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3)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3화(23/320)
금검과 라울러의 호위기사는 클라크의 손속에 혀를 내둘렀다.
“그대로 작살을 내버리는구만……?”
“살벌하군요. 설마 했는데.”
라울러 역시 평소 클라크 펜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지 몸을 움찔 떨었다.
“그래도 클라크 경은 온화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일 처리가 정말…… 확실하시구나…….”
라울러가 ‘확실하다’라고 표현을 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너무 과도한 손속이 아닌가 하는 마음일 터였다.
곤죽이 되어버린 탈락자의 시종들은 클라크의 목소리에 반박할 여유가 없었다.
“알아들었습니까? 당신에 가문의 자제가 나약한 걸 자꾸 입 밖으로 내뱉으며 자랑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크윽…… 알겠소…….”
“이쯤에서 끝내겠으니,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시오.”
유진은 저건 너무 과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충분히 이해했다.
시험에 떨어져 속상한 마음을 표하는 응시자야 어딜 가나 있기 마련이지만, 저토록 무자비하게 해결해 버리는 담당자는 흔치 않았으니까.
그러나 유진만큼은 클라크가 펜첼 사람 치고 얼마나 유하게 대처를 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클라크 삼촌은 다시 봐도 정말 보살이군. 시리우스나 가문의 집법당이 나섰다면, 훨씬 심한 꼴을 봤을 텐데 말이야.’
팔다리 부러지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반병신을 만들어놓는 데에다가 펜첼의 이름을 쓸 수 없게 가문에서 제적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저 정도 대처는 클라크가 자비로운 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말.
그러나 여기서 유진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클라크의 인성이나 자비로움에 집중하지 않았다.
다만, 시선이 그의 검에 시선을 두었다.
‘현무의 검, 저거야말로 클라크 삼촌을 있게 해준 진짜배기 검술이란 말이지.’
유진은 사자의 시험을 통과하면서 펜첼의 기초 검술을 체득했다.
그 기초를 닦은 상태에서 클라크의 검술을 보니 또 하나의 기대감이 들었다.
‘초석을 쌓은 상태라 그런지, 전생에서는 꿈도 못 꾸던 일을 상상하게 되잖아.’
현무의 검.
클라크의 등 뒤에 잠시 번쩍였던 현무의 등껍질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저것은 펜첼의 검술 중에서도 매우 무겁고 파괴력이 강한 형식이었다.
그리고 현무의 검의 근본은 당연히도 펜첼 기초 검술이었다.
이 근본으로부터 각자가 가진 특성을 섞어 저마다 위력적인 검술을 구축한 것이었다.
제이드의 첫째 아들, 뮬이 청룡.
둘째 아들, 시리우스가 백호.
셋째 아들, 클라크가 현무.
마지막 넷째, 막내딸이자 유진의 어머니인 릴리안은 주작의 환영을 띄울 수 있었다.
이렇게 특별하고 상징적인 환영을 띄우며 펼치는 검술을 일컬어 ‘상징 검술’이라 표현한다.
상징 검술은 일반적인 검술보다 훨씬 강력하고 시전이 어려웠다.
클라크의 현무를 관찰한 금검도 마같은 반응이었다.
“공자, 방금 저거 현무의 환영이 맞소이까? 내가 현무를 본 것이오?”
“그래, 맞아.”
“오오오……! 현무를 보는 날이 오다니……! 역시 펜첼에 오기를 잘했어!”
금검조차도 호들갑을 떨며 감탄할 정도였다.
‘나도 펜첼 기초 검술을 어떻게 응용하고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나만의 상징 검술을 구사할 수 있겠지.’
클라크 역시도 유년기와 청년기를 거치며 많은 연구와 훈련을 통해 상징 검술을 구축했을 터.
‘그렇다면 나라고 못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내가 그리는 상징은…….’
후에 얻을 상징 검술을 상상하며 유진은 잠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눈치챈 라울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갑자기…… 웃어?”
“응? 아냐.”
라울러는 되물으려다가 속으로 짐작했다.
‘모두가 클라크 경의 손속이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유진 혼자서 웃고 있다……!’
그 말인즉슨.
‘녀석은 이 정도 응징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과연 펜첼의 직계다운 잔혹함이다!’
이제는 서서히 유진이 그저 좀 특출난 동생이나 천재로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강자존의 법칙을 따르는 펜첼.
그중에서도 직계의 혈통으로서 펜첼의 분위기에 완전히 적응한 ‘펜첼인’ 그 자체가 된 것으로 보였다.
사뭇 존경스러운 감정까지 든다.
“유진, 내가 약속했지. 얼음동굴에서 날 도와준 대가로 나중에 내가 한 번 도와주겠다고.”
“어, 그랬지. 근데 그건 왜?”
“지금 생각하니 내가 널 돕고 자시고 할 수준이 아닌 것 같아서.”
유진이 피식 웃었다.
“앞으로 시간 많아. 언젠가 도울 일 있을 거야.”
“그럴까…….”
부쩍 얌전해진 라울러의 어깨를 두드린 유진이 금검에게 말했다.
“금검, 나 잠시 나갔다 올게.”
“어디로 말이오? 이 몸이 함께 가지.”
“아니, 나 혼자 갔다 올게.”
“어디를 가려고 하길래……? 아, 사자의 시험 통과 기념으로 술이라도 한잔하려고 하시오?”
“그게 아니라-”
“크하하! 그런 거라면 이 금검이 어른의 음주문화를 알려드리리다. 뭐, 12살이면 충분하겠지!”
“됐고, 쉬고 있어.”
“그래도 시종으로 왔는데…… 갈궈도 좋으니 한 몫 역할은 하게 해 주시오…….”
금검이 시무룩한 얼굴로 어깨를 늘어뜨리자 유진이 멈칫했다. 이 양반이 원래 이렇게 불쌍한 연기를 잘했던가.
“흠…… 그러면 입구까지만 같이 갈까.”
“좋소이다! 어딘지는 몰라도 일단 갑시다. 내 호위 역할 제대로 해 드립지.”
유진이 피식 웃으며 시계를 살짝 쳐다봤다.
‘날짜 맞고, 시간 맞고. 딱 지금 가면 마주칠 수 있겠네.’
* * *
미리 준비해 놓은 가방을 챙겨 든 유진이 펜첼가의 후문으로 향했다.
그 길에서 몇몇 호위기사를 마주쳤다.
“충! 혹시 어디로 가시는 길인지요?”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본 척도 하지 않거나, 무신경한 태도를 보이던 이들이 지금은 상당히 공손해진 모습이었다.
아마 제이드의 명이 있었을 터.
“약초 지대에 갑니다. 휴식 기간이기에 따로 허가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충!”
확실히 유진의 입지가 올라갔다는 게 눈이 보였다.
금검이 즐거워 죽겠다는 듯 킬킬거린다.
“공자, 잠깐 사이에 뭐가 많이 달라진 것 같소? 으응? 하하!”
“그러게.”
유진이 호위기사를 지나치며 헛웃음을 삼켰다.
‘하, 묘하군.’
펜첼가의 가솔들이 유진의 말을 듣고 경례를 올리다니, 전생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면서도, 다시 한번 마음이 단단해졌다.
‘전생에서야 사무치게 서러웠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게 힘이 있고, 권위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그러니 난 더 높이 올라가야 해.’
다만, 높이 올라가는 데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홀로는 12년이 걸릴 일도 도움을 받는다면 걸리는 시간이 절반이 되기도 한다.
물론 옆에서 쪼개고 있는 금검과 같은 인물도 좋지만.
그 누군가가 펜첼의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둘은 이십 여분을 걸어 약초 지대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보초병 앞에 섰다.
“이곳은 펜첼가의 관할 구역인 약초 지대요. 출입증을 제시하시오.”
유진은 무시하고 물었다.
“오늘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약초 지대에 들어갔습니까?”
유진의 물음에 잠시 그의 아래위를 훑던 보초병이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혹…… 유진 공자님입니까?”
“예. 증명서가 필요합니까?”
“아, 아닙니다. 확실히 다르시군요. 들어가시면 됩니다.”
뭐가 다르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부에서 들은 게 있는 모양이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들어갔었냐고 물었습니다.”
“예, 들어갔습니다. 한 명이요. 왜 그러시는지요?”
유진이 알 거 없단 듯 고개를 젓자, 보초병은 군말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금검도 자연스레 함께 들어가려 하자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부터는 나 혼자 갈 거야. 먼저 숙소에 가 있던가 해도 돼.”
“입구에서 기다리겠소이다.”
“그러던가…… 금검, 요즘 좀 이상하다.”
“뭐가 말이오?”
“……아니다. 금방 올게.”
“충이외다. 얼렁 오시오.”
금검은 그 사이에 충성심이 더 올라간 것인지 말도 잘 듣고 불만도 없는 태도였다.
적응이 좀 힘들긴 한데…….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되겠구나.’
약초 지대 안은 꽤 으스스했다.
이름 그대로 약초가 사방에 즐비하여 들어서자마자 진하고 씁쓸한 향이 진동했다.
온갖 특이한 형태의 풀과 잎, 버섯 등이 눈에 띈다. 개중에는 치명적인 독초도 있었다.
유진의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역시 북부에는 쓸만한 약초들이 많아. 앞으로 요긴하게 쓰일 것도 보이고…… 무엇보다.’
흙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계속 걷다가, 갈림길에 섰다.
유진이 바닥에 남은 자국들을 유심히 보았다.
이곳에서 만나고자 하는 그 사람이 오늘 약초 지대에 왔다는 건 확실한데,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방법은 있었다.
유진이 만나고자 하는 인물.
바로, 첫째 삼촌인 ‘뮬’의 특성을 생각하면 되었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던 사람이야. 몸이 허약해서 그렇지, 반골 기질 하나는 확실한 양반이란 말이지.’
또한.
‘지금쯤 하고 있을 연구도 분명 오러의 회복과 관련된 연구일 테니, 단전의 회복과 관련된 약초가 많은 지점으로 갔겠지.’
그렇다면 유진이 택해야 하는 길은?
왼쪽도, 오른쪽도 아니었다.
사부작.
그가 길이 나 있지 않은, 가운데 길로 걸음을 옮겼다.
약초를 밟으니 향이 더욱 강하게 퍼지며 코끝에서 떠나질 않는다.
머리가 다 아플 지경.
유진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 대상은 자기 자신이 아닌.
이 넓은 곳을 헤매며 자신의 몸을 치유할 약초를 뒤적이고 있을 첫째 삼촌이었다.
전생에서 뮬은 일찍이 생을 달리하였다. 사고였다.
그는 늘 멸시와 하대를 해대는 남들과는 다르게 유진을 존중해줬었다.
왜 그랬을까?
‘오러를 쓰지 못한다는 처지가 같았지. 일종의 동병상련이었을까.’
이유가 어찌 되었든, 뮬의 죽음은 당시의 유진에게 커다란 슬픔이었다.
또한 반드시 성공하고 말겠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으며.
‘첫째 삼촌의 논문은 묵광의 이론을 구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었어.’
앞서 말한 듯 반골 기질이 있는 뮬은 거의 대륙 최초로 심장의 서클과 단전의 오러홀을 합치는 연공법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했었다.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이론이라 치부되어 주목받지 못했었지만.
‘삼촌의 주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
그 터무니 없고 위험한 이론에서 유진은 묵광이라는 전무후무한 연공법을 발명, 결국 아톰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지금에 온 유진은, 반대로 첫째 삼촌에게 꼭 도움이 되고 싶었다.
‘뮬 삼촌, 당신에게만큼은 손익을 따지기보다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물론 앞으로 필요한 영약을 만들 겸 겸사겸사 이곳에 들른 것이긴 했지만…….
그때였다.
“응? 웬 애가…… 어이, 거기!”
익숙하고도 반가운 목소리가 저쪽에서부터 들려왔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