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3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30화(230/320)
“네가 마검사라는 거, 밝힐 생각이구나.”
“편지에 다 적어 놨지만 적탑 마법사들을 가르치려면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밝혀버리기로 한 거군.”
“그래.”
아마 그가 마검사라는 사실을 유추 혹은 추측하고 있는 사람은 몇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이 사실을 밝히는 것은 유진도 주저했다.
이 사실이 새어나갈수록 귀찮은 구설수 혹은 소문에 휘말릴 것이고, 괜히 불필요한 유명세만 얻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유진은 이 사실이 펜첼 내부에서만 알려지도록 철저히 소문을 통제할 것이었다.
여기서, 굳이 유진이 이 사실을 알리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네가 마검사라는 걸 알게 되면 사람들이 너에 대해 더 신비로운 감정을 가지게 되겠군.
「음! 어떨 때는 신비감이 믿음보다 더 강렬하기도 하죠.」
-신앙의 불빛이 더욱 커지겠어.
신앙의 불빛은 사람들이 유진을 믿는 정도에 따라서 크기가 달라지는 존재였다.
한데, 유진은 최근부터 신앙의 불빛이 일정 크기 이상 커지지 않는다는 걸 감지했다.
그러니 뭐가 문제인지 실험을 해 봐야 했다.
신앙의 불빛이 커지기 위해 믿음의 크기가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뭔가 다른 요소가 필요한지 말이다.
라울러와 인스 형제가 하나를 더 물었다.
“근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너한테서 느껴지는 그, 뭐랄까, 기세가 완전히 달라졌어.”
“나도 그렇게 느꼈다. 네가 보통 기사들과 다르다는 건 이미 여러 번 느꼈지만,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 가장 강해 보여. 눈빛부터가 다른데.”
그 질문에 체첸과 지크가 히죽 웃었다.
-멸살암천화염옥까지 익힌 몸이니 당연히 달라 보일 수밖에! 크하하!
「게다가 우리 계약자님은 화룡과 흑룡, 수룡까지 다루는 드래곤 콜렉터라고! 흐흐!」
하지만 정작 유진은 딱히 그 질문에 대답하기가 곤란하여 어깨만 으쓱였다.
“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니까.”
“흠, 알겠어. 뭐 하여튼 간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네.”
라울러가 의외로 싱겁게 고개를 끄덕이자 인스 형제가 아쉬워했다.
“에엥? 뭐야.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지 그러나?! 누굴 만났는지, 어떤 전투를 벌였는지!”
그때였다.
누군가 문을 노크하고는 살짝 열었다.
“유진. 가주님께서 부르셔.”
엘도라의 부름에 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가주님을 뵙습니다.”
유진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췄다.
하나, 제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무릎은 꿇지 말거라. 소가주라면 그저 고개만 숙여 보이면 된다.”
“알겠습니다.”
제이드는 엄숙한 표정이었으나, 이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사이에 성장이 있었구나.”
“흑지행을 허락해주신 덕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을 겪었느냐.”
그 물음에는 참으로 많은 답변을 할 수 있었다.
검문소에서 의심을 받아 힘겹게 자리를 빠져나온 일.
우여곡절 끝에 코젝에 탑승했지만, 흑탑의 흑살대를 만나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인 일.
추락하기 직전인 코젝을 간신히 멈춰 세운 일.
멸살암천화염옥을 사용해 흑탑주로부터 적탑주를 구한 일.
청탑주의 의심을 받아 혼신의 힘을 다해 오해를 푼 일.
적탑주의 아픔을 공감해준 일. 리안의 사연을 알게 되고, 줄리아와 대화를 나눈 일까지.
그 밖에 하도 많은 일이 있어 입이 아플 지경이었지만, 유진은 제이드에게 모든 일을 소상히 보고했다.
제이드의 표정은 늘 일정하고 차분했으나, 오로지 유진을 만났을 때만 약간의 지각변동이 일었다.
제이드가 나지막이 말했다.
“견뎌냈구나.”
그 말 한마디로 유진의 경험을 요약했고, 격려했으며, 위로했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의 시간이 유진도 힘들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제아무리 회귀자이고, 혼돈을 가져 선택받은 자라고는 해도 힘든 일은 힘든 일인 법.
특히나 흑탑주와의 전투는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다.
그 수많은 호메라들의 향연.
만약 그라시안으로부터 멸살옥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유진은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아니, 흑탑주의 아래에 들어가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호메라로서 평생을 고통받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진은 꿋꿋이 버텨냈고, 다시 제집에 돌아와 제이드를 만났다.
“덕분입니다. 흑지에서 가주님과 함께한 수련이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녀석. 때로는 솔직하게 말해라. 네가 마검사로서 자질이 뛰어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제이드는 흑지에서의 수련을 통해 이미 유진이 마검사임을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이었다.
유진이 작게 웃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적탑 마법사들을 훈련시키며 그 점을 펜첼에 있는 모두에게 밝히려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밝혀야만 하겠군. 마법을 써야 하니.”
제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이 이를 밝히고 말고는 전적으로 그의 결정이기에 무어라 말은 하지 않았다.
“더불어 여쭤볼 것이 있는데, 기록의 탑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으십니까.”
“기록의 탑이라. 존재는 알고 있지만, 녀석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나도 모른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혹여 알게 된 점이 있으시면 제게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러마. 이제 가 보아야 하겠구나.”
자리에서 일어나던 유진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 넓은 공터가 필요합니다. 웬만한 중소 마을 하나 정도 크기의 공터요.”
“얼마나 큰일을 벌이려고 하는 거냐. 훈련 수준에서 끝나는 게 맞는 것이냐?”
유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아마도요.”
* * *
유진은 제이드의 집무실에서 나와 곧바로 아이칸을 찾았다.
기록의 탑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흑지에서의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된 것은, 두 이야기의 탑 중 하나는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태양신교를 상대하든, 흑탑을 상대하든, 이야기의 탑이 부리는 기록 마법이란 존재를 통제하고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탑 둘 중 하나는 태양신교에 이미 속해 있으니, 유진은 서둘러 기록의 탑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묻고자 유진은 아이칸을 찾았다.
그녀는 이 세상을 300년 넘게 살아온 이. 기록의 탑과 관련된 무언가를 알 수도 있었다.
“어딜 그렇게 가십니까? 소가주님.”
펜첼의 입구를 지키던 호위 기사가 유진에게 물었다.
“아이칸님을 뵈러 갑니다만, 혹시 자리에 없으십니까?”
“으음? 아이칸님은 일주일 전 이미 어디론가 떠나셨습니다. 금방 오겠다고 하긴 하셨습니다만.”
아이칸은 요정족의 기본 성향답게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아마 전 대륙을 돌아다니며 유진이 맡긴 거울 아티팩트를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에 대한 영감을 떠올리고 있을 터였다.
유진은 다시 숙소로 돌아와 연통을 하나 보냈다.
아이칸님, 잠시 펜첼에 들러주십시오.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 * *
저녁 시간이 되어 펜첼의 일원들과 적탑의 마법사들이 한 데에 모였다.
식사는 펜첼답지 않게 매우 호화롭고 잘 꾸며진 채로 나왔다.
칠면조 구이에, 소고기 스테이크, 양고기 스프, 케이크, 1등급 우유와 100년 넘게 숙성된 와인까지.
아마도 이는 유진의 요구였을 터이다.
“뭐, 뭐야. 왜 이렇게 밥이 잘 나왔지? 적탑 놈들이 왔다고 이렇게 진수성찬을……?”
아인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제인스가 이를 뿌득 갈았다.
“당연히 그렇겠지! 그놈들 때문에 마그노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놈들한테 이렇게 맛있는 밥을 먹여도 되는 거야?”
인스 형제는 물론 기사단원들이 저쪽 한편에서 엘도라와 이야기하고 있는 유진을 쳐다보았다.
‘유진,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그 사이에 적탑 놈들한테 정이라도 붙인 건가!’
‘평소에도 좀 이렇게 맛있게 나오게 해주지. 유진, 너 진짜……!’
그에 반해 적탑의 마법사들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에게 소홀하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했는데, 그럴 것 같지는 않군.”
“이게 교지의 음식이군, 호오! 칠면조 구이까지! 흑지에선 엄청나게 귀한 음식인데!”
그 말을 들은 기사단원들이 입을 삐죽거렸다.
“운 좋은 줄 아시게. 유진 경이 자네들을 안쓰럽게 본 것 같으니.”
적탑의 마법사들도 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유진 경이 우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뭐라?! 어허, 이 마법사 양반들이 말을 이상하게 하시네? 응?! 여기가 어딘지 까먹고 있나?”
“그쪽에서 먼저 이상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들은 서로 숟가락을 들고 삿대질을 해댔다. 서로에 대한 이미지가 시간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었다.
분위기가 조금 험악해지던 참.
유진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전달받은 뮬이 한마디 했다.
“식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분께 전달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 말에 모든 이들이 삿대질을 멈추고 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여러분 앞에 놓인 이 호화로운 음식들을 한번 보시죠.”
“……?”
“참 맛있어 보이지요?”
안 그래도 침이 뚝뚝 떨어질 만큼 맛있는 음식들을 앞에 두고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약 올리는 건가.
‘맛있어 보이냐고? 당연하지!’
‘빨리 좀 먹고 싶다……! 뮬 단장님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저마다 음식을 빨리 입에 넣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사이, 뮬이 한 마디를 더했다.
“이제부터 이 맛있는 음식들을 드시려면,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조건?”
“무슨 조건을……?”
탕!
뮬이 식탁을 주먹으로 강하게 내려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싸움에서 승리한 자들만 저녁을 먹을 수 있습니다. 밖으로 나오십시오.”
“무, 뭐라고요?!”
* * *
그 사이 제이드는 펜첼의 뒷산을 깎아 넓은 공터 하나를 만들었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이곳에는 대략 30명가량의 인물이 자리에 서 있었다.
바로 밥을 먹으려다가 끌려 나온 적탑의 마법사들과 펜첼의 기사단원들이었다.
양 무리는 15명씩, 서로 마주 보는 상태로 도열했다.
그리고 그들의 중앙에는-
탁.
유진이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를 바닥에 두었다.
“배가 많이 고프실 겁니다.”
그 말에 기사단원들과 마법사들 모두 얼굴을 구겼다.
“예! 많이 고픕니다, 소가주님!”
“밥 먹고 훈련하면 안 되겠습니까?!”
토를 단 기사단원 둘은 엘도라의 꿀밤을 처맞고 잠잠해졌다.
“지금도 식당에는 따끈따끈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는데, 그걸 보기만 하다가 중간에 나왔으니 얼마나 약이 오를까요.”
기사단원들과 마법사들은 순간적으로 유진을 진짜 한 대 때리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뒤이은 말을 듣고 수긍해야만 했다.
“제가 여러분들의 미움을 사면서까지 이 짓거리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유진이 쿠란의 검을 바닥에 거세게 내리찍었다.
쾅!
“성장입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