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02)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02화(202/320)
“기록의 탑에서 또 우리를 지우려 시도 중인 것 같더군.”
“뭐?”
백색 교황, 테오스가 눈을 치켜떴다.
“뭐가 어떻게 됐는데? 무엇이 사라졌어?”
“뭐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우리에 대해 알게 된 이가 늘었다. 암□마□□였던 글자가 암□마□회로 복구되고, 우리가 지우려 했던 룬□□도 서서히 복구되고 있어.”
“……이러다가 그 잡종 놈들이 다시 살아 돌아오기라도 하면.”
흑교황이 답답하단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 빨리 혼돈을 찾아야 한다니까! 유진을 강제로 잡아 오든, 포섭하든, 다른 놈들이 가져가지 못하게 아예 죽여 없애든 뭐 하나는 해야 해!”
“그래서 하고 있잖나!”
그에 백교황도 버럭 소리쳤다.
직전까지 임무에 실패한 토마스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이제 흑교황까지 어떻게든 해보라며 보채고 있으니.
백교황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좋다. 마지막으로 유진을 포섭해보려 시도하고, 안 되면 그땐 네 뜻대로 해라.”
흑교황이 백교황을 강하게 노려보다가-
“그 말, 반드시 지켜라.”
이내 몸을 돌려 어떤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 * *
유진과 리안은 따로 회의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흑지로 데려다주는 건 내 선에서 처리할 수 있어. 다만 문제는…….”
“문제는 마탑 지역에 어떻게 들어가느냐지.”
유진과 리안이 고민에 잠겼다.
흑지로 넘어가는 건 청탑의 지원을 받아 조용히 넘어간다고 쳐도, 마탑의 권역은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리안의 말에 따르면 마탑 지역의 출입은 다소 까다로운 편인데, 들어가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이 일치해야 했다.
이전에 나갔던 사람만이 다시 마탑의 권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즉, 외부인의 출입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리안이 멀쩡한 제 얼굴로 마탑 지역에 들어갔다가는, 흑탑이 살수를 보낼 수도 있었기에 유진과 리안은 마탑 지역에 몰래 들어가야 했다.
리안이 말했다.
“사실, 경비가 상주하고 있는 정문이 아니라 마탑 결계의 빈틈, 작은 틈새로 출입할 수 있긴 한데.”
“너는 그 작은 틈새가 어딘지 알려주기 껄끄러운 거잖아?”
“……그렇지.”
마탑의 비밀 출입구까지 알려주는 건 리안 입장에서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다.
아직 리안은 유진을 완벽히 믿지 않았다. 둘이 언제까지 협력관계로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아무리 맹세했다 하더라도 적은 적이니까.
유진이 손을 내저었다.
“됐어. 그런 거 안 알려줘도 돼. 민감한 정보는 서로 알아서 감추자고.”
리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건 어떤가? 어차피 청탑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지 않았나? 마탑 지역에 들어가기 전에, 청탑의 마법사를 미리 나오게 한 뒤에 우리가 그 마법사들로 위장해서 들어가는 거야. 다만.”
“그 마법사들의 얼굴과 모양새를 똑같이 흉내 내야 한다는 게 문제라는 거지?”
“그래. 나야 외모 변장은 가능하지만, 너는…….”
과연 9성 마법사의 위엄인 걸까.
하나, 유진도 외양을 꾸미는 거야 어렵지 않았다.
“그건 나도 가능.”
그에게는 미스릴 가면이 있기 때문.
태양신교의 비밀 공간에 침투할 때 고드릭의 모습으로 변신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모습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
“으응? 어떻게? 외양 변신 마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민감한 정보는 서로 감추자고 했잖아.”
“……그래.”
말을 하던 리안이 돌연 헛웃음을 흘렸다.
“근데, 도대체 언제 청탑이 펜첼의 편이 되었나?”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것도 민감한 정보.”
“허, 이러고도 동맹이 맞나?”
“너희 적탑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맹세까지 했잖아.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은 속내를 알려준 거 아닌가?”
“그렇기야 한데…….”
리안이 구시렁거리는 동안, 유진이 오랜만에 수정구슬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줄리아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었다.
* * *
줄리아는 수정구슬을 덮으며 활짝 미소 지었다.
방금까지 유진과 통화를 하다가 대화를 마친 참이었다.
“하아, 진짜, 목소리 너무 좋아.”
통신하는 내내 티 내지는 않았지만, 유진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기록마법을 통해 여태 유진이 무얼 하나 엿보려 무수한 노력을 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그만큼 기록마법은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웬걸, 갑자기 유진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으니.
줄리아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하음~ 그런데 좀 곤란한걸…….”
유진이 그녀에게 부탁한 것은, 흑지의 마탑 지역으로 출입하기 위해 두 명 정도의 청탑 마법사를 섭외해 달라는 것이었다.
줄리아는 유진에게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정을 모두 듣고 수긍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유진이 흑탑과 엮이진 않겠지…….”
일전에 줄리아는 기록마법으로 흑탑주와 청탑주 사이의 대화를 훔쳐보다가 흑탑주에게 들킬 뻔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느꼈던 그 어마어마한 공포심은 줄리아의 뇌리에 똑똑히 심어졌고, 흑탑주를 두려워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렌즈 너머로 느끼기에도, 흑탑주는 잔혹하리만치 커다란 힘을 가진 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작자와 유진이 얽힌다면…….
‘아무리 유진이라고 해도 승부는 장담할 수 없어.’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진의 뜻은 확고했으니.
줄리아가 새된 한숨을 내쉬며 수정구슬에 대고 말했다.
“‘진’이랑, ‘베르안’ 좀 올라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 * *
유진은 제이드와 더불어 유니온의 중역, 그리고 어머니인 릴리안에게 흑지행을 전했다.
그 소식을 들은 릴리안은 가주전에 있는 제이드를 급히 찾아왔다.
“아버지,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유진이 마그노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흑지라니요.”
릴리안과 화해한 이후, 제이드는 릴리안을 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표정으로 대했다.
“아들이 걱정되느냐.”
“걱정되죠! 아무리 유진이 성취가 빠르고 9성 기사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녀석도 사람이잖아요.”
“그렇지. 나도 알고 있다.”
“게다가 적탑의 마법사와 함께, 단둘이 흑지로 간다니…….”
릴리안은 다른 건 몰라도 흑지의 인물, 그것도 적탑의 고성급 마법사와 함께 간다는 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
하나 제이드는 유진과 리안의 흑지행을 허락했다.
“지금이라도 유진을 말려야……!”
“딸아.”
제이드가 은은한 미소를 띠고는 말을 이었다.
“유진과 같은 녀석은 흔치 않다. 너도 알고 있겠지?”
“네, 알고 있죠! 그러니 훈련을 더 해 실력을 기르고, 더 성숙해졌을 때 흑지와 접촉해야-”
“네 말대로다.”
그가 회상에 잠긴 듯 시선을 허공에 던졌다.
“10살 즈음, 그 어린 녀석이 처음 펜첼에 들어와 사자의 시험을 보던 때가 떠오르는군.”
“……그랬죠.”
“나는 그때의 유진을 보면서 이미 확신했었다.”
“무얼요?”
“언젠가 녀석은 나를 넘어설 거란 것을.”
“……!”
제이드가 이런 말을 하다니.
태양신교에 대항했음에도 지지 않은 유일하고도 콧대 높은 인물, 북벽 제이드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그 말은 유진은 나보다도 더 현명한 판단을 하고, 더 강한 힘으로, 더 대단한 업적을 이룰 것이란 말과 같지.”
“……하지만.”
제이드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나도 가정해 보았다. 내가 만약 17살에 펜첼의 소가주이자, 9성에 이른 천재였다면 나는 믿을 수 없는적국의 마법사와 함께 적국에 들어가 적들과 수교를 맺고 올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릴리안은 제이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눈치챘다.
“아버지…….”
“나는 그러지 못했을 것 같더구나.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다고는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 목숨을 내놓을 패기와 자신감은 없었을 것 같아.”
제이드가 뒷짐을 지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유진은 나를 넘어설 거라고 했지. 내가 이곳, 높은 층의 건물에 있다면 유진은 저 하늘을 날아가는 새가 될 거야.”
“…….”
“그 아이는 내가 가지지 못한 패기와 자신감을 가졌으니 흑지로의 파견을 제안했던 거겠고, 나는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제이드가 다시 뒤돌아 릴리안에게 다가갔다.
“네가 어린 시절, 검에 미쳐 수련의 산에 들어가 한 달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때가 있었지.”
수련의 산.
교지의 험지 중 하나로, 6, 7성급의 마수들이 들끓는 일종의 던전 중 하나.
몇몇 혈기 왕성한 기사들이 수련을 위해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는 곳이었다.
“……그 당시의 아버지가 지금의 저와 같은 마음이셨나요.”
“네가 돌아왔을 때, 말하진 않았지만…….”
제이드가 릴리안을 꼭 안아주었다.
“내가 얼마나 걱정을 하고, 마음이 타들어 갔는지를 떠나, 네가 대견했다. 너는 강해져서 돌아왔으니까.”
그녀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눈물을 글썽였다.
“딸아, 우리는 유진을 통제할 수 없다. 그저 녀석이 하고자 하는 걸 돕고, 의견을 이야기할 뿐이야. 녀석은 우리보다 현명한 아이니까.”
릴리안의 눈가에서 결국 한 방울 눈물이 떨어졌다.
“알겠어요, 아버지…….”
“네가 그랬던 것처럼, 녀석도 더 강해져서 돌아올 거다.”
그녀는 어미로서 아들이 위험한 곳에 매번 들락거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 통탄스러웠으나, 인정해야 했다.
유진에게는 자신이 추구하는 뜻이 있다.
평범한 삶이 아닌, 계속해서 성장하는 삶.
제이드가 릴리안을 다독여 돌려보내고-
“유진, 나의 판단이 실수가 아니게 해 다오…….”
* * *
흑지와 교지의 접경지대인 해역에서 교지 쪽에 위치한 칼린 항구.
유진과 리안은 소매에 푸른색 띠를 두른 옷을 입고 있었다. 바로 청탑의 의복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은 평소와 완전히 달랐다. 비유가 아니라, 그들은 정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진, 넌 진짜 희한하게 생겼군. 청탑 마법사 중에 이런 녀석이 있었다니.”
“너도 만만치 않거든. 베르안.”
청탑에서 ‘진’과 ‘베르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법사 둘의 얼굴을 흉내 낸 것이다.
유진은 미스릴 가면으로, 리안은 마법을 이용해 외양 변모가 가능했다.
“능력 좋군. 여자애 하나 홀려서 이렇게 돕게 만들고.”
“홀리다니, 날 뭐로 보는 거야.”
줄리아를 말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준비됐으면 출발하지. 근데…….”
리안이 불안한 표정으로 유진을 흘겨보았다.
“정말 제대로 소환할 수 있나? 아이젠시움행 포탈 말이야.”
흑지의 드넓은 마탑 지역을 통틀어 아이젠시움이라 부른다.
청탑의 마탑 지역은 청탑의 아이젠시움. 적탑의 마탑 지역은 적탑의 아이젠시움이라 불리는 것.
유진은 자신이 마검사라는 사실을 밝혔고, 마법 포탈을 소환해 흑지에 안전하게 데려다주겠다고 리안에게 약속했다.
다만 리안은 유진의 마법 실력을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듯했다.
마검사의 존재는 여태 대륙에서 단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오러도 9성인데,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다니. 아니, 오러 수준이 높은 만큼 신체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뛰어나니까 마력을 보유하는 것도 가능한 일인가?’
처음 접하는 사실인 만큼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야, 리안.”
“……나이도 어린 녀석이 반말은.”
“그냥 나 혼자 갈까? 네 마력 봉인구도 그대로 놔두고?”
리안이 못 미더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이 마법 영창을 준비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