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93)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93화(193/320)
그라시안은 유진과 리안의 전투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허, 아무리 혼돈을 가진 녀석들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일 줄이야. 특히 저 마법사 녀석.’
리안 지플의 화속성 마법 공격은 가히 상상 이상의 수준이었다.
그는 본래 형태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불이란 개체를 자유자재로 다듬어 모습을 구현하고, 쏘아내거나 휘둘렀다.
그 수준 높은 공격에 상대편인 유진 로베르는 30여 분간 반격은커녕 회피하기만 급급했다.
지금도 그랬다.
꽝, 꽝, 꽈아앙!
유진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불기둥, ‘플레임 컬름(Flame Column)’을 피하기 위해 바닥을 구르고 뛰었다.
꽈앙!
“후우……!”
유진이 가쁜 호흡을 골랐다.
과연 9성급의 화속성 마법사가 부리는 마법의 열기와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더불어.
두근-!
‘심장이 계속해서 고동한다. 마치 심장 속에 무언가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야.’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어쩐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리안과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 사이, 그라시안은 미간을 좁히며 유진의 얼굴을 유심히 응시했다.
‘분명 리안에게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데 어째서 표정은 저렇게 평온한 것이지?’
그는 10성급의 경지에 있는 인물이었다.
지금껏 숱한 위기를 넘기고, 고행과 수련의 시간 속에서 수많은 사람을 마주하며 사람이란 존재에 대해서 고민해보았지만.
‘저 녀석의 속내는 가늠하기 어렵군. 능구렁이 같은 면이 있어.’
마치 교향악단 지휘자처럼 완드를 화려하게 휘젓던 리안이 비죽 웃었다.
“그만 포기해라. 이 정도 마법이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펼칠 수 있어. 그라시안 경의 팔찌는 내 차지다!”
타닷!
하나, 유진은 플레임 컬름 하나를 절묘하게 피해낸 뒤.
바닥에 착지하며 평온한 표정으로 뇌까렸다.
“그깟 쓰레기 마법들을 하루 종일 시전하고 있으면 죽을 수도 있긴 하겠군. 지겨워 죽겠어.”
사실 이는 일종의 속임수였다.
실제로 유진은 리안이 부리는 마법 수준에 속으로 기함했으나, 티를 내서는 안 되었다.
다만 작전대로 움직일 뿐.
“뭐? 하. 그래봤자 피하기만 하는 주제에.”
“방어하거나 반격할 가치도 없는 수준인 마법이니까. 뭐, 다음에는 메테오라도 떨어트리려나? 그건 좀 재밌겠는데.”
리안이 표정을 와락 일그러뜨렸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괜찮은 도발이군. 과연 9성까지 오른 기사 놈답게 혓바닥도 놀릴 줄 알아. 칭찬해 주겠다. 다만-”
그가 자신의 마력을 잔뜩 끌어올리자 두 눈이 붉은빛의 화염을 머금고 크게 불타올랐다.
그와 동시에 하늘을 향해 완드를 추켜올렸다.
붉은 기를 머금은 완드에서 푸른 빛의 마력이 솟아오르더니, 순백색 공간의 천장을 죄다 덮을 만큼 커다란 암막(暗膜)을 형성했다.
곧이어.
쿠르르르르……….
수천 개의 붉은 점이 그 커다란 암막을 빼곡히 드리우더니, 기어코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불화살이었다
시야에 닿는 모든 곳에서 시뻘겋게 타오르는 화살이 빠져나온다. 피할 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네 말대로, 우리 적탑의 상징, <화염시>도 피할 수 있을까.”
화염시(火焰矢).
적탑주가 완성시키려는 최종급 마법, 약칭 <멸살옥>이라 불리는 필살 비기의 바로 아래 격 마법.
성인 남자의 몸뚱이만 한 크기의 불화살이 비와 같이 내리는 공격이었다.
이는 유진도 전생에서 마주했던 것으로.
‘마탑 사이에 일었던 내전 중에서도 흑지 일부를 초토화시킨 가장 강한 마법 중 하나로 유명했지.’
당시, 교지에서도 흑지의 하늘 일부가 시뻘겋게 물들어 불화살 수천, 수만 개가 떨어지는 걸 보았으니.
그가 위쪽에서 다가오는 무수한 불화살의 세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미친, 화염시라니……! 말로만 듣던 그 마법이, 유진! 어떻게 할 거냐!
「당장 화룡의 환영체를 소환하십시오! 화룡이라면 저 화살들을 삼킬 수 있을 겁니다!」
-초반부터 놈을 잡아내야 했는데……! 아이고, 여기까지 와서 뒤지게 생겼네! 아이고!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너희는 아직도 나를 몰라.’
유진이 쿠란의 검을 빼 들었다.
‘내가 왜 리안이 화염시를 쓰도록 만든 줄 아직도 모르나?’
-설마, 놈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한 공격을 끌어내서…….
「저 많은 불화살을 모두 반사하겠다는 말……?」
대답할 새는 없었다.
쏴아아아아!
유진이 바로 눈앞으로 떨어지는 수십 개의 불화살을 향해 쿠란의 검을 세웠다.
다만, 그 방식이 조금 특이했다.
“뭐 하는 거지, 저 녀석?”
그라시안은 강력한 마력 방벽이 둘린 우산을 펼쳐 든 채, 잔뜩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유진을 응시했다.
‘<화염시>라면 아무리 9성급 기사라고 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터. 어떻게 처리하려는 걸까.’
유진이 검면을 세로로 세우지 않고, 옆면이 위를 향하게끔 쳐든 것이다.
그라시안이 그제야 유진의 의도를 파악하고 히죽 웃었다.
“검의 옆면으로 화살을 때려 방향을 전환, 리안에게 쏘아 보낼 요량인 건가.”
정답이었다.
유진은 쿠란의 검에 녹아든 태신석의 정수의 효과, 즉 ‘마력 저항’을 이용하여 리안에게 역공을 펼칠 요량이었다.
“저 검에 그런 효능이 들어있는 건가? 신기한 물건이로군.”
하지만 화염시를 시전한 당사자, 리안은 유진의 속내를 꿰뚫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자는 거지, 화염시를 무슨 소나기나 되는 걸로 생각하는 건가?’
그 사이.
-하, 하지만! 마력 저항에도 한계가 있다! 화염시에 대항할 만큼 마력 저항이 강한지는 미지수……! 으아악!
스쳐 지나가는 불화살이 유진의 옷가지를 죄다 태워버릴 만큼 가까워진 이후부터는 체첸이 뭐라고 비명을 지르는지 들리지 않았다.
쐐애액……!
유진이 휘두른 쿠란의 검의 옆면에 불화살이 부딪치자마자 일직선으로 떨어지던 궤적이 급작스럽게 휘더니.
쾅, 쿠우우우우!
리안의 정면으로 치달았다.
“저, 저걸 튕겨내……?!”
그제야 리안이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고, 이내 깨달아버렸다.
‘나에게 화살을 반사해서 보낼 작정이다!’
그가 황급히 완드를 쳐들어 다가오는 화살에 조준, ‘공격 해제’를 사용했다. 자신이 시전한 마법의 효과를 무력화하는 마법이었다.
프스스…….
리안의 코앞에서 화살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하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후우……! 저 자식이 어떻게 내 화염시를, 어? 어엇!”
쾅! 쾅! 쾅! 쾅!
유진은 자신에게 치닫는 모든 화살을 죄다 리안에게 튕겨 보냈다.
화염시가 비록 <멸살옥>의 하위격 마법이라고는 하지만, 쉽사리 궤적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은 결코 아니었다.
한데 유진은 그 어려운 일을 눈 떴다 감듯이 쉽게 해내고 있었으니.
리안은 입술을 짓씹으며 불화살들에 공격 해제와 시전을 반복했다.
“크으으!”
유진은 이를 으득 깨물며 수십, 수백 개의 불화살을 리안에게 쏘아 보냈다.
미친 듯이 빠르게 움직이는 검은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듯 보여도 모두 쏟아지는 화살들의 방향을 틀기 위해 정밀하게 계산된 움직임이었다.
과연 9성 기사답게, 어마어마한 오러를 동반한 검이 커다란 화살에 닿아 궤적을 뒤틀었다.
‘공격 해제, 공격 해제, 공격 해제!’
리안은 공격 해제를 반복하며 자신이 소환한 화살들을 무력화했다. 그 사이에 그는 잠시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리안은 자신이 소환한 불화살을 다시 해제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마력을 써대고 있었으니까.
저 미친 9성급 기사가 무슨 능력을 갖췄는지는 모르겠지만, 놈은 끝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순백색의 공간은 뜨거운 열기와 부러진 불화살의 파편이 튀어 생긴 자욱한 먼지로 가득 찼다.
애초에 9성급 기사와 마법사의 싸움이 범상한 규모로 끝나리란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 화염시를 길게 시전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마력이 부족해지고 있어.’
리안은 지난 30여 분간 다수의 고성급 마법을 퍼붓고, 화염시까지 사용한 덕분에 슬슬 힘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어떻게 해야 하지? 화염시가 나의 가장 강한 마법인데, 이게 통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뭘 이용해야……!’
그때였다.
슥!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지?”
유진의 얼굴이 리안의 눈앞에 번쩍 드리웠다.
“크읏……!”
리안은 화들짝 놀라 완드를 마력 단검으로 변모시켜 유진의 얼굴을 향해 확 찔러넣었다.
하나, 같은 수준의 기사와 마법사인 만큼, 당연하게도 마법사의 손보다는 기사의 움직임이 곱절은 빨랐다.
쉭, 빠악!
유진의 주먹이 리안의 왼쪽 옆구리, 간이 위치한 곳을 강타했다.
“커헉…….”
얼마나 세게 때린 건지, 리안은 제 몸에 두른 마력 방벽에 쫘아악 금이 이는 것을 감지했다. 통증 또한 극심했다.
유진은 9성급의 오러를 주먹에 최대한으로 실어 때린 것이었다.
“미천한, 기사 놈이……!”
“죽일 생각은 없다. 그러니 곱게 쓰러져.”
“커헉!”
쾅!
간에 타격을 한 차례 더 허용한 리안이 절망스러운 표정을 한 채 결국 그대로 쓰러졌다.
화염시의 시전이 중단되었고, 순백의 공간에는 매캐한 연기와 열기, 먼지가 눈 앞을 가렸다.
“크하하하!”
그라시안이 광소를 터뜨렸다.
“지플가의 사람이 졌구만!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어!”
그가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더럽혀진 공간이 다시 순백으로 메워진 깨끗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후우, 후우.”
유진은 쓰러진 리안 지플을 응시하며 숨을 골랐다.
‘전생에서도 대단한 마법들을 부린다고 들었는데, 화염시는 그중에서도 제일이긴 하군. 쉽지 않았어.’
체첸의 말대로 아무리 마력 저항이 고급 속성이긴 했으나, 폭포처럼 쏟아지는 불화살들을 모조리 튕겨내는 데에는 제법 많은 오러가 소모되었다.
‘녀석과 두 번 싸웠다가는 정말 위험할 수도 있다.’
그가 리안 지플의 실력에 감탄을 삼키던 와중이었다.
“유진 로베르 네 녀석, 나름 쓸만하구나. 물론 이 몸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유진은 무어라 떠드는 그라시안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리안을 쓰러트리자마자 유진의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거듭하여 메아리쳤으니까.
-이제, 진실을 감당할 그릇이 된 것 같군…… 이제, 진실을 감당할 그릇이 된 것 같군…… 이제, 진실을 감당할 그릇이 된 것 같군…….
유진은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았다.
‘진실을 감당하다니, 무슨 진실을…… 그보다 이 목소리는……?’
두근, 두근, 두근!
더불어 심장의 박동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빨라진다.
“좋다! 이 팔찌는 유진 로베르, 너에게-”
“큭……!”
이윽고 유진이 제 왼쪽의 심장을 부여잡았다.
그의 심장에서 보랏빛 기운이 솟구쳐 나오더니 허공에 뭉쳐 사람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화아악!
“쿨럭! 당신은……!”
“오랜만이구나, 지휘관.”
긴 머리칼을 상투로 땋아 묶고, 날카로운 눈매와 더불어 강건한 골격을 가진 남자.
광마, 메피스토였다.
“광마……?”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