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0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09화(209/320)
‘불가견 종’을 사용할 정도로 흑살대원의 수준은 높았다. 저 검을 쳐내지 못하면 목이 꿰뚫려 죽을 터.
이제는 심장 속 보랏빛 기운, 혼돈의 줄기를 믿을 수도 없었다.
그 찰나 동안, 유진은 잠시 오러를 사용해야 하나, 고민했다. 단순히 검을 쳐드는 것만으로는 놈의 공격을 저지할 수 없었으니까.
이내 그는 결정했다.
-지금 뒤지게 생겼는데 뭘 고민하냐! 당장 오러를……!
‘아니. 난 안 죽어.’
그는 단전 옆, 신앙의 불빛이 불타는 것을 감지했다.
신앙은 유진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유진의 힘을 일부 나눠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유진도 그들의 능력을 일부 전달받을 수 있는 효과를 지녔다.
여기서 ‘힘’이란 오러와 마력뿐만이 아니라, 신체적 능력까지 말하는 것이었으니, 유진은 이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신앙을 이용, 근력과 민첩을 강화한다.’
그와 동시에 유진이 고개를 비틀며 마력검을 흑살대원의 머리통으로 쏘아냈다.
유진의 목젖에 흑살대원의 칼끝이 조금 닿아 핏줄기가 흘렀으나-
“크하하! 죽……!”
푸욱!
무어라 소리를 지르던 흑살대원은 그대로 동작을 멈추었다. 놈의 이마에 유진의 마력검이 박혀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놈은 그대로 절명했고.
그의 마력검은 유진의 머리 바로 옆쪽에 박혀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바스러졌다.
제아무리 불가견 종을 다룰 정도로 검술에 뛰어난 마법사라지만, 마법사는 마법사.
오러를 십수 년 넘게 다뤄온 유진이 신앙의 힘을 빌리자 맥없이 무너졌다.
콰당탕.
유진은 절명한 흑살대원을 옆으로 내동댕이치고 일어났다.
“말했잖아. 한꺼번에 덤비라고, 버러지들아.”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체이스가 히죽 웃었다.
“하하하. 우리의 동료를 죽음으로 인도해주셨군. 아주 기쁜 일이야. 다만.”
놈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버러지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쓰이는 게 아닌데 말이야. 버러지는, 바로 너희 같은…….”
슈욱!
체이스가 허리를 굽혀 바닥에 흐른 유진의 피를 손가락으로 스윽 훔치더니, 혀로 낼름 핥았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지, 뻔히 보이는 녀석들이 버러지라고 하는 거지.”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유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놈을 응시했다.
‘뻔히 보인다? 무슨 말이지? 그보다, 내가 흘린 피는 왜 처먹는 거야?’
채앵!
유진의 피를 음미하던 체이스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하나는 저 계집년 옆을 지키는 마법사를 죽이고, 나머지 둘은 마검사를 상대해라. 나는 작전 B를 수행하겠으니.”
“예, 대장.”
유진이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작전 B? 네놈은 어딜 가려고……!”
“크하하!”
파앗.
체이스가 몸을 감추었다.
“베르안! 살아남아라! 줄리아를 반드시 지켜!”
“크흐, 날 너무 무시하는군……!”
리안의 목소리가 매우 좋지 못했으나, 유진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다만, 체이스의 동향을 추측해야만 했다.
‘놈은 이미 정면으로 우리를 이기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거야. 그래서 작전 B라고 한 거고. 그렇다면 지금 갈 만한 곳은, 엔진실뿐이다.’
코젝의 엔진을 터뜨리면, 리안과 유진 모두 ‘죽음’에 이를 테니까.
* * *
“흐엉엉! 내가 바보 천치였지!”
알펜은 ‘진’이란 마법사가 의심된다고 이곳까지 따라온 것을 사무치게 후회했다.
괜히 쫓아왔다가 죽을 위기에 처했으니까.
간신히 구석진 자리를 선점해 목숨을 건지긴 했으나,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노릇.
자신들을 ‘유니온 대원’이라고 소개한 자들은 여기 시민들이 죽든, 비행선이 추락하든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안 그래도 방금 유니온 대원이 쏜 마력 칼날에 알펜도 허벅지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치료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그저 이 미친 상황이 끝나고 비행선이 착륙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때였다.
“실력을 보니 너는 그 녀석이 확실하군! 하하하!”
유니온 대원 하나가 ‘진’에게로 몰아치며 무어라 외친다.
“흑흑, 그 녀석이 누굴 말하는 거야…… 몰라, 몰라악! 시발.”
물론 알펜의 귀에는 들리지도 않았다. 그는 어떻게든 살아나갈 생각뿐이었다. 그가 공포심에 짓눌려 흐느끼면서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 선체 내부를 둘러보았다.
“흐흑, 비상 낙하산 조끼가 분명히 이쯤에 있을 텐데……!”
코젝을 여러 번 타본 그였기에, 어디에 비상용품이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곧.
“찾았다……!”
선체의 오른편으로 쭉 따라가니 한 선실에서 비상 낙하산 조끼 수십 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비상용품이 구비된 응급 선실이었다.
“좋았…… 자, 잠깐만.”
알펜이 문득 고개를 돌려 비행선 구석에서 흐느끼고 있는 시민들을 보았다.
미친 듯이 흔들리고, 바람이 몰아치는 비행선 내부. 그 안에선 괴한들과 마법사 사이의 격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웠는지, 그저 울고만 있었다.
‘저 사람들에게 조끼를 나눠준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만약 조끼를 가져다주다가 시선이 끌리면 나부터 죽을 수도 있다. 그냥 나 혼자만 조끼를 입고 가만히 숨어있는 게 최고이긴 한데!’
그는 미친 듯이 고심을 거듭하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나부터 살아야…….”
그때였다.
“아빠…… 나…… 죽기 시러…….”
“흐윽……! 딸은 안 죽어, 절대 안 죽어……!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조금 전, ‘딸이라도 살려 달라’며 절규하던 아버지와 그 딸이 눈에 들어왔다.
알펜은 부녀를 보고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시발,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약간이었지만, 그에게도 정의심은 살아있었다. 그가 단숨에 마음을 바꿔 비상 낙하산 조끼를 양팔에 가득 끼운 채 부녀에게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이거 입으세요! 여차하면 뛰어내리면서 빨간색 버튼 누르면 됩니다! 따님이랑 같이 입을 수 있는 낙하산이에요!”
“아,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희망을 발견한 듯 손을 뻗었다.
“저, 저도 주세요!”
“저도요……!”
알펜은 침착하게 사람들에게 낙하산 조끼를 나눠주고, 다시 엉금엉금 기어 응급 선실로 돌아가 조끼를 챙겼다.
“좋았어! 이제 내 것만 입으면 된……!”
“지금 뭐 하는 거지.”
스산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에 알펜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아.”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곳에는, 방금까지 시민들과 청탑의 마법사들을 공격하던 ‘유니온’대원 하나가 꼿꼿이 서서 알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요……?”
“그래, 너!”
콱!
유니온 대원은 알펜의 뒷덜미를 확 잡아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으아아악! 저 아무것도 안 했어요! 낙하산 조끼만 나눠준 것 뿐……!”
“버러지들을 왜 살리려 하는 거지?”
“버, 버러지라니-”
“죽음이라는 행복의 길로 갈 기회를, 왜 막느냔 말이다.”
“그게 무슨 개소리-”
꽈악!
유니온 대원이 알펜의 목을 두 손으로 틀어쥐었다.
“켁……!”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영웅 시민의 출현, 뭐 그런 건가? 응? 하하하! 아니, 가만 보니 마력이 느껴지는데? 네놈, 마법사였구나?”
“켁, 켁! 그래, 이, 호로새……끼야……!”
“크하하하! 기백이 좋구나. 그런 만큼 빠르게 죽여주마!”
알펜의 시야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아…… 이렇게 죽는 건가.’
그냥 검문소에 가만히 앉아서 듀란 선배처럼 멍이나 때리고 있을걸…….
저 청탑의 마법사 둘은 그냥 정말로 수상한 점 없는 마법사였는데…….
괜히 나대다가 죽는구나.
그의 머릿속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던 순간-
스걱!
알펜의 목을 으스러지라 쥐고 있던 유니온 대원의 목이 썰려 나갔다. 피분수가 튀면서 놈의 몸통이 바닥에 엎어졌다.
“끄허어어어업!”
알펜이 숨을 거칠게 들이마시고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그만 좀 따라왔으면 했는데, 나름 쓸모가 있었군.”
청탑의 마법사 ‘진’.
유진이 서 있었다.
“마, 마법사님!”
“됐고, 엔진실이 어디지?”
“예? 엔진실이요?”
* * *
철컥!
체이스는 엔진실에 도착하여 문을 잠갔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복잡한 전선들이 가득 한 원통형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수많은 전선은 원통형의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엔진, ‘코어 마정석’에 연결되어 있었다.
“이 모든 건 흑탑을 위해.”
본래 흑살대의 임무는 리안을 사살하고, 유진 로베르가 발견되면 그 역시도 가능하면 생포해 오는 것이었다.
하나 놈들의 저항이 꽤 심했다.
“직접 싸웠다면 두 놈 중 한 놈을 놓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 마정석을 깨부수고, 이 비행선을 아예 떨어트려 버리면 모두가 목표를 이루게 되지. 드디어 죽을 수 있다고!”
크하하하하!
기뻐 죽겠다는 듯 광소를 터뜨리던체이스의 표정이 순간 와락 일그러졌다. 놈의 얼굴이 마치 두 사람의 자아가 뒤섞인 것처럼 오락가락하기 시작했다.
“나의……! 목숨을 바쳐서! 탑주님을 만족시킬 거-”
“아니, 아니야! 그 미친놈에게서 벗어나야-”
“개소리! 내가 죽어서 일을 처리해야 탑주께서 행복하실……!”
“크르르……! 커헉! 제, 발…… 정신 차려, 체이스…….”
체이스의 내면 속, 원래 정상인으로 살아가던 진짜 체이스가 자아를 되찾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자아 회귀’ 현상은 보통 자살이나 죽음을 직전에 앞두고 일어나는 흔치 않은 정신 현상이었다.
흑살대의 대장격인 체이스에게는 흑탑주가 특히 강력한 정신세뇌를 걸어놨을 텐데도 자아 회귀가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보통 이러한 현상을 겪은 흑마법사들은, 수 분 안에 몸이 폭발하여 산산이 조각나 죽게 된다. 흑탑주가 자폭 마법을 걸어놓은 것이다.
물론 체이스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나는 죽음도 두렵지 않다’라는 비뚤어진 충심을 가지고 흑탑주의 임무를 수행할 뿐이었다.
“크흐흐! 닥쳐, 나약해 빠진 버러지 새끼야. 난 죽음으로 목표를 이룰 것이다.”
저벅, 저벅.
체이스는 흑탑주로 인해 세뇌된 자아로 다시 돌아와 중얼거리며 코어 마정석으로 다가갔다.
쿠우우!
그곳에서는 그의 옷가지를 녹여버릴 만큼 매우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체이스가 그따위 것에 신경 쓸 리 만무했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쾅!
체이스가 마력검으로 코어 마정석을 강하게 때렸다.
그러자 마정석에 흠집이 조금 생겼고, 그 주위에 연결된 전선 서너 개가 끊어졌다.
물론 전선만 모두 끊어도 비행선은 추락할 터였지만-
“마정석을 깨부수면, 모두 확실하게 죽을 수 있다고. 흐흐.”
코젝의 코어 마정석은 대단히 농밀한 마력의 결정체로서, 터져서 폭발하면 중소 마을 하나가 사라질 만큼의 폭발력을 지녔다.
그랬기에 체이스는 마정석을 아예 터뜨리고 일을 확실하게 끝내고자 했다.
콰앙!
방금 때린 곳을 한 번 더 두들긴다. 그러자 마정석에 조금 더 깊은 흠집이 생겼다.
“체이스, 제발 그만……!”
“닥쳐, 이 병신 새끼야! 흑탑주님을 실망시킬 것이냐!”
“그깟 흑탑주가 뭐라고-”
“닥쳐어어어어어어!!”
또다시 자아 회귀를 겪던 체이스가 목이 터져라 악을 쓰고는 마정석을 한 번 더 때렸다.
콰앙-!
그러자.
크드드득.
마정석에 얕은 금이 갔다.
자아 회귀를 겪으며 정신에 혼란이 온 체이스는 잔뜩 흥분하여 다시 한 번 더 마정석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콰아앙!
이번에는 아주 깊은 금이 생겼다. 딱 한 번만 더 때리면 마정석은 두 조각이 나며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킬 테고, 비행선에 있는 모든 사람은 가루가 되어 죽을 터였다.
“흐하하, 흐하하하하! 흑탑을 위하여-!”
체이스가 괴성을 지르며 마지막으로 마정석을 마무리 지으려던 그때.
꽈아앙!
체이스가 잠가놓은 엔진실의 문이 터지면서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커헉!”
그가 앞으로 넘어지며 안면을 바닥에 처박았다.
“무슨……!”
체이스가 천천히 뒤를 돌아본 곳에는.
“멀쩡한 걸 왜 깨부수려 지랄이지.”
유진이 서 있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