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34)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34화(234/320)
라울러의 진심 어린 부탁에 기사들과 더불어 마법사들도 대부분 마음이 동한 것인지, 결의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체첸과 지크가 라울러를 보며 내심 감탄했다.
-저 자식, 네가 그동안 보여준 연설 같은 걸 많이 참고했나 본데. 목소리 완급 조절이 수준급이야.
「저 정도면 뭐, 종교 하나 만들어도 되겠습니다.」
라울러는 필시 늘 우두머리의 자리에서 모범을 보여주었던 유진의 모습을 참고한 것일 터였다.
유진이 라울러를 교관으로 발탁한 이유이기도 했다.
‘뭐든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흡수력, 배움에 있어서 건방지지 않은 태도, 바른 인성, 멍청할 정도로 성실한 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장에 대한 욕구.’
유진은 라울러가 스스로 밥을 먹지 않고 굶겠다며 기사단원들을 자극하던 모습을 되뇌었다.
‘이제 라울러도 누군가를 가르칠 만한 위치가 됐어.’
유진은 자신이 펜첼에 없더라도 그를 대신할 훈련 교관을 선정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다른 인물도 많았다.
원래 훈련 교관을 도맡아 하던 에막스.
경험과 연륜이 있기에 누구보다도 훈련에 노련할 뮬과 클라크.
애초부터 뛰어난 실력으로 주작 단장의 자리까지 올라온 엘도라.
지옥훈련의 창시자 격인 감스탄까지…….
하지만 유진은 누구보다도 성장에 목말라 있는 인물, 라울러를 교관으로 임명했다.
유진이 커다랗게 소리쳤다.
“지금부터 라울러 교관의 지시에 따라 훈련을 진행할 것입니다. 참고로, 오늘 점심 식사는 훈련 경과를 지켜보며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될 때 지급할 것입니다.”
유진이 또다시 밥을 인질로 삼았다.
결국, 그들은 대부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답했다.
글루토를 따라가기도 싫지만, 저녁밥도 못 먹게 하는 유진의 훈련 방식을 따르기도 싫었다. 그러니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그나마 후자가 낫다는 판단이었다.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하나, 생각이 완전히 다른 이들도 있었다.
“우리는 거부하겠소.”
글루토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팔짱을 꽉 꼈다.
“거부한다고 하셨습니까?”
유진이 다시 묻자, 그러자 글루토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말도 안 되는 15대 15 전투를 할 때부터 유진 경을 믿지 못했소. 당신의 훈련 방식이 과연 맞는지 의구심이 든단 말이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 수 있죠.”
“우리에게 오러홀을 심어준 것, 그리고 우리를 펜첼에 초대해준 것은 고맙게 여기나,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오러를 단련하겠소.”
리안이 버럭 소리쳤다.
“글루토 경! 지금 이게 뭐 하는……!”
“리안! 조용히 하게. 이는 나 혼자만의 뜻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6명의 마법사 모두의 뜻이야. 그렇지 않나?”
글루토가 돌아본 곳에, 5명의 마법사가 고개를 어색하게 끄덕였다.
“마, 맞습니다.”
“이 방법이 효율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말하는 모양새가 왠지, 학부모가 제 자식에게 시켜서 억지로 말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니다. 파벌을 형성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훈련 거부는 아예 다른 말이야.’
결국 리안이 입을 열었다.
“글루토 선배의 말만 믿지 말고, 일단 훈련을 받아본 뒤에 결정-”
“리안, 자네는 부끄럽지도 않나?”
“뭐가 말입니까?”
글루토가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나는, 솔직히, 리안 자네를 좋게 보질 못하겠네. 내가 보기엔 매국노와 비슷하게 보여.”
“뭐라고요?”
“적탑과 펜첼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적국의 입장이었는데, 지금에 온 리안, 자네는 적국의 수뇌부에게 아양이나 떨어대는 매국노처럼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말일세.”
“아양을 떨어? 매국노?”
리안이 버럭 화를 내려던 그때였다.
“아니, 아닙니다. 리안, 참으십시오.”
유진이 말을 가로막았다.
“아니, 어째서 이걸 참으라고 하십니까?”
유진은 더 말할 필요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곤 글루토 파벌에게 고개를 돌렸다.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오러를 단련한다 했으니, 필요한 공간과 음식, 물, 모든 지원을 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글루토가 ‘훗-’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참 고마운 말이군요. 이렇게 해주셔야 힘이 나지요. 그러면 우리는 나가보겠소. 가자!”
글루토가 잘 되었다는 듯, 일행을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리안은 유진을 망연자실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멸살옥을 구현하려면, 최소 10명 이상의 7성급 마검사가 뭉쳐야만 한다. 한데 지금 훈련을 받고자 하는 마법사들은 9명이야. 도대체 뭘 어쩔 생각이지?’
유진에게는 계획이 있는 것일까.
* * *
한편.
이 모습을 수정 구슬을 통해 모두 지켜보던 세 사람이 있었다.
“제이드 경께서는 참 멋있는 손자를 두신 것 같아요.”
줄리아가 작게 웃으며 제이드에게 말하자 그도 허허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봐주니 고맙구나.”
“정말이에요. 제이드 경을 많이 닮았다는 느낌도 들고요. 그렇지 않아요, 적탑주님?”
적탑주가 어색하게 웃었다.
“유진 경이 확실히 나이치고는 굉장히 성숙하고 현명하더군요. 아니, 나이를 생각하지 않더라도요.”
제이드는 근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펜첼이 낳은 인물 중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자랑스럽군요.”
“하하…… 동의하는 바입니다.”
사실 적탑주와 제이드는 굉장히 어색하고도 껄끄러운 사이였다.
둘은 지금껏 적으로서 지내왔는데, 유진이 주도하는 바람에 어찌어찌 강제로 친하게 지내야 하게 생겼으니 그도 그럴 만했다.
만약 이 집무실에 제이드와 적탑주만 있었다면 정적만이 흘렀을 것이지만, 그나마 줄리아가 있어 다행이었다.
하나, 줄리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제 일어나 볼게요. 괜히 어른들 대화에 끼고 있는 것 같아서요.”
“아니다, 계속 있어도 되는데.”
“아녜요. 두 분 대화 마저 하세요. 저도 할 게 있어서.”
적탑주가 고개를 저었으나 기어코 줄리아는 자리를 나섰다.
그렇게 제이드의 집무실에는 제이드와 적탑주, 둘만이 남게 되었다.
제이드는 대륙 전체에서도 한 손에 꼽는 절대 강자.
물론 그에 못지않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자가 적탑주였으나, 그 역시도 북벽 제이드 앞에서는 조금이더라도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
서로 억지로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하기보다, 수정 구슬 속에 비치는 라울러의 훈련 지도를 지켜보던 와중이었다.
“유감입니다.”
제이드의 목소리였다.
그는 진심이 담긴 음성으로 적탑주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무엇이 유감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적탑주는 약간의 날이 선 상태로 되물었다. 제이드의 수수께끼 같은 화법이 은근히 거슬렸던 탓이다.
유감이라면 무엇이 유감인지 한 번에 말하면 될 것을, 굳이 한 번 더 묻게 만드는 화법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하나.
뒤이은 제이드의 말을 듣고선 적탑주는 경계를 한 꺼풀 풀어야만 했다.
“적탑이 상당 부분 무너져 내렸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게다가 아끼는 수제자들을 잃으시고, 대부분의 마법사들도 변절했다더군요. 리올 지플님의 유해도 빼앗겼다고 말입니다. 심란하시겠습니다.”
적탑주는 제이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에 의도를 알 수 없어 그저 가만히 그를 응시하기만 했다.
솔직히 제이드의 말대로 매우 심란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절망스러운 상황을 이겨내 보려 유진의 제안을 받아 적국의 땅에 발을 내디디고, 적국의 인물에게 훈련을 맡겼다.
여기서, 적탑주는 유진이라는 인물은 믿을 수 있었으나 제이드라는 인물은 잘 알지 못했다.
하여 제이드가 하는 말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해 머리를 썼다.
‘비꼬는 것인가, 아니면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해주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위로하려는 건가.
세간에 퍼진 북벽이라는 인물의 그림은 남달랐다.
십수 년 전, 대륙을 통째로 지워버릴 수도 있다는 재앙급 마수, ‘흑룡’을 처치했으며.
그 드넓은 교지 전체를 통치하고 다스린다는 태양신교에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북벽이었다.
적탑주의 머릿속에 북벽은 아주 차갑고도 냉정하며, 그 이름 그대로 사람이라기보다는 ‘벽’처럼 올려다보아야 하는 인물인 줄로만 알았다.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적탑주가 넌지시 되물었다.
한데.
“별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그저, 탑주님의 마음에 공감이 되어 말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마주한 북벽, 제이드는 생각보다 훨씬 인자하고 부드러운 인물이었다.
적탑주는 북벽에게서 어떤, 작은 온기를 느꼈다.
‘한데, 공감이 된다니.’
북벽이라면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고, 버리고자 한다면 무엇이든 버릴 수 있을 터.
그런 인물이 거의 모든 것을 다 잃은 자에게 공감이라는 걸 할 수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적탑주는, 북벽의 눈빛에서 스쳐 지나가는 한 자락의 슬픔을 보았다.
적탑주가 천천히 물었다.
“북벽께서는 어떤 일이 있으셨기에.”
제이드는 수정 구슬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모든 걸 잃은 적이 있지요. 저도.”
적탑주는 굳이 더 묻지 않았다.
어제 처음 만난 사이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건 좋지 못하다는 판단이었다.
하나, 적탑주는 북벽이라는 인물에게도 감정이 있고, 사연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신기한 감정을 느꼈다.
제이드는 작게 웃으며 한 마디를 더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 나눠보지요.”
적탑주도 화답했다.
“그럽시다.”
* * *
“허업, 허억! 흐윽!”
글루토 파벌을 제외한 9명의 적탑 마법사들은 차라리 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친 숨을 토해냈다.
“당신, 왜 이렇게 무거운 겁니까! 도대체 평소에 뭘 먹길래……!”
“성인 남자가 보통 7, 80kg 하는 거지, 뭘 엄살이냐? 잔말 말고 똑바로 들어라. 크하하!”
오전 8시부터 시작된 훈련은 바로, 양팔로 사람 들고 산 오르기였다.
마법사들은 각자 한 사람씩을 두 팔로 안아 든 채 가파른 산을 뛰어오르고 있었는데, 아주 죽을 맛인 모양이었다.
이번 회차에서는 마법사가 산을 오르는 차례였는데, 마법사들은 기사들을 안고, 다음 회차에서는 기사들이 마법사들을 안고 뛰어오르는 방식이었다.
물론 라울러도 이번 훈련에 동참하고 있었다.
“리안! 내 다리가 하나 내려갔잖아. 왕자님이 공주님을 안아 들 듯, 예쁘고 안전하게 들라고 하지 않았나?”
그가 리안의 양팔에 살포시 들린 채 조곤조곤히 지시했다.
“하고 있습니다, 교관님……!”
“말대꾸하는 건가?”
“크윽, 아닙니다! 교관님!”
“알겠으면 ‘악!’으로 대답합니다.”
“악!”
이 훈련에서 마법사들은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적국의 병사들을 손수 안아 들고 이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게 굉장히 고역인 것 같았다.
“자꾸 발버둥 치지 말라고 했습니다……!”
“네가 날 공주님 모시듯 하지 않으니 내 심기가 거슬려서 그런 것 아니겠어? 응?! 하하하!”
기사는 약을 있는 대로 올리고, 그에 따라 마법사는 약이 올라 성질이 뻗치는 모양.
“팔 떨리는 거 봐라? 어어? 평생 마법진이나 그리고, 책만 봤으니 힘이 없지? 응? 흐하하! 그래서야 여자 하나는 꼬시겠어? 응?”
“크으윽……!”
기사들은 마치 일부러라도 마법사들을 열 받게 하려는 건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깐족거리는 모습이었다.
그에 마법사들은 이를 으득 깨물었다.
‘그냥 나도 글루토 선배 따라 나갈 걸 그랬나……!’
‘이 자식들은 가만히 있어도 힘든데, 왜 자꾸 약을 올리는 거야? 진짜 우리가 만만한 건가?’
‘집도 절도 없으면 이런 식으로 천대해도 되는 거야?!’
속으로 욕을 해대면서 산을 힘겹게 오르던 마법사들 대부분은 결국 사기가 꺾여 기사들을 놓쳐버렸다.
우당탕!
“어억! 이 미친놈이, 바닥에다……!”
“못하겠습니다……!”
글루토 파벌이 중간에 빠져나가 버린 덕분에 마음이 심란해진 것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나마 조용히 버티고 있는 마법사는 리안, 하나였다.
마법사들이 거친 숨을 고르며 라울러에게 따져댔다.
“허억, 산 오르고, 100바퀴 뛰고, 기마 자세고 다 좋습니다! 근데 왜 이 사람들을 안고 올라야 하냐고요! 후우……!”
그 성난 반박에 라울러가 리안의 품에서 살포시 내려왔다.
“힘드시죠? 아니, 힘든 것보다 열 받죠?”
“약 올립니까! 일부러 이렇게 짜증 나는 훈련을 고안하신 거 아닙니까!”
라울러는 소리를 지르는 한 마법사에게 다가가 한 마디 툭 내뱉었다.
“그렇습니다.”
“뭣…… 아니, 왜 체력 훈련에 집중을 안 하고 멘탈을 건드리는 겁니까!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멘탈은 아주 중요한 요소란 말입니다! 불필요한 요소는 다 빼는 게 훈련 효율이 가장 좋다고요!”
라울러는 그 말을 죽은 듯이 가만히 들으며 고개만 끄덕거렸다. 이해한다는 뜻 같았다.
“저희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이 훈련에 응한 것입니다! 그러니 좀, 다른 훈련으로 준비해 주십시오. 저희가 이래 봬도 8성급 후반 하는 마법사들입니다. 그냥 얼치기도 아니고, 체력 훈련을 안 해온 것도 아니란 말입니다!”
반항에 나선 한 마법사를 필두로 마법사들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15대 15 대결이나 저녁 식사를 못 먹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글루토가 선동하여 마법사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에도 유혹당하지 않고 훈련에 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람 신경을 건들며 짜증스럽게 만드는 훈련은 견디기 힘든 모양이었다.
“가뜩이나 이 칼잡이들이랑 사이도 안 좋은데, 왜 우리가 이 사람들을 안아 들고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열만 받게 하잖습니까!”
“……흠.”
라울러가 잠시 마법사들의 모습을 옛날의 자신과 겹쳐보았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