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12)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12화(212/320)
줄리아가 꺼낸 것은 조그마한 거울이 숨겨진 조개 모양의 펜던트였다.
그녀가 무게중심을 잡으며 유진에게로 아슬아슬하게 기어와 펜던트를 건넸다.
“마력을 넣으면 우리 아버지한테 연락될 거야! 다만……!”
“다만?”
“마력을 주입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려!”
이 조개 목걸이는 본래 액세서리로 사용하는 것이었으나, 보조적으로는 통신 기능을 탑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효율이 좋지 않았다.
연락도 줄리아에서 청탑주로, 한 방향만 가능했다.
어쨌거나 유진은 조개를 받아들고 곧바로 마력을 불어넣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삐삐삐삐삐삐삐!
엔진실과 전 객실에 비상 경보음이 추가로 울리며, 선체 내부에 친절하게도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추락 30초 전입니다. 추락 30초 전입니다. 낙하산을 착용 후 비상 탈출하십시오. 비상 탈출하십시오.
사실, 안내 방송대로 시민들 정도는 그냥 낙하산을 펼쳐 밖으로 비상 탈출해도 되었다.
하지만.
유진은 엔진실에 뚫린 구멍 사이로 언뜻 보이는 바닥을 보았다.
-민가다! 그것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밀집한 밀집 지역이야!
「코젝이 이대로 떨어지면, 저 사람들이 모두 다 죽을 겁니다……!」
유진이 탈출을 감행한다면, 죄 없는 사람들이 또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물론, 이들은 유진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흑지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는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교황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주저 없이 리안에게 소리쳤다.
“사람들을 대피시켜! 당장 낙하산 타고 전부 나가라고…… 어? 리안, 너 배에 피가……!”
리안이 설핏 웃었다. 그의 배에는 언제 생겼는지 모를 깊은 상처가 생겨 많은 피가 흐른 뒤였다.
하나, 리안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증폭 마이크를 집어 들고 크게 소리쳤다.
“쿨럭, 모두 밖으로 낙하한 후, 낙하산을 펼치십시오! 공중에 뜨자마자 빨간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지, 지금이야! 당장 나가야 해!”
“나가자! 30초밖에……!”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몸을 던져 줄줄이 탈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탈출하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뭐 하고 계십니까! 쿨럭, 당장 탈출하라니까요!”
“그, 그럴 수 없습니다! 제 생명의 은인을 놔두고……!”
알펜이었다.
그가 벽에 찰싹 달라붙은 채로 유진에게 소리쳤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여기, 코젝에는 생각보다 많은 장치가 있으니까요!”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추락 20초 전입니다. 추락 20초 전입니다. 비상 탈출 낙하산을 착용 후 비상 탈출하십시…….
고작 20초 남은 시간.
지면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말 죽기 싫다면 지금이라도 뛰어내려야 했다.
아니, 지금 뛰어내려도 평범한 사람들은 낙상으로 죽을 터였다.
그러나 리안과 줄리아, 알펜 정도의 마법사들이라면 살 수도 있었다.
유진이 멈추지 않고 조개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외쳤다.
“너희도 나가! 괜히 여기 있지 말고!”
줄리아와 리안까지 위험해질 필요는 없단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를 뭘로 보는 거냐……! 유진 로베르! 할 수 있잖아! 쿨럭, 할 수 있는데 왜 대피하라는 거냐! 해내라!”
리안은 입에서 핏물을 잔뜩 흘리며 악을 썼다.
만약 그의 몸이 멀쩡했더라면 유진을 도와 코어 마정석에 부유 마법을 시전하는 것이 가능했을 터이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어 줄리아도 공포심과 더불어 정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소리쳤다.
“난 안 나가! 죽어도 그냥 너랑 죽고 말지! 그러니까 빨리……!”
그때였다.
화아악!
조개 거울에서 빛무리가 뿜어져 나오더니, 허공에 청탑주의 다급한 얼굴이 맺혀졌다.
[줄리아! 너 도대체 어디……! 응?! 누, 누구……!]유진은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물었다.
“유진 로베르입니다. 지금 비행선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부유 마법을 써야 하는데, 마력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시간은 15초 정도 남았고요!”
단박에 상황을 파악한 청탑주가 침착하게 설명했다.
[지금 엔진실에 있군. 위쪽 벽면에 초록색 상자 모양이 보일 걸세. 비상 마력 충전장치야. 그걸 어깨에 꽂아. 그리고 부유 마법은 이걸 사용하게. 내가 마법진을 보여줄 테니 이걸 마정석에 그리면…….]청탑주는 아주 긴 문장을 속사포처럼 말하였다.
다만 말소리가 바람 소리에 가려 잘 들리지도 않았으나 유진은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여 청탑주의 말대로 따랐다.
위쪽 벽면을 보니 정말로 초록색 마력 충전장치가 구비되어 있었다.
-추락 10초 전입니다. 추락 10초 전입니다. 비상 탈출 낙하산을 착용 후…….
시야에 들어오는 지면의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다래진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이미 삶을 포기하고 주마등을 보았을 터.
하지만 유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청탑주의 설명대로 장치를 어깨에 부착했다.
그런데.
마력 충전장치의 부품 일부가 파손되어 어깨에 붙여도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그 상황을 파악한 알펜이 다급히 소리쳤다.
“그거 고장 났으면, 어깨 패드를 뽑아버리고 마력 써클이 있는 심장에 직접 연결하면 돼요! 왼쪽 가슴에 부착해요!”
유진은 곧바로 조언에 따랐다.
다만, 그는 심장이 아닌 단전에 장치를 연결했다. 아톰은 단전에 있으니까.
그러자.
우우우웅!
정순한 마력이 엄청난 속도로 흡수되더니, 유진의 몸에 가득 차올랐다.
상쾌함을 느낄 시간 따위 없다. 곧바로 청탑주가 그려 준 마법진을 베껴 마정석에 써넣기 시작한다.
유진이 사용한 에어 드리프트도 좋은 마법이었으나, 청탑주는 과연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인물답게 훨씬 더 효율이 좋고 뛰어난 부유 마법을 알려주었다.
대륙이라는 땅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중력이라는 힘.
그리고 대기를 가득 메우고 있는 공기, 그 사이를 뚫고 내려가며 발생하는 마찰력.
이 중력과 마찰력을 이용한 근본적인 부유 마법, 자이언트 스카이(Giant Sky)였다.
-추락 5초 전입니다. 추락 5초 전입니다. 비상 탈출 낙하산을 착…….
[마법진만 그리면 바로 시전되긴 할 텐데, 저걸 5초 안에 그릴 수 있다고……? 잠깐, 내 딸은 어디 있지?]“제 옆에요.”
[뭐……?]청탑주의 안색이 새파래지다 못해 시커멓게 물들었다.
5초.
유진은 많은 부담감을 짊어진 상태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륙에서도 익히 알려진 천재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자이언트 스카이의 마법진을 그리고, 술식에 따라 마력을 정밀하게 불어넣으려면 적어도 5분 정도는 소요될 터였다.
부유 마법이 원래 그러했다. 공중에 뜨는 일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유진은 5초 안에 이 일을 해내야 한다.
유진의 집중력이 초고도로 달아오른다.
그러자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했다.
수십 개의 육망성과 오각성, 타원형과 원형 사이에 적힌 알 수 없는 문양, 선 모형들.
그것들을 모두 그려낸 뒤, 면적과 높이에 따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마력을 채워 넣은 뒤 시전어를 되뇌면 된다.
말이 쉽지, 사실 이는 청탑주가 직접 온다고 해도 5초 안에 시전하기 어려울 법한 일이었다.
4초.
하지만.
유진은 해내야 했다.
할 수 있을까? 정말로?
이따위 의심들은 애저녁에 집어치웠다.
3초.
슥, 스윽, 슥슥!
선체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몸이 공중에 붕 떠서 차라리 날고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한 자세였으나.
유진은 저 혼자만 고요한 새벽녘의 한가운데 있는 듯 침착하게 마법진을 그렸다.
마법진의 완성은 순식간이었다. 마치 십수 년간 자이언트 스카이의 마법진 생성에 골몰했던 사람인 것처럼 모두 끝내버렸다.
마법의 이해와 더불어 줄리아에게 가르침을 받은 경험, 그리고 그라시안의 마법 과외가 효과를 발한 것이다.
마력을 불어넣는다. 마력 충전장치 덕에 유진의 몸에는 마력이 한가득 들어있었는데도 그 많은 마력은 금세 죄다 빠져나가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탈진 직전까지 마력을 소모했다.
“크으윽……!”
유진이 거친 신음을 흘리며 마지막 마력 한 방울까지 짜내어 불어넣었다.
2초.
코젝의 산만한 몸체가 청탑의 마을 한가운데에 무섭도록 가까이 다가왔다.
“꺄아아악!”
“도망가아아아!!”
코젝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머리를 감싸고 줄행랑을 친다.
알펜은 실소를 흘리며 눈을 감았다.
“따라오지 말걸. 그냥 탈출할걸. 하하.”
그는 이미 주마등을 수십 번은 본 상태였다.
그리고 리안과 줄리아도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유진을 믿지만, 아무리 그라고 해도 어려운 일은 있기 마련이다.
그게 오늘이었을 뿐.
리안의 몸에서는 이미 많은 양의 피가 빠져나갔고, 흑살대원들을 상대하느라 마력마저도 있는 대로 모두 사용한 상태였다.
보호 방벽을 두른다면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두를 힘이 없었다.
줄리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너와 함께였으니까.”
그녀의 눈동자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마법진을 구현하고 있는 유진에게로 향했다.
1초.
“안녕.”
[안돼! 줄리아!]“아빠도, 미안.”
줄리아의 음성이 세상에 들리지도 않게 조용히 울려 퍼졌을 때였다.
“자이언트 스카이.”
유진의 낮은 목소리가 거짓말처럼 코젝의 엔진실을 잔잔하게 울렸고-
슈우우우욱! 콩…….
코젝은, 1초를 남기고 추락 정지에 성공해 지면에 살짝 부딪히고는 상공 0.1cm에 떠올랐다.
눈을 질끈 감았던 알펜, 리안, 줄리아, 유진과 더불어 청탑주까지.
“하, 하하.”
모두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 * *
흑탑주는 흑탑의 제 집무실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톡, 톡.
검지로 조용히 책상을 두드리는 모양새.
평소 여유롭고 음흉한 미소가 기본값인 그답지 않게 유난히 경직된 얼굴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때.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검은 로브를 입은 키 큰 마법사가 흑탑주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실패했다는 소식입니다.”
“……뭐라고요?”
“……실패했다고 합니다.”
키가 커다란 흑마법사는 흑탑주의 보좌관 역할을 맡은 새 마법사.
적탑에 갔다가 돌아오던 길에서 흑탑주의 손에 죽어버린 마법사의 뒤를 이은 자였다.
“구체적으로.”
“예, 흑살대 전원이 사망했고, 줄리아와 리안, 그리고 정체불명의 청탑의 마법사 한 명까지 모두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코젝 역시 아슬아슬하게 추락하지 않았고요.”
흑탑주가 키 큰 마법사를 빤히 응시했다.
“확실한 거예요? 흑혼구의 연결이 모두 끊어졌나요?”
“그렇습니다.”
“……효효, 효효효효효효효!!”
흑탑주가 괴상한 웃음소리를 미친 듯이 내다가-
“그렇단 말이지요.”
웃음을 뚝 그친 흑탑주가 눈을 가느다랗게 좁혔다.
리안이 또 살아남았다.
그리고 진짜 흑살대 다섯 명을 포함한 스무 명의 흑살대원을 모두 처치한 것을 보니, 그 정체불명의 청탑 마법사는 분명 ‘유진 로베르’가 맞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리안과 줄리아 둘이서 흑살대 전원을 처치할 수 있을 리 없다.
“이참에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효효…….”
물론.
그렇다고 다시 그들을 습격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들은 청탑주의 딸인 줄리아와 함께 있고, 그녀가 위험에 처했다간 청탑주가 가만히 있지 않을 터.
적탑을 먼저 처리하고 나서 청탑을 손볼 생각인 흑탑주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게다가 청탑주는 그렇다 쳐도, 마도공학의 정점에 다다른 전투 비행선, ‘코젝’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흑탑주의 얼굴이 치밀어오르는 짜증으로 인해 일그러지던 참.
보좌관이 긴장한 기색을 띤 채 흑탑주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흑탑주는 이내 가볍게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획은 변함없습니다. 마차를 준비시키세요.”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