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2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20화(220/320)
적탑주는 본인이 소유한 보호 아티팩트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생존했다.
시간이 없었기에 그는 곧바로 적탑의 아이젠시움 검문소로 향하는 텔레포트를 소환하여 유진 일행을 이끌었다.
텔레포트 안 공간에서 적탑주는 리안에게 상처를 마저 치료받았고, 유진도 청탑주의 도움을 받아 회복했다.
“빨리 가야 하네! 수정구슬에도 연락이 닿지 않는 걸 보면 뭔가 일이 생긴 게 분명해!”
텔레포트 덕분에 적탑까지 다다르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들이 마주한 광경은 처참했다.
“아…….”
“이, 이게…….”
적탑주와 리안이 얼빠진 표정으로 적탑을 올려다보았다.
아니, 사실 올려다볼 것도 없었다. 그 높던 적탑은 이미 절반 이상이 부서져 내려 보기에 흉측한 모습이 되어 있었으니까.
적탑주의 망연자실한 시선이 노면에 흩어진 시체들로 향했다.
입구 쪽에 리안이 아끼는 후배 마법사 중 한 명인 타일러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리안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타일러를 뒤집어 얼굴이 하늘을 보게 했다.
그때였다.
“……선, 배……님.”
“타일러!”
타일러는 용케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었다. 그가 당장이라도 숨을 멈출 듯, 희미한 숨을 들이쉬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타일러! 내 금방 멀쩡하게 되살릴 테니……!”
리안이 황급히 그의 배에 뚫린 구멍을 메우려 치료 마법을 행하려 했지만-
탁.
타일러가 리안의 손목을 붙잡았다.
“저는, 이미, 늦었……습니다.”
리안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소리쳤다.
“아니, 아니야. 내가 반드시……!”
“저보다, 리올……지플…… 경을.”
툭.
타일러는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보다 적탑과 지플 가의 명예를 생각하다 죽었다.
리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타일러를 내려다보다가 서글프게 흐느꼈다.
“크흑, 흐으윽, 내가, 내가 잘못했다…… 내가, 마그노에서, 그때 흑탑주를 저지했어야 했는데…….”
적탑주가 침통한 표정으로 리안과 죽은 타일러를 번갈아 바라보다, 이를 거칠게 갈았다.
“흑탑주, 네놈의 영혼들을 반드시 모두 없애버리리라!”
유진이 처음 듣는 정보에 미간을 찌푸리자, 적탑주가 말을 덧붙였다.
흑탑주는 한 번 죽인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그는 광인이자 흑마법사.
육체를 완전히 망가뜨려 죽인다 해도 다시 살아났고, 영혼까지 말살한다고 해도 다른 영혼을 끌어와서 생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자신의 영혼을 쪼개고 또 쪼개 이를 다른 육체에 받아 넣어 자신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아마 지금까지 우리가 보던 흑탑주와 유진이 죽인 흑탑주 역시 모두 영혼의 일부에 불과할 터였다.
적탑주의 설명을 듣던 유진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놈의 영혼은 몇 개까지 쪼개질 수 있는 겁니까? 무한개로 쪼개지는 건 아닐 테고.”
그 질문에는 청탑주가 대답했다.
“영혼을 쪼개는 능력은 분명 엄청난 기술이긴 하지만, 기껏해야 10개 안팎일 거야. 그에게도 힘의 한계가 있을 테니까.”
한참을 흐느껴 울던 리안이 타일러의 눈을 감겨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올 지플…… 우리의 선조마저…….”
그가 얼이 빠진 얼굴로 리올 지플이 있던 지하실을 향해 걸어갔다.
적탑주는 안타까운 얼굴로 리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을 뿐, 그를 말리지 않았다.
그 사이 유진이 적탑주에게 물었다.
“흑탑이 도대체 어떻게 적탑의 지하실에 있는 리올 지플님의 유해를 그렇게 쉽게 빼낼 수 있었을까요.”
상식적으로 리올 지플의 유해가 있는 위치를 알아내고 그를 보호하는 결계를 벗겨내는 데에는 분명 많은 시간이 걸려야 했다.
하지만 단 2, 3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흑탑은 이를 파훼하고 유해를 가져가 버렸다.
그에 적탑주가 내뱉었다.
“간자들이 아직도 남아있었던 게지. 전부 솎아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그 말에 청탑주의 눈빛도 날카로워졌다.
“우리 청탑에도 간자가 숨어있을 수도 있겠어. 그렇게 되면 줄리아가 위험하고……!”
그 역시도 청탑 마법사들의 입결을 모두 알고 있는바, 수상한 움직임이 보였다.
예정치 않은 휴가를 길게 다녀온다던가, 성격과 성향에 변화를 보여 부서를 옮기는 일이 최근에 더러 있었다.
적탑이 간자들의 배신을 먼저 겪었듯이, 청탑도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유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흑탑주의 목적은 각 마탑이 가진 절기들을 훔치는 것일 테고, 그로써 세력의 힘을 키워 대륙을 삼키는 거겠지.’
사실, 지금 경계해야 하는 것은 멸살암천화염옥보다는 기록마법의 도난이었다.
기록마법은 그 어떤 마법보다도 강력한 효과를 지녔기 때문이다. 영혼은 물론 존재의 역사와 흔적까지도 지워버리는 일을 했으니.
하지만 그에 관해서는 청탑주의 뒤이은 말에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기록마법은 이야기의 탑과 연결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 다만 놈이 어떻게든 기록의 탑 안에 파고들어 이야기의 탑과 연결해낸다면 말이 달라질 수도 있지…….”
유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기록의 탑은 흑지의 3대 세력 중 하나 아닙니까? 기록의 탑과 이야기의 탑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거죠?”
청탑주가 설명한 내용은 간단했다.
기록의 탑이란 단어 그대로 탑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영역’이자 ‘세력’이라 볼 수 있었고, 그 안에 속한 실물의 ‘탑’이 바로 이야기의 탑이었다.
“사실, 우리 마탑 지역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야기의 탑은 모조품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아이젠시움에 한해서만 사용할 수 있지, 원본이 아니야.”
청탑주는 모조품일지라도 이야기의 탑과 연결할 수 있었기에 아이젠시움 내에서 기록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면 이야기의 탑은 오직 하나뿐만이 아니란 이야기입니까?”
“그래.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야기의 탑 원본은 오로지 두 곳, 암□마□회의 본거지와 기록의 탑뿐이네.”
유진이 덧붙여 물었다.
“한데, 이야기의 탑은 지플 가문이 갖고 있던 것 아니었습니까? 그럼 기록의 탑도 지플의 일가인가요?”
“그들은 지플이 아니네. 오히려 지플에 맞섰던, 지플보다 완벽한 기록마법을 사용했던 이들이지. 이 이상은 기록이 지워졌는지 알 수 없네.”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반추했다.
‘암□마□회가 바로 태양신교라고 했어. 그렇다면 태양신교 안에 이야기의 탑 원본이 있다는 말이야.’
교황 테오스는 일전에 유진에게 기록의 탑 탐사 임무를 맡긴 적이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저 흑지의 3대 세력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사실 그들이 또 다른 이야기의 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어. 이야기의 탑 원본을 모두 찾아내면 대륙을 집어삼키는 데에 도움이 되는 거겠지.’
한데 지금은 흑탑주가 이야기의 탑 원본을 찾고 있었다.
흑탑주는 음험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니, 이야기의 탑 원본을 찾아낸다면…….
‘정말 이 세계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겠어.’
유진이 툭 물었다.
“그러면 진즉에 흑탑주를 지워버렸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기록마법으로요.”
청탑주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라고 시도하지 않아본 게 아니야. 흑탑주 녀석도 이 세계에서 존재의 힘이 강한 건지 기록마법이 먹히지 않더구나.”
“대단한 마법이긴 하지만 제약이 꽤 많군요.”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 건 하나다. 태양신교나 흑탑주나 아직 기록마법을 완전히 장악한 건 아니야. 그랬다면 룬□□, 암□마□회처럼 애매하게 지워지는 게 아니라, 완전히 기억 속에서 사라졌겠지.’
그때, 유진이 뭔가를 알아챘다.
‘암□마□회? 전에는 암□마□□로 묵음이 3개 아니었나? 근데 왜 지금은 2개지?’
그때, 그라시안이 했던 말 중 하나가 떠올랐다.
-지금도 기록의 탑에서는 암□마□□의 이름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거다. 진실을 들춰야지만 태양신교 놈들의 영향력이 줄어들 테니까.
한 가지 직감이 들었다.
‘기록의 탑에서 암□마□□의 마지막 글자 하나를 되살린 거야. 지금도 그들은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기록의 탑을 아군으로 만들어야 해.’
청탑주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 입을 열었다.
“적탑주님, 탑의 복구 인력을 보낼 테니 전 먼저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청탑에도 간자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간 지낼 곳이 없으시면 지금 저와 청탑으로 가시지요.”
그 제안에 적탑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내가 먼저 탑을 복구해야지…… 먼저 가 계시오. 도움은 감사히 받겠소.”
그 대답에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유진의 시선이 적탑주를 향하자, 청탑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적탑주에게 말했다.
“적탑의 복구보다도, 더 중요한 안건에 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 * *
전사의 요람.
불칸이 오기 전, 흑탑주가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있다.
그의 눈앞에는 적탑과 청탑, 그리고 백탑에게서 얻은 마법의 구현체(具現體)들이 허공을 떠다니고 있었다.
적탑에서 훔친 마법은 멸살암천화염옥의 미완성체.
청탑에서 훔친 마법은 마도공학 기술의 핵심과 기록마법의 술식.
백탑의 마법은 첸미의 마법서에서 비롯한 ‘섬광포’ 였다.
흑탑주가 각각 붉은빛, 푸른빛, 하얀빛으로 빛나던 원형의 구체들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옆으로 치워버렸다.
“쯧, 저기요- 할아버지. 제가 그 아까운 영혼을 하나 버려가면서까지 시간을 끌어서 얻어온 것들이 영 만족스럽지가 않네요오. 어떻게 생각하세요?”
흑탑주의 눈앞에는 한 은발의 남자, 아니, 시체 상태인 리올 지플이 눈을 감고 서 있었다.
눈꺼풀은 감겨있으며 몸뚱어리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몸이건만, 적탑주가 어찌나 보관을 잘해놨는지 피부가 반질반질했다.
챱, 챱-
흑탑주는 리올 지플의 뺨을 건드리며 혀를 끌끌 찼다.
“당신 몸속을 아무리 뒤져도 영기는 없잖아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짜증 나게.”
멸살암천화염옥의 근본이 되는 힘이 영기라는 사실은 흑탑주도 알고 있었다.
하여 전설 속에서 리올 지플이 그 영기로 멸살옥을 부렸다는 말을 듣고 유해를 훔친 것인데,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기록마법 또한 마찬가지였다.
“세계의 기록을 바꾼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더니, 이야기의 탑에 연결이 안 되면 완전, 뭐, 쓸모가 없잖아요…….”
물론 알게 된 사실도 하나 있었다.
슈우욱.
흑탑주가 리올 지플의 머릿속에서 완드 끝을 가져다 대 하얗게 일렁이는 작은 실오라기를 꺼냈다.
“이게 당신이 남긴 기억의 일부라는 것이지요. 과연 뭐가 들었을까?”
이를 흡수한 흑탑주의 눈이 크게 뜨였다.
“지플 가문에 이런 일이 있었군요. 그리고, 이야기의 탑이 여기 있었어요.”
태양신교와 기록의 탑에 이야기의 탑이 하나씩 남아있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공략할 수 있는 곳은 태양신교보다는 흑지 어딘가에 있을 기록의 탑이었다.
“결국 그 기록의 탑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을 찾아내야 하는 거네요오.”
그때 불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