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05)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05화(205/320)
그가 도착한 곳은 아이젠시움을 구성하는 적, 흑, 청, 백의 네 마탑주들이 만나 회동하는 공동 마탑으로.
적탑주가 긴급히 소집하여 이루어진 자리였다.
물론 흑탑주는 적탑주가 왜 이 자리를 만들었는지 알고 있었다.
“덜떨어진 적탑주께서 뭐라고 화를 버럭버럭 내실까~”
그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공동 마탑의 꼭대기 층에 들어섰다.
덜컥-
문을 여니 적탑주를 비롯한 청탑주, 백탑주 역시 자리에 앉아 있었다.
“……흑탑주여, 빨리 앉아주시겠소.”
“무슨 일인데 그러지요?”
흑탑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꾸미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나 적탑주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화를 당장이라도 터뜨릴 듯한 얼굴.
청탑주는 아직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지 어리둥절한 눈빛이었고, 백탑주는 늘 그랬듯 기다랗고 하얀 수염을 쓸어내리며 속내를 알 수 없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흑탑주는 백탑주가 신경 쓰이는 듯 흘긋 쳐다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백탑주는 흑탑주의 비기인 흑투안을 통해서도 속내가 엿보이지 않는 기묘한 분위기와 기운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적탑주가 간신히 화를 참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리안이 돌아오고 있지 않습니다.”
“탑주님의 수제자 말입니까?”
“그래요. 나의 아끼는 제자가……!”
“무슨 일로 어딜 간 것인데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입니까?”
청탑주의 질문에 적탑주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그노 던전에 리안과 흑탑의 마법사를 보낸 일부터 그리고 며칠이 지났음에도 리안이 돌아오고 있지 않은 점까지.
“흠, 지금까지 돌아오고 있지 않다니…… 많이 걱정되시겠습니다.”
“이렇게 답답한 적이 또 없습니다. 제가 거기로 리안을 애초에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말을 잇던 적탑주가 잠자코 듣기만 하는 흑탑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흑탑주.”
“예, 말씀하시지요?”
“당신은 왜 아무 말도 않는 겁니까. 당신의 마법사들은 무사히 돌아왔습니까? 그래서 그렇게 평온한 표정인 겁니까?”
흑탑주는 손사래를 쳤다.
“그럴 리가요! 그랬다면 저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청탑주님처럼 영혼 없는 반응, 공감이나 해대고 있었겠지요.”
그 비아냥거리는 말에 청탑주가 반응했다.
“뭐라고?”
“아, 제가 실수를 했나요? 미안해요오. 사실, 저도 저희 마법사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어 아주 걱정되는 참이었습니다.”
“내가 언제 영혼 없는 공감이나 했다고 그러는 겁니까?”
“그냥 제가 느끼기엔 그렇다는 거였습니다. 예민하게 굴지 마시지요. 효효.”
대화의 방향이 이상하게 엇나가는 것을 적탑주가 바로잡았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오늘 이 자리를 만든 이유는 하나입니다. 흑탑주!”
“……소리 지르지 마시고 침착하게 이야기하시지요.”
고함을 들은 흑탑주가 목소리를 눌러 뱉었다. 묘한 분기가 느껴졌다.
적탑주도 움찔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박또박 내뱉었다.
“당신이 굳이 리안 지플을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몇 번이나 거절했음에도 어떻게든 리안을 데려갔고, 결국 이렇게 돌아오지 않는군요.”
“그게 내 탓이라는 건가요? 우리도 우리 마법사들을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그것도 믿을 수 있는 건지……!”
“탓을 하려면 지금 활개 치고 있는 유니온을 탓해야지요. 왜 같은 편인 저에게 자꾸 이러시는 걸까요?”
흑탑주가 적탑주를 직시했다.
“그러고 보면 어찌 된 게, 요즘 다들 저에게 고함치고, 소리 지르는 게 일상이 된 것 같아요. 안 그래요?”
그의 검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러자 소름 끼치는 기운이 바닥을 확 물들이며 뻗어 나갔다.
두근!
청탑주와 적탑주는 본능적인 위기감이 들어 심장이 박동함을 느꼈다.
마치 맹수 앞의 초식동물이 된 느낌.
두 탑주도 분명 대륙에서도 손에 꼽는 무위를 지녔으나, 어느새 흑탑주는 그들을 앞질러있었다.
“조금만 더 공손히, 서로 존중하며 말하기를 부탁드리지요.”
적탑주는 애써 흑탑주의 기세에 밀리지 않으려 이를 깨물며 그와 눈을 마주했다.
그렇게 기 싸움이 벌어지던 차.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지.”
백탑주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팔짱을 꼈다. 그의 한마디에 심각한 분위기가 그제야 깨졌다.
적탑주가 긴장한 탓에 이마에 맺힌 땀을 가볍게 훔치며 말했다.
“처음에는 흑탑을 의심했으나.”
그가 흑탑주를 한 번 노려보다 다시 말을 이었다.
“흑탑주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니온이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과 같습니다.”
“전쟁?”
“예. 믿기지 않지만, 놈들은 리안을 해쳤을 겁니다……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납치된 정도겠죠.”
“그래서…….”
“마탑의 이름으로 유니온과 전쟁을 선포하고자 합니다.”
그 말에 흑탑주가 속으로 빙긋 웃었다. 그러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흐음~ 저도 피해가 있긴 했지만, 전쟁을 일으켰다가는 너무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것 같은데요?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시는 게.”
“충분히 생각해 봤어요. 마그노에 추가 정찰대를 보내보니, 치열하게 전투한 흔적은 있고 시체는 하나도 없다더군요.”
“놈들이 리안을 데리고 있다는 거군요오.”
“……아마 리안을 인질로 삼아 무언가를 요구해 오겠죠.”
흑탑주가 고심에 잠긴 척을 했다.
이때, 가만히 흰 수염을 쓸던 백탑주가 입을 열었다.
“고귀하신 빛의 음성이 들리는군.”
“……또 시작이군요.”
흑탑주가 조용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귀하신 빛’은 백탑주가 이야기를 할 때마다 꺼내는 미지의 존재였다.
백탑주는 종종 자신의 뜻이 이렇다고 말하기보다, 고귀하신 빛이 이렇게 말하더라- 라는 화법을 구사했다.
이런 희한한 화법에 그 특이한 흑탑주조차도 백탑주와 대화하는 건 조금 꺼렸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았는데…….”
“그 고귀하신 빛께서는 뭐라던가요?”
“유니온은 강하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하는군.”
뒤이은 백탑주의 반대 이유는 이랬다.
많은 이의 피가 흐르는 건 물론, 아직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도 않는다.
더불어 유니온 무력대의 대장전에 태양신교의 사람도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이는 곧 유니온과의 싸움이 태양신교와의 싸움이 될 거란 이야기였다.
“고귀하신 빛께서 이리 말하셨소.”
“그냥 본인 생각이 그렇다고 말하면 안 되나요?”
“실제로 그러한데 어쩌겠나.”
흑탑주가 혀를 차는 사이, 청탑주도 입을 열었다.
“백탑주님의 말대로 전쟁은 유니온과의 싸움이 아니라 교지 전체와의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죄 없는 이들의 피가 너무 많이 흐를 거고요.”
적탑주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뱉었다.
“후우…… 그러면 모두 제 뜻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거군요.”
“…….”
“…….”
드르륵!
적탑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들 자기들 사정이 아니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오늘 일은 꼭 기억하도록 하죠.”
“어디 가십니까?”
“알 거 없잖습니까?”
적탑주는 화가 잔뜩 난 상태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렇게 세 명의 탑주만이 남은 공간.
우우웅.
청탑주의 안주머니에서 수정구슬이 울렸다. 긴급할 때만 울리는 비상 연락 장치였다.
“음?”
청탑주가 불길한 느낌을 감지하며 수정구슬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무슨 일입니까?”
-탑주님, 줄리아님이 현재 어디 계신지 알고 계시는지요?
“그야 자기 방에서…….”
-지금 줄리아님이 검문소에서 아이젠시움으로 들어오는 문을 넘었다고 하십니다. 나간 기록이 없는데, 들어온 기록은 있습니다.
“……녀석이 정말 줄리아가 맞다더냐?”
-예. 마력 패턴이 일치했습니다. 다만, 이상한 점은…… 옆에 복귀 예정에 없던 진과 베르안 마법사가 복귀했다는 점입니다.
뒤이은 몇 가지 이야기를 들은 청탑주가 수정구슬을 덮고 곧바로 일어섰다.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그때, 흑탑주가 비죽 웃으며 내뱉었다.
“그 두 남자.”
청탑주가 발걸음을 멈춰 섰다.
“그 두 남자의 정체를 아시는지요오?”
“……우리 청탑의 마법사지, 누구겠습니까?”
“오늘 복귀가 아닌 인물이, 갑자기 복귀했다? 그것도 청탑주님의 따님과 함께? 하필이면 유니온과 싸운 직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유니온의 간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여 제가 이미 흑살대를 보내놨지요.”
청탑주가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유니온의 간자일 가능성이 있긴 하나, 줄리아는 진짜인데……! 그보다, 그건 어떻게 안 겁니까?”
“전부터 참 이상하단 말이지요. 혹시, 줄리아 양이 교지와 결탁한 간자는 아니겠지요?”
번쩍!
청탑주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치솟았다.
“내 딸을, 모욕하지, 마시오.”
한 마디 한 마디에 무게가 실려 깊은 분노가 느껴졌다.
콰드득!
주변의 벽에 금이 가면서 바닥이 덜덜 떨린다.
청탑주는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딸에 대한 모욕은 참지 않았다.
하지만 흑탑주는 뭐 어쩔 거냐는 듯 여유롭게 웃었다.
“줄리아 양은 무사할 겁니다.”
“그야 당연히 무사해야…….”
“결백하다면요.”
청탑주가 분기에 차 무어라 입을 달싹였으나, 흑탑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만, 줄리아 양의 양옆에 붙은 두 마법사는 청탑의 마법사가 아닐 확률이 높으니…….”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요?”
“예. 그래야지요?”
“생포도 아니고 죽이겠다니, 그게 무슨……!”
“입 다무시지요.”
흑탑주가 어느새 청탑주의 뒤로 이동했다. 초고난도 마법으로 알려진 순간이동이었다.
이어 청탑주의 뒤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을 흩뿌렸다. 청탑주는 어깨에 태산을 지고 있는 듯한 느낌에 신음만 흘렸다. 흑탑주가 청탑주의 귓가에 속삭였다.
“크으윽…….”
“만약 그 두 남자가 청탑의 마법사가 맞다면, 제가 모두 책임지지요. 아니, 제 마법으로 다시 되살릴 수도 있지요.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요.”
“하지만……!”
“내가 이걸 말해주는 이유는, 그래도 우리 마탑 사이에 온정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청탑주는 흑탑주의 위압에 입도 열지 못했다.
“그러니 남은 정도 다 떨어지기 전에, 따님 관리도 잘하시고, 처신을 신경 쓰시지요…….”
그 말을 끝으로 흑탑주가 자리를 떠났다.
청탑주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입술을 짓씹었다.
‘우리 청탑의 마법사 두 명 중 한명은 아마 유진일 가능성이 높다. 줄리아가 나에게도 알리지 않고 어딜 나갈 이유는 유진밖에 없어.’
다만 나머지 한 명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흑살대는 미친놈들만 모아놓은 살인귀 집단이다. 줄리아든 누구든, 허가만 떨어지면 다 죽여버리는 정신병자들이야.’
그러니.
‘어서 줄리아를 찾아내야 한다. 내 딸을 구해야 해.’
그녀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마탑 지역을 오가는 비행선의 승강장.
“……먼저 가보겠습니다.”
청탑주는 백탑주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백탑주는 하얀 수염을 쓸며 중얼거렸다.
“고귀하신 빛이시여, 이 또한 당신의 뜻입니까?”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