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화(2/320)
“응애?”
갑자기 웬 아기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지.’
눈을 감고 있었던 유진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눈꺼풀을 떠냈다.
아니, 떠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눈을 뜨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지 않고 힘겨웠다.
처음에는 독성이 온몸에 퍼졌기 때문에 몸이 굳어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진은 이내 깨달았다.
“으응……애.”
이 아기의 칭얼거리는 소리는 다른 곳이 아닌, 자신의 성대가 울려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말이다.
‘말도 안 돼. 설마.’
“앙으응애. 응애.”
입으로 소리를 내려 해보았지만, 어설픈 웅얼거림만이 입안을 맴돌 뿐이었다.
한참 동안 눈을 뜨는 근육을 찾아내고, 느낀 후에 뜨는 것에 성공.
화악…….
눈꺼풀이 열리자 어슴푸레한 빛이 동공을 비집고 들어왔다.
보이는 건, 고급스러워 보이는 나무로 이루어진 천장.
고개를 돌려보니 사방에는 아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설치된 안전 울타리가 보인다.
팔다리를 움직여 시야 안으로 밀어 넣자, 웬 앙증맞은 손과 발이 보였다.
‘이게…… 이게…… 진짜라고?’
믿을 수 없었지만, 자신이 아기가 되었다는 확실한 사실은 몇 시간이 흐른 뒤에 증명되었다.
끼익-
한 여자가 문을 열고 유진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갈색 머리를 길게 땋은 여자의 모습을 마주한 유진은 이 여자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채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내 이어진 여자의 웃음 섞인 목소리를 듣고 깨달았다.
“아이구, 우리 아들. 벌써 깼어? 이상하다. 쉬야라도 했나?”
유진은 칭얼거리거나 울지도 않고 그저 멍하니 그녀를 응시했다.
여자는, 바로 유진의 어머니인 릴리안이었다.
‘어머니……!’
어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을 잊고 산 지가 10년이 넘었으니 알아보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릴리안은 그런 유진의 얼굴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볼과 볼을 비비며 꼭 안아주었다.
“오늘은 착하네, 우리 아들. 원래 이렇게 조용한 아이가 아니었는데.”
어머니의 온기, 목소리, 미소, 방 안의 향긋한 파우더 냄새까지.
모든 감각이 생생히 느껴지는 것을 확인한 유진은 확실히 깨달았다.
‘……아기 때로 돌아왔다.’
유진은 얼떨떨한 기분임에도 이 상황을 어떻게든 이해해보기로 했다.
꿈도 아니었다.
환상도 아니었다.
유진은 갑자기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회귀 전에는 검술도, 마법도 쓰지 못한다는 열등감이 그를 온통 휘감았었다.
열등감에서 그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유진은 부모님에게 원망 아닌 원망을 하기도 했었다.
빛나는 재능을 뽐내며 어릴 적부터 주목받는 또래 친구들을 보며 그런 감정이 자연스레 든 것이다.
그래서 10살 이후로 부모님과의 관계는 굉장히 멀어졌고, 오로지 책에 파묻혀 살았었다.
하지만 30년 전으로 돌아온 지금, 유진은 부모님에게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아유, 예뻐.”
‘……어머니.’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어머니.
태양신교 2인자로서 모두를 의심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던 유진은 편안히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 * *
깊은 밤, 릴리안이 돌아가고 혼자 방 안에 남은 유진.
가족을 보며 느끼던 따스함은 잠시였고.
유진은 잠에서 깨어 현실을 인지하였고, 회귀(回歸)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광마, 그 양반이 마지막에 내 손을 잡은 것까지는 기억이 나.’
그 뒤로 눈을 뜨니 돌연 30년 전으로 돌아왔으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명확히 납득되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죽기 직전 넘어왔던 광마의 기운, 그게 원인이야.’
광마가 왜 자신에게 기운을 넘겼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유진은 다시 돌아온 이 삶 동안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할지를 생각했다.
‘나를 배신하고 죽였던 태양신교의 교황, 그를 넘어선다.’
항상 2인자에 머물렀던 유진은 자신이 전생에 어쩌다 그런 결말을 맞이했는지 잘 알았다.
만족하지 않아야 했다.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은 버려야 했다.
완전한 정상.
그 이상에 올라서야 전생과 같은 비극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걸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으니.
‘두 번 죽을 수는 없지.’
다시는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울까?
완전 기억이라는 비범한 재능, 그리고 이를 활용할 명석한 두뇌.
대륙을 정복했던 태양신교의 2인자 자리까지 오른 업적은 범인들에게는 꿈에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생에 유진은 그 이상을 이루어내야 했다.
‘머리만으로는 부족했어. 결국 무력도 필요하다.’
얇은 유리 같던 자신의 몸을 고치기 위해, 태양신교라는 배경을 이용해 구했던 모든 연공서를 훑었지만 마땅한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 때부터 체질을 개선한다면…….’
흔히들 갓 태어난 아기는 노폐물이 쌓이기 전의 순수한 상태라고 한다.
그러니 지금의 유진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유진은 한 줄기 가능성을 가지고 자신의 몸을 관조했다.
그런데.
뭔가가 달라졌음이 느껴졌다.
‘마나 회로가 망가져 있지 않잖아?’
태생적으로 유진은 온몸의 마나 회로가 끊어져 있어 오러나 마력이 움직일 수 있는 길 자체가 없다고 들었다.
이로 인해 평생 잔병치레를 하고 살 수밖에 없었다.
하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태였다.
‘회귀하면서 뭔가가 바뀐 건가? 혹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가?’
유진의 고운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완전기억을 가졌다곤 하지만 아직 유진의 의식이 형성되기 전, 대략 한두 살의 기억들은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기억의 기억이 빈 곳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한다면, 유진도 알 방법은 딱히 없었다.
우선 지금 중요한 점은, 오러와 마력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태양신교와 흑지 반란군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무렵.
태양신교는 반란군의 선봉에 선 광마에 대항하기 위해 태양신교 내에 보관하고 있던 모든 연공법을 집대성한 하나의 연공법을 만들게 된다.
개중에는 태양신교에 의해 멸망한 창술 명가가 마련했다던 심법서도 있었고, 화속성 마법의 대가가 집필했다던 고서도 있었다.
심지어는 9성급 기사가 홀로 구축해 놓은 전설의 검술을 그의 제자가 옆에서 본 그대로 옮겨놓았다던 비급도 있었다.
전부 다 범인이라면 표지조차도 구경하지 못할 정도로 귀중한 서적들이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연공법이 바로 성화(星火)였다.
성화를 익힌 101명의 태양신교의 정예 기사단, 백염은 광마를 제압할 수 있었다.
이 연공법을 만들 때 유진 또한 천재성을 인정받아 제작에 참여했었다.
정확히는, 유진이 성화의 기초를 만들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사실상 그가 만들었다고 해도 무방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익히고 싶은 건 따로 있지.’
묵광(默光).
‘성화’에서 유진이 더욱 발전시킨 연공법이었다.
유진은 성화를 만들고도 뭔가 빠졌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태양신을 본떠 만든 연공법, 성화는 결국 오러만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의 기술일 뿐이야. 태양신교 경전을 보면 태양신은 오러와 마법을 같이 썼다고들 하던데…….’
자연의 마나를 이용해 기사는 단전에 오러홀을, 마법사는 심장에 서클을 만든다.
오러와 마력을 동시에 익히는 것은 자살 행위라는 게 정설.
하나. 유진은 달랐다.
이 대전제를 뒤엎고자 한 것이다.
물론, 만들어놓고도 정작 유진은 사용할 수 없었다.
이미 오러홀이 단단하게 굳었으며 마나 회로가 가닥가닥 끊어져 있었기 때문.
하지만 지금이라면?
‘성화만 익혀도 어느 정도의 성장은 보장되겠지. 하지만 부족해. 난 더 위로 갈 거다.’
묵광은 오러와 마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성공한다면 유진은 대륙 최초의 ‘마검사’가 된다는 뜻과 동일하다.
게다가 묵광은 추가적인 효과들이 있었다.
1성의 효과는 오러와 마력에 민감해지도록 체질을 바꾸는 것.
‘예상대로라면 2성, 3성…… 올라갈수록 새로운 능력이 생길 거야.’
유진이 곧장 단전에 오러의 싹을 틔우고 심장에 마력을 한데 모았다.
우우웅…….
워낙 소량의 기운들이라 오히려 통제하기가 까다로웠다.
아주 가느다란 실을 두 손가락으로 한 번에 집어야 하는 듯한 느낌.
하나, 어떻게든 시도하고 움직였다.
이제 막 기운에 감을 잡으려는 순간.
훈련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땀내 가득한 팔이 유진을 안아 들었다.
“여보, 유진은 정말 특별한 것 같아요. 보통 아기 때는 칭얼거리기 바쁘다는데.”
“그러게 말이오.”
릴리안은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딸랑이를 흔들고 있었고 유진은 이에 맞춰서 미소를 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웃었더니 완전 중독되셨군.’
아기라면 응당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는 유진을 보며 릴리안의 걱정 어린 표정을 보고 한번 응해줬던 것이 문제였다.
릴리안은 그 이후로 유진만 보면 딸랑이를 흔들기 바빴다.
딸랑이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수십 가지는 되는 것 같았다.
‘태양신교에서 익힌 포교용 미소가 여기서 빛을 볼 줄이야.’
유진의 속내는 알지 못한 채 릴리안과 리처드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릴리안, 몬스터 토벌은 언제가 될 것 같소?”
“아마도 일주일 뒤에 병력을 이끌고 가야겠어요. 영지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어요.”
“알겠소. 그때까지 기사단장에게 말해놓겠소.”
‘어머니가 출장을 나간다고?’
유진의 가문은 다른 가문과는 독특한 점이 많았다.
북부 검술 명가의 자손인 어머니는 무려 8성급의 기사였고 아버지는 무재라고는 아예 없는 상인이었다.
이러한 결혼은 북부와 남부를 흔드는 스캔들이었고 지금은 남부에서 소문난 잉꼬부부로 유명했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출장을 가시는 기간, 그때가 기회겠어.’
유진은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면서도 딸랑이를 향해 웃고 있었다.
* * *
릴리안이 출장을 나간 그 날부터 유진의 묵광 만들기에는 추진력이 붙었다.
‘좋아, 이젠 조금만 더 버티면…….’
혈액이 단전에 미친 듯이 쏠리고, 심장 근처에 나풀거리던 마력이 단전 쪽으로 힘겹게 옮겨갔다.
길고 긴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결국.
유진의 계획대로 단전에 서클이 만들어지는 순간, 유진은 마치 몸이 터지는 듯한 충격을 받아야 했다.
퍽……!
“끅…….”
비명도 지르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단전에는 콩알만 한 구체, 오러홀이 생겼고 이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서클이 생긴 것이다.
하얀빛이 뭉쳐 이글거리고, 파란빛의 고리가 일정한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회전하는 모양새.
오러홀와 서클의 융합체, 아톰(Atom)이 현실화한 순간이었다.
유진이 아톰을 시험해 보았다.
단전에 오러를 응축시키는 것 같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심장에 마나를 응축시키는 것도 아니다.
동시였다.
날카로운 느낌의 오러와 부드러운 감각의 마력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그러자.
우우웅……!
하얀빛의 오러가 푸른빛의 마력이 함께 섞이면서 오묘한 빛을 발했다.
오러와 마력이 자유자재로 변환되는 것은 기본이었고.
아톰은 오러나 마력을 사용할 때 적게는 2배, 많으면 10배까지 더 강력한 위력을 내뿜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쉽게 말해 에너지 효율이 훨씬 좋은 엔진이라고 보면 되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사실. 아톰은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마나 기관이었다.
설령 태양신교의 교황이나 광마가 오더라도 유진이 특별한 마나 기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없을 것이다.
“후잉…….”
유진이 새된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단전이 얼얼하긴 했지만, 뿌듯한 기분이 앞섰다.
마음 같아서는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웬 한밤중에 거사가 이루어진 셈이었으니 말이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꺄륵!”
만약 유진이 직접 연공법을 익혀본 적이 있다면 이런 미친 시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러홀와 마력 서클은 잘못 건드렸다가는 충돌을 일으켜 자칫하면 죽음에 다다를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수많은 연공법을 눈으로만 익혔기에 이루어진 상상력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대륙 최초의 마검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