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1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19화(219/320)
제1 결전기 쇄천, 본.
유진은 이전, 마그노 던전에서 쇄천 중에서도 종, 횡, 충을 사용했다.
당시에는 쇄천을 유진 본인의 의지대로 사용했다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이용했을 따름이었다.
그 덕에 쇄천의 원래 형식이 아닌 유진의 몸과 한계에 알맞게 조정하여 기술의 수준을 격하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쇄천 ‘본’은 오롯이 룬□□의 일족들이 사용하던 그 위력과 형식 그대로를 담아낸 기본이자 근본을 뜻하는 원형(原型)이었다.
파즈즉!
흑탑주가 잠시 당황하다,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되찾았다.
“뭐, 그때 보여줬던 그 기술과 비슷한 것 같군요오. 다 방법이 있답니다.”
아마도 그는 마그노 던전에서 쇄천에 당한 이후 그동안 쇄천에 대한 대응법을 연구한 것 같았다.
휙!
흑탑주가 손을 위로 쳐들었다.
그러자 새까만 안개가 허공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더니, 흑탑주와 호메라들을 감쌌다.
이어 노면을 타고 뻗어 나가며 찬란히 빛나던 쇄천의 검기를 죄다 흡수하기 시작했다.
“효효효! 얼마나 허탈할까요? 필살기를 꺼냈는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파훼당하면 말이에요.”
하나.
유진은 여전히 조용히 눈을 감고 바닥에 꽂은 검에 오러를 불어넣고 있었다.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았다. 흑탑주가 소환한 흑색의 안개가 오러를 죄다 흡수하고 있었으니까.
그럴지언정, 유진은 멈추지 않았다.
이는 그가 멍청해서라기보다는,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것 같았다.
“너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 걸 모르지.”
차분하게 울리는 유진의 목소리에흑탑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뭔 소릴-”
그와 동시에.
카가각.
흑탑주와 더불어 호메라들이 밟고 있는 바닥 아래에 균열이 일어났다.
“……?”
흑탑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선을 제 발밑으로 향한 순간.
콰드드득!
굵은 검기의 줄기가 바닥을 뚫고 솟구쳐 올라왔다.
흑색의 안개가 흡수하기에는 너무도 빠르고 강한 기운이었다.
“아?”
흑탑주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도 전-
꽈즈즉, 꽈즈즈즉!
검기는 호메라들과 흑탑주의 다리를 타고 올라와 머리끝까지 갈가리 찢어발겼다.
쇄천 본으로 인해 생성된 검기는 저 하늘 위, 멀리까지 솟구쳐 올라갔다.
그 어찌나 기운이 강했는지, 검기가 뻗어 나가며 지나간 공간이 일그러지는 광경이 보이기도 했다.
“큭……!”
흑탑주가 처음으로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게 본인의 몸이 완전히 찢어발겨지고 있었으니, 흑탑주라 해도 참지 못할 터였다.
그 사이.
쇄천 본을 시전한 뒤 눈을 뜬 유진이 흑탑주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대, 대박입니다! 도대체 룬□□ 일족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몰라도, 엄청난 기술이에요!」
-크하하! 호메라고, 흑탑주고 뭐고 간에 이제 전부 끝장이다! 이것이 유진 로베르의 저력이다, 이거야!
그러나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응? 뭐가 끝난 게 아니냐? 흑탑주는 저대로 죽을 것 같은데?
상황을 파악하던 지크가 통찰안을 사용, 흑탑주와 호메라를 노려보다가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서, 설마. 저거……!」
‘그래. 놈의 영혼을 말살하지 않는 이상 흑탑주는 계속 살아날 거야.’
유진의 말대로였다.
호메라들과 흑탑주는 쇄천에 의해 잠시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스스스…….
찢기고 뜯겨서 형체를 완전히 잃은 흑탑주와 호메라들은 그 자리에서 다시 제 몸을 복구해내고 있었다.
“지긋지긋하군.”
유진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내뱉었다.
어느새 얼굴이 복구된 흑탑주가 히죽 웃으며 유진에게 말을 건넸다.
“이게 끝인가요오? 방금 그 기술도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저의 곁으로 온다면 고통스럽지 않게…….”
그의 입꼬리가 귓불까지 찢어져 올라갔다.
“내장 속에 뭐가 들었는지, 뇌 속에는 어떤 기억이 있는지까지, 낱낱이 해부해드릴게요. 효효!”
소름이 오싹 돋았다. 온몸이 찢기고 뭉개져도 다시 살아나 미소를 짓고 있는 흑탑주의 모습은 일견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흑탑주가 고개를 돌렸다.
“호메라들? 왼쪽에서 달아나고 있는 청탑주와 오른쪽에 있는 리안까지 모두 잡아 오세요. 그리고-”
흑탑주가 주변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훑었다.
“적탑주를 빨리 찾아내세요. 아마 아티팩트를 이용했을 거예요.”
“크우우우-!”
금세 제 몸을 회복하여 모습을 갖춘 호메라들이 일제히 대답하며 양옆으로 퍼져나갔다.
흑탑주 역시 말끔한 모습으로 복구되어 유진을 향해 다가갔다.
“후우, 후우…….”
“숨이 거칠어 보이네요. 굳이 쉴 필요 없게끔 만들어 드릴게요! 아, 답이 없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도망칠 건가요오?”
“그럴까…….”
유진이 답하면서 눈을 매섭게 치켜떴다.
“아니면, 네 영혼까지 죽이고 돌아갈까.”
“……?”
흑탑주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사이, 하늘에서 무언가 섬뜩한 소음이 들려왔다.
쿠구구구구…….
“뭐, 화염시라도 다시 시전한 건가……?”
그러나 흑탑주는 위를 올려다본 순간, 헛숨을 들이켜야만 했다.
“며, 멸살암천……!”
<멸살암천화염옥 마황 1형>
수많은 화염구들이 하늘을 가르며 맹렬한 기세로 추락해오고 있었다.
비어있는 하늘에서 수십, 수백 개의 커다란 화염 덩어리가 활활 불타며 떨어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
유진은 이 세계의 수많은 마법 중 영혼을 말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마법 중 하나, 멸살암천화염옥의 시전에 성공한 것이다.
-허어! 그라시안의 과외가 효과가 있었구만! 1형부터 차근차근히 배운 모양이야!
유진은 멸살옥을 시전하는 데에 마력을 모두 소모한 덕에 한 마디 내뱉는 것도 벅찼다.
“피해 봤자 소용없는 건 알고 있겠지.”
멸살암천화염옥 마황 1형은, 화염구가 표적을 향해 죽을 때까지 쫓아가는 요격형 마법이었다.
만약 흑탑주가 텔레포트를 써서 위치를 완전히 바꿔버린다고 해도, 화염구는 또다시 생성되어 그를 요격할 것이었다. 말 그대로 완전히 죽을 때까지 따라가는 것이다.
가만 보면 요격형 마법답게 화염구의 방향이 일제히 흑탑주와 호메라들을 향하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네가!”
이해할 수 없었다. 적탑주도 아직 완성하지 못한 멸살옥을 어떻게 저 꼬맹이가 시전할 수 있단 말인가?
모르겠다. 지금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흑탑주는 자신이 화염구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는 이리 가지도, 저리 가지도 못하다가 버럭 소리쳤다.
“청탑주든, 리안이든! 잡는 즉시 죽여버려라! 너희들의 몫을 다 하란 말이야!!”
그의 목소리가 천둥이 치듯 하늘을 매섭게 울렸으나, 소용없었다.
어째서인지 호메라들은 거짓말처럼 가만히 멈춰서서 하늘 위를 번쩍이는 화염구들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체념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을 속박하는 흑탑주의 저주에서 벗어나리란 희망을 품었기 때문일까.
“저 병신같은 것들……!”
흑탑주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이 상황을 파훼할 방법을 고안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유진이 가만히 물었다.
“답이 없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도망칠 건가?”
“크으윽……!”
흑탑주는 분노에 치를 떨다가, 이내 목표를 바꿨다.
“이왕 하나 날린 처지에, 네놈 하나라도 죽여야겠네요……!”
유진은 ‘하나 날렸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미간을 찌푸렸다.
의문을 가질 시간은 없었다.
치이잉!
흑탑주의 검지에서 흑색의 에너지가 잔뜩 뭉치더니, 이내 쏘아져 나가 유진의 심장을 노렸다.
다크 캐논(Dark Cannon).
흑마력을 고도로 압축하여 쏘아내는 마법으로, 응집도가 높은 흑마력의 특성을 이용해 만든 일점타격(一點打擊)용 공격이었다.
다크 캐논에 관한 정보나 소문은 극소수였다. 왜냐하면 다크 캐논에 맞은 이는 모두 죽어 세상에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유진은 전생에 태양신교의 참모였기에 접할 수 있는 극비 정보였다.
쯧.
유진이 곤란한 듯 가볍게 혀를 찼다.
흑색의 조그마한 대포알이 날아온다. 단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유진의 생사가 결정될 것이다.
그는 멸살암천화염옥을 시전한 덕에 남은 마력이라고는 단 한 톨도 없었다.
더불어 현재 남은 오러로는 흑탑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는 걸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방법은 단 하나뿐.
‘수룡……!’
유진의 심장이 꿰뚫리기 직전, 등 뒤에서 수룡이 뻗어져 나와 흑탑주가 쏜 흑마력으로 달려들었다.
크어어어어!
수룡이 다크 캐논과 닿자마자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 기화하면서 사방에 수증기를 흩뿌렸다.
그러면서 다크 캐논의 속도와 위력이 매우 크게 감소하긴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피하셔야 합니다!!」
-유진, 힘을 내야……!
‘빌어먹을, 몸이 움직이질 않아. 마력을 너무 많이 사용했다.’
제아무리 유진이라고는 해도 체력에 한계가 있는 법.
유진이 간신히 몸을 살짝 뒤틀었다.
콰즉!
그 덕에 다크 캐논은 유진의 심장을 약간 빗겨나갔고, 불행 중 다행으로 한쪽 어깨에만 깊은 상처가 생겼다.
“크윽……!”
수룡이 없었더라면, 속절없이 심장이 꿰뚫려 죽어버렸을 터. 그러나 유진은 어떻게 해서든 제 생명을 지켰다.
“이, 버러지 같은 놈이, 편안히 죽음으로 인도해준다고 하는데도 기어코 몸부림을 쳐서 귀찮게……!”
흑탑주는 무어라 헛소리를 내뱉다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쾅! 콰광! 꽈아앙!
대지가 강하게 흔들려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호메라들이 화염구에 얻어맞아 소멸한다.
“……이런.”
흑탑주가 이어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멸살암천화염옥의 화염구 수십 개가 흑탑주의 머리카락을 태워버릴 듯 가까이 도달한 뒤였다.
그가 체념한 듯 피식 웃었다.
“효효…… 아까운 영혼 하나 날렸군요. 뭐, 그래도 나쁜 거래는 아니었지만.”
꽈아앙-!
그 즉시 화염구가 흑탑주가 서 있는 위치에 충돌했다. 그는 바닥에 뭉개지고 녹아내리며 형체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그저 형체만 사라진 것이 아닌-
영혼의 소멸(掃滅), 그 자체였다.
화염구의 여파는 당연히도 유진과 리안, 청탑주에게도 미치는 것이 정상적이었으나.
멸살암천화염옥은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마법의 시전자인 유진과, 그의 아군인 리안과 청탑주에게는 어떠한 악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쿠우웅…….
인세에 존재한 적도 없을 만큼 자욱한 먼지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하지만 유진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적탑주님, 어디 계십니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자욱한 먼지 속에서 유진이 적탑주를 찾아 헤매던 참.
“스승님! 스승님을 찾아냈다! 스승님이 살아계신다! 유지인-!”
저 멀리에서 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적탑.
“빌어먹을 놈……! 여태껏 십수 년을 같이해 놓고, 이런 짓거리를 벌여?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적탑을 지키는 호위 마법사 중 한 명이 동료들을 앞에 두고 이를 거칠게 갈았다.
아니, 어제까지는 동료였으나 오늘은 아니었다.
높고도 위엄있는 기풍을 자랑하던 붉은색의 탑은 반파되어 흉물스럽게 변했고, 그 주위에는 수많은 적탑의 마법사들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 만든 것이었다.
“어쩌겠나. 이게 나의 앞길에 더 좋은 길인데.”
“누구냐, 누구의 사주야! 흑탑주냐? 더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흑탑주구나!”
“……그건 알 것 없다. 타일러.”
그때, 타일러가 적탑의 지하실에서 1층으로 나오고 있는 두 마법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유리관 안에 보관된 한 남자의 시체를 들고나오고 있었다.
“네, 네놈……! 설마 리올 지플 경의 유해까지……!”
배신자 마법사들은 애써 타일러의 시선을 피하면서 명령했다.
“조심해라! 그게 가장 중요한 물건이니까!”
“리올 지플 경이 물건이라고? 물건?! 감히 우리 선조를 어디에다 팔아넘기려는……!”
푸욱!
타일러의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커헉…… 네놈들……은, 반드시, 지옥으로…….”
“미안하다, 타일러.”
털썩.
적탑의 배신자들은 말없이 리올 지플의 유해를 마차에 실은 채 떠날 채비를 했다.
방향은 전사의 요람의 비밀 거점이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