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0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01화(201/320)
“나는 물론이고, 우리 유니온 대원들은 너한테 악감정 없다. 그때 뺨 때린 건 미안한데 그건 발타르가 사과할 거야.”
“……방금 뒤통수도 맞았다.”
“그래. 제인스가 사과할 거야. 우리는 지금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고. 흑탑이라는 공통의 적을 두고 있으니까.”
“흑탑……!”
입술을 짓씹으며 분기를 드러내던 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일시적 동맹 관계라고 보면 되겠나?”
“그런 셈이지. 어쨌든, 동맹이니 내가 의견 하나 낸다.”
유진이 흑지가 위치한 동쪽을 가리켰다.
“내가 널 흑지로 다시 보내줄게. 안전은 걱정하지 말고.”
“……좋다.”
“다만.”
“뭐냐?”
리안이 유진을 미심쩍은 눈으로 올려다보든 말든, 유진은 덧붙였다.
“나랑 같이 가야 해. 나를 마탑 지역으로 안내해. 네 스승인 적탑주랑 이야기 좀 하게.”
리안과 더불어 양옆에 있던 적탑의 마법사들이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뭐라고?”
“네가 왜 마탑 지역에,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미친 거냐?”
제인스가 녀석들의 머리통을 한 대씩 더 갈기려는 걸 유진이 말리고는 대답했다.
“내가 말했지. 우리의 적은 흑탑 하나라고.”
“그런데?”
“뭘 그런데야. 흑탑에 대항하려면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니까. 그러려면 너희 탑주들이랑 안면을 터놔야 할 것 아니야.”
“우리가 너를 어떻게 믿고……!”
“그래. 흑탑이 무너지고 나면 흑지의 전투력이 약해질 테니 교지가 그 틈을 노리고 너희 땅을 밀고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잘 알겠다. 그러니 맹세한다.”
그가 손바닥 위에 푸른색의 종이 하나를 띄웠다.
“진실의 양피지에 약속하지.”
진실의 양피지.
마법사들만 소환할 수 있는 일종의 맹세 마법으로.
이 종이를 소환한 뒤 말하는 모든 것에 거짓이 하나라도 있으면 해당 마법사는 써클이 터져 망가진다.
이는 7성급 이상의 마법사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겉보기와는 다르게 제법 고난도의 마법이었다.
“……!”
“어, 어떻게……!”
적탑의 마법사들은 화들짝 놀라 유진을 올려다보았다.
“너, 너! 기사가 아니었더냐? 아니, 분명히 오러를 쓰는 걸 보았는데?”
“마법사였다고? 우리 마탑에서 본 적 없는 놈인데? 네놈 누구냐!”
설마 유진이 마검사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녀석들은 기겁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었기에, 유진은 깔끔하게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나는 적탑에게 먼저 공격받지 않는 이상, 순수히 흑탑에 대항하기 위해 적탑의 마법사들을 돕는다. 그리고 이후 나는 마탑 지역, 특히 적탑에 함부로 침범하여 전쟁을 일으키거나 적탑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맹세한다.”
화아악.
진실의 양피지가 유진의 진심을 알아주듯 푸른색으로 빛났다. 거짓이 섞여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리안과 적탑의 두 마법사는 아직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너, 뭔가 아티팩트를 쓴 거냐? 우리를 속이려고 환상 같은-”
“참 답답하네. 내가 8, 9성씩이나 되는 마탑 마법사들 상대로 그런 술수가 통할 거라고 생각하겠어?”
여전히 못 믿는 눈치였기에, 유진이 리안의 왼손에 달린 마력 봉인구를 잠시 해제해주며 이야기했다.
“아니면 너희가 만들어낸 진실의 양피지에 맹세할 테니 마음대로 해.”
끝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은 리안이 곧바로 진실의 양피지를 소환했고, 유진과 마법사들 모두 서로를 해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이상은 없었다.
“……진짜였어.”
리안은 그나마 한시름 덜었다.
적어도 제 앞에 있는 유진이라는 녀석은 불순한 의도가 있는 인물이 아니란 말이었으니까.
다만 이 자가 어떻게 오러와 마력을 모두 쓰는지 의아할 따름이었으나.
“이제 더 이상 내 정체에 대해서는 묻지 마라. 이 정도 예의는 지켜주겠지.”
유진이 선수를 치는 바람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근데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 같은 마탑 소속인 흑탑은 왜 적탑을 적으로 둔 걸까.”
리안이 잠시 멈칫했다.
“그건.”
“적국인 교지의 군대를 겨냥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어째서 적탑까지 묶어서 담그려는 걸까.”
“그건 말할 수 없다. 우리 마탑 내부 사정일뿐더러, 굳이 내가 말해야 할 이유가 없어.”
사실 그렇게 중요한 점은 아니었기에 유진은 툭, 말했다.
“뭐. 같은 마탑이라고는 해도 사이는 안 좋을 수 있으니까.”
“……마음대로 생각해라. 그럼 이제 흑지로 어서 출발을-”
“근데 말이야.”
유진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동맹 관계라고는 하지만, 뭔가 서로 오가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 너무 나만 너희들한테 퍼주는 느낌인데.”
유진이 말을 이었다.
“죽이지도 않고 살려줘, 적국의 사람들인데도 치료도 다 해줘, 어디 팔아먹지도 않고 병실에 모셔줘, 이제는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네.”
“…….”
“나한테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적탑의 마법사들이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고맙다.”
“……고마우니, 이제 이 마력 봉인구 좀 해제-”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고마운 건 당연한 거고, 마력 봉인구는 유니온을 벗어나서 접경지까지 가서 해제해 줄 거야. 너희들이 우리를 해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도망가지 않겠다고는 맹세하지 않았으니까.”
리안이 물었다.
“뭘 원하는 거지.”
“아티팩트가 필요하다. 공간계열의 아티팩트.”
“구체적으로 어떤.”
뒤이은 유진의 설명을 들은 리안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라면, 시도해보겠다.”
“시도로는 안 돼. 무조건 받아야 해.”
“알겠다고, 알겠어. 확실한 걸 좋아하는 건 좋군.”
“그래. 이 정도면 동맹으로서 거래 성사인가? 아니면 아직도 그 불신에 가득 찬 눈초리로 날 볼 건가?”
계속해서 의심하는 적탑의 마법사들에게 유진은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리안은 유진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녀석은 나조차도 이긴 고성급의 기사다. 그리고 유니온에서는 대장의 위치에 있고, 펜첼에서는 소가주의 자리에 앉아 있어.’
그렇다면 적어도 뒤통수를 치고 달아날 야비한 인물은 아닐 터.
게다가 진실의 양피지까지 펼쳐 맹세한 바가 있었다.
그제야 리안이 표정을 풀었다.
“……미안하군. 아무래도 장소가 장소인지라.”
이곳은 교지이자, 흑지의 마법사들의 입장에서는 적국의 땅이었다.
그런 만큼 언제라도 무슨 꼴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기에 이토록 날을 세우는 것이었다.
유진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한다. 내가 흑지에 있었다고 해도 그렇게 반응했을 거야. 함께 할 거냐?”
유진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리안이 피식 웃었다.
“네게는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있군.”
“어떤 힘?”
“사람을 이끄는 힘 말이야. 분명 적이지만, 아군처럼 느끼게 하는 힘이 있어.”
이에 유진의 왼쪽 어깨에 누워 가만히 듣고 있던 지크가 반응했다.
「호오, 신앙의 불빛이 조금 커졌습니다. 이 자가 정말로 계약자님을 믿는 모양입니다.」
‘잘된 일이군. 기분 좋네.’
적이었던 사람이 아군으로 변한 것이다.
리안이 유진의 손을 맞잡으며 옅게 웃었다.
“비록 스승님과 동료들의 인정을 받기엔 글렀지만, 살아남은 걸로 만족해야겠지.”
유진도 마주 웃었다.
“멸살옥 얘기를 하는 건가.”
“그래. 내 역할이 네가 가져간 그 보물을 가져오는 거였는데, 실패했으니.”
“내가 말했잖아.”
리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얼?”
“받은 건 돌려준다고. 적탑에 가면 내가 멸살옥을 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믿기지 않는 말이었으나, 리안은 유진의 말에 동했다.
“정말인가?”
* * *
유니온에 따로 마련된 아이칸의 공방.
아이칸이 진땀을 뻘뻘 흘리며 한창 무언가를 만들던 중, 제인스에게서 손거울을 받아들었다.
“이게 무엇이냐? 웬 거울? 내 몰골이 그렇게 안 좋더냐?”
“아니 그게 아니라, 유진이 아이칸님에게 가져다주라고 했습니다. 그나저나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아름답긴, 너도 그 녀석을 닮아서 뻔뻔해졌구나.”
아이칸은 무심코 내려다본 손거울의 반사면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이, 이건 무슨……!”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마력이 손거울 안에서 느껴졌다.
이 정도 마력이라면, 웬만한 7성 마법사가 각성하여 8성에 이를 정도였다.
비록 거울이 깨져있었기에 이 웅혼한 마력을 곧바로 빼내어 정제하거나, 흡수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유진이 뭐라고 하더냐? 이걸 고쳐달라고 한 게지?”
“네, 맞습니다. 깨진 부분만 말끔히 수리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녀석은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후후.”
아이칸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수리하는 데에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이런 아티팩트를 손보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야. 게다가 녀석도 나를 믿기에 이런 대단한 물건을 맡긴 거지.’
아이칸은 흥건히 젖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해맑게 웃었다. 그녀는 자부심을 느꼈다.
“유진에게 전해주어라. 나를 믿어줘서 고맙다고.”
“예? 아, 예…….”
제인스는 돌아서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믿는다기보다는 그냥, 어디 수리 업체에 맡기는 느낌이었는데…….’
* * *
태양신교의 교황실.
교황 테오스는 뒷짐을 진 채 토마스의 얼굴 바로 앞에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실패했다 하였나?”
“……그렇습니다. 송구하옵니다, 교황이시여.”
테오스는 클클 웃었다.
“전임자의 일 처리가 못 미더워 상급자를 데려다 썼더니, 상급자도 영 시원찮군.”
“송구하옵…….”
뿌드득!
돌연, 토마스의 왼손 손가락이 손등에 닿았다.
“크아악……!”
“송구해서는 안 될 문제였다. 토마스. 고독을 만드는 데에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안다면 말이야.”
“저, 저의 실수……!”
“실수를 해서는 안 될 문제였다니까?”
뿌드드득!
토마스의 오른손마저 완전히 박살 났다.
“크아아악! 교, 교황이시여! 잠시……!”
쉬익!
테오스가 가볍게 혀를 차며 토마스를 염동력(念動力)으로 공중에 띄웠다.
토마스가 대롱대롱 떠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쿠웅!
교황은 토마스를 대리석 바닥에 그대로 메다꽂았다.
대리석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기며, 토마스의 머리에서 피분수가 솟구쳤다.
“커헉…….”
자리에 쓰러진 그가 피가래를 토해내며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제롬, 그자도 요즘 이상하게 연락을 피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구는데, 인체 개조까지 해준 에솔, 그 버러지까지 성가시게 하니…….”
쯧.
“이렇게 지지부진해서 우리 태양신교가 도대체 언제 ‘그것’, 아니, 혼돈을 어떻게 가질 수 있겠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9성급의 기사인 토마스마저도 저항할 수 없을 만큼의 힘.
그것이 교황 테오스의 저력이었다.
“썩 꺼져라.”
토마스는 일어날 힘도 없어, 엉금엉금 기어서 밖으로 나섰다.
그때였다.
“성가신 소식이 하나 더 있는데, 나중에 올 걸 그랬군.”
또 다른 교황.
흑색 교황이 처음으로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