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1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16화(216/320)
약 20명가량의 마법병단 마법사들이 적탑주의 뒤에 도열해 있었다.
개중에서도 두 녀석은 유난히 분노한 얼굴로 욕지거리를 중얼거렸다.
“리안, 우리가 반드시 구출해내겠다……!”
“감히 적탑을 건드리다니, 개자식들!”
첫 번째 제자인 탈리악과 두 번째 제자인 켈론이었다.
적탑주가 그들을 힐긋 뒤돌아보았다.
“탈리악, 켈론.”
“예, 탑주님! 어서 유니온 놈들을 모두 불태워 죽여버릴……!”
“진심으로 리안의 복수를 원하느냐?”
두 마법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그야, 당연히-”
“그래. 알겠다.”
어째서인지 적탑주는 평소와 달리 둘의 말을 확 끊어버리고는 멸지의 노면을 밟고 앞으로 나아갔다.
탈리악과 켈론은 왠지 달라진 적탑주의 표정과 말투에 의아함을 느끼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저희가 길을 트겠습니다.”
노면을 밟을 때마다 가시덤불과 송곳 같은 장애물들이 발을 뚫고 나오려 솟구쳤으나, 탈리악이 화속성 마법을 내뿜어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모두 태워 길을 만들었다.
더불어.
“적탑주님을 보호하라! 혹시 모를 마수의 습격을 막아야 하니 양옆, 앞, 뒤를 경계해라!”
켈론은 적탑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마법병단들을 지휘했다.
이 멸지를 건너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걷다 보면 교지와 흑지 사이에 설치된 수천 개의 장애물과 더불어 포탈 생성을 방어하는 방벽이 설치되어 있다.
그것만 깨고 나면 유니온이 있는 방면으로 포탈을 생성할 수 있게 되니, 곧바로 유니온 본진을 습격하는 게 이번 작전이었다.
“리안을 반드시 구출해서 온다!”
“예!”
적탑주는 제 동료, 리안을 끔찍이 생각하는 듯한 켈론과 탈리악, 그리고 그 하위 마법사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하하…… 어이가 없군.”
“예? 잘 못 들었습니다, 스승님.”
“스승이라.”
“……?”
불을 뿜어대던 탈리악이 잠시 자리에 멈춰 적탑주에게 물었다.
“오늘따라 뭔가 다르십니다, 스승님.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병단원들을 더 데리고 올까요?”
적탑주가 피식 웃었다.
“탈리악, 우리 적탑의 정예 마법병단이 총 몇 명이지?”
“총 50명 정도입니다. 드디어 생각이 바뀌셨습니까? 녀석들을 더 데리고 올까요? 하는 김에 이참에 완전히 놈들을 죽여 놔야-”
“아니, 필요 없네. 그건 그렇고 언제부터였나?”
“……예?”
“하하, 아니다. 말이 헛나왔다네……. 아, 저기가 그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곳이군. 아마 뭐가 됐든 저길 밟으면 다신 찾을 수 없다고 하지?”
“예, 맞습니다.”
적탑주의 검지가 저 멀리, 암흑으로 일렁이는 커다란 구멍 속을 가리켰다.
다크 홀(Dark Hole).
이곳이 멸지로 불리는 근본적인 이유이자 이곳에 교지와 흑지를 구분하는 별다른 장벽이 없는 이유였다.
저곳에 한 번 발을 디디면 웬만한 10성급 기사나 마법사가 아닌 이상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괴이한 구멍이었다.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공포스러움이 일렁였다.
탈리악은 그 구멍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걸 뚫고 가려면 병단원들이 최소 20명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적탑주는 그 말을 무시하고 묵묵히 걸었다.
마법사들은 이상하게 무거운 분위기를 풍겨내는 적탑주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따랐다.
그리고 다크 홀의 지척까지 다다랐을 때.
적탑주가 우뚝 멈춰 섰다.
“왜 그렇게 자꾸 많은 정예 인원들을 필요로 하는지 나도 알고 있네.”
켈론과 탈리악이 대답했다.
“예. 다크홀을 건너고, 유니온을 완전히 습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애초에 유니온 습격은 안중에도 없지 않으냐. 그저 나를 저 다크홀에 처넣기를 바라는 거지.”
“……?”
“나를 처리하기가 그렇게 무섭더냐? 그래서 그렇게 많은 손이 필요한 것이 아니더냐?”
켈론과 탈리악이 몸을 흠칫 떨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승-”
“스승이라 부르지 말거라, 썩은 내 풀풀 풍기는 쓰레기들아.”
적탑주가 뒤돌아서며 지팡이를 바닥에 콱, 찍었다.
“방금 하던 질문을 마저 하지. 언제부터였나?”
“아니,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탑주님, 오해가 있으시다면…….”
“네 몸에서 흐르는 그 검은 기운을, 내가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너무도 우습구나.”
“…….”
“내가 십수 년을 길러 성장시킨 9성급의 인재들이, 결국 내 뒤통수를 치는 꼴에 기함이 절로 나오지만.”
“……하하.”
“쓰레기들을 알아보지 못한 내 탓을 해야겠지.”
그의 지팡이에 강대한 마력의 소용돌이가 뭉치더니, 하늘 위로 솟구쳐올랐다.
동시에 푸른빛이 한 번 번쩍 발하더니-
쿠르르릉……!
하늘에서 시뻘건 화염이 들러붙은 화살 수만 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리안이 부렸던 고난도의 그 마법, ‘화염시(火焰矢)’였다.
탈리악과 켈론, 그리고 그 하늘 위를 쳐다보고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어떻게 알아낸 거……! 빌어먹을, 화염시까지 꺼낼 줄이야……!”
켈론이 무서운 눈빛으로 적탑주를 노려보았고, 적탑주도 이를 뿌득 갈았다.
“청탑의 아이젠시움에 복귀 예정에 없던 두 마법사가 복귀했다더군. 그리고 흑탑에서 흑살대를 파견해 그 두 명을 죽이려 했고 말이야.”
“그것만 보고 어떻게……!”
“왜 흑살대씩이나 필요했겠나? 리안을 죽이기 위해서겠지. 리안은 살아남았다. 그럼에도 리안을 구한답시고 여기까지 너희를 데리고 온 까닭은 간단하다.”
휙-
적탑주의 엄지가 제 뒤쪽, 다크 홀을 가리켰다.
“네놈들이 나를 배신한 것처럼, 나 또한 저 안에 너희를 모두 처넣기 위함이다. 부끄러운 제자들아.”
켈론이 잔잔히 말했다.
“……저희를 용서하십시오. 스승님. 탈리악! 지금이라도 스승님을 죽여서 화염시를 중단시켜야 한다!”
“용서라, 너희는 아직도 내 성격을 모르는 모양이구나. 아니, 알지만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겠어.”
보이는 상황대로였다.
켈론과 탈리악은 적탑주의 세 수제자 중 두 명이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적탑주를 배신하고 흑탑주의 아래로 들어간 것이다.
쿠르르르!
“……공격하지.”
고개를 끄덕인 탈리악이 완드를 들자, 켈론도 그 즉시 적탑주에게 어마어마한 불길을 쏘아냈다.
흑마력과 화속성의 마법이 뒤섞인 마법…….
다크 플레임 거스트(Dark Flame Gust), 검은 화염의 돌풍.
그에 더해 뒤에 있던 나머지 마법사들까지 전부 다 적탑주에게 다크 플레임 거스트를 시전했다.
콰아아아아!
불과 암흑이 뒤섞여 불길하게 일렁이는 불길의 돌풍이 제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불사르고 찢으며 적탑주에게 치달았다.
두 9성급 마법사, 그리고 이십에 아까운 정예 마법사들의 합공은 일견 대단히 강한 수준의 공격임이 자명했다.
공기가 찢기며 나는 소음과 더불어 노면이 깊게 패며 파장을 자아냈다.
생각지 못한 생소한 마법에 적탑주도 순간 흠칫했으나, 이내 새된 한숨을 내쉬고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블레이즈 월(Blaze Wall), 불꽃 벽.
돌풍계 마법을 방어하되, 흑마력에도 효과가 뛰어난 마법이었다.
과연 흑지에서도 한 손에 꼽는 대마법사인 만큼, 다크 플레임 거스트의 카운터 마법을 그 짧은 사이에 생각해내고 곧바로 시전한 것이다.
지이잉-!
불꽃으로 만들어진 사각형의 견고한 벽이 다크 플레임 거스트 앞을 가로막았고, 귀가 먹먹할 정도로 커다란 굉음이 하늘을 커다랗게 울렸다.
꽈아앙!
20명이나 되는 마법사들의 합공에도 적탑주는 털끝 하나 타지 않고 멀쩡했다.
“아니……!”
“……흠.”
켈론이 크게 당황했지만, 이상하게도 탈리악은 팔짱만 끼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화염시는 계속해서 그들의 머리통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지금이라도 방어를 해야 한다! 전군 방어 태세!”
켈론이 화염시를 방어하기 위해 다급히 흑마력을 꺼내 방벽을 형성했다. 텔레포트를 쓰지 않는 이상 화염시의 공격 범위 밖으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젠장……! 켈론 경! 이게 뭡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탑에 있는 거였는데!”
“닥쳐라!!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이 누구 탓을 하는 거야!”
정예 마법사들과 켈론이 화염시를 공포에 젖어 방벽을 겹치고 또 겹친다.
하나, 여전히 탈리악 만큼은 다소 여유로운 표정으로 방벽을 소홀히 형성했다.
그 모습을 본 적탑주가 탈리악을 보며 노기에 젖은 표정으로 말했다.
“탈리악, 켈론보다 네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을 텐데. 여유를 부리는구나. 벌써 포기한 게냐? 아니면 지금이라도 나와 한번 붙어보자꾸나.”
“하하…… 뭐, 여러 생각이 많이 들어서 말이죠.”
“하나만 물어보자. 어째서 나를…… 나를 배신한 거냐.”
화가 나 있던 적탑주의 얼굴이 이내 복잡해졌다. 아끼던 제자들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기분은 참담하기 그지없었으니까.
그에 탈리악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흑탑주님께서 워낙 훌륭하신 분이라는 걸 알아본 건 아닐까요?”
이상한 화법이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마치 남의 생각을 건너보듯 하는 뉘앙스.
듣던 켈론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스승님! 그간 저희는 역할을 다했습니다. 구르라면 굴렀고, 수련하라면 수련했습니다. 하지만 스승님은 오로지 리안만을 예뻐하셨죠! 그 잡종 리안만요!”
“……그게 이유였구나.”
“지금 하늘에서 떨어지는 저 화염시도 오직 리안에게만 전수해주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흑탑주님께서는 모든 걸 약속하셨죠. 훨씬 더 좋은 대우와 함께요!”
켈론은 그간 서운한 게 많았는지 많은 말을 쏟아냈다.
흑탑주가 적탑을 찾아온 당일, 흑탑주는 적탑주 몰래 적탑의 마법사들 몇몇에게 접촉했다.
그간 적탑주는 멸살암천화염옥의 복원을 위해서만 많은 노력을 기울이느라 정예 마법사들에게는 소홀한 면이 있었다.
그 와중에 리안은 적탑주의 총애를 독차지했으니 적탑 마법사들의 불만이 늘어날 수밖에.
“리안은 왜 그렇게 좋아하신 겁니까! 그 녀석은 순혈도 아닌 개 잡종 놈이잖습니까! 근데 대체 왜……!”
“녀석은 그간 오롯이 마법에만 집중해왔지. 하지만 너희들은 무엇이냐? 혈통을 따지며 하찮은 이득을 위해 이곳저곳에 달라붙는 벌레 같은 놈들 아니더냐?”
“하……! 흑탑주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노인네가!”
더불어 흑탑주의 힘이 훨씬 강하다고 소문이 난 것도 제자들이 배신을 결심하는 데에 한몫했다.
물론.
적탑주는 이 모든 사실을 눈치챘음에도 모르는 척하고 넘어갔다.
배신할 놈들이라면 나중에도 배신할 놈들이라 여겼으며, 배신자들의 몸속에 녹아든 흑마력을 멸살옥의 복원에 써먹어 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실패했고, 적탑주는 배신자들을 솎아내기로 했다.
그 짧은 기간 사이에 50여 명의 정예 마법사 중 20명이 배신을 택했고, 적탑주는 배신자들만을 속속들이 골라내 이곳, 다크 홀 앞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쿠오오오!
화염시가 마법사들의 바로 위까지 당도했고.
콰과과광, 콰과광!
그들의 마법 방벽을 거세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돼, 됐다……!”
“화염시도 별거 아니잖아?! 하하……!”
처음에는 마법 방벽에 화염시가 속절없이 막혀 별 피해를 주지 못하는 듯했으나.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나?”
쾅, 쾅, 쾅.
적탑주가 지팡이를 땅바닥에 세 번 두드리자.
녀석들의 마법 방벽에 꽂힌 화염시들이 폭탄처럼 폭발하기 시작했다.
꽈아아아앙!
정예 마법사들이 두른 마법 방벽들은 순식간에 죄다 깨져버리고, 터져나가 인간 구이가 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미, 미친……! 어떻게……!”
하나.
제 방어 방벽이 깨져나가는 와중에도 탈리악은 이상하리만치 여유로운 미소였다.
적탑주가 탈리악을 심유한 눈빛으로 노려보다 내뱉었다.
“네놈…….”
탈리악이 아니구나.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