었다.
“레나도 8성이오.”
“호오, 역시 창술을 부단히 단련한 덕분이겠지? ”
창왕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창술을 단련해서가 아니오.”
“응……? 창술이 아니면 무엇이지? 설마, 검술도 겸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영약을 먹었나?”
“‘창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이 레나를 성장시켰소.”
“그게 그거잖아 미친-”
창왕에게 헤드락을 걸려는 크로센을 라이언이 저지하고 대화를 이었다.
물론 결론적으로 언급되는 인물은 유진이었다.
“결국 유진이 대장으로 선발되겠지.”
“우리는 펜첼을 도와야 하네.”
그들이 아무리 제 자식을 사랑하고 자랑해도, 유진과 비교하면 한 수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래야만 했다. 실린의 적수로 있을 가문은 펜첼 뿐이었으니까.
“2년간 제이드 경과의 수련으로 유진 기사가 얼마나 강해졌을지 궁금하군.”
“그래도 9성까지는 도달하지 못했겠지?”
그 물음에 모두가 침묵했다.
알 수 없었으니까.
의사결정회에서 봤을 때, 유진은 기세나 오러를 한 번도 꺼내 들지 않았기에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그들도 9성급의 초고수들이었으나 이상하게 유진의 성취는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마치 안개 속에 감춰진 듯, 잘 보이지 않았다.
“그때, 그 재수 없는 블레어 놈이 유진한테 대들었을 때, 유진이 딱! 정면으로 마주하던 거 기억나오?”
펜첼에 호의적인 크로센이 격하게 맞장구쳤다.
“크으으! 당연하지! 블레어가 무슨 개수작으로 9성 후반에 들어섰는지 모르겠다만, 그놈도 유진 앞에선 꼼짝 못 했어.”
“흐음, 그러면 유진도 9성인가?”
라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또 모르겠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심마의 벽을 넘는 데 30년도 넘게 걸리는 자들이 수두룩한데, 유진이 17살 아니오? 가능한가?”
크로센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아무렴. 펜첼이라면 가능하지! 그렇고말고.”
“자네 펜첼 덕질-”
그때 창왕이 다시 끼어들었다.
“제이드의 성격이 변한 것 같던데.”
“음……?”
“어…….”
한순간에 창왕의 말에 빠져든 세 가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려……? 블레어가 그렇게 난장을 치는데도 말 한마디 안 하다니. 지금 생각하면 뭔가 이상하긴 해.”
“펜첼은 원래 과묵하잖나! 제이드 경은 항상 의도가 있고, 목표가 있으니까!”
“우윳빛깔 제이드라도 외치겠-”
창왕이 말했다.
“어딘가 아픈 것 같던데.”
“……아프다고?”
“정말인가?”
창왕은 예로부터 통찰력이 깊었다.
다른 가주들도 이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창왕의 말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제이드 경이 아픈 곳이 있다니, 어디가 아픈 것 같던가? 응?”
“그것만은 아니라고 말해라. 창왕.”
그가 대답했다.
“마음이……?”
“마음?”
“마음이 아파?”
창왕이 중얼거렸다.
“제이드가 창을 수련하면 복잡한 마음이 진정될 것인데. 흐음.”
“그만하지 그러나?”
* * *
열흘 후.
유진과 제이드는 교지 중앙, 아래쪽에 위치한 유니온 본부에 도착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조금 더 걸어, 유니온 무력대의 대장을 선발하기 위해 마련된 전투장에 발을 내디뎠다.
원형으로 크게 깔린 모랫바닥이 넓게 펼쳐져 있고, 원의 테두리에는 계단식으로 올라가는 층계, 관중석이 있었다.
어슴푸레하게 저무는 태양의 빛으로 생겨난 전투장의 그림자는 섬뜩해 보일 정도로 커다랬다.
오는 내내 제이드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있으니 심심하지 않지? 어딜 가나 함께하니 말이야.
「계약자님이 너는 그렇게 반기지 않으실 수도 있다. 주름 자글자글한 노인네 귀신을 좋아할 리가 만무하잖아.」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자꾸나? 유진이 힘을 써야 하는 날이니?
「하하, 알겠으니까 내 수염은 좀 놓고 말하지 그래?」
유진의 양어깨에서 조잘대는 아기용과 토끼를 무시하고, 대기실에 들어서니 아는 얼굴이 꽤 많이 보였다.
“유진 로베르! 이게 얼마 만인가! 크하하!”
어떤 근육질의 산만한 사내가 양팔을 펼치고 목도리도마뱀처럼 유진에게 달려왔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