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8)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8화(18/320)
“형.”
“응.”
“……2단계랑 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그러게…….”
인스 형제는 앞에 드리운 40마리의 얼음 동상들을 마주하고 검을 꽉 움켜쥐었다.
동상들의 기세는 2단계에서와는 전혀 달랐다.
2단계에서는 각종 무기를 갖춰 들고 마구잡이로 공격을 해 대는 것 같아 보였지만, 3단계의 동상들은 일제히 기다란 대검만을 들고 있었으며…….
그들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척! 척! 척!
정식으로 교육을 받고 오랜 수련을 거듭한 정식 기사단원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얼음 동상들은 절제가 배어있는 동작으로 인스 형제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나.
인스 형제도 이를 악물며 두려움을 물려냈다.
“아인스. 안 잊었지?”
“하나면 죽고.”
“둘이면 산다.”
“합격술, 시전이야.”
합격술(合擊術), 둘 이상이 함께 펼치는 무술로, 인스 형제가 어릴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추며 수년간 다져온 전투방식이었다.
아인스와 제인스가 오러를 솟구쳐내며 얼음 동상들에게로 쇄도했다.
콰각!
까아앙!
인스 형제는 생각보다 선전했다.
“이대로 가면 할 만할 것 같은데……!”
“지치지 않게! 체력 안배!”
“응!”
이십 여분을 소모하여 40마리 중 절반을 베어내던 와중이었다.
“후우, 후우, 응? 뭐야, 저거?”
아인스가 투명 방벽 너머에 있는 유진의 시험장을 가리켰다.
“저 자식, 구석에 몰렸잖아?”
“공격은커녕 피하기만 급급해 보이는데?”
실제로 유진은 벽을 등지고 동상들의 공격을 회피하며 도망 다니는 모양새였다.
“하하하! 역시! 다 운이었어, 저 자식!”
“그러니까!”
인스 형제는 다시 힘을 내서 나머지 20마리를 죽을힘을 다해 상대했다.
그 과정에서 어깨를 찔리고, 옆구리를 베이고, 발목이 접질리는 위기를 거듭 겪었지만.
그때마다 형제는 서로를 구출해내면서 시너지를 내어 동상들을 하나씩 쓰러트렸다.
그렇게.
“으아아아!”
털썩!
인스 형제의 앞에 단 두 마리의 얼음 동상이 남았을 때였다.
“후우, 크흐흐, 후우, 크하하!”
“거의 다 끝났어! 유진, 그 자식, 우리의 활약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겠지?”
“하하! 도망 다니느라 제대로 못 봤을 수도…….”
거친 호흡과 광소를 동시에 터뜨리며 인스 형제가 유진이 있는 시험장을 돌아봤을 때.
“……?”
“……?”
인스 형제의 눈앞에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20마리의 얼음 동상뿐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혀, 형. 저기!”
아인스가 가리킨 곳에는-
4단계 갈림길로 향하는 유진의 뒷모습이 있었다.
인스 형제가 할 말을 잃고 유진의 뒤통수를 응시했다.
“그 사이에 20마리를 다 쓰러트린 거야……?”
“말도 안…… 돼…….”
처음에는 불신했고.
“아니, 걔 검술 실력이나…… 수영하던 거 보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왠지 눈빛부터 다르더라니…….”
곧이어 감탄했으며.
“아냐,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돼! 우리 안 보고 있는 사이에 뭔가 사기적인 수를 쓴 게 아닐까? 누가 도와줬다거나!”
“저 토끼 자식이 도와준 걸까?”
“그래, 그럴 수도 있고!”
나중에는 의심을 했다.
하지만 결국은 인정했다.
“등 근육부터 장난 아니었어. 쫙쫙갈라지고. 잘 보면 하체도 게을리 한 흔적이 아니었다니까.”
“자극점을 잘 찾는 타입인가? 형 말 들어보면 확실히 선명도가 좋았어.”
“시험 끝나고 물어보자.”
“보충제 뭐 먹는지도 물어봐야겠어.”
인스 형제는 유진에게 자극을 제대로 받은 상태로 남은 얼음 동상 2마리에게 달려들었다.
* * *
유진이 4단계로 가는 길을 천천히 걸었다.
구석에 몰려서 얼음 동상들의 공격을 피하기만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유진의 계획하에 주도한 상황이었다.
‘펜첼 기초 검술, 이제 마무리된 것 같아.’
2단계에서 대략 동작의 절반 정도를 숙지한 상태였다면.
3단계에서는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관찰하면서 검술의 형식을 완성해야 했기에 섣불리 선공하지 않았던 것.
인스 형제의 눈에는 유진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이었겠지만 말이다.
아톰이 달궈져 온몸이 후끈거린다. 오러를 상당량 소모해야 했다.
‘확실히 쉽지 않았어. 마릿수만 10마리에서 20마리가 된 게 아니라, 놈들의 검술에는 펜첼의 기초 검술이 더 진하게 녹아 있었다.’
심지어 녀석들은 오러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펜첼 검술의 특징이라는 ‘일격다흔’까지도 구사하고 있었다.
물론 그랬기에 유진은 더욱 농밀한 오러를 사용해서 놈들을 상대해야 했고, 펜첼의 검술을 보다 더 집중해서 관찰할 수 있었다.
‘재밌다.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체력적으로는 지치지만, 그만큼 내가 얻는 게 많아졌어.’
유진이 오른손에 든 검과 자신의 발을 번갈아 응시했다.
‘펜첼 검술과 유령곡예보를 섞어 보니 아주 궁합이 잘 맞아. 이 얼음동굴을 지나서 사자의 시험을 끝내고 나면…….’
보법과 검술을 섞어 전투에 활용하는 건 두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할 때만 가능한 일.
전생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성장이 이곳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중이었다.
다만 일격다흔까지 구사하는 수준은 못 되었지만, 4단계에서 또 연습할 기회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유진이 잠시 뒤쪽을 돌아보았다.
‘아인스, 제인스. 두 녀석의 합격술은 역시 쓸만해. 두 명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지.’
인스 형제는 비록 전생에서야 나이를 먹으며 타락해버려 살인광으로 악명을 떨치긴 했지만, 그 이면에는 확실한 실력이 있긴 했다.
그래서 유진은 더욱 아쉬웠다.
‘그나마 어릴 때 갱생할 여지만 있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가능성이 있을까?’
물론 굳이 먼저 시간을 써가면서 인스 형제를 지도할 생각은 없었다.
혹시라도 계기가 있다면 모를까.
타닷!
유진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4단계 도전으로 향하는 길을 달렸다.
* * *
“4단계는 50마리의 얼음 동상을 처치해야 한다. 3단계와는 격이 다르지.”
“……알겠어요.”
토끼의 안내에 엘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지친 기색에다가 이마에도 땀이 조금 맺혀있긴 했지만, 그녀의 눈빛만큼은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물론 고민이 되긴 했다.
‘20마리도 조금 힘들었는데, 50마리라니, 공략에 실패하면 바로 탈락이야. 어떻게 해야 하지?’
엘도라도 체감하고 있었다. 단계가 올라감에 따라 난이도 상승의 폭이 크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무력적 성취에 대한 욕심과 현실적인 가능성을 비교해 보았다.
“무려 4단계까지나 왔으니,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 ‘통과’를 선택할 기회를 주마. 잘 생각해 보아라.”
“알겠으니까 조용히 좀 해 봐요. 생각 중이에요.”
“…….”
섣불리 도전했다가 중도 포기를 하면 사자의 시험은 영영 끝이다.
엘도라가 고민에 빠진 와중이었다.
“들어가면 되지? 얼음 동상은 50마리고.”
유진이 엘도라의 뒤쪽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며 물었다.
“너, 어떻게 여기까지……!”
엘도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이 상황을 수긍했다.
‘그 잠깐 사이에 오러의 수준이 달라진 거야? 아니, 오러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유진에게서 느껴지는 오러의 기운과 더불어 호수 아래에서 보이던 엄청난 수영 실력 등을 고려해보았을 때 크게 이상할 일은 아닌 것이다.
“먼저 간다.”
유진이 엘도라는 신경도 쓰지 않고 시험장으로 발을 뻗으려 하자.
엘도라가 급히 유진의 손목을 붙잡았다.
“잠시만, 얘기 좀 해.”
“무슨 얘기? 시간 없어.”
토끼가 남은 시간을 알려줬다.
“대략 1시간 좀 덜 남았군. 제한시간을 넘기면 탈-”
“유진 로베르, 잠깐이면 돼. 내가 제안 하나 할게.”
“제안? 뭔데. 빨리 말해.”
엘도라가 유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여기까지 온 사람은 어차피 너랑 나, 두 명이야.”
“응. 그런데?”
“같은 시험장에 2명이 들어가면 동상의 마릿수가 2배수로 나오는 거 알지? 같이 들어가서 누가 더 많이 잡는지 내기하자.”
“100마리나 되는 놈들을 굳이 감당하자고?”
“서열을 확실히 하자는 얘기야. 각자 시험을 보는 것 보다, 같이 들어가서 정확하게 누가 더 많이 잡았는지 세는 게 더 확실할 거 아니야.”
“서열을 가리자…… 흠.”
유진은 엘도라의 안색을 잠시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누나 지금도 좀 지쳐 보이는데, 아무리 둘이서라지만 100마리를 상대하겠다고? 나를 너무 믿는 거야, 아니면 나를 골탕 먹이려는 거야?”
그러자 엘도라가 미간을 콱 찌푸렸다.
“그런 거 아니거든?”
뒤이은 말은 속으로 삼켰다.
‘출발점에서 서성이던 것부터 이상했는데, 또 얼음동굴에 도착해서 곧바로 들어가지 않은 것, 그런데 4단계에 온 지금은 또 오러의 수준이 확 올라갔어.’
정상적인 방법으로 시험을 치른 게 맞는 건가 싶었다.
‘의심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야. 그 사이에 뭘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하단 말이야……!’
서열을 가리자는 명분도 거짓말은 아니었으나, 진짜 속내는 엘도라의 호기심에 있었다.
유진이 정말 제 실력으로 여기까지 다다른 건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물론 방금 전까지야 체력적으로 50마리를 상대하는 걸 망설였으나, 유진의 성장세를 직접 마주하자 피로감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러나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서열 같은 거 관심 없는데. 그러므로 내가 굳이 누나랑 같은 시험장에 들어가서 등을 맞대고 싸울 이유가 없는 셈이지. 이야기 끝.”
유진이 몸을 휙 돌려 갈 길을 가려고 하자 엘도라가 다시 유진을 잡았다.
“네, 네가 이기면 보상을 줄게!”
“아이, 참…… 보상? 무슨 보상.”
“내가 아끼는…… 비싼 보물 하나. 네가 실망할 거는 절대 아닐 거야. 대신 너도 하나 걸어.”
유진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사실, 엘도라의 제안은 나쁘지 않았다.
‘전생에서 최초의 여가주가 되었던, 그 대단한 엘도라의 검술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이긴 해.’
괜히 교지에서 손에 꼽는 천재가 아니다.
유진에게 있어 엘도라는 동 나이대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었으니, 보고 배울 점이 분명히 있을 터였다.
게다가.
‘그리고 난 최대한 많은 얼음 동상을 상대하면서 일격다흔을 연습할 생각이기도 했고.’
얼음 동상의 수가 많을수록 검술을 써먹을 일이 많다는 말이니, 유진에게는 엘도라의 제안은 썩 괜찮았다.
다만, 한 번에 승낙하는 것보다 엘도라에게서 추가로 더 많은 이득을 볼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엘도라가 비싼 보물을 하나 주겠단다. 보물은 차고 넘친다.
‘보나 마나 내가 정당하게 여기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싶은 거겠지. 됐다. 애한테서 뭘 더 뜯겠냐…….’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던 유진이 멈칫했다.
‘아니지. 어떻게든 얻을 수 있는 게 있지.’
유진이 작게 미소지었다.
“난 보물은 됐고, 이렇게 하자. 누나가 이기면 내가 누나한테 보물 하나 줄게.”
“……어떤 거?”
“누나는 머리가 기니까, 뭐, 황금 장미 핀 같은 거. 어때?”
“좋……아.”
“대신 내가 이기면, 누나가 소원하나 들어주기로 해.”
엘도라가 반문했다.
“에엥? 네 소원이 뭔 줄 알고? 그럴 거면 그냥 지금 딱 정해. 무슨 소원인지.”
“납득할 만한 선에서 나중에 하나 말할 거야. 싫어?”
“……알겠어. 말도 안 되는 소원은 안 돼. 약속이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토끼가 혼자 중얼거렸다.
“내 소원은 네놈들이 시험에서 다 탈락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꺼지는 거란다…… 제발, 제발…….”
유진과 엘도라는 토끼의 머리통에 딱밤을 한 대씩 갈겼고, 토끼는 두 귀를 축 늘어뜨린 채 유진과 엘도라의 입장을 도왔다.
엘도라는 유진의 옆모습을 한번 힐긋 쳐다봤다가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1마리라도 더 많이 잡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알겠어?”
“그래, 알겠…….”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던 참.
흐흐흐.
엘도라가 웃음을 지으며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렸다.
“내가…… 1등이야. 오로지 나만이 1등이라고…….”
덤덤한 표정이던 유진이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진짜…… 광녀인 건가?’
싸우는 모습을 봐야 알겠지만, 왠지 이번 시험은 꽤 볼거리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검술의 수준이 또 한 번 크게 향상되었을 얼음 동상 100마리를 상대해야 하니까.
그것도, 미래에 펜첼 가문의 가주가 될 엘도라와 함께.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