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22)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22화(222/320)
“멸살암천화염옥을, 전수해 준다고?”
“예. 비통한 마음에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적탑주님과 더불어 남은 마법사분들께도 멸살옥을 다룰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어, 어째서……? 아니, 그것보다도 가능하긴 한 건가? 오러를 사용해야만 멸살옥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유진이 차분히 답했다.
“우선 오해하시기 전에 말씀드리자면, 그저 봉사하는 마음으로 적탑주님을 돕겠다는 건 아닙니다.”
적탑주의 표정이 약한 경계심으로 물들었다.
“뭘 원하는 건가? 이미 자네는 멸살옥까지 가지지 않았나? 대체 뭐가 아쉬워서 적탑에게 제안하는 거지?”
“적탑이 우리 가문인 펜첼과의 관계가 긴밀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맹…… 혹은 협조 관계를 원하는 건가?”
“맞습니다.”
“적탑을 얻으면, 자네들은 뭘 얻을 수 있지?”
“흑탑에 대항할 수 있죠.”
“……그렇군. 그래서 청탑주가 그렇게 자네에 우호적인 거였어.”
흑탑과 청탑은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했으니까.
유진과 청탑의 관계에 대한 파악을 끝낸 적탑주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유진 로베르, 이 작자는 믿을 만한가?’
이미 제 동료였던 흑탑주는 물론, 수제자에게도 배신당한 적탑주였다. 그 때문에 남을 믿는 데에 신중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자칫 잘못하면 그라시안의 두루마리마저 빼앗길 수 있다. 그러니 경계해서 나쁠 건 없어.’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유진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고 볼 수 없었다.
지금 유진의 능력만 봐도, 녀석은 굳이 사기를 쳐가면서 동맹을 요구할 이유가 없었다.
‘녀석은 멸살암천화염옥을 가졌다. 그저 멸살옥과 비슷한 가짜 마법도 아니었어.’
유진은 대륙 최초의 마검사이자 멸살옥의 소유자.
애초에 그라시안의 두루마리는 멸살옥의 재생을 위해 필요한 물건인데, 멸살옥을 이미 가진 이가 무엇 하러 이 물건을 노리겠는가.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적탑주를 회유하거나 도울 이유가 없었다.
더불어.
‘청탑주가 믿고 있는 이라면…….’
적탑주가 신중한 얼굴로 유진에게 물었다.
“사실 청탑주에게 이미 듣긴 들었네. 자네가 태양신교의 간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어.”
“부디 제가 또 그 긴 해명을 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굳이 저를 믿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지금 급한 게 뭔지 아신다면 뭘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실 겁니다.”
지금 적탑주가 해야 하는 일은 적탑의 재건이었다.
그러려면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 모르는 흑탑에 대항해야 했고, 리올 지플의 유해를 되찾아야 했다.
이는 곧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적탑의 마법사들을 최정예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
그리고 유진이 이를 돕겠다 하였다.
적탑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 * *
유진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청탑의 개인 숙소로 돌아와 생각을 정리했다.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체첸과 지크가 입을 열었다.
-이번 흑지행이 헛수고는 아니었군. 청탑주와 적탑주까지 동맹 관계로 만들었으니.
「거기다가 흑탑주의 영혼까지 하나 소멸시켰고, 멸살암천화염옥 1형도 시전할 수 있게 됐군요. 위험했던 만큼 많은 걸 얻었습니다.」
-수룡도 써먹어 봤지. 놈이 흑마력의 대항마라는 사실을 확인했어.
「흥, 그뿐만이 아니라 룬□□의 결전기인 쇄천의 원형도 익혔습니다.」
-크윽, 또, 또 뭐가 있냐면……!
「아니! 내가 말할 건데? 그 밖에……!」
갑자기 둘이 누가 유진의 성장에 대해 더 많이 말하기 경쟁이 붙었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체첸과 지크의 말대로 이번 흑지행에서 얻은 바가 적지 않았다.
여기서 녀석들이 말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기록의 탑에 관한 것. 그리고 이야기의 탑은 기록의 탑과 태양신교의 영역 안에 있다는 걸 알아냈어.’
이는 중요한 정보였다.
태양신교에게 복수하려는 유진의 입장에서 태양신교가 기록마법을 쓰지 못하게 하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놈들이 기록마법을 사용해서 적들을 없앨수록 유진의 복수는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
그때는 이미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여 유진이 놈들을 처치하기 힘든 수준일 터이니까.
이때, 유진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전생에도 이야기의 탑은 태양신교 본부 안에 존재했을 거다. 근데 왜 참모로 있던 내가 몰랐지?’
참모라면 거의 대부분의 활동과 시설, 움직임을 알고 지휘하는 역할.
그런데 이야기의 탑과 같이 커다란 직무를 수행하는 기관을 유진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물론 태양신교가 인체 개조 시술이나 못된 일을 벌일 때는 유진이 거부감을 표시했기에 테오스가 이를 알리지 않고 진행한 건도 많아 보였다.
‘아마 기록마법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테오스의 입장에서 썩 건전한 활동은 아니었겠지. 그래서 내게 숨긴 거야.’
어찌 되었건 이번 생에서 유진이 쓰러트려야 하는 적은 크게 두 곳이었다.
태양신교와 흑탑.
‘태양신교가 이야기의 탑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당장 내게 위해를 가하려 하지 않으니 지금은 흑탑을 먼저 쓰러트려야 한다.’
그러니 적탑과 청탑, 두 곳과의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
그를 위해서는 우선 적탑에게 멸살옥을 전수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마법사들이 오러를 쓸 수 있을까.
-적탑의 마법사들을 마검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데, 가능한 건가? 너야 태어날 적부터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곤 하지만…….
유진이 마른세수를 했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아무리 유진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나 마검사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든 해서 녀석들을 오러 사용자로 만든다고는 해도, 지플의 전설급 비기인 멸살암천화염옥을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건 또 다른 일이니.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물론 적탑주에게 멸살옥의 전수를 약속하긴 했지만, 이는 우선 적탑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일단 던져놓은 미끼 같은 역할이었다.
선 제안 후 처리.
태양신교의 참모 시절에서도 자주 써먹던 방법이기도 했다.
‘묵광은 내가 연구한 이론을 토대로 내 스스로 발현할 수 있었다고는 하지만, 남에게 이를 전수하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고,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를 어떻게 잘 변형하면 되지 않을까요?」
지크의 말이 맞았다. 오러의 이용을 돕는 아티팩트, 그라시안의 모래시계야말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다만 그 방법을 연구해서 실전에 써먹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뻔했다.
탁.
유진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마검사 양성 프로젝트.
그가 가진 모든 마법적 지식과 오러의 운용법, 그리고 지금까지 읽은 모든 역사서와 이론서들을 총동원해야 했다.
“후우.”
그가 연구에 돌입하려던 차.
“적탑주님에게 부탁할 게 하나 있군.”
* * *
청탑주는 유진과 적탑주를 안내한 뒤 곧바로 모든 청탑의 마법사들을 불러들였다.
당장 청탑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 임무를 나간 마법사들까지도 모두 불러들여 청탑의 훈련실에 소집.
“모두 자세를 바로 하라!”
청탑주의 목소리가 훈련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약 수백 명에 달하는 청탑의 마법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차렷했다.
“무슨 일인 건가? 탑주님이 저렇게 각 잡고 우리를 모은 적이 있던가?”
“모르겠는데. 아마 얼마 전에 코젝에서 줄리아 양이 죽을 뻔한 일 관련해서 모으신 거 아니겠나?”
“흠……그건 줄리아 양의 독단 행동이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청탑주는 일제히 도열해 있는 마법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다가, 돌연 호명했다.
“클람, 레이크, 산안드로! 나와라.”
세 마법사는 잠시 흠칫하더니 이내가 청탑주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들이 청탑주의 앞에 서서 오른손을 심장에 가져다 대며 인사를 올렸지만.
“탑주님께 예의를 표…….”
“너희들에게 정녕 예의가 있던가.”
“……예?”
“너희들의 공통점이 무엇이냐.”
클람과 레이크, 산안드로는 모두 청탑의 핵심 정보를 담당하고 관리하는 중요 직책에 있는 인물들이었다.
각기 마력 9성이라는 대단한 수준의 성취를 이룬 인물들로서, 누구보다도 청탑주의 신임을 받던 인물들.
나아가 기록마법을 다루고 응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 발전의 직책도 맡은 인물들이었다.
평소 청탑주와의 관계도 좋은 편이었기에 종종 다른 마법사들의 시샘과 질투를 사기도 했던 자들이기도 했다.
한데 청탑주는 이번 자리에서 잔뜩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고서 세 명에게 묻는다. 너희들의 공통점이 무엇이냐고.
클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가볍게 대답했다.
“탑주님과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짜악-!
청탑주가 클람의 뺨을 거세게 올려붙였다.
10성의 대마법사가 마력을 담아 후려친 따귀는 웬만한 돌덩이를 집어 던진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커헉……! 왜, 왜 이러십니까, 탑주님!”
클람이 입에서 피를 뿌리며 바닥에 엎어졌다. 그나마 그 역시도 초고성급의 마법사였기에 이 정도에서 그쳤다.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대답을 듣고자 한 것 같으냐?”
다짜고짜 소집해 놓고 따귀를 후려갈기는 청탑주의 모습에 세 마법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특히 클람은 어리둥절한 마음에 화도 내지 못했다.
“아, 아니……!”
“다음, 레이크!”
이쯤 되자 분위기가 매우 심각해졌다.
레이크는 지금 청탑주가 진심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것임을 깨닫고 진중하게 대답했다.
“저희 셋은 모두 청탑의 핵심 정보를 관리하는 직책에 있습니다.”
청탑주가 레이크의 속내를 가늠해 보려는 듯, 그를 심유한 눈빛으로 응시하다 시선을 돌려 산안드로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적에게서 달콤한 제안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
너무나 쉬운 질문이었다.
산안드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적의 제안을 거절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거나, 그 자리에서 놈을 죽여없애야 합니다.”
이번에도 청탑주는 대답을 들으며 무언가를 들여다보려는 심산을 띤 눈빛으로 산안드로를 노려보았다.
그는 셋 중에서도 청탑주가 가장 믿는 인물. 그런 만큼 산안드로는 누구보다도 곧은 표정이었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들을 신뢰한다.”
클람과 레이크, 산안드로는 모두 똑같이 긴장한 기색을 띤 채 차렷 자세로 청탑주 앞에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나, 너희들 중에 누군가가 나를 배신한 것 같다. 아니, 우리 모두를 배신한 것 같아.”
청탑주가 이 자리에 마법사들을 소집한 까닭은 다름 아닌 배신자 색출을 위해서였다.
그가 도착하자마자 기록마법의 연구실에 들러 보관된 기록마법의 술식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작지만 아주 작은 흠집이 나 있었다.
이는 보통 술식을 복사하는 와중에 생기는 일종의 흔적이었다.
그 말인즉슨…….
“우리 지플의 유산이자, 그 어떤 마법보다도 위대한 마법인 기록마법의 술식이 유출되었다.”
마법사들의 표정이 일순 바싹 굳었다.
청탑주가 굳이 이 사건의 심각성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어떤 때에도 항상 침착하고 유한 품성을 자랑하던 청탑주가 지금은 마치 성난 호랑이처럼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있었으니까.
“오늘, 그 배신자가 누군지 찾을 것이고.”
청탑주의 고개가 클람과 레이크, 산안드로에게 천천히 돌아갔다.
“지금, 찾은 것 같다.”
순간, 청탑주가 오른손에 시퍼렇게 날이 선 마력검을 생성했고-
“칫!”
청탑주의 앞에 차렷해 있던 마법사 중 한 명이 곧바로 반응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