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9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96화(196/320)
“나의 물건을 소유한 자들의 미래 정도는 예측할 수 있지. 그 물건들에 닿은 기운을 전해 받을 수 있거든.”
유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만, 그러면 보물 지도가 가리키는 위치를 임의로 바꾼 겁니까? 저와 리안이 만날 곳으로?”
“내가 만든 거니 가능한 일이지. 하하!”
역시나 10성급을 넘어선 대마법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혹시 이곳에 다른 보물이 있습니까?”
유진이 떠보듯 물었다. 화룡의 알을 깨우는 아티팩트의 존재를 말한 것이었다.
그라시안이 유진에게 다가와 무언가를 내밀었다.
“우스운 사실이 뭔 줄 아느냐?”
청록색의 팔찌, 그라시안의 팔찌였다.
“나는 사실 네가 이기리란 것도 예지했다. 다만 실제로 그 모습을 보니 아주 재밌더군. 출중해.”
유진이 팔찌를 받아 들며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게다가 대륙을 양분했던 위대한 두 가문, 룬□□과 지플도 아닌 그저 상인 가문에서 태어나 17살의 나이에 9성에 이른 녀석이기까지 했으니.
그 괴팍한 성격의 그라시안이 웬일인지 밝게 웃었다.
“원래 이곳에 불사조의 깃털이 숨겨져 있었는데, 내가 정제하여 이 팔찌 안에 담아두었다. 요령껏 잘 이용해 보도록 하여라.”
불사조.
온몸이 화염으로 이루어진 전설 속의 신수.
그 존재가 내뿜는 열기는 북부 끝자락에 위치한 거대한 빙하 지대도 한 번에 증발시킬 정도라 하였다.
‘전생에 창왕이 가져왔던 아티팩트가 이거군. 태양신교는 이걸 빼앗은 거고.’
유진이 녹색의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영롱하면서도 은근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라시안의 팔찌, 그리고 화룡을 깨울 화기까지 얻었다.’
한 번에 두 가지를 얻은 것이다.
“나의 유물이 부디 지플과 룬□□의 복수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해내겠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라. 그리고 악을 부수고 평화를 되찾아다오. 그 과정이 잔혹하고 어려울지라도…….”
마지막까지 유진에 대한 축복을 아끼지 않은 그라시안이 서서히 순백색의 공간에 하얗게 녹아들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제 네가 가진 나의 보물은 두 개 구나. 세 개의 보물을 모두 모으면, 그때 다시 만나지.”
“……고맙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리진 마! 사내놈의 기다림은 별로 바라지 않는다.”
그라시안은 클클 웃다가 그 말을 끝으로 공간 속에 녹아 사라졌다.
유진은 여러모로 사람들의 기대를 받는 위치에 섰다.
광마와 더불어 그라시안의 복수까지 부탁받았으니까.
‘어쨌든, 태양신교를 쓸어버리면 되는 거야.’
화아악…….
유진과 더불어, 바닥에 쓰러져 있던 리안 지플도 빛무리에 잠기며 모습을 감췄다.
* * *
순백의 공간에서 탈출한 후, 유진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건 혼란스러운 장내였다.
키메라들로 변한 흑지의 마법사들과 유니온의 무력대가 부딪치는 중.
유진은 사각뿔 위에서 점프하여 지상으로 내려와 전황을 살펴보았다.
누구보다도 라울러의 활약이 가장 커 보였다.
쾅! 콰광!
라울러는 어느새 8성 초입의 벽을 깨부쉈는지 전보다 확연히 진해진 오러로 9성 초입의 키메라 하나를 두들기고 있었다.
와류를 이용한 창격 하나하나가 수준급이었다. 레나에게서 기술을 잘 배운 듯했다.
덕분에 오히려 무력대가 흑지의 마법사들을 압도하는 중.
‘라울러도 제힘을 완전히 깨달았구나.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어.’
에솔은 자리에 없는 걸 보니, 유진이 명령한 대로 적들의 관심을 잘 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때.
“으아아아아아!!”
네 개의 통로 중 서쪽 통로에서 마침 에솔이 비명을 지르며 나타났다.
“에, 에솔……!”
“뒤에……!”
한창 싸움을 잇던 유니온 무력대원들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키메라 네 마리가 에솔의 뒤를 쫓아 나타난 것이다.
“빌어먹을……!”
“네 마리를 어떻게 처리해, 젠장!”
라울러 덕분에 곤죽이 된 키메라 한 마리를 차치하고서라도, 멀쩡히 뛰어다니는 네 마리의 키메라까지 상대하기엔 유니온 무력대의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때 유진이 있어야 하…… 으응? 헉!”
발타르가 중얼거리다가, 어느새 바로 옆에 서 있는 유진을 발견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유진은 말없이 쿠란의 검을 꺼냈다.
그리고 검을 허공에 세로로 긋자.
지이잉!
그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말이 흘러나왔다.
<제1 결전기, 쇄천(碎天), 종(縱)>
유진의 검로에 따라, 키메라의 머리 위에 작은 오러의 구체가 생성되더니 그대로 키메라의 머리통과 몸통에 고밀도의 검기를 쏘아냈다.
쿠릉!
라울러에게 당해 그로기 상태이던 키메라는 검기에 찢겨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절명했다.
이어 벨라룬을 포함한 나머지 다섯 마리의 키메라도 온몸에서 피를 뿜으며 그 자리에서 우뚝 굳어버렸다.
-오오오! 광마에게 배운 검술인가! 한데, 검술보다는 마법에 더 가까워 보이는데?
「아니야……. 분명 오러를 이용하고 있어. 근데 어떻게 이 정도 위력이!」
한창 놈에게 창을 휘두르던 라울러도 놀란 듯 눈을 번쩍 뜨며 뒤돌아보았다.
“유진, 언제 나왔……?”
“놈들에게서 떨어져 있어.”
이 동작들은 모두 광마에게 전달받은 기억이었기에 의식적이라기보다는 몸이 먼저 움직이는 듯했다.
유진은 곧바로 한 번 더 검을 휘둘렀다.
<제1 결전기, 쇄천(碎天), 횡(橫)>
이번에는 세로가 아닌 가로로 빠르게 긋는다.
그어진 검의 궤적을 따라 조금 전보다 더 강한 검기가 치솟아 나왔다.
쿠르릉!
살짝만 닿아도 살이 그대로 썰릴 정도로 강력한 검기가 놈들의 몸을 강타했고, 키메라들은 벽으로 세게 튕겨 나가버렸다.
유진의 등장으로 잠시간 휴식을 취하던 무력대원들이 감탄을 흘렸다.
“그 사이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오러가 저런 식으로도 움직일 수 있어? 마법인가?”
“아니, 저거 마법이 아니라 오러로 구현된 검기인 것 같은데? 근데 그게 가능한가……?”
“역사서에서 한 번 본 것 같아. 그런 종류의 오러가 있다고.”
마지막으로 유진이 쿠란의 검을 허공에 찔렀다.
<제1 결전기, 쇄천(碎天), 충(衝)>
쉭!
검 끝에 검게 일렁이는 구체가 생기더니, 짙은 검정이 뒤섞인 황금빛 검기의 줄기가 뻗어져 나와 키메라들의 머리통으로 향했다.
콰드득!
일직선으로 쏘아진 검기는 실로 어마어마한 압력으로 공기를 갈라 놈들의 머리에 안착하더니, 그대로 뚫어버렸다.
살갗과 뼈가 닿는 족족 갈라지고 찢어진다.
그렇게.
그어어어…….
키메라들은 자리에 쓰러지며 모두 숨을 거두었다.
광마에게서 전수한 룬□□ 검술 결전기의 위력이었다.
일단락된 상황을 확인한 유진이 호흡을 고르는 사이.
“유진, 뭐야 방금??”
“그, 막, 검기가……! 도대체 어떻게?”
순간 정적이 된 공간을 뚫고 무력대원들의 의문사가 터져 나왔다.
유진은 그저 씨익 웃었다.
그라시안이 마련해 놓은 공간에서 광마를 만났고, 그에게서 검술 하나를 전수하였단 말은 당연히도 할 수 없었으니까.
-허, 방금은 정말…… 충격이군.
「역시 화룡의 계약자답군. 크하하하!」
그렇게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던 차.
“으음…….”
쓰러져 있던 리안이 천천히 일어나 유진을 올려다보았다.
“…….”
“…….”
둘은 서로를 말없이 쳐다보다, 리안이 먼저 소스라치게 놀라며 제 완드를 찾았다.
“적탑!! 이 자식을 죽여라! 이 녀석이 그라시안의 보물을 가지고 있다! 내, 내 완드가 어디, 제기랄! 어디에……!”
적탑의 마법사 둘은 사각뿔 아래로 떨어진 이후 정신을 잃고 여전히 쓰러져 있었다.
유진이 안주머니에서 리안의 완드를 꺼내 보였다.
“이걸 찾나.”
“네, 네놈! 당장 그걸-”
“리안 지플!”
그러던 차, 유진이 버럭 소리쳤다.
“!”
“지금 너와 나는 싸워야 할 관계가 아니다. 힘을 모아야 하는 때야!”
“그게 무슨 말이냐……!”
유진이 검을 들어 한쪽 벽면을 등지고 정신 잃은 척하고 있던 키메라 벨라룬을 가리켰다.
그러자 벨라룬이 천천히 일어나며 웃었다.
“앗, 어떻게 딱 알고 계셨죠? 효효효! 민망하군요.”
리안이 미간을 강하게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저 웃음소리는, 흑탑주다. 흑탑주가 틀림없어.”
흑탑주 파넬로.
그가 어느새 벨라룬의 몸에 녹아들어 전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상황을 관찰하던 유진이 추측했다.
‘아마 벨라룬이 흡수한 흑혼구라는 것에 흑탑주의 영혼이 일부 들어있었겠지. 생과 사를 마음대로 넘나드는 녀석들이 흑탑 놈들이니 죽은 벨라룬의 몸을 이용한 거야.’
어느새 왼팔이 생겨난 벨라룬, 아니 흑탑주의 영혼을 머금은 벨라룬의 몸이 움직였다. 왼손을 들어 리안을 향해 겨눈다.
“흑탑주여! 지금 뭐 하자는……!”
“곱게 죽으세요, 버러지.”
치잉!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
쏘아진 흑색의 광선은 그대로 리안의 왼쪽 흉부를 지나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헉……!”
리안의 눈이 커다랗게 부릅떠졌다.
아무리 적탑과 흑탑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아군은 아군.
동료 의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흑탑의 마법사들은 물론 흑탑주도 적탑을 도와 유진 일행을 공격해야 옳았다.
한데, 흑탑주는 되려 적탑, 그것도 적탑주가 가장 아끼는 수제자를 공격했다.
“흑, 탑주…… 이, 개, 자식…….”
리안 지플은 그렇게 눈을 감았다.
어떻게 생각해도 의아한 상황.
무력대원들이 유진을 중심으로 병장기를 쳐들고 다시금 오러를 끌어올려 방어 태세를 갖췄다. 언제 흑탑주가 공격해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효효효!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이 벨라룬 녀석의 몸은 이미 모두 훼손돼서 더 공격할 힘도 없답니다. 끌어다 쓸 기운이 없어요.”
챙!
하나,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유진이 여차하면 벨라룬를 가루로 만들 생각으로 오러를 있는 대로 방출했다.
‘흑탑주, 전생에서 알려진 소문만 들어도 잔혹하기 짝이 없는 광인이었다. 만약 그 당시 마탑 내부에서 내전이 일어나 죽지 않았더라면, 백염의 절반을 죽인 건 광마가 아니라 흑탑주였을 거야.’
흑탑주는 흑지의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강했고, 미친 작자였다.
전사의 요람 전대 수장인 크락탄을 납치해 괴물로 만들어 버리고.
9성 초입 수준의 키메라 군대를 떡 주무르듯 쉽사리 만들어낼 수 있는 점만 보아도 흑탑주의 능력은 가히 상상 이상이었다.
그랬기에 유진마저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경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쯧! 왜 사람이 하는 말을 못 믿고 그래요? 에잉.”
흑탑주가 벨라룬의 죽은 얼굴을 기괴하게 움직이며 발음했다.
“괜히 내 손으로 저 버러지를 죽이게 만들고…… 뭐, 유진 로베르 경이 위험한 인물이라는 걸 알았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하나.”
벨라룬의 눈동자만 도로록 돌아가 유진을 응시했다.
“다음에 보자구요, 잘생긴 기사님! 효효효효!”
기괴하게 웃던 흑탑주는 손가락을 튕기더니, 그대로 한 줌의 핏물이 되었다.
유진은 그 즉시 숨이 멎은 리안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흑탑주가 사라지고 긴장이 풀린 무력대원들이 입을 열었다.
“유진! 뭐 하는 거야?!”
“적탑 마법사를 왜 치료해? 이미 죽은 거 아니야?”
모두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리안의 심장은 멀쩡했다. 흑탑주가 리안을 공격하던 순간, 유진이 쿠란의 검에 녹아든 마력 저항 속성을 발휘해 궤적을 약간 틀었기 때문.
“일단 치료해야 해. 군말 말고 내 말에 따라. 나가는 길을 터줘.”
“알겠다!”
이들을 살려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유진의 말에 무력대원들이 곧바로 길을 안내했다.
이제 그의 판단은 의심해서 안 될 성역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뒤였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