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9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90화(190/320)
아니, 사실 흑탑의 마법사들에겐 기적이라기보단 절망에 가까웠다.
크직! 크지직!
기초적인 신검합일이었다.
남은 흑탑의 마법사 넷 중 셋의 허리춤이 유진이 부린 예기에 베어 너덜거렸다.
“컥, 커걱…….”
“크윽……! 벨라룬 경……!”
놈들이 바닥에 쓰러져 허우적댔다. 전투를 잇기엔 무리였다.
그에 반해 유진의 동료들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예기의 범위를 아군에게는 닿지 않게 미세하게 조절한 덕분이었다.
“크읏……!”
그나마 벨라룬이라 불린 흑탑의 마법사는 유일하게 유진의 공격을 막아낸 모양. 가까스로 두 발로 서 있었다.
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적탑의 마법사 둘도 어깨에 상처가 생겼으나, 어떻게든 막아낸 것 같았다.
-흑탑 놈들이 적탑보다 원래 약한 건가?
「아니야. 애초에 두 마탑에서 보낸 마법사들의 수준이 달라. 적탑의 마법사들은 8성 후반, 흑탑은 7성 후반에서 8성 중반이야.」
‘그리고 벨라룬이라는 놈은 8성 중반이군.’
“이, 버러지 같은 기사 놈들이, 감히 위대한 흑탑의 마법사들에게!”
벨라룬이 이를 으스러지라 깨물며 유진 일행과 적탑 마법사들을 노려보았다.
“적탑! 뭐 하는 거냐! 전력을 다하지 않고 왜 지켜만 보고 있어!”
적탑 마법사들이 어깻죽지를 움켜잡고 피식 웃었다.
“어차피 흑탑, 네놈들은 모두 죽을 운명인 것 같으니 말해주지.”
“이, 찢어 죽일 놈들이……!”
“우리는 보물을 가지러 온 거지, 너희를 도와서 교지 놈들과 싸우기 위해서 온 게 아니다.”
그렇게 내뱉은 적탑 마법사들은 뒤로 홱 돌아 리안이 오르고 있는 사각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뒤를 보인 녀석들의 뒤통수를 향해 발타르와 에솔이 오러를 쏘아냈으나.
쾅! 콰광!
이상하게도 아주 견고한 방벽에 오러 공격이 막혔다. 사각뿔의 둘레에 방벽이 둘려 있는 모양이었다.
“무슨, 뭐야?!”
“소용없다.”
유진이 발타르와 에솔에게 말했다.
“시련을 겪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야. 아무리 강한 공격을 퍼부어도 소용없어.”
“그러면 저 자식들은 어떡……!”
“내버려 둬. 알아서 죽을 테니까.”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간단했다.
“헉, 허억…….”
벌써 사각뿔의 절반에 가깝게 올라간 리안 지플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힘겨운 얼굴이었는데, 그건 단순히 정신적 고통이 아닌 신체적 고통이 수반되었기에 나오는 얼굴이었다.
9성 초중반에 오른 초고성급 마법사인 리안 지플이 저 정도라면, 나머지 두 적탑의 마법사는 올라가던 도중 말라 죽을 게 뻔했다.
그게 유진의 판단 근거였다.
“개자식들이……! 호! 호호! 호호호호!”
벨라룬은 적탑의 마법사 둘을 보다가 실성했는지 광소를 터뜨렸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군.”
놈이 안주머니에서 재빨리 어떤 구슬 하나를 꺼냈다.
벨라룬을 둘러싸고 있던 유니온의 기사들이 구슬에서 형용할 수 없는 불길함을 느끼고 버럭 소리쳤다.
“당장 내려놔, 그거! 안 그러면 즉시 사살이다!”
“미천한 교지의 기사들아, 이게 무엇인지는 아느냐?”
“모르겠고 내려놓으라고!!”
유진조차도 벨라룬이 꺼낸 구슬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전생에도 저런 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사실, 유진이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도 했다.
‘여러 개의 기운이 뒤섞여있다. 그것도 망자의 기운…… 잠시만.’
하지만 이내 그가 눈을 번쩍 떴다.
“키메라를 만드는……! 놈을 사살해라!”
“사살!”
“사사아아알!!”
유진이 벼락처럼 외치자마자 무력대의 기사들 전원이 검기를 흩뿌리며 와락 달려들었다.
벨라룬을 잔뜩 둘러싸며, 십여 개에 달하는 날붙이가 놈에게로 치달았다.
하지만.
“이래서 너희들이 미천하다고 불리는 것이다.”
슈슛!
녀석이 구슬을 으스러뜨리자, 흑마력이 벨라룬의 주둥이와 코, 귓구멍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고, 놈의 몸이 순식간에 팽창했다.
“읏?!”
“저 자식, 몸이!”
파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무력대원들이 사방으로 강하게 튕겨 나갔다. 그들의 칼끝이 분명 벨라룬의 목에 닿았으나,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크르르르, 크라라라라!”
벨라룬은 어느새 괴물, 아니, 키메라가 되어 있었다.
몸뚱이보다 길어진 왼팔은 옆구리에, 머리통은 가슴팍에, 발가락이 10개 달린 발은 세 개, 눈알 하나는 정수리에 달린 기괴한 외양으로-
형용할 수 없는 기이한 기운을 방사했다.
꾸물꾸물, 벌레가 기어가듯 바닥을 타고 흐르는 흑색의 연기가 쓰러져 있던 흑탑 마법사들의 신체에 닿자.
“끄아아아악- 억.”
마치 뱀이 생쥐를 삼키듯, 연기는 마법사들을 그대로 먹어 치워 버렸다.
그러자 놈들의 기운을 흡수한 벨라룬의 몸이 더욱 커다래지며 팔과 다리가 한두 개씩 더 생겨났다.
“크읍……!”
“물러서……!”
지금껏 잘 싸우던 레나와 라울러 마저도 창간을 쥔 손을 떨며 뒤로 물러섰다.
놈의 흑색 기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그들을 공포로 물들인 것이다.
그 기세는 허투루 꾸며진 가짜가 아니었다.
‘크락탄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기괴한 기운이다……!’
유진의 무릎도 일순 휘청일 정도였으니까.
“크아아아아!”
놈의 기다란 왼팔이 무력대원들을 쓸고 지나갔다. 분명 오러 방벽을 둘렀음에도 키메라가 된 벨라룬의 어마어마한 근력 탓에 대원들이 공중으로 죄다 튕겨져 나갔다.
“크윽……! 갈비뼈가…….”
“후우, 막아야 해……!”
몇몇은 벽에 크게 부딪히며 갈비뼈가 골절되고, 몇몇은 손목과 발목들이 부러져 전투 불능이 되었다.
다만, 유진만은 간신히 그 괴물 같은 팔을 막아섰다.
쾅!
쿠란의 검을 세로로 세워 놈의 공격을 차단.
“크흐흐, 네놈, 크르르! 나쁘지 않구나……!”
“성가시게 하는군.”
그가 보았을 때 키메라 벨라룬의 수준은 못해도 9성 초중반. 유진과 필적할 만한 수준이었다.
‘벨라룬을 쓰러트리긴 해야 한다. 하지만 그라시안의 보물도 가져와야 해.’
옆쪽을 보니 어느새 리안은 사각뿔의 절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진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어떻게든 꼭대기에 이르려는 강인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대로 벨라룬과 싸움을 잇는다면 그라시안의 보물을 빼앗길 것이고, 그라시안의 보물을 가지러 간다면 동료들이 죽어 나갈 것이다.
선택해야 했다.
솔직히 말해 유진에게 더욱 중요한 건 그라시안의 보물이 맞았다.
하지만 동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만 좋자는 전략은 인간적으로 차마 택할 수 없었다.
다만.
세 번째 방법이 있었다.
‘신앙의 불빛.’
-혹시, 이번에는 네 그 능력을 동료들에게 나눠주려는 거냐?
「계약자님이 강해지면, 동료들도 강해질 수 있으니까?!」
대답할 새도 없이 벨라룬의 왼팔이 머리 위에서 내려쳐 왔다.
보법을 밟아 옆으로 빠진다.
콰아앙!
바닥이 깨어지고 돌조각이 비산했다. 사뭇 두려울 정도의 힘이었다.
이런 공격을 7성 후반, 8성 초반밖에 되지 않는 녀석들이 정면으로 맞는다면 그대로 곤죽이 될 터다.
하지만.
‘너희들이 신앙의 불빛을 받는다면 감당할 수 있겠지.’
유진이 곧바로 쿠란의 검을 바닥에 내려찍으며 되뇌었다.
‘신앙의 불빛을 사용한다. 내가 아닌 동료들에게.’
쾅!
바닥에 꽂힌 쿠란의 검을 중심으로 하얗게 빛나는 널따란 원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원에 닿은 대원들의 몸이 환하게 빛나며 상처들을 치유하고, 오러의 수준과 근력, 민첩, 감각 수준과 같은 능력들을 눈에 띄게 격상시켰다.
그와 동시에 유진이 외쳤다.
“버프를 걸었다! 이제부터 너희들의 몸에 활력이 깃들 테니 마음껏 싸워라!”
“어, 어어?”
“어떻게 이런……?”
뼈가 부러져 비틀거리던 대원뿐만 아니라, 초장부터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대원들까지 모두 깨어나 병장기를 움켜쥐었다.
특히, 유진의 전략을 가장 빠르게 눈치챈 라울러가 벼락처럼 소리쳤다.
“유진이 사각뿔 위로 올라가게 도와야 해! 그동안 우리는 저 괴물을 쓰러트린다!”
역시 함께 호흡을 맞춰온 기간이 있기에 라울러가 가장 눈치가 빨랐다.
그의 말을 따라 대원들이 기운을 차리고 벨라룬에게 달려들었다.
에솔과 발타르, 레나와 라울러, 루한과 에드뮬을 포함한 전 인원이 합세.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대원들은 순간적으로 9성 초반의 오러를 자랑하는 고수가 되어 있었다.
“크르르르……!”
키메라 벨라룬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하며 황급히 왼쪽 팔을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어딜 감히!”
턱-!
발타르와 에솔이 그 손을 낚아채 우악스럽게 바닥에 내리박았다.
“이, 건방진, 크르르! 놈들이!”
이어 나머지 기사들 모두가 벨라룬의 목을 따기 위해 크게 도약하며 병장기를 위로 쳐들었다.
벨라룬이 흩뿌린 흑색의 기운이 그들을 가로막았으나 순수한 오러만을 이용해 확 걷어냈다.
유진이 건 신앙의 불빛이 실로 엄청난 효과를 선보인 셈이었다.
그렇게 대원들이 벨라룬과 사투를 벌이는 사이.
턱!
유진은 동료들을 믿고 망설임 없이 사각뿔의 계단에 발을 올렸다.
그러자마자 9성 초입에 달하던 방대한 양의 오러가 몸에서 쭈우욱 빠져나간다.
더불어 어마어마한 중력이 어깨와 등을 짓눌러 무릎에 거대한 하중을 실었다.
“크윽………!”
-뭐, 뭣, 뭐냐, 이거? 나의 마력이 다 빠져나갔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체첸과 지크의 힘도 앗아갔다. 아마 남에게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실체화되긴 했지만, 어떤 이의 눈에도 보이지 않고 귀에도 들리지 않는 체첸과 지크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다니.
‘그라시안은 도대체 뭐 하는 인물이었지? 아무리 봐도 단순한 수련광 수도승은 아니야.’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니 리안은 이미 저만치 가 있는 상태, 단 1초라도 빨리 올라야 했다.
물론.
‘순수 근력과 민첩은 자신 있다. 그라시안의 모래시계 덕분에.’
유진은 그제야 그라시안이 어째서 모래시계로 오러가 아닌 순수한 육체의 힘을 기르도록 했는지 깨달았다.
-그라시안이라는 인물은 아마도 누군가가 제 보물을 찾아줬으면 했던 것 같군.
「그래서 일부러 모래시계로 근력을 키우게 한 다음, 이 사각뿔의 시련을 순수 근력이 있어야만 버틸 수 있는 걸로 설정해 놓은 거지.」
-짜식, 머리 좀 쓰는데?
「후훗!」
놈들은 킬킬대면서도 유진의 어깨에 바짝 엎드려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녀석들에게도 중력이 곱절로 강하게 실린 것이다.
유진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턱! 턱! 턱!
계단을 거침없이 올라갔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