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8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89화(189/320)
비스트 파이어 골렘.
핵이 무한에 가깝게 재생성되어 상대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마수였다.
지금껏 마그노 던전의 맨 중앙부까지 당도한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으나, 그 인물들조차도 매번 비스트 파이어 골렘 앞에서 좌절했다.
비스트 파이어 골렘은 자그마치 9성급의 마수였으니까.
하지만.
쿵!
녀석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적탑의 리안 지플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나의 핵이…….”
녀석은 마그노 던전의 마수 중에서도 유일하게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놈이 체념한 표정으로 뇌까렸다.
“네놈 정도라면, 내어줘도 상관없겠지…….”
“그간 고생했다. 이세계의 생명체여.”
“크흐흐, 죽여라.”
무한에 가까운 핵.
그 말은 다시 말해 결코 무한은 아니란 의미였다. 리안은 마지막으로 플레임 스피어를 거칠게 돌리며 놈의 핵에 쑤셔 넣었다.
뻐어엉!
놈의 핵이 어마어마한 열기에 의해 굉음과 함께 완전히 파괴됐다.
리안이 가루가 된 골렘의 뒤쪽에 자리한 수많은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사각뿔의 모습, 고대의 역사서에 서술되었던 ‘피라미드’ 같은 형상이었다.
척 보니 층계의 개수는 100개가량 되어 보였다.
지금껏 수많은 계단을 내려왔다면, 다시 저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했다. 층계의 마지막에 보물이 있을 테니까.
“여기는 우리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리안 경.”
리안이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금방 올라 갔다 오겠습니다. 엄호를 맡아주십시오.”
이 계단의 맨 꼭대기에, 그라시안의 보물이 있을 테니까.
물론 리안 정도의 마법사는 발을 한번 구르는 것만으로도 100m 상공으로 도약할 수도 있었으나.
턱.
계단 위로 한 발을 올려놓자마자, 리안의 몸에 일렁이던 가득한 마력 전부가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마력 봉인인가.”
과연, 그의 스승인 적탑주가 한 말대로였다.
-멸살옥을 완성하려면 그라시안의 보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라시안은 결코 아무나 제 보물을 가져가도록 만들지 않았을 거다. 분명 시련을 구현해 놓았을 거야.
시련이었다.
턱!
리안이 층계 하나를 더 올랐다.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니 저 높은 꼭대기까지 순전한 근력만으로 층계를 올라야 했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었다.
“크으윽……!”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중력이 리안의 한 발 한 발에 작용, 마치 태산이라도 어깨에 짊어진 듯 발걸음 한 번이 너무도 힘겨웠다.
더불어 눈앞이 아찔할 정도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층계를 밟은 발바닥이 화염 속에 빠진 듯 커다란 작열통에 휩싸였다.
단 1초를 버티는 것도 정신이 나갈 만큼 힘겨웠으나.
“해내야, 한다……!”
그가 이를 으스러져라 깨물며 발걸음을 옮겼다.
프흐흐.
어이가 없었다. 골렘을 비롯해 지금껏 수십의 마수들을 잡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나, 이깟 계단 좀 오르는 게 이토록 힘들 줄이야.
금방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때였다.
뒤쪽에서 스물은 족히 되는 이들의 달음박질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적탑과 흑탑의 마법사들이 반응했다.
“웬 미천한 기사 놈들이 오고 있군요.”
“교지 놈들이겠지요, 그대로 죽여버리겠습니다.”
“한데, 리안 경, 괜찮으십니까?”
리안은 힘겹게 손을 내저었다.
“결계를 설치해 놨습니다.”
“어? 정말입니까, 리안 경?”
한데, 리안은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다.
리안이 죽을힘으로 층계를 10개 가까이 오른 상태에서 뒤를 돌아봤다.
‘밖으로 나가기는 쉬우나 안으로 들어오기는 힘든 결계를 설치해 놨다. 녀석들이 결계를 파괴하려 들면 신호가 오게 되어 있는데, 어째서 아무런 일도 없지?’
달음박질 소리가 들렸다는 것은, 결계 근처까지 놈들이 다가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결계는 반응하지 않았다.
‘알 거 없다.’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어차피 리안의 목적은 그라시안의 보물이지 교지 놈들과의 싸움이 아니었으니까.
리안이 진땀을 뻘뻘 흘리며 20개 정도의 층계를 올랐을 때였다.
쾅!
마법사들이 내려온 계단 위쪽에서 순백색의 오러가 흑탑의 마법사에게 쏘아졌다. 하나 놈은 흑마력을 발현,다소 쉽게 방어했다.
“으응? 리안 경! 결계를 쳐 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어찌 놈들의 공격이?”
리안이 그제야 눈치챘다.
‘결계를 파괴하지 않았다면, 결계를 아예 해제한 것이다. 어떻게 나의 마법을……?’
불가사의한 일이었으나,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어서 맨 꼭대기로 올라가야 했다. 남은 층계는 80개.
그때 다시 한번 오러 공격이 계단 위에서 쏘아져 왔다.
“하하, 귀찮게 자꾸- 커억!”
하나, 흑마법사가 이번에는 공격을 방어하지 못했다. 흑마력을 발산하기도 전에 오러가 먼저 놈을 찌른 것이다. 마법사는 그대로 기절했다.
그러자마자 계단에서 스무 명가량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흑탑과 적탑의 마법사들.
그리고 유니온 무력대가 정면으로 대치했다.
“누구냐!”
에솔이 선두에 서서 외쳐 물었다. 유진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조금 전 오러 공격은 에솔이 날린 것이었다.
그러자 마법사들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우리가 할 말이다! 다짜고짜 공격부터 해 놓고 무슨 개소리를!”
“너희가 먼저 결계를 쳐서 유진 대장께서 고생하셨잖아! 죽고 싶어 환장했나 이것들이!”
그때, 유진이 기사들 사이에서 홀연히 나타났다.
“흑지의 마법사군.”
“네놈은 누구……!”
“적탑도 있고, 흑탑도 있고, 단체로 뭔 짓거리를 하려고 함부로 교지의 땅에 침범했지?”
마법사들은 본능적으로 저 인물이 유진이자 이 단체를 이끄는 수장임을 깨달았다.
척 봐도 느껴지는 기운은 최소 8성 후반. 어쩌면 9성일 수도 있었으나 놈은 힘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다.
리안이 고통을 참아가며 씹어 내뱉듯 말했다.
“그냥, 다 죽이십시오.”
적탑과 흑탑의 마법사들이 완드를 쳐듦과 동시에, 유진이 명령했다.
“빨간색 로브 놈들은 에솔과 발타르가 맡는다. 나머지는 흑색 로브를 맡아.”
에솔이 원망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너는?”
“난 후방에서 전황을 파악하겠다. 애들 잘 지켜. 다치는 사람이 생기면 너부터 죽는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켜보겠다는 말이었다. 에솔이 욕을 삼키며 에라 모르겠다 달려들었다.
에드뮬, 레나, 루한, 라울러, 알리샤를 비롯한 중소 가문 기사들도 발을 굴렀다.
팡! 파방! 파아앙!
마법사의 완드에서 마력이 응집되더니, 불과 흑색의 구체가 유니온 무력대에게 쏟아졌다.
구체의 크기는 여태껏 골렘들을 상대해오던 것보다 곱절은 더 큰, 오로지 살상을 위한 공격이었다.
쐐애액, 콰아앙!
적탑의 공격은 화염 구체. 이를 망치를 휘둘러 막아낸 발타르가 헛숨을 들이켰다.
“크윽! 미친, 무슨 놈의 화염이 이렇게 무거워……!”
본래 발타르는 일격마다 최대한의 힘을 분출하여 상대를 몰아붙이는 스타일이었으나, 적탑 놈들의 공격은 그가 감당해내기에도 힘겨웠다.
“최소 8성 마법사…… 으읏?!”
아니나 다를까.
콰과과!
발타르의 가슴팍에 치닫는 적탑의 화염 구체. 반응하기엔 너무 늦은 뒤였으나-
콰앙!
에솔이 발타르에게 쏘아지던 화염구체를 막아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정신 차려! 네가 다치면 내가 뒤진다고!”
발타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에솔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 다만 다시 적탑 놈들에게 쇄도했다.
이어 흑탑과 무력대의 전투.
흑탑 마법사들의 공격은 희한했다.
팡!
마치 쓰레기를 태울 때 날 법한 새까만 연기가 뭉쳐져 무력대원들을 향했는데, 회피하기가 불가능했다.
목표물을 추적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빌어먹을 것들이 자꾸 쫓아 와!”
하여 어쩔 수 없이 오러 방벽을 겹겹이 둘러 방어만 해야 했다.
에솔의 선제공격으로 흑탑의 마법사 한 명을 처리했음에도, 아직 양상은 흑지 쪽이 훨씬 우세했다.
“컥!”
“크악……!”
중소 가문의 기사들은 이미 나가떨어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발타르는 에솔의 도움으로 겨우 전투를 이어나갔다. 물론 에솔도 두 적탑 마법사의 공격에 애를 먹었다.
그래도 가장 선방하고 있는 쪽은 라울러와 레나 쪽이었다.
그 광경을 유진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또 뭔데! 왜 또 팔짱 끼고 폼 잡고 그렇게 서 있는데! 애들 다 죽어 나가는데, 왜 안 돕냐고!
「과연 유진 로베르의 머릿속에는 무슨 작전이 돌아가고 있을까?!」
그가 간단히 대답했다.
‘힘을 비축해 놔야 해.’
-……뭐라?
「힘 비축 작전?」
유진이 저 앞쪽, 피라미드 같은 층계를 오르고 있는 사내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그때 유진의 심장이 요동치며 광마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반복해서 들렸다.
-너와 비슷한 녀석이…… 너와 비슷한 녀석이…… 너와 비슷한 녀석이…….
저 사내가 유진과 마찬가지로 보랏빛 기운을 가진 이가 틀림없었다.
물론 그는 녀석의 정체도 단박에 알아챘다.
‘리안 지플. 여기서 다시 만나는군.’
전생에서 흑탑과 적탑은 태양신교가 가장 까다로워했던 적 중 하나였다.
어마어마한 수준의 마법을 물 쓰듯이 구사하는 녀석들은 101인의 백염을 종종 곤란케 하기도 했다.
그나마 유진이 지형과 지물, 그리고 마법 함정이 있을 만한 위치 등을 줄줄이 꿰고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으나, 그럼에도 적탑과 흑탑은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을 만큼 강성했다.
그리고 리안 지플은 적탑의 핵심 인물이자, 유진이 직접 심문한 인물 중 하나였다.
‘당시에도 필적할 만한 마법사가 없을 정도로 강한 화속성 마법을 펼쳤지. 한데, 녀석도 알고 보니 보랏빛 기운을 가졌다니.’
다만 유진은 혼란스러웠다.
그가 판단했을 때, 보랏빛 기운과 회귀와의 연관성은 깊어 보였다.
그렇다면 리안 역시 회귀자인가?
또한 리안은 전생에도 보랏빛 기운을 가지고 있었는가, 아니면 이번 생에 새로이 얻게 된 것인가?
여러 의문이 들었으나, 당장 해결할 수가 없었다.
결국, 놈과 직접 대면해야 한다.
스릉!
유진이 쿠란의 검을 빼 들고 천천히 아수라장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유진! 위험……!”
그의 옆에서 화염 구체가 날아든다.
유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팔을 들어 쿠란의 검을 뒤틀었다.
그러자 쿠란의 검에 맞은 화염 구체의 궤적이 휘더니, 열심히 기사들을 패고 있던 한 흑탑의 마법사에게 날아갔다.
쾅!
“꺼윽……!”
흑탑의 마법사는 그와 동시에 잿더미가 되어 절명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기에 방어는커녕 마음의 준비조차 하지 못했다.
“어어??”
발타르가 의문을 내뱉었다. 방금 유진이 한 일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적탑의 마법사가 시전한 파이어 볼의 궤적을 뒤틀어 되려 흑탑의 마법사를 맞추다니, 차라리 묘기에 가까웠으니까.
그러나.
유진을 제외한 모든 기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진……! 후퇴해야……!”
“후퇴는 없다. 포기하지 말고 싸워.”
“에이, 진짜!”
에솔의 말은 그대로 묵살당했다.
유진이 금방 흑탑 놈을 한 명 처리했는데도 전황이 불리했다.
그렇다면.
-그냥 네가 다 패면 되는 것 아니냐?
「아니, 이번에도 계약자님은 또 다른 묘안이 있을 거야. 생각지 못한, 어떤 기발한!」
‘그런 거 없어. 그냥 싸울 거다.’
「아……?」
“저 유진이란 놈에게 집중해라! 죽여!”
흑탑의 마법사 넷이 불길한 검은 기운을 날카로운 칼날로 빚어 유진에게 쏘았다.
“유진!”
“뒤쪽에!”
무력대원들이 유진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분명 숫자 자체는 유니온 무력대가 훨씬 많았으나, 검은 칼날의 위력은 하나하나가 명문 육가의 절기의 수준과 비슷하여 대처하기가 매우 까다로울 터.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은 곧바로 오러 블레이드를 꺼내 가로로 크게 휘둘렀다. 거의 360도가량 회전한 오러 블레이드가 시퍼런 예기를 흩뿌렸다.
쉬이익!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군들도 오러 블레이드의 예기 안쪽에 있었으나.
“……어?”
“뭣……?”
“바, 방어……!”
흑탑의 마법사들은 기적을 보아야 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