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15)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15화(215/320)
여지껏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체첸과 지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또 뭔 짓거리를 하려고! 좀 평범하게 대화로 끝내라!
「이번만큼은 이 토끼놈 말에 동의입니다!」
“이럴 줄 알았다, 이 개자식……!”
청탑주의 완드에서 농밀한 마력이 뭉쳐 쏘아지기 직전.
유진이 검을 바닥에 던져 꽂아버렸다.
쾅!
“못 믿겠으면 어쩔 수 없죠.”
“뭣……?”
“진실의 양피지도 소용이 없고, 여기서 뭐, 제가 배라도 갈라 보여드리면 진심을 알아줄까 싶기도 한데. 여기서 죽을 거면 굳이 이 고생을 해야 했나, 하고 허탈해서 그건 못하겠습니다.”
“결국 태양신교의 간자가 아니라는 건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그거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시라구요. 뭐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태양신교의 간자가 아니면 새겨지는 증표나 신분증, 아니면 흉터, 문신, 뭐 그런 거라도 있으면 몰라.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그건……!”
“그냥 믿지 마세요. 믿지 마시고, 서로 믿지 맙시다. 저도 이런 대우 받으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요. 다만 하나만 알아둡시다.”
유진이 바닥에 꽂힌 쿠란의 검을 검지 손톱으로 톡톡 두드렸다.
“이걸로 많은 걸 할 수 있었습니다. 흑지에 와서 진짜 많은 걸 할 수 있었어요. 첫째로 리안.”
청탑주가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로 리안을 흘긋 쳐다봤다.
리안은 침을 꼴깍 삼키며 유진을 보았다. 왠지 모르게 유진이 상당히 짜증 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가 얘를 여기까지 왜 데리고 왔을까요? 굳이?”
“……그야 적탑주에게 데려가서 동맹을 맺으려고 했다고 하지 않았나.”
“아니 제가 뭣 하러 남자 새끼랑 이 먼 길을 검문소 넘어가고 진땀 빼가며 여기까지 손목 붙잡고 왔겠냐고요. 리안이 살아있다는 걸 꼭 적탑주에게 실물로 보여 줘야 이 녀석이 살아있다는 걸 믿겠습니까? 무슨 중고 거래예요? 직거래만 하게?”
“……그럼.”
“이 녀석이 살아있다는 거는 수정구슬이나 통신 수단 이용해서 어떻게든 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도 여기까지 굳이 먼 발걸음을 제가 왜 했겠…… 아, 말하다 보니 짜증 나네. 잠시만요. 화 좀 추스르고.”
“……그래.”
유진은 괜한 오해를 받으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게 화가 좀 났다.
더군다나 제 딸 살린다고 비행선 추락 1초 전까지 있는 마력 없는 마력 다 써가며 탈진 직전까지 갔는데, 이제 와서 의심을 받는다니 열 받을 수밖에.
“후, 어디까지 말했지. 아, 리안을 데리고 적국인 흑지까지 온 이유는 그만큼 전쟁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유진이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었다.
“제가 진짜 태양신교의 간자였다면, 적탑주의 애제자인 리안을 굳이 손수 데려다줬을까요? 아뇨? 차라리 인질로 붙잡고 그라시안의 두루마리, 그걸 요구하거나 적탑의 기밀 정보를 요구한다거나, 아니면.”
유진이 다시 한번 쿠란의 검을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리안을 죄다 해부해서 9성급 마법사의 써클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연구하지 않았겠어요? 아님 정신 개조해서 병사로 쓰거나.”
“헤엑!”
리안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지금껏 믿어왔던 유진의 입에서 그런 섬뜩한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역시 인성 파탄자다웠다. 근데 이 자식, 오늘 입이 아주 날아다니는데?
「너, 지금까지 도대체 어떤 사람과 함께 했던 거냐…….」
-말도 마라.
“하여튼, 제가 그 위험성을 무릅쓰면서 리안을 직접 에스코트해서 적탑주님께 데리고 가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거겠습니까? ‘우리 동맹 맺자’라고 면대면으로 말해야 신빙성이 가지 않겠습니까?”
“…….”
“아니 입만 다물고 있지 마시고 생각을 해 보시라고요.”
유진의 말을 들은 청탑주의 의심이 아주 조금 누그러졌다.
“그건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그래요, 성에 안 차시죠. 그러면 두 번째를 이야기해 봅시다.”
청탑주가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유진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휙-
그의 검지가 청탑주 뒤에 겁먹은 채 서 있는 줄리아를 향했다.
“제가 태양신교의 간자였다면? 줄리아를 가만히 뒀을까요?”
“그게 무슨 소리냐.”
“기록마법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는 녀석, 그리고 지플 직계 혈통이자 청탑주의 딸인 줄리아를 가만히 뒀겠냐고요. 확 해부해버리지 않고 왜 가만히 뒀겠냐고요. 예?”
“히익……!”
그 말을 듣던 줄리아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청탑주의 등 뒤에 숨었다.
“내 딸에게 그랬다가는 네놈은 무사하지 못했겠지!”
“그래요. 무사하지 못했겠죠. 근데 어쨌든 저는 코젝에서 그 많은 흑살대원들을 죄다 죽이고 리안과 줄리아 지킨다고 추락하기 직전인 비행선을 구했죠. 제 목숨 걸고요.”
“…….”
“목숨 걸고 했다고요. 줄리아가 제 부탁을 들어주다가 개죽음당하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고요. 저 혼자만 살려면 그냥 낙하산 타고 뛰어내렸으면 됩니다.”
“…….”
“생각해보니 그렇죠? 예? 제가 왜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제가 대륙의 운명을 바꿀 무슨, 중요한 역할이라면서요.”
청탑주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진이 마른세수를 하며 내뱉었다.
“당신들, 그 지플가의 대마법사, 리올 지플 경이 솔□□의 계약자라면서요. 이것까지도 태양신교의 간자라면 알 수 있는 사실입니까?”
청탑주가 머뭇거리자 유진은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암□마□회가 태양신교를 만든 나쁜 놈들이라면서요? 뭐 어떻게, 암□마□회 개X끼, 하면 됩니까? 이러면 태양신교의 간자가 아니란 게 증명됩니까?”
“그건 아니지만…….”
“아니 그럼 어쩌라고요! 이쯤 했으면 된 거 아닙니까? 아오!”
유진이 답답해 죽겠다는 듯 가슴을 팡팡 친다.
청탑주는 그제야 완드를 천천히 내렸다.
하지만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합시다. 지금은 제가 진짜 배를 가르지 않는 한 억울한 거는 풀리지 않을 것 같고, 나중에 그 기록마법, 그걸로 제 기록에 대해서 살펴보세요. 태양신교와 붙어먹은 적이 있는지 없는지 말입니다. 후…… 진짜 어이가 없어서.”
청탑주가 유진의 답답함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큼, 의심해서 미안합니다.”
“아뇨, 방금까지 반말로 잘만 말씀하시던데 그냥 반말하세요. 갑자기 또 그렇게 예의 차리다가 또 반말 들을 거 생각하면 기분 별로 안 좋으니까. 진심이에요.”
“그래…….”
“그리고 말했다시피 이제 서로 믿지 맙시다. 우리는 그냥 업무적, 사업적 관계인 거에요. 알겠습니까?”
“……그러지.”
후.
아직도 청탑주는 유진을 100% 믿을 수 없는 게 맞았다.
하지만 뒤이은 유진의 말을 들은 청탑주는 수긍해야만 했다.
“어쨌든 간에 전쟁을 막아야 하는 건 아시겠죠? 아, 이것도 좀 아리송하신가? 제가 태양신교의 간자라면 유니온과 적탑 간의 전쟁을 오히려 반길 텐데요? 그쵸?”
“……그래. 유니온은 태양신교의 눈엣가시니까.”
“휴우! 다행이네요. 해명해야 할 게 하나 줄었네.”
-이 자식, 많이 억울했나 본데.
「그러게 말이다. 이 정도로 답답해하시는 건 처음 보는군. 말이 엄청나게 빨랐어.」
리안과 줄리아는 방금 뭐가 지나간 건지 헷갈리는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유진은 억울한 걸 진짜 못 참는구나…….’
‘유진도 이렇게 많은 말을 하기도 하는구나…….’
청탑주가 기세를 가라앉히고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다. 유진도 그 사이에 진이 빠졌는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도우면 되나?”
유진은 그렇게 묻는 청탑주를 빤히 응시하다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아니, 생각해보니 그냥 이걸 보여 주면 되는 거였잖아.”
유진이 오른손바닥을 펼쳐 하늘을 보게 했다.
화아악!
그러자 손바닥 위에 작은 메테오가 하나 맺혀지더니, 그 주위로 룬문자 수십 개가 생성되어 회전하기 시작했다.
멸살암천화염옥의 작은 형태였다.
청탑주는 지플가의 사람으로서, 룬문자가 휘감긴 메테오를 생성해낼 수 있다는 건 곧 실제로 멸살암천화염옥을 시전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청탑주님.”
“내가…… 오해를.”
“태양신교의 간자라서 죄송합니다. 제가 태양신교의 간자라서 바보 천치 멍청이처럼 이 귀한 마법을 적탑에게 그냥 거저로 넘겨줄 생각입니다.”
“미, 미안…… 미안하네.”
“제가 태양신교의 간자라서 암□마□회의 적인 지플에게 그들의 유산이자 비기를 되돌려 주려 하고 있나 봅니다. 참으로 멍청하고 아둔하게요. 제가 병신입니다.”
“끄응…….”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그저 업무적, 사업적 관계입니다. 서로 믿기 없기입니다.”
유진은 청탑주가 아주 다시는 의심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았다. 그에 청탑주는 민망한 표정으로 헛기침만 흘렸다.
“그래서, 적탑주와의 독대 자리를 만들어 주면 되겠나?”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시간 낭비를 좀 했으니 빨리 연락하면 좋겠습니다.”
청탑주가 곧바로 수정구슬을 통해 적탑주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뚜…….
수정구슬은 적탑주의 얼굴을 비추지 않고 그저 투명하게 빛나기만 했다.
“설마.”
청탑주가 다급히 다시 연락했으나.
-안녕하십니까, 청탑주님.
적탑주의 아래에 있는 비서 마법사가 수정구슬에 답했다.
“왜, 왜 자네가 받는 거지? 탑주께선 어디 가셨나?”
-음…… 그게…… 지금은 밖에 나가셨습니다.
“정확히 어딜?! 중요한 사항이니 정확히 말해야 하네!”
-그러니까, 교지의 접경지로 가신다고만 하셨습니다만…….
“어딘지는 모르나?! 그리고, 마법사들은 대동하였나?!”
-워낙 급하게 나가셔서 저도 전해 들은 바가 없습니다. 마법사들을 대동하긴 하셨습니다.
뚝!
청탑주는 수정구슬을 끊고는 유진에게 급히 말했다.
“전쟁……이, 정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어.”
유진이 마른세수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로 가죠. 예측 가는 곳으로 안내해 주세요.”
* * *
대륙 북단에 있는 멸지.
교지와 흑지가 연결된 유일한 육지이자 다리였다.
적탑주와 그의 제자들, 그리고 적탑이 자랑하는 정예 마법 병단도 대다수 함께 대동한 상태였다.
적탑의 마법사들은 붉은 로브와 더불어 화려한 불꽃 이펙트가 퍼지는 지팡이와 완드를 들고선 결연한 표정으로 교지 방향을 바라보았다.
적탑의 정예 마법 병단은 최소 8성의 마법사로만 이루어진 단체로, 흑지에서도 손에 꼽히는 무력 단체 중 하나였다.
인명 살상에 최적화된 화염 마법을 8성까지 익힌 이들이 백 명 가까이 모인 단체이니까.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적탑주가 분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리안, 내 반드시 너를 구해내겠다. 적탑의 수제자를 이런 식으로 잃을 순 없으니까.”
그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