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2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21화(221/320)
불칸은 모처럼 만에 밝은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흑탑주여, 드디어 한 건 했구만! 크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에 흑탑주도 빙그레 웃어 보였다.
불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적탑, 청탑, 백탑의 마법까지 총 세 개였다.
불칸이 세 개의 구현체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다가 흑탑주에게 질문했다.
“이 하얀 구체는 무엇이오? 백탑에게서 가져온 마법 같긴 한데.”
이미 멸살암천화염옥과 기록마법에 대한 설명은 들었으나 첸미의 섬광에 대한 정보는 듣지 못했기 때문.
흑탑주가 히죽 웃으며 설명했다.
“섬광포라는 겁니다.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 마법사, 첸미가 만든 마법이지요. 이 빛 뭉치를 터뜨리면 시야를 잠시 마비시킬 수 있답니다.”
“……상대 수준이 어떻든 상관없이 말인가?”
“그렇지요! 효효!”
불칸이 경탄을 삼키며 빛의 구현체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상대 수준에 상관없이 시야를 마비시킨다니, 미친 마법이군…… 백탑에서 이런 걸 숨기고 있었다니.”
고수들 간의 싸움에서는 단 1초라도 시야가 방해받는다면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 때문에 불칸은 이 마법을 높이 평가했다.
불칸의 얼굴이 금세 탐욕으로 물들었다. 섬광포를 탐하는 것이었다.
“아주 좋은…… 마법이야.”
“으음? 눈동자가 왜 그렇게 떨려요? 효효!”
그 기색을 눈치챈 흑탑주가 쿡쿡 웃으며 섬광포를 아공간 주머니에 살포시 넣었다.
그에 불칸은 내심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나도 아티팩트를 이용한다면 간단한 마법 정도는 사용할 수 있는데 말이오.”
“간단한 마법이 아니에요! 천재 마법사가 만든 마법이 그렇게 간단할 리가 있겠어요오?”
“큼…….”
흑탑주는 장난기가 올랐는지 웃음기를 지우지 않고 불칸에게 떠보듯 질문했다.
“이걸 가지고 싶으신가요? 불칸님?”
“하, 아니오. 어차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마법이라면 내가 가져서 뭣하겠소.”
“으음? 아니지요. 저의 노하우를 빌리면 못할 것도 없지요?”
“노하우?”
갑자기 흑탑주의 태도가 변하자 불칸은 의심스러워하면서도 궁금하다는 듯한 눈빛을 한 채 흑탑주 앞에 마주 앉았다.
“노하우라니, 그게 무엇이오? 너무 애매한 단어인데?”
“노하우가 노하우지요, 뭐 별거 있겠어요? 마법을 쓰려면 마법사가 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마법사가 돼……?”
흑탑주의 입꼬리가 크게 찢어졌다.
“불칸님이 마법사가 된다면, 이걸 쓸 수 있지요. 섬광포 말이에요.”
그제야 말뜻을 알아챈 불칸이 눈매를 가느다랗게 좁혔다.
“지금 장난치는 거요? 나보고 흑마법사가 되라고? 그 뜻 아니오?”
“에이, 꼭 흑마법사가 되라기보다는, 그냥 이 흑혼구를 삼키기만 하면 좋은 능력이 하나 생긴다, 이런 말이지요~ 자, 어떻게, 한 번 시도해 보실래요오?”
흑탑주가 포기하지 않고 은근히 유혹하는 말투로 흑혼구를 권했다.
하지만 불칸은 미간을 와락 찌푸리며 거절했다.
“……농담은 거기까지만 하시오, 흑탑주. 오늘 기분이 좋은 건 알겠지만 나보고 당신의 아래에서 언제든지 죽어도 탈 없는 수많은 키메라 중 하나로 살라는 말은 내게 모욕적이군.”
“흐음~ 후회하실 텐데. 지금보다 더 나을 삶이 있다구요!”
“그만하시오. 부탁하지.”
흑탑주가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시무룩해졌다.
“흥, 재미없어.”
원래 불칸 같았으면 흑탑주가 짓궂은 장난을 쳤을 때 이보다도 훨씬 더한 분노를 표했을 터이지만, 오늘의 불칸은 묘하게 온화한 모습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흑탑주의 위세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미 각 마탑의 절기를 세 가지나 가져왔으니 놈의 힘은 이전과는 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어.’
흑탑주가 아무리 흑살대를 잃고, 호메라들까지 전멸당한 뒤 제 영혼까지 하나 잃었다고는 하나.
‘긴장을 놓았다가는 나까지 이 작자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으니 경계를 놓치면 안 된다.’
불칸의 염려대로 흑탑주는 지난 몇 년간 키메라와 더불어 호메라까지 완성했고, 이제는 타 마탑의 절기까지 훔쳐 온 상태였다.
만약 그가 마음먹고 불칸을 속박하여 키메라로 만들려 든다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흑탑주가 음흉한 눈으로 불칸의 몸을 잠깐 쓸어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농담이었어요, 농담! 효효.”
“농담치고는 눈빛이 너무 적나라하더군. 웬만하면 서로 신뢰를 지키고 끝까지 가는 게 좋지 않겠소?”
“알겠어요오~”
그가 찢어진 눈매를 호선으로 휘다가 말을 꺼냈다.
“아, 그래서 중요한 게 따로 있는데, 혹시 기록의 탑이 어디에 있을지 추측 가는 데가 있으신지요? 그게 우리 ‘대륙 통일’ 계획의 핵심이 될 것 같거든요.”
불칸은 흑탑주보다도 흑지에서 더 오랜 세월을 보낸 인물.
그랬기에 흑탑주는 불칸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뒤이은 말에 흑탑주는 실망감을 안아야 했다.
“기록의 탑이 어디 있는지 정확한 위치는 알기 힘드오. 녀석들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지 않으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추적을 따돌리기 때문이지.”
“흐음, 그래요? 그래도 얼추 지역 정도는 알 수 있지 않나요?”
“놈들에게는 인식 저해 마법이 걸려 있어 그런 정보는 매우 귀하오.”
“으음~ 그러면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거 아니에요? 정확한 위치는커녕 대략적인 위치도 모르는 거 아니냐구요? 모지리마냥?”
흑탑주가 다리를 꼬며 비아냥거리자 불칸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모지리라니.”
“모지리가 아니면 뭐지요? 우리 서로 협력하는 관계 아니었나요? 이렇게 되면 나만 일방적으로 돕는 모양새인데.”
불칸은 속이 끓었지만, 파이프를 무는 것으로 화를 삭였다.
“귀하다고 했지 아예 모른다고는 하지 않았소. 흑지의 동북부 끝에 있는 심야의 숲, 남서부의 아지랑이 산맥. 이 두 가지 장소가 기록의 탑이 있을 거라 추정되는 곳이오.”
흑탑주가 그 즉시 완드를 들어 대륙의 지도를 펼치더니 불칸이 말한 위치를 특정했다.
“여기랑 여기요?”
“……그렇소.”
불칸은 잠자코 참아야 했다.
흑탑주의 음흉한 속내를 이미 알고 있는 이상, 지금부터 불칸은 흑탑주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려 부단히 애를 써야 했다.
탁!
흑탑주가 대륙 지도를 치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해결했으니 이제 나가보셔도 돼요.”
“여기는 내 영역인데. 전사의 요람, 나의 집무실.”
“근데요? 생각할 게 있어서 여기에 좀 있고 싶은데, 안 되나요?”
흑탑주도 분명 알고 있었다.
오늘 이후로 불칸은 흑탑주의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편히 쉬다 가시오.”
불칸이 이를 뿌득 깨물며 나가려다가, 흑탑주에게 물었다.
“한데, 심야의 숲과 아지랑이 산맥은 어떻게 하려는 속셈이오? 애초에 지형 자체가 너무 넓어 탐색에는 일, 이 년도 모자랄 텐데?”
흑탑주가 의자에 등을 깊숙이 기대며 툭, 말했다.
“뭣하러 탐색을 해요?”
“……응?”
“그냥 전부 불태워 없애버리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오?”
“어, 없앤다고?”
“녀석들이 있을 만한 곳을 전부 파괴해버리면 알아서 모습을 드러낼 거 아니에요?”
“뭘 어떻게 파괴한다는 거요?”
“제가 멸살암천화염옥을 괜히 가져온 거겠어요?”
“그걸로 기록의 탑이 있을 만한 곳을 전부 불태워버리겠다……?”
“정답~!”
그에 불칸은 흑탑주를 경악한 눈동자로 쳐다보았다.
“그, 그 넓은 곳을 다 태워버린단 말이오?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당연히 대피시키겠지?”
“주민들……?”
흑탑주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걸 왜 제가 신경 써야 하죠오?”
심야의 숲과 아지랑이 산맥에는 수많은 원주민이 거주하는 장소.
한데 그 많은 사람들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흑탑주의 인성에 불칸조차도 혀를 내둘렀다.
“아, 아무리 그래도 수만…… 아니, 수십 만에 달하는 인구를 전부 없애버리면, 흑지 자체에도 타격이 있는 셈인데……?”
흑탑주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깟 쓰레기들, 좀 많이 죽어도 교지만 집어삼킨다면 충분히 충당할 수 있어요. 걱정이 참 많으시군요오.”
“하지만 태양신교와 펜첼을 뚫기는 아직 어렵지 않소? 특히 유진은 멸살옥까지 섭렵하며 성장 중인데.”
흑탑주는 불칸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았다.
“뭐, 그 나이대에 어울리지 않는 무력이긴 했지만 그래봤자 내 손바닥 안이에요.”
“그러면 놈을 사로잡을 계획을 같이 짜보지. 이제 더 이상 가만히 내버려 둬서는 안 될 것 같아.”
“그래요~ 잡아서 분해하든, 혈석의 재료로 쓰든 해보자구요. 어차피 내가 없으면 녀석을 포획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
불칸은 잠시 흑탑주를 노려보다 이내 조용히 방을 나섰다.
방에 홀로 남은 흑탑주가 홀로 중얼거렸다.
“아까운 내 영혼 하나까지 가져간 녀석…… 그 잘생긴 얼굴을 찢고, 짓이기고, 녹여서 다시 만든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 강인한 얼굴로 내게 ‘흑탑주님의 흑마력을 주세요!’면서 얼굴을 흙바닥에 처박고 구걸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요?”
오늘의 패배는, 흑탑주에게 더 커다란 투지와 변태적 욕구를 들끓게 했다.
“푸효효효효효!”
전사의 요람 본거지, 불칸의 집무실 안에서 흑탑주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청탑.
유진과 적탑주, 그리고 청탑주는 청탑으로 돌아왔다.
청탑주가 마련한 비밀 공간에서 유진과 청탑주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
적탑주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음험한 놈들이었다고는 하지만, 지금껏 동료로서 지내오던 흑탑에게 제대로 배신을 당했다.
그 덕에 적탑주의 수제자는 물론 적탑의 마법사들 대부분이 흑탑으로 빠져나가거나 죽었다. 리올 지플의 유해마저 빼앗긴 건 덤.
게다가 적탑 자체가 무너져 내려 원상복구 하는 데에 몇 년이 걸릴지 모르고, 언제 흑탑이 공격해올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후우…….”
깊은 한숨만 나왔다.
눈앞에 적국의 인물이 있는데도, 적탑주는 경계는커녕 오히려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다.
유진은 그 마음을 이해하는 듯,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적탑주가 입을 열길 기다렸다.
“먼저 질문 몇 가지만 해도 되겠나.”
“아는 선 내에서 모두 답변하겠습니다.”
“자네는 지플가와 더불어 룬□□가의 이야기, 그리고 암□마□회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다고 들었네. 그건 그라시안 경의 환영체를 만나면서 알았다고는 쳐도, 멸살암천화염옥은 어떻게…….”
적탑주는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흘렸다.
비교 불가 수준의 마력 수준을 가지고 태어나, 흑지에서 수십 년을 군림해온 대마법사인 자신조차도 멸살암천화염옥의 모조 기술도 시전하지 못하는데.
“어찌 마법사도 아닌 기사 출신의 인물이 멸살옥을 그렇게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단 말인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군. 그것도 그나마 알려져 있다는 2형이 아닌 1형을 사용했었지.”
유진은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했다.
“제가 그라시안 경의 보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래시계와 팔찌, 그리고 두루마리를 대체할 수 있는 명경지수까지.
그리고 멸살암천화염옥은 마력이 아닌 오러로 발현된다는 것까지.
처음 적탑주는 이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그라시안은 제 가문의 사람이 아닌 기사의 가문에게 멸살옥을 맡겼다는 말이니까.
하지만 이마저도 유진의 설명을 듣고는 납득했다.
“애초에 우리, 마법사들은 멸살옥을 쓸 수가 없는 거였군. 하, 하하!”
평생을 멸살옥의 구현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해왔는데, 모두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란 말이었다.
아니, 오히려 멸살옥을 되살리려 노력한 덕분에 수제자들의 미움을 사 그들이 배신하도록 만들었으니.
“크윽, 흐우우…… 후…….”
적탑주는 이제야 감정이 북받쳐 난생처음 보는 사내 앞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비통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것을 잃었고, 지난 모든 시간들이 헛수고처럼 느껴졌다.
제아무리 흑지를 대표하는 대마법사 중 하나라고 하더라도, 슬픈 것은 슬픈 것이었다.
적탑주는 본래 화가 많고 다혈질인 만큼 감정의 낙폭이 컸다.
수제자인 리안이나 동료였던 청탑주가 앞에 있었다면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겠지만.
오늘 처음 본 사내, 유진 앞에서는 왠지 모를 편안함이 들어 마음 편히 통곡했다.
유진이 입을 열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후우……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단 말인가……?”
“멸살암천화염옥을 전수해 드리겠습니다.”
“……!”
적탑주가 고개를 들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