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14)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14화(214/320)
“어, 어떻게……?”
청탑주는 크게 놀란 얼굴로 유진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그 반응을 본 유진은 저 이야기의 구름이 청탑주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챘다.
“방금은 제 기억을 지우려 하신 거고요.”
“이게 왜, 아니, 제대로 빛나고 있는데!”
청탑주는 여전히 오른손바닥을 위로 보인 채로 당황하고 있다. 유진이 리안을 가리켰다.
“리안도 영향이 없는 것 같은데…… 제대로 시전하신 거 맞습니까?”
“……!”
리안도 마찬가지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청탑주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마법입니까? 기억을 지우려 했다는 건 무슨 말이고요.”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지, 청탑주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줄리아도 아무렇지 않은 유진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100층에 도착했고, 유진이 피식 웃으며 내렸다.
“그렇게 놀라실 줄은 몰랐네요.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 * *
“숨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록마법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고, 이야기의 탑에 대한 정보도 얼추 알 것 같으니까요.”
“크흠…….”
“다만, 제 기억을 지우려는 마법은 어째서 제게 통하지 않는지 모르겠군요.”
기록마법의 기능에는 두 가지가 있다.
줄리아가 유진의 모습을 엿보려 하고, 흑탑주를 훔쳐보았던 것처럼 ‘기록의 확인’ 기능과 더불어.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 즉 기록을 수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마법은 지플가와 태양신교의 사람들 몇몇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까지, 유진은 모두 알고 있었다.
다만 그는 이 마법을 직접 행하는 모습까지는 보지 못했다.
“……우선, 유진 경의 기억을 지우려던 점은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청탑주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기록마법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전말을 알 수 있겠습니까?”
청탑주는 어차피 펜첼과 동맹인 관계. 게다가 그는 그라시안과 마찬가지로 지플가의 혈통이니, 유진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꺼내놓기로 했다.
“그라시안 지플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우리 선조님을 아십니까?”
“예. 마그노 던전에서 환영체의 형태로 뵈었습니다. 그라시안이 남긴 보물도 얻게 되었고요.”
어차피 그의 옆에는 마그노에 함께 간 리안 지플도 있는 상황.
굳이 마그노 던전에서 있었던 일의 일부만 말하거나 숨길 필요도 없었다.
“그곳에서 그라시안 경과 더불어 광마 룬□□도 만나 기록마법과 관련한 대부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후에는 그라시안 경을 따로 만나 멸살암천화염옥을 전수받고 있고요.”
“멸살암천화염옥? 그 마법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란 말입니까?”
“예. 사실 이 마법을 빌미로 적탑과 동맹을 맺으려 한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는 리안 역시도 알지 못하던 정보였기에 눈이 동그래졌다.
“며, 멸살옥을 배웠다고?”
“그래. 일단 들어봐.”
이 밖에 다른 정보들을 모두 말한 유진이 차분히 물었다.
“저도 하나 묻겠습니다. 기록마법에 대해 감추려고 하신 이유가 뭡니까? 제 기억까지 지우려고 하면서요.”
“그야 기록마법이 우리 지플의 유산이자 비기니까 그렇습니다. 굳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에 대한 정보를 누출할 이유가 없었지요.”
“그런데 저는 그 기록마법에 당하지 않았죠, 어째서인지.”
청탑주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아마도 유진 경이 이 세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인 모양입니다. 이 대륙의 운명을 뒤바꿀 정도로 말입니다.”
청탑주가 뒤이어 말했다.
“존재의 힘이 강한 사람은 기록마법의 영향을 쉽게 받지 않는 것이죠.”
“존재의 힘이 무엇입니까?”
“이 세계의 역사라는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역할의 중요도를 나타낸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리안도 마찬가지인 거고요.”
청탑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왠지 모르게 그의 표정에 어느샌가 의심의 기색이 물들어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뭐 찝찝한 거라도 있으신지.”
유진이 묻자 청탑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유진은 뭔가 오해가 생겼나, 싶었지만 우선은 넘어갔다.
그때 리안이 끼어들었다.
“그런데, 멸살옥을 배웠다고 해서 그걸 남에게 물건 건네듯이 가르치는 게 가능하단 거냐? 내가 분명히 아는데, 그건 불가능해!”
“그래, 불가능하지. 원래대로라면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냐?”
애초에 멸살암천화염옥은 그라시안의 세 보물을 모두 모아야만 배울 수 있는 자격이 되었다.
단순히 누군가에게서 전수받는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화살을 쏘려면 활이 있어야 하듯이, 마력이 있어도 자격이 없으면 멸살옥은 시전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유진이 그것을 가능토록 하겠다니, 리안의 입장에선 믿기가 힘든 게 당연했다.
애초에 그라시안의 보물 세 개 중 하나는 적탑주의 손에 있는데 어떻게 유진이 그것을 배운 건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유진은 간단히 설명했다.
“그라시안 경이 멸살암천화염옥을 배울 수 있는 조건으로 내건 건 총 세 개. 신체, 오러, 정신이었어.”
신체는 팔찌.
오러는 모래시계.
정신은 두루마리.
유진은 팔찌와 모래시계만을 가졌으나, 정신적 능력은 이미 탑재한 상태였기에 멸살암천화염옥을 습득할 수 있었던 것.
설명을 들은 리안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하, 하하. 우리 스승님께서는 일평생을 바쳐서 하나 얻은 보물이었는데, 이제 고작 17살 되는 네가 멸살옥을 배워서 스승님께 가르쳐 주겠다니, 하…….”
“왜 허탈해해? 평생을 걸려도 못 배울 수도 있던 걸 내가 선뜻 가르쳐 주겠다는데.”
“그건 맞지, 맞는데, 상대적 박탈감이랄까……. 근데 잠시만.”
리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래시계가 오러라고? 오러를 다룰 줄 알아야 멸살암천화염옥을 배울 수 있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멸살옥은 마법인데, 기사만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놓으셨다는 것이냐?”
“이 이상은 못 알려줘. 적탑주님과 어떤 이야기가 오가느냐에 따라 말해줄 수도 있고, 말 안 할 수도 있어.”
“에잇, 진짜 치사하구만!”
리안이 구시렁대는 사이, 유진이 청탑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쨌든,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흑탑과의 싸움을 위해 적탑과의 동맹을 원합니다. 청탑주님께서 고맙게도 적탑과의 교류에 도움을 주신다고 하였으니, 한 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얼.”
“이대로 가다간 흑탑의 궤멸은커녕 적탑과 유니온이 충돌하게 생겼습니다. 그러니 적탑주님께 저를 소개해 주십시오. 믿을만한 인물이 있다고요.”
언젠가부터 눈빛에 의심스러움이 배어든 청탑주는 유진을 가만히 응시하더니, 말을 툭 꺼냈다.
“……정말 순수한 의도가 맞습니까?”
“예? 무슨 말씀이신지.”
“어째서 적탑과 동맹을 맺으려 하는 겁니까?”
“적탑주는 지금 리안이 유니온 때문에 죽었다고 오해하고 있는 상황이니, 리안은 죽지 않았고 오히려 흑탑이 리안을 공격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요?”
“이 오해를 풀지 못하면 적탑과 유니온 사이에 큰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인명 피해는 기본이고요. 나중에 적탑이 전쟁으로 인해 세력이 축소되면 태양신교가 이를 노리고 흑지를 밀어버리려 할 수도 있고요.”
“…….”
“그걸 원하시는 건 아닐 거 아닙니까? 저를 믿는다면 도와주시는 데에 주저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펜첼은 청탑과 더불어 적탑과도 힘을 합치고자 하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죠. 저는 유진 경이 의심스럽습니다.”
유진의 미간이 좁혀졌다. 조금 전부터 청탑주의 표정이 좋지 못하더니 결국 말을 꺼낸 것이다.
“무엇이 의심스러우십니까.”
진심으로 궁금했다. 지금껏 청탑주는 단 한 번도 펜첼의 뜻에 동조하지 않은 적 없었으니까.
“유진 경이 뛰어난 기사이자 최초의 마검사라는 건 알겠습니다. 무력은 물론 인성도 훌륭한 점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유진 경이라면 그 힘을 그냥 썩힐 것 같지 않더군요.”
청탑주의 눈매가 심유하게 물들었다.
“일전에 시리우스 경이 소천하셨다 들었습니다. 그것도 조카인 유진 경의 손에요. 그리고 소가주의 자리에 올랐죠.”
“그랬죠. 시리우스 경은 악인이었고요.”
“그걸 떠나 ‘사람’이라면, 욕심이 더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가주가 되면 가주가 되고 싶고, 가주가 되면 왕이 되고 싶고, 왕이 되면 옆 나라도 탐이 나는 법이죠.”
이제야 말뜻을 알아들은 유진이 새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제가 야망을 가지고 적탑까지 끌어들여 흑지까지 통째로 집어삼킬 계획을 하고 있다…… 뭐, 이런 의심이십니까.”
“더군다나 결정적으로, 기록마법의 존재를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이 의심스럽군요.”
“그게 왜.”
“기록마법은 태양신교와 지플가의 사람만 아는 극비입니다. 물론 우리 조상을 만나 기록마법에 대해 들었다고는 해도, 그거야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는 거고요.”
“꾸며낸 적 없습니다.”
“비정상적입니다. 17살에 9성이라니, 게다가 마검사에다가, 기록마법도 알고 있고, 멸살암천화염옥까지 알고 있다니. 태양신교에서 작정하고 키워낸 인간병기가 아니고서야.”
대화가 이쯤 진행되자 청탑주는 줄리아를 제 뒤쪽으로 데려오며 유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아빠, 유진이 그럴 이유가……!”
“조용히 해라!! 줄리아.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그가 버럭 소리치자 청마탑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했다.
리안은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몰라 침만 삼키며 상황을 파악했고, 줄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유진 로베르. 이참에 태양신교에 소속되어 세계의 패권을 잡으려는 거 아닙니까? 당신은 정녕 누구 편입니까?”
유진은 지금 이 상황이 어이가 없고도 답답했지만, 침착하게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건 확신했다.
“제가 무슨 대답을 하길 원하십니까.”
“있는 그대로, 숨기지 마십시오. 간교한 말장난으로 거짓말할 생각도 마십시오.”
청탑주가 완드를 천천히 꺼내 들었다.
쿠웅……!
그가 어마어마한 무게감을 형성하여 공기를 짓눌렀다.
“큭…….”
리안과 줄리아는 청탑주의 위세를 코앞에서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긴장감에 몸을 떨었다.
유진 역시도 그 기세에 무릎이 휘청였다.
오러 9성의 위치에 있다고는 하나, 아이젠시움 안에서 오러를 썼다가는 모든 마탑에 유진의 위치를 알리게 되기에 오러 사용도 불가능했다.
아니, 오러를 있는 대로 쓴다고 해도 청탑주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미지수였다.
“여기서 태양신교의 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겁니다.”
지이잉……!
청탑주의 완드 끝에 진한 마력이 뭉쳤다. 시퍼렇게 빛나는 청탑주의 마력은 그 일부만 사용한다 해도 태산이 뒤집힐 터였다.
더불어.
유진이 고개를 살짝 돌려 창밖을 보니, 어느샌가 ‘전투용 코젝’ 수십여 대가 떠올라 청마탑의 꼭대기 층을 향해 총포를 겨누고 있었다.
이쯤 되면 제이드가 와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터.
“어서 말해 보십시오, 유진 로베르.”
너무나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
그는 작게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증명이라. 진실의 양피지도 통하지 않겠군요. 제가 알기로 태양신교의 교인들은 죽은 신이 발하는 거짓의 기운 때문에 진실의 양피지도 속일 수 있다죠.”
“그런 것까지 알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스릉!
유진이 돌연 아공간 포켓에서 쿠란의 검을 뽑았다.
“건방진……!”
청탑주가 다급히 마력을 잔뜩 모아 유진의 정면으로 겨누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