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1화(21/320)
제이드의 집무실.
세로로 길게 뻗은 긴 탁상 끝에 제이드가 앉아 있고, 클라크와 시리우스가 양옆에 앉아 손에 종이를 들고 있다.
“최종 보고하라.”
제이드의 명령에 클라크가 종이를 읽어내려갔다.
“이번 사자의 시험 보고하겠습니다. 참가자 12명 중 9명이 통과했으며, 탈락자는 각자 집으로 돌아가도록 지시했습니다.”
“또한 마지막 얼음동굴에서 5명이 곧바로 통과를 택하지 않고 도전을 택한 것을 통해 통계적으로 이번 사자의 시험의 난이도는 전체적으로 평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요 인물은?”
클라크는 제이드가 궁금해할 만한 내용으로 곧바로 넘어갔다.
“합격자 9명 중 4명은 생략, 라울러와 아인스, 제인스, 그리고 엘도라와 유진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시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그중 라울러는 얼음동굴 2단계에서 새로운 무기인 창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습니다.
시리우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물론 펜첼이 검술 명가로서 위상을 떨치고 있긴 하지만, 창술에 재능이 있다면 그쪽으로 능력을 개발하는 것도 인재양성 차원에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클라크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형님이라면 검이 아니면 안 된다고 역정을 내실 법한데, 라울러 정도는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겠군.’
물론 그거야 정확히 알 수는 없는 노릇.
제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절하게 지원하도록 해라. 때론 융통성도 필요한 법이니.”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인스와 제인스는-”
그때 클라크가 첨언했다.
“아, 라울러가 말하길, 유진이 창술을 알려줬기에 적성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굉장히 고마워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렇군.”
제이드는 작은 미소를 지었고, 자신의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 시리우스는 신경이 거슬리는 눈치였다.
“…….”
“세부사항까지 말씀드리는 자리라 빼먹기가 좀 그래서요. 하하.”
침묵하는 시리우스에게 클라크가 빙긋 미소 짓자 시리우스도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클라크는 시리우스의 속내를 알았다.
‘유진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헐뜯는 건 오히려 제게 독이 된다는 걸 인지했겠지. 형님이 연기가 많이 느셨어.’
저렇게 온화하고 자비로운 표정은 시리우스가 정말로 심기가 불편할 때 나오는 얼굴이었으니까.
“그래, 계속해라.”
“이어서, 아인스와 제인스는 얼음동굴 3단계를 통과했습니다. 외상이 조금 있으나 신관의 도움으로 금방 치유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클라크도 인스 형제의 활약에 대해 언급했다.
“두 아이는 확실히 호흡을 함께할 때 전력이 배가되는 것 같습니다. 보셨겠지만, 합격술에 대단히 능했습니다.”
이에 시리우스는 의외로 사뭇 겸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녀석들은 더 굴러야 합니다. 운이 따라줬기에 망정이지,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군요.”
의외였다.
제 아들들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역정을 내던 시리우스가 태도를 이렇게 바꾸다니.
저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또 한 번 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클라크는 한 가지 정도는 확신했다.
‘형님이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게 느껴지는군.’
시리우스가 요새 부쩍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클라크도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제이드가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 인스 형제는 앞으로 강도를 높여 훈련시켜라. 가능성이 보이니.”
“알겠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 시리우스를 뒤로하고 클라크가 보고를 이으려는데.
“세부사항은 없느냐? 누가 먼저 통과했는지, 소요 시간 같은 것 말이다.”
제이드가 시리우스에게 직접 물었다. 분명 말할 게 더 있을 터인데 왜 빼먹냐는 눈빛.
시리우스가 잠시 멈칫하다가 애써 입을 열었다.
“음…… 아인스와 제인스가 먼저 시험장에 들어섰고, 대략 38분을 소모하여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말해라.”
“유진이 인스 형제와 비슷하게 입장하였으며, 대략 26분 가량을 소모하여 통과했습니다.”
“그렇군.”
“예, 지금까지 응시한 아이들 중에서도 상당히…… 빠른 속도입니다. 덕분에 두 녀석이 큰 자극을 받은 것 같습니다.”
시리우스는 입 밖으로 유진의 칭찬을 하는 게 죽기보다 싫었지만, 관대한 모습을 연기하고 있었다.
클라크의 눈에는 그게 다 보였으나, 제이드는 어떻게 볼까?
그건 알 수 없었다.
“이제 엘도라와 유진의 시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아라.”
마지막이었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제이드는 엘도라와 유진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클라크가 총평을 내놓았다.
“엘도라가 유진에게 공동 시험을 제안했고, 두 아이는 아버지께서 명하신 특별 시험을 치렀습니다.”
“빠르게 넘어가지.”
“결론적으로 둘은 성공해냈습니다.”
“다만 두 아이의 활약에는 차이가 있던 것 같더군.”
“예, 엘도라는 역전검을 시전하던 중 실패하여 전투에서 빠지다시피 하였고, 거의 대부분의 전투는 유진이 도맡아 했습니다.”
클라크는 제 자식이 다친 사실에 분명 속이 상하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엘도라는 더욱 성장할 것을 알았기에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시리우스도 정량적인 정보에 대한 설명을 보충했다.
“소요 시간은 길지 않은 편입니다. 엘도라는 옆구리 쪽에 깊은 상처가 있어 치료 중이며, 유진도 어깨 쪽에 자상이 남았습니다.”
“세부사항으로는…….”
클라크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녀석이 엘도라를 위기에서 구해줬습니다. 당시에는 수정 구슬에서 잘 보이지 않아 긴가민가했는데, 엘도라가 증언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이드가 눈가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 녀석은 어딜 가나 있군.”
다소 아리송한 말이었지만, 클라크와 시리우스는 이내 이해했다.
라울러에게 창술을 깨닫게 해주고.
인스 형제에게는 자극을 주었으며.
엘도라의 목숨을 건져주었다.
유진을 만난 사람이라면 반드시 영향을 받는 법칙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이는 유진이 그만큼 빼어난 능력을 갖췄다는 말이었다.
웃음기를 머금은 제이드가 클라크에게 물었다.
“엘도라는 치료에 집중하도록 해라. 그리고 너희는 유진의 무위를 어떻게 평가하나?”
제이드는 이러한 질문을 몰라서 하는 게 아니었다.
이미 속으로 모든 분석을 마친 뒤, 보충하거나 놓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것.
앞선 사자의 시험에서도 들어온 질문이었기에, 클라크가 중요한 부분만 빠르게 짚어나갔다.
“이번 시험에서 표면적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대략 네 가지입니다. 심폐 호흡량의 증진, 기감의 확장, 체온 유지를 위한 능력, 함정을 피하기 위한 순발력과 관찰력의 증진. 그런데…….”
제이드가 피식 웃었다.
“녀석은 더 많은 걸 얻었지.”
“그렇습니다. 사자의 정령을 상대하던 때에 위기를 맞이한 것 같았으나 유진은 내부적으로 각성을 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이후에 시험장을 반복적으로 왕복하며 함정들을 의도적으로 마주했으며.”
“유령보를 얻었고 말이야.”
“예.”
가만히 있기 민망했던 시리우스도 마지못해 거들었다.
“얼음 동상들의 검술에 베여있는 기초 검술 또한 알아내 모방하더니, 마지막에는 일격다흔까지 구사했습니다. 그것도…… 5줄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심지어는 검기를 이용해서요.”
3줄의 일격다흔을 구사한 것을 당사자인 제이드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검기를 이용하여 5줄이라. 하하하! 그것도 단 6시간 만에.”
시리우스가 순간 놀랐다.
자신의 아버지가 이토록이나 호탕하게 웃는 것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인스 형제가 태어났을 때?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유진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토록 즐거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짜증나네.’
빠드득.
시리우스가 조용히 이를 갈았다.
처음에는 인스 형제를 때려눕힌 녀석이니 단순한 복수심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그 감정이 더욱 날카롭고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질투심’이라는 감정까지 더해지는 것이다.
하나, 그럴수록 시리우스는 표정을 더욱 여유롭게 꾸몄다.
“정말 대단한 아이입니다. 하하.”
클라크가 보충했다.
“그 외에 일격다흔 백규를 정석적인 방식으로 파훼한 것도 아마 녀석의 관찰력 덕분으로 보입니다.”
제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나도 한 가지 들은 바가 있다.”
“……?”
“사자의 정령이 말해주더구나.”
“무엇을 말입니까?”
제이드의 미소로 드러난 하얀 치아가 창문에 살짝 비췄다.
“녀석의 인성이 아주 글러 먹었다고 말이야. 무자비한 놈이라더군.”
높은 오러의 수준, 보법, 검술, 관찰력.
모두 좋았으나, 제이드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과 집념이었다.
“이쯤 하면 된 것 같군. 수고했다. 나가보아라.”
클라크와 시리우스가 목례를 올리고 방을 나선 뒤.
“유진……. 과연 너는 그 반지의 비밀을 풀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젊은 시절 임무를 위해 나갔던 흑지의 고대 유적지에서 발견한 신비한 반지.
자신이 알아낸 효능은 오러의 빠른 축적뿐이었지만 반지에는 숨겨진 비밀이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자의 시험을 뛰어난 성적으로 통과한 이라면 충분히 풀어낼 것이라 생각하기에 준비했던 선물.
과연 어떻게 풀어갈지 제이드는 기대를 지울 수 없었다.
* * *
시리우스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찬물을 들이켰다.
“하하…… 하하!”
그가 실성한 듯한 웃음을 흘렸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두 녀석이 큰 자극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제이드 앞이었기에 이 정도로 설명을 축소했었지만, 시리우스는 인스 형제가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알았다.
-그 자식, 얄밉긴 해도…… 몸도 장난 아니고…… 오러 수준도 엄청났어요…….
-라울러보다 우리를 먼저 보내주기도 했어요. 성격도 그렇게 모난 녀석은 아닌 것 같아요. 정말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인스 형제조차도 어느새 유진을 따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처맞고 바닥에 뒹군 건 다 까먹고, 이 머저리같은 새끼들!”
콰자작!
시리우스가 들고 있던 물컵을 깨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아버지까지 그놈한테 빠진 모양이야, 빌어먹을 영감탱이……!’
이제 단순한 문제가 아니게 된 셈이었다.
시리우스는 텅 비어있던 마음을 야망으로 채워 살아가던 인물이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 있었다면-
대륙 최강의 기사인 아버지를 등 뒤에 두고 있다는 사실과,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아도 잘생기고 키도 커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두 아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에게 위안을 주던 그 사람들이 한 12살짜리 꼬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 걸 다 뺏어간다. 내 걸.’
실제로 빼앗긴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시리우스의 머릿속에서는 그러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드르륵!
벌떡 일어선 시리우스가 방문을 열어 호위기사에게 명령했다.
“아인스, 제인스, 두 녀석을 데려와라. 당장.”
시리우스의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였다.
죽거나, 죽이거나.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