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17)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17화(217/320)
“네놈, 탈리악이 아니구나.”
화르륵!
탈리악은 화염시에 의해 활활 불타오르면서도 싱긋 미소를 흘렸다.
적탑주는 놈을 매서운 눈동자로 노려보았다.
그는 10성급의 경지에 다다른 대마법사. 가히 어마어마한 기세가 그가 서 있는 자리 주위를 불사르고 짓이겼다.
웬만한 마법사나 기사였다면 그 기세만으로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했겠지만, 탈리악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그 눈동자를 받아냈다.
“이게 전부입니까, 스승님.”
“내가 언제부터 스승이었지, 흑탑의 쓰레기여.”
적탑주는 탈리악의 탈을 쓴 녀석이 흑탑의 고위급 마법사 정도 되는 걸로 추측했다.
하지만.
“하여간, 감이 좋으시다니까.”
주르르륵…….
탈리악의 피부가 화염에 녹아 바닥에 흘러내리자 탈리악의 가죽을 빌린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
적탑주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아이고, 적탑주님. 뜨거워 죽겠네요오. 적당히 좀 덥히시지. ”
“네, 네놈이……!”
흑탑주 파넬로였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옆에서 타죽고 있던 켈론도 바닥에 엎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흑탑주님……! 살려주십시오! 제 몸이 전부 다 타고 있…….”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될 거니 너무 보채지 마세요오. 제가 괜히 제 귀중한 마력을 넘겨줬겠어요? 걱정 마시고 그냥 죽으세요.”
“이, 미친, 새끼가……!”
“효효효! 적탑 분들은 역시 말이 심하시다니까.”
흑탑주는 활활 불타 형체를 잃어버린 탈리악의 가죽을 완전히 벗어 던지고 뒤쪽을 돌아보았다.
쿠오오오오…….
이미 화염시에 의해 잿더미가 되어 버렸어야 할 마법 병단의 정예 마법사들이 바닥에서부터 검은 연기를 흩뿌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마치 그림자처럼, 새카만 어둠을 뒤집어쓴 존재들이 재탄생하고 있었다.
“키메라로는 성에 안 차서요. 새까만 놈들로 만들어 봤어요. 어때요, 이쁘죠오?”
“미친 자식! 네놈, 호메라가 얼마나 불경한 존재인지 알고도 그 짓거리를 벌인 것이냐?”
호메라(homera).
흑탑주가 만들어 낸 키메라 군단의 뒤를 잇는 흑탑의 비밀 병기로서, 오로지 마법사들로만 구성된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쉽게 말해 귀신과 같이 세상을 떠돌며 마법과 같은 신기(神技)를 부리는 일종의 유령이자 인형이었다.
이들은 전설 속에나 나오는 아주 괴이하고 불길한 존재들로, 그들이 나타나는 곳에는 멀쩡한 생명체가 남아있을 수 없다는 설만이 나돌 뿐이었다.
한데 흑탑주는 그 호메라들을 실제로 구현하여 세상 밖으로 꺼내놓은 것이다.
적탑주가 지팡이를 꽉 들어 쥐며 분노로 손을 부르르 떨었다.
“내 제자들을…… 아무리, 나를 배신한 제자들이라지만……! 영혼을 건드리다니……!”
“당신 제자들? 효효, 배고픈 개새끼마냥 헐레벌떡 덥석 물던데요?”
“앞으로도 친하게 지낼 생각은 없었지만, 정말 오만 정이 다 떨어지는군.”
“정이고 뭐고, 효효.”
흑탑주의 눈매가 호선으로 길게 휘어졌다.
곧이어 그가 완드를 들어 적탑주를 향해 가리키자, 뒤에 도열해 있던 스무 명 가량의 호메라들이 하늘로 확 솟아올랐다.
이어 그들은 적탑주를 향해 완드를 가리켰고 흑색으로 꺼림칙하게 일렁이는 뭉텅이들이 적탑주를 향해 쏟아졌다.
다크 머드(Dark Mud).
9성급에 달하는 수준 높은 흑마법으로, 불에 타지도 않으며 닿는 모든 것들을 서서히 무(無)의 세계로 보내는 살벌한 마법 공격이었다.
한 번이라도 닿으면 떨쳐내기가 매우 어렵기에 다크 머드는 애초에 접촉하지 않는 게 파훼법이었다.
회피 말고는 딱히 카운터 마법도 존재하지 않는 공격.
“내가 그깟 더러운 마법에 당할 것 같으냐!”
하여 적탑주는 침착하게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하지만.
우웅…….
텔레포트는 실패했다.
“크읏……?”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알 수 있었다.
“흑탑주, 네놈이 개수작을……!”
“뭘 당황하고 그러십니까? 효효효! 어디 한번 더러운 마법에 제대로 당해보시지요!”
“크윽……!”
빠르게 날아드는 다크 머드들을 회피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적탑주는 차선책으로 보호 방벽을 급히 생성했다.
그러자마자.
철푸득, 푸드득!
하늘을 가리다시피 가득 날아든 다크 머드들은 적탑주의 보호 방벽에 잔뜩 들러붙어 방벽을 녹이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 10성급의 대마법사이긴 하나, 이는 그가 무위에서도 반드시 우위에 있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마법의 시전 속도, 카운터 마법에 대한 지식, 마력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대마법사라 불리는 것이지, 대응할 마법이 없다면 대마법사도 한낱 인간일 뿐이다.
“감히, 똥 무더기보다 더러운 네놈이!”
“똥 무더기? 푸효효효! 살다 보니 별 희한한 말도 다 들어보네요오.”
켈론도 어느새 호메라로 변모하여 완드를 적탑주에게 향하고 있었다.
“켈론 경, 혹시 적탑주님에게 할 말 있나요? 마지막 기회일 것 같은데.”
흑탑주는 켈론 하나만큼은 호메라이면서도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대화 또한 할 수 있도록 처리해 놨다.
9성에 다다른 수준 높은 마법사니, 기억에서 뭔가를 꺼낼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켈론이 입을 열었다.
“스승, 님…… 죄송…… 합니다…… 도망, 가, 세요…….”
“푸효효효효! 그래도 존경받는 스승이었나 보네요.”
적탑주는 다크 머드를 걷어내려 안간힘을 쓰면서 씹어내 뱉듯 말했다.
“네놈들을, 내 반드시 멸살해주겠다……!”
그가 왼손에 불꽃이 잔뜩 솟구쳐 오르는 검을 소환했다.
화르르륵!
화염제령검(火焰除靈劍).
영혼을 제거하는 화염의 검이란 뜻으로, 말 그대로 영혼을 절멸하는 기능을 했다.
영혼의 제거는 10성에 이른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었다. 제이드의 심검과 비슷한 역할이었다.
기다란 검신에 붙은 불꽃은 푸르게 일렁이며 일대를 뜨겁게 적셨다.
그는 화염제령검으로 흑탑주와 더불어 호메라가 된 켈론, 그리고 정예 마법사들의 영혼을 베어 아예 없애버릴 요량이었다.
촤아악!
다크 머드에 휩싸인 보호 방벽을 스스로 썰어버리고 밖으로 빠져나온 적탑주가 곧바로 흑탑주에게 치달았다.
“반드시 네놈을 처단하리라!”
이동속도를 높이는 헤이스트 마법을 동시 영창.
분명 그 속도는 마법사치고는 굉장히 빠른 편에 속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흑탑주에게 당도하여 검을 찔러넣었으나.
“효! 노인네가 용쓰는 모습이 안타깝군요.”
흑탑주는 적탑주의 검술에 코웃음 쳤다.
뒷짐을 진 채 보법을 밟아 적탑주의 화염제령검을 가볍게 비껴냈다.
적탑주는 근본적으로 마법사다.
물론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기본적인 신체 단련과 더불어 검사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익히 알고 있다.
하여 움직임과 속도만 보면 거의 7성에 달하는 기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었으나.
“크읏!”
흑탑주 앞에서 그 정도의 검술은 무의미했다.
쉭! 쉬익……!
적탑주의 검이 흑탑주의 털끝 하나 베지 못하고 허공을 갈랐다.
“자신이 없는 모양이구나, 흑탑주! 제대로 상대해라! 더러운 마법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찌렁뱅이같은 놈!”
“푸효효! 찌렁뱅이는 또 무슨 말이죠?”
적탑주는 화염제령검에서 발하는 뜨거운 열기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흑탑주를 베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흑탑주는 호메라 전원을 일부러 대기시켜 놓고 적탑주의 검격을 적당히 피해 주다가 가볍게 혀를 찼다.
“쯧, 화염시 빼고는 볼 게 없었어요. 발전해야겠는데요, 그렇지요?”
“개소리!”
“개소리는? 나처럼 아름다운 인간이 어디 있다고.”
흑탑주는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완드를 가슴 앞으로 스윽 들었다.
그러자마자.
푸슛!
완드에서 날카로운 흑색의 송곳이 빠져나와 적탑주의 복부를 꿰뚫었다.
“커헉……!”
적탑주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울컥 솟아 나왔다.
그의 운명이, 오늘 여기서 결정될 터였다.
* * *
유진과 리안, 청탑주는 다급히 멸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 속도는 웬만한 말보다도 곱절은 빨랐다.
그럼에도 유진은 속도를 더 내지 못해 입술을 짓씹었다.
‘적탑주가 다크 홀을 넘지 못해야 하는데!’
그때 강렬한 열기가 머리 위쪽으로부터 느껴지는 것 유진 일행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만 개의 커다란 불화살이 밀물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화염시……? 스승님이 시전한 것 같다! 벌써 유니온에 당도하신 건가?!”
리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진 역시도 달리는 와중 의구심을 품었다.
‘화염시를 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위치를 보면 유니온으로 날아가는 건 아닌데?’
의문에 대한 답은 금방 나왔다. 유진이 소리쳤다.
“누군가가 적탑주를 공격한 거다! 적탑주가 저 정도 마법을 써야 하는 인물은-”
“흑탑주……! 흑탑주 말고는 탑주님에게 대항할 수 있는 이는 몇 안 된다!”
유진이 속도를 더욱 올리더니,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리안과 청탑주를 앞서가 쭈욱 내달렸다.
* * *
“크흐흐…… 죽일 테면 죽여라. 어서……!”
애초부터 흑탑주의 상대가 되지 않으리란 건 예상했으나, 막상 이렇게 되니 참으로 허무했다.
그가 노면에 한쪽 무릎을 꿇고 흑탑주를 노려보았다.
“에엥? 왜 그래요? 이러면 재미없단 말이야! 목숨을 구걸하고, 내 발바닥이라도 핥을 것처럼 굴어야 재밌는데!”
“크하하! 쿨럭, 내가 네 더러운 술수에 놀아날 것 같으냐? 쿨럭…… 죽여라!”
“그래요? 흠…… 그러면 하나만 물어볼게요.”
흑탑주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제가 기록마법을 싹 다 가져가도 되겠지요?”
“……!”
적탑주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뚫린 복부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올 때보다도 더 좋지 못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제가 적탑주님을 왜 죽이겠어요? 화염시와 더불어, 그라시안의 보물까지도 가져야지요.”
“……네놈.”
“모든 마법과 아티팩트를 싹 다 훔쳐간 뒤에, 당신의 몸까지 호메라로 만들어 평생, 썩어서 문드러질 때까지 써먹어 주죠. 그래도 되겠지요?”
“개, 자식, 쿨럭!”
“그리고.”
흑탑주가 여지껏 짓던 그 어떤 미소보다 더 밝게 웃었다.
“리올 지플의 유해까지요. 효효효효!”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적탑주가 화들짝 놀라 피거품을 물며 내뱉었다.
“그건, 그것만은 안 된다……! 우리 조상의 유해를, 어찌……!”
“어차피 내 마음대로 할 거지요~!”
“아, 안돼!”
흑탑주가 기괴한 웃음을 터뜨리며 완드를 움직였다.
피슈웃!
이번에는 기다랗고 뾰족한 흑색의 바늘이 소환되었다. 그 끝에는 켈론과 더불어 마법사들을 호메라로 만든 암흑 물질이 맺혀 있었다.
“그간 즐거웠습니다, 적탑주님. 예우는 지켜드리지요.”
“크으으……!”
흑색 바늘이 적탑주의 미간을 뚫고 머리통 안, 뇌의 한가운데를 노리고 들어가던 차-
“……웬 잔챙이가!”
흑탑주가 적탑주에게 하던 작업을 중지하고 재빨리 완드를 옆으로 휘둘렀다.
검은 기운이 흩뿌려지며 사방을 잔뜩 녹이려 들었으나.
“이런 건 처음일 거다, 흑탑주.”
한 사내의 목소리와 함께 커다란 물줄기가 검은 기운을 죄다 정화하여 기화시켜버렸다.
쿠오오!
맑고도 푸른빛으로 일대를 밝히며 나타난 존재는 수룡.
그리고 유진이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