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3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36화(236/320)
펜첼의 식당.
유진과 더불어 펜첼의 모든 기사들이 맛있는 점심을 먹는 중이다.
하나, 그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았다.
“후…….”
“너무…… 심했던 건가.”
분명 어젯밤부터 밥을 못 먹었기에 지금 먹는 밥은 꿀맛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음에도 말이다.
어째서인가.
식사가 모두 끝난 뒤, 유진이 입을 열었다.
“기대를 걸어보았으나 쉽지 않네요.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라울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마법사들이란 족속들은 자존심이 센 경우가 많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더군요. 어제까지는 잘 버티더니 하루도 못 가서 그렇게 훈련을 거부할 줄이야.”
이에 클라크와 뮬도 실망감을 표했다.
“우리 기사들이 연기를 좀 짜증스럽게 잘하긴 했지만…….”
“마법사들이 너무 쉽게 포기한 감이 있더군.”
유진은 고민에 잠겼다.
사실, 어젯밤 15대 15 전투 이후, 유진은 기사들을 모아놓고 작전을 하나 짰었다.
-내일 아침에는 체력 훈련이라고 밝힌 뒤, 마법사들의 정신력을 테스트해볼 겁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마법사들에게 최대한 얄밉게, 열 받게 굴어주세요.
방법은 간단했다.
마법사들이 펜첼에 들어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아 기사들과 마법사들 사이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는 앞서 말한 대로 유진이 의도한 바였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야만 경쟁심이 붙어 더 빨리 오러를 익힐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
하여 유진은 이 경쟁심을 다방면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그 방법은 단순했다. 마법사들이 기사들을 품에 안고, 산행을 시키는 것이었다.
자신이 혐오하는 사람과는 기쁜 일은 물론이고, 힘든 일은 더더욱 함께하기 싫은 게 인간이라는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그래도 적탑이 반파되고, 다시 돌아갈 곳도 없는 빈털터리 신세라면 억지로라도 잘 소화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라울러가 실망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배우려 하는 자의 기본자세, 경청과 믿음.
그 기본 덕목을 갖지 못한 마법사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유진도 결론을 내렸는지 입을 열었다.
“그들이 택할 길은 결국 두 가지죠.”
유진의 검지가 동쪽, 흑지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적국의 인물들에게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에 자존심을 허락하지 않고, 다시 제집으로 돌아가 암울한 미래를 보내거나.”
그의 검지가 이곳, 바닥을 가리켰다.
“이곳에 다시 찾아와 배움을 구하거나.”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딱 5분만 이따 일어나죠.”
“왜 그러십니까? 이미 식사는 마친 상태인데.”
“혹시 모르잖습니까. 마음을 고쳐먹고 바른 판단을 할지.”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1분.
2분.
3분.
4분.
그러나 마법사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적탑까지 우리 펜첼의 편으로 돌리는 데에 성공하면 좋을 텐데, 결국 어려운 건가.’
흑탑이라는 거대한 적에 맞서기 위해서 이는 반드시 밟아야 할 절차라고 생각했기에 힘든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역시, 적을 회유하여 아군으로 만드는 일은 쉬운 게 아닌 모양이었다.
다만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리안, 네가 사람들의 마음을 동하게 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면 그거 하나뿐이었다.
“소가주님, 5분이 모두 지났습니다. 이제 일어나죠.”
“……그러지.”
라울러의 말에 유진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던 차였다.
덜컥.
식당 정문이 열리더니-
9명의 적탑 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라울러는 물론, 뮬과 클라크, 엘도라, 그 외 기사들까지 모두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소가주님, 라울러 교관님, 그리고 펜첼의 기사님들.”
그들은 적탑의 마법사임을 상징하는 붉은 로브를 입지도 않고, 하물며 마법사로서 자부심과 오만함이 스며든 얼굴을 하지도 않았다.
마치 방금 막 들어온 초급 기사라도 되는 듯, 새하얀 수련복과 더불어 목검을 허리춤에 멘 복장.
“가르침을 주십시오.”
리안을 필두로, 9명의 마법사가 일제히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식당에서 빠져나오려던 유진 일행은 말없이 리안 일행을 응시했다.
정말, 유진의 말대로 녀석들이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라울러가 유진에게 물었다. 물론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그 대답에 마법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충성하겠습니다!”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깨달았으리라.
‘유진 소가주는 공과 사가 확실하다. 섣불리 개겼다가는 바로 내쳐질 거야.’
‘라울러를 훈련 교관으로 내세웠지만, 진짜 훈련을 지휘하는 사람은 유진 소가주야. 허투루 봐서는 안 돼.’
‘이제 정말로 충성을 다 해야겠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니까……!’
유진이라는 인물은, 아니다 싶으면 단칼에 관계를 끊어버릴 줄 아는 인물이라는 것을.
그러니 앞으로 다시 마법사들이 그에게 저항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
그 사이.
유진은 이들의 인사에 대답하지 않고, 글루토 파벌이 있는 연무장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 * *
다시 훈련이 시작되었다.
각 적탑의 마법사들은 펜첼의 기사들을 한 명씩 품에 안아 들고 가파른 산을 오르고 있었다.
“어어, 팔 후들거린다. 뭐 하는 거야? 똑바로 안 들어? 날 바닥에 또 내팽개칠 생각이냐?”
한 기사는 반말을 찍찍 뱉어가며 무례하게 굴었고.
“아, x발 자꾸 흔들리잖아. 라울러 교관님이 말씀하신 거 못 들었나? 왕자님이 공주님을 안아 들 듯, 편안하게 모시라고?”
한 기사는 아예 욕을 해대며 마법사들의 심기를 자극했으며.
“드르렁, 드르렁!”
한 기사는 아예 몸에 힘을 빼고 잠에 들어 안아 들기 더욱 힘들게 굴었다.
이렇게, 기사들은 유진이 시킨 대로 마법사들이 훈련을 소화해내기 최대한 힘들게끔 계속해서 자극해댔다.
솔직히 리안의 동기부여 연설을 듣고도 적탑의 마법사들은 힘들고 열 받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개과천선한 9명의 적탑 마법사들은 군말하지 않고, 딱 저 한 마디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중요한 변화가 있었으니까.
“지랄, 노력은? 노력했으면 벌써 저 산 위에 올라갔다가 내려왔겠다.”
“예, 노력하겠습니다!!”
생각하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훈련을 받고, 고군분투하고, 성취를 이루는 데에 있어서 ‘많은 생각’은 분명히 독이 된다.
적탑의 마법사들이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소가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마지막 기회다! 이걸 걷어찰 수는 없어!’
‘어떻게 해서든 이 훈련을 모두 이겨낸다. 그래야 우리에게 길이 열릴 테니……!’
다만, 글루토는 이처럼 많은 생각을 했기에 ‘펜첼의 훈련 방식은 효율적이지 않다’라는 핑계를 댄 것이었다.
그리고 리안은 이 훈련을 다르게 접근했다.
“적탑!!”
“예!”
“예-!”
“생각하지 마라! 그저 묵묵히, 굳건히 오르기만 해라!”
“예에-!”
생각하지 않아야 할 때는 생각하지 않기.
그 명쾌하고도 간단한 해답을 찾아버린 것이다.
그렇게 마법사들이 죽을 둥 살 둥 산을 한참 오른 결과.
“꼭대기가 보입니다!”
“우와아아아!!”
“드디어! 드디어!”
적탑의 마법사들이 미친 듯이 달려 꼭대기를 찍었고-
“고생했다, 이 자식들……!”
“우리가 고맙지, 이 칼잡이들아!! 크하하하!”
펜첼의 기사들과 적탑의 마법사들은 저들끼리 얼싸안고 손바닥을 부딪치며 기뻐했다.
라울러와 리안이 어깨동무하고 춤을 추고, 인스 형제와 또 다른 쌍둥이 마법사들은 서로 헹가래를 해줬다.
동고동락(同苦同樂).
이를 함께하면 누가 누굴 만나든 간에 친해질 수 있다고 하던가?
그 말은 진짜였다.
* * *
흑색의 기운으로 물든 검은 방 안.
“기록마법을 사용해야 한다…… 기록마법을…….”
“알겠다니까요, 알겠다고요오. 일단 기록의 탑을 찾아야 한다니까. 그 사람 다음에야 기록마법으로 역사를 조작하든, 누구를 죽여버리든 한다고요.”
“아무리 네 힘이 커진다고 해도, 기록마법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면…….”
“알겠으니까 그만 좀 보채요! 몇 번을 말하는 거야 도대체에!”
흑탑주는 검은 그림자 속에 가려진 어떤 인물과 대화하고 있었다.
“파넬로, 내가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를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강조도 한두 번 해야지, 계속하면 짜증이 나거든요?!”
“그만큼 기록마법의 효과는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알겠다고, 그만 좀 해요. 아효! 지겨워.”
그림자 속 인물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난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다.”
“또 뭘, 또 뭘!”
“네가 하루라도 빨리 앙신이 되어 이 세상을 화마로 뒤덮지 않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어.”
앙신(殃神).
온 세상을 뒤덮을 정도로 커다란 재앙을 몸에 두르고 휘두르는 존재를 말했다.
그림자 속 인물은 흑탑주에게 앙신이 되길 권하고 있었다.
“너의 목표가 이루어지려면, 앙신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흑탑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꼭 내 아까운 영혼을 그렇게나 많이 희생시키면서 앙신을 불러들일 필요는 없잖아요. 더 평화로운 방법으로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고요.”
“어차피 모두 죽여서 네 귀속으로 만드는 거, 평화롭게 죽여버리는 것이나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이나 뭐가 다른 거지?”
“나는 이 대륙이 아프지 않게 통일되었으면 한단 말이에요!”
혹자가 보기엔 흑탑주는 되도 않는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것처럼 보이겠으나, 이 둘에게만큼은 정말로 중요한 안건을 논의하는 것이었다.
“너는 백탑의 섬광포, 적탑의 멸살암천화염옥, 청탑의 기록마법까지 모두 훔쳐 왔지. 게다가 리올 지플의 시체까지 가져와 그의 기억을 빼앗았어.”
“그래요, 그런데에. 그게 뭐.”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록마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상황이야.”
“기록의 탑만 찾으면 된다니까요?”
그림자 속 인물이 담담히 정곡을 찔렀다.
“못 찾았잖느냐.”
“그거야 심야의 숲이랑, 그 뭐니, 아지랑이 산맥만 멸살옥으로 불태워버리면 되는 일이라니까요. 안 그래도 곧 움직일 생각-”
“그들이 그렇게 쉽게 모습을 드러낼 것 같으냐?”
흑탑주가 입을 다물었다.
사실 단순히 생각하긴 했으나, 그림자 속 인물이 이렇게 말하니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기록의 탑 놈들은 그렇게나 긴 시간 동안,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게 출현하던 신비로운 녀석들이었다.
아무리 멸살암천화염옥이 영혼마저도 불태우는 강력한 마법이라고는 하나.
“기록의 탑 녀석들은 단순한 물리력, 혹은 영혼을 말살시키려는 위협 따위로 모습을 드러낼 놈들이 아니야.”
“그럼 뭐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그림자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스산한 목소리가 방을 무겁게 울렸다.
“앙신이 되어라. 그렇게만 한다면 기록의 탑 놈들도 너를 저지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야만 할 테니.”
“…….”
흑탑주가 조용히 미간을 좁혔다.
그림자 속 인물의 말을 다시금 곱씹는 듯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