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27)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27화(227/320)
“너는 내가 펜첼에서 자란 검술 천재고, 북벽 제이드의 총애를 받는 뭐, 펜첼의 자존심, 그런 걸로 알고 있겠지.”
리안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진을 노려보기만 했다.
“근데 내 이름을 봐라. 내가 유진 펜첼이냐? 내가 펜첼 순혈이야? 우리 아버지는 상인 가문 사람이라고. 검이라고는 휘두를 일 없는 사람.”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같은 9성급인 너를 쓰러트렸고, 그라시안 경한테서 멸살옥을 배우고, 네 스승인 적탑주를 구출했다. 내 자랑 좀 하자면, 나는 너보다 훨씬 잘났어. 알고 있지, 너도?”
“…….”
“그게 왜일까? 나는 검술명가 펜첼의 순혈도 아닌데?”
“…….”
“내가 물었지. 뭐가 달라지냐고. 혼혈이든, 순혈이든 뭐가 달라지냐고. 마력 차이? 지금 네 마력이 9성급이야. 오러 배워서 나간 네 후배들이 8성급 초반에서 후반까지 다양하다. 그 애들 전부 너보다 마력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건데?”
리안이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맞는 말이었다.
“리안, 네가 왜 너 자신을 못 믿는지, 그 이유는 네 자격지심에 있는 것 같거든. 그걸 해결 못 하면 지금 여기에서 지랄 발광 떨어봐야 의미 없을 것 같은데.”
하나, 그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다.
유진이 말을 줄이고 리안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제 네 차례란 뜻이었다.
그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나의 아버지는 지플가의 사람이었다. 순혈 지플이었지. 웬만한 마법사들과는 수준이 아예 달랐어.”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은 준비는 되었다.
“그러던 와중, 마법사가 아닌 일반인과 사랑에 빠지셨지. 그 사이에서 낳은 게 바로 나고.”
“그래.”
“마법사가 아닌 일반인, 그러니까 내 어머니는 늘 아버지에게 죄책감을 느끼셨다. 자신이 마법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말이야. 아마 순혈 지플이 아니라면 마탑에 들어가기 어려울 거란 걸 아셨겠지.”
리안이 슬픈 표정으로 옛날 기억을 회상했다.
“심지어 난 태어날 적부터 마력 석화증이 있었다.”
마력 석화증.
마력이 심장에 단단하게 굳어 마력 써클의 형성 자체가 되지 않는 불치병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9성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궁금하지 않나?”
궁금했다. 어떻게 순혈 지플도 아닌 자가, 그것도 마탑에 들어가기도 힘들었다던 녀석이 적탑주의 수제자가 되었을까.
“뭐, 마력 석화증 같은 건 사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
“듣고 있어.”
“그러던 어머니는, 어느 날 둘째 아이를 임신하셨다. 그런데 어머니가 어느 날…….”
유진은 기분이 싸해짐을 느꼈다.
이때가 리안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자살하셨다. 배 안에 곧 잉태할 아이를 둔 채로, 그대로 자살하셨어. 그땐 나도 이유를 몰랐어. 나와 앞으로 태어날 자식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 아니면 아버지와의 불화가 있었는지는 나도 몰랐어.”
“…….”
“그리고 아버지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는 따라 자살하셨지.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다는 ”
“……그랬군.”
비통한 이야기였다.
유진은 무어라 반응하기가 신중해야 했기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기만 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지키지 못했어.”
하나, 그 말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유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잘못한 게 있는 건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리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원망했었거든.”
“……그랬나.”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나도 어머니가 마법사가 아닌 사실을 무척이나 원망했어. 그게 어머니에게도 느껴졌는지 모르지. 아니, 아마 분명히 느끼셨던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둘째를 굳이 임신할 이유가 없으셨거든.”
리안이 주먹을 으스러질 듯 움켜쥐었다.
“그래…… 내가, 내가 쓰레기였어. 내가 나쁜 놈이었지. 어머니를 이용했으니.”
어머니를 이용했다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유진은 상황을 이해했다.
“그래서…… 아이를 가지신 거군.”
아이를 잉태한 여성에게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많은 양의 기운이 산모의 몸에 축적되는데, 그 산모가 죽으면 ‘사혈(死血)’이 만들어진다.
그 사혈을 사람이 마시면 몇 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심장 질환의 치료였고, 심장 질환에는 마력 석화증도 포함되었다.
간단히 말해 리안의 어머니는 리안의 마력 석화증을 치료하기 위해 아이를 잉태한 뒤에 자살을 택하여 사혈을 만들었고, 이를 리안이 마시길 바란 것이다.
유진은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리안에게 있어 혈통을 들먹인다는 것은, 곧 그의 어머니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기에-
그랬기에, 리안은 자신의 혈통에 관한 이야기 자체를 듣기 싫어하는 것이었다.
말을 듣기만 해도 자연스레 제 어머니가 떠올랐으니 그랬겠지.
“그런데 더 웃긴 건 뭔지 아나?”
“뭐지.”
“아버지도 어머니를 따라 자살하시며 남긴 유언이었다. 내가 부디 어머니의 사혈을 마시길 바란다고 하셨어.”
“…….”
“그래서 마셨지! 하하하하하! 마셨다고! 마력 석화증만 치료하면 나도 마법사가 될 수 있는데, 안 마실 이유가 있나? 응? 하하하! 하하, 하…….”
리안은 억지로 꾸며낸 듯한 광소를 터뜨리다가, 이내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흐윽, 내가, 사람 새끼였으면, 어머니의 피를 마시면 안 되는 거였어……. 내가 어머니를, 우리 엄마를 죽여놓고, 우리 아버지를 죽여놓고 그 피를 마신 거였다고…… 흐윽, 흐으윽…….”
리안은 자신이 어머니를 내심 원망했기에 그녀가 자살을 택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유진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랬었지.’
유진은 태어날 적부터 오러를 쓰지 못했다.
지금이야 그 이유가 붉은 전갈의 암살자가 저지른 짓 때문이란 걸 알지만, 그 당시에는 제 어머니를 얼마나 많이 원망했는지 모른다.
유진은 고민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리안에게 도움이 될지, 아니면 같잖은 위로 혹은 공감 정도로 들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함부로 입을 열 수 없었다.
“꺼으윽, 끄윽,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내가, 끄으윽!”
녀석이 서럽게 운다. 폐가 다 쪼그라들 만큼 구슬프게 울음을 뱉어내고 눈물을 삼킨다.
유진은 조용히 휴지를 들고 와 리안에게 건넸다.
솔직히 처음에 그는 리안의 과거나 사연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었다.
애초부터 9성급 마법사라면 그에 걸맞게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좋은 영약 많이 먹고 어려움 없이, 좋은 선생 아래에서 자랐겠거니, 했는데.
리안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일 정도였다.
뒷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목숨을 바쳐 리안의 병을 치료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그때부터 절치부심하여 죽도록 노력하여 성장을 거듭하여 적탑에 들어갔을 테고.
그 이후 적탑주의 눈에 띄어 리안의 성장을 도왔을 것이다.
거의 탈진 직전까지 리안이 눈물을 쏟아낼 무렵, 유진이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사실 유진도 알고 있었다.
이토록 깊은 상처를 가진 이에게는 어떤 위로도, 공감도, 경험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가지고 있는 자기혐오는 멈춰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령 불가능하다고 해도, 가능케 해야 했다.
“나 역시도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가시고, 너만큼이나 더 슬픈 과거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내가 하는 이야기가 와닿을지 모르겠다.”
“크윽…….”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해. 다만 하나는 알고 있지.”
“무얼…….”
“리안. 너희 어머니와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도 알고 있지 않나?”
“나는…… 나는, 평생을 속죄하며…….”
“그게 어머니와 아버지가 원하는 네 모습일까.”
리안의 눈이 조금 크게 뜨였다.
“목숨을 바쳐서 네 행복과 번영을 위해 희생해 놨더니, 정작 너는 행복하지도 않고, 더 이상의 번영도 멈춘 것 같군. 아니, 오히려 너 자신을 혐오하고, 부모님의 희생을 먹칠하고 있어.”
강하게 말해야 했다.
어설픈 공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신 연령으로 이제 마흔이 넘은 유진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누군가를 바꾸려면, 맛있는 밥이 아닌 쓰디쓴 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나, 나라고 해서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닌…….”
“약한 소리 하지 마. 네가 부모님에게 죄책감을 가진 만큼 지금까지 열심히 해서 9성에 오른 건 알겠다. 그런데도 너는 그 부지런한 너를 혐오하고 있어.”
“그래, 나는 나를…… 나를.”
“네 부모님의 희생이 네가 너를 미워하게 될 계기가 될 줄 알았다면,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다. 너는 네가 해야 할 일이 뭔지 똑바로 알아야 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더욱 성장하여 커다래진 네 영향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네 영향력을 선하게 베푸는 것이다. 너와 비슷한 처지인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를 도와라. 네 가슴에 살고 계실 부모님이 마주하는 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라. 그게 네가 할 일이야.”
유진은 회귀 전에 생각했던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미움, 세상에 대한 혐오와 무기력함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런 것들은 말해도 의미가 없을 것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을 바꾸는 건 맛있는 음식이 아닌 쓰디쓴 약이니까.
“난 네 상처 따위는 관심 없다. 솔직히 남의 이야기지. 하지만, 내 친구로서, 나와 앞으로 먼 길을 같이 걸어야 할 동료로서 네가 비틀거리면서 사는 꼴은 못 보겠군.”
리안이 눈물을 닦아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관심 없다며 일부러 강하게 말하는 것 같군…… 하하, 너는……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것 같아.”
유진은 리안에게 휴지 한 장을 더 건네며 말했다.
“감정을 똑바로 직시하고 제대로 골라라.”
아리송한 말이었다.
감정을 고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하지만 이어진 말에 리안은 그 말뜻을 알아챘다.
“네가 앞으로 가져야 할 감정은, 부모님의 죽음이 너 때문이라는 죄책감이 아닌, 새 삶을 선물해준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다.”
리안이 마른세수를 했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면서도 깨달음이 겹쳐오는 듯했다.
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리안에게 한 마디를 더했다.
“잘 생각해 봐라. 어머니와 아버지가 바라는 너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그렇게, 유진은 훈련장을 떠났다.
어두운 조명이 희미하게 반짝이는 공간 안, 리안은 조용히 누군가에게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 저는…….”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