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4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40화(240/320)
다음 날.
라울러와 엘도라는 모처럼 유진과 담소 시간을 가졌다.
“어떻게든 적탑을 접합했네, 진짜…….”
라울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보았을 때, 리안 파와 글루토 파로 나누어진 적탑의 마법사들은 절대로 협력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한데, 유진은 마치 접착제로 억지로 이어 붙이기라도 하듯, 두 무리 사이를 접합했다.
글루토를 회유함으로써 말이다.
하나, 한 편으로는 그런 의심도 들었다.
“글루토가 정말로 우리를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충성을 다 할까?”
엘도라가 유진에게 물었다.
당연히도 들 수 있는 의문이었다. 원래 사람 마음이라는 게 바람 불면 휘청이는 갈대 같은 것이니까.
그에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야 모르지.”
“……응? 아니, 만약에 우리를 배신이라도 하면.”
“녀석이 또 배신할지, 아니면 변하지 않을지 모르긴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어.”
“뭔데? 또 사람 궁금하게 만들고 안 알려줄 거야?”
엘도라와 라울러가 재촉하자 유진이 툭, 말했다.
“녀석은 오늘,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거.”
“……오늘?”
“그래. 그 도움만 한 번 받고 나면 우릴 배신해도 상관없어. 난 솔직히 글루토가 마음을 바꿔도 상관없지만.”
여차해도 글루토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도움이 뭔데? 무슨 도움이길래?”
“영업 비밀.”
유진이 또 입을 다물려 하자 엘도라와 라울러가 쌍심지를 치켜뜨고 유진에게 달려들었다.
“궁금하게 해놓고 말 안 해주는 거는 이제 그만 해라?! 어?!”
“적당히 해야지!! 소가주면 다냐!”
“켁, 알았어, 알았다고. 말해주면 될 거 아냐.”
유진이 오랜만에 푸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탁.
붉은색으로 빛나는 작은 정육면체 모양의 아티팩트였다.
“이게 뭔데?”
“남들 훈련 많이 시켰으니, 나도 이제 슬슬 올라가야지.”
“네 개인 훈련을 도와주는, 그런 아티팩트인 거야?”
“그래. 디멘션 스퀘어라는 거야.”
디멘션 스퀘어(Dimension square).
이는 적탑주에게 받은 공간 아티팩트로, 일전에 지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발견했던 색욕의 권능의 숨겨진 기능을 추가하여 만든 것이었다.
이 공간 안에 들어가게 되면 시간이 바깥세상보다 10배가량 느리게 흘러 훈련의 효율이 10배 이상 더 좋은 특징이 있었다.
“이런 아티팩트가 있다고? 그게 가능하긴 한 거야?”
“말도 안 되는…….”
다만 이러한 아티팩트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는 라울러와 엘도라는 설명을 들으며 놀랍다는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작동하려면 내 능력으로는 부족해. 그래서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
“글루토 말고, 또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 예를 들면…….”
유진이 문 쪽을 쳐다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줄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라울러 오빠, 엘도라 언니.”
한데.
“어? 누구……?”
“누구……세요?”
분명 오가면서 그녀를 보았을 텐데, 라울러와 엘도라는 줄리아를 처음 본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는 유진도 마찬가지였다.
“음……? 줄리아, 너 맞아?”
줄리아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되물었다.
“왜? 뭐…… 이상한가.”
줄리아는 그사이에 얼굴은 물론, 복장까지 전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녀 특유의 발랄한 목소리 톤도 온데간데없이, 20대 초반의 숙녀라도 되는 듯했다.
라울러와 엘도라는 뒤늦게 반응했다.
“아, 줄리아! 너였구나! 아니, 진짜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줄리아? 진짜 줄리아야?”
유진도 놀란 얼굴로 줄리아를 응시했다.
“많이 달라졌네, 줄리아.”
그렇게 줄리아의 변신으로 한바탕 소란이 일었고, 진정된 네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앉았다.
“그래서, 이 아티팩트를 작동시키려면 줄리아와 글루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래. 지금 바로 보여줘도 될 것 같은데.”
줄리아가 곧바로 마력을 펼쳐 아티팩트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환한 빛무리가 쏟아져 나오며 허공에 복잡한 술식들이 그려졌다.
“이미 유진에게서 설명은 대략 들었겠지만, 이 공간 안은 4차원이에요. 4차원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미지의 세계죠.”
엘도라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시공간을 초월한다…… 그래서 시간이 느리게 흐를 수 있는 거구나.”
“맞아요.”
이어서 줄리아가 술식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자, 마치 원통의 두 끝을 이어놓은 듯한 ‘띠’가 형성되었다.
“이 부분에서는 중력과 시간과의 마찰이 문제가 되고, 여기, 이 부분에서는 공간과 물질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만약 이 굴곡 부분에서 마력이 뭉치거나 아니면 흩어지는 일, 둘 중 하나라도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T축을 건드려야만 해요. 그러니까, 이걸 해결하기 위해선 보이지 않는 축과 축을 연결해서 그 연결점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거죠.”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서 이 축과 축 사이에 간극을 메워주기 위해서는 최소한 9성 이상의 마력이 소모되는데, T축과 x,y,z 축에서 변곡점이 생기면 피타고라파덕의 정리에 의해 그보다 정확히 4.823배의 마력이 필요하다는 말이잖아?”
“맞아. 그래서 결론적으로…….”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무지막지한 설명에 라울러와 엘도라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잠시만, 유진, 줄리아. 그래서 간단히 말하면 뭐가 어떻다는 거야?”
유진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줄리아가 이 술식들을 모두 정리해주긴 했지만, 절대적인 마력이 부족하다는 말이야. 마력의 양이 부족하면 이 아티팩트가 작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
엘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결국 글루토가 필요하다는 거구나?”
“맞아.”
그 말에 줄리아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흠, 글루토님, 예전에는 굉장히 좋은 분이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뭔가 이상해지셨더라구. 화도 잘 내시고…….”
유진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제 안 그럴 거야. 지금 잠시 시간 돼?”
“응. 글루토님이랑 셋이서 이야기 한번 해 봐야겠네.”
유진과 줄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재밌었다. 지금까지 라울러 형은 계속 훈련하느라 고생했고, 엘도라도 나 도와주느라 고생 많았어. 조금 쉬어.”
“반가웠어요, 라울러 오빠, 엘도라 언니.”
“어, 그래. 뭐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 줄리아도 반가웠다.”
유진과 줄리아는 옅게 웃으며 자리를 나섰다.
방에 둘만 남은 라울러와 엘도라가 작게 웃었다.
“와, 나 처음에 줄리아가 그렇게 성숙해진 줄 몰랐네.”
“그러게.”
“되게 예뻐졌더라. 예전에는 그냥 귀여운 동생 같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
“……예뻤어? 달라?”
“어?”
“예쁘면 걔랑 사귀어.”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귀엽고 예쁘고 뭔가 다르고 다 하니까 걔랑 사귀라고.”
라울러는 이날, 엘도라의 마음을 푸느라 3시간이 걸렸다.
* * *
유진과 줄리아는 펜첼 본관 외부에 마련된 별관으로 들어가 글루토를 만났다.
“앗, 줄리아님. 다시 뵙습니다. 글루토라고 하오.”
“안녕하세요. 석 달 전에 청탑에서 뵌 이후로 처음이네요.”
“예, 그렇군요. 두 분 사이가 이렇게 가까운 줄은 몰랐습니다. 이미 아티팩트도 함께 만드는 사이시라니.”
유진이 오해를 바로잡으려 손을 내저으려던 차-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에요. 그냥 서로 돕는, 뭐, 협력 관계랄까.”
줄리아가 선수를 쳤다.
유진은 어딘가 조금 달라진 분위기의 줄리아를 보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줄리아가 툭, 물었다.
“왜 웃어, 유진.”
“아니, 그냥. 자, 그래서 오늘 여기에 모이라고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유진이 본론을 꺼내놓았다.
“글루토님, 제가 엊그제 말했던 거 기억하시죠? 증명하면 된다는 거.”
글루토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대답했다.
“물론이오. 제가 무얼 하면 되겠소?”
“그 전에, 한 가지만 확인차 물어볼게요.”
“말씀만 하시오. 크흠, 지금까지 저지른 짓이 있으니 전부 만회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소.”
유진이 디멘션 스퀘어를 탁상 위에 탁, 올려놓으면서 물었다.
“디멘션 스퀘어에 대한 설명은 이미 들으셨으니 간단하게 묻겠습니다. 24시간 내내 마력을 9성급으로 유지하며 최대로 발산할 수 있습니까?”
“예?”
24시간 내내, 9성급의 마력을 발산한다…….
이 질문은 마치, 하루종일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냐는 말과 비슷했다.
웬만한 오래달리기 선수라 하더라도 6시간이 최대 시간일 터인데, 24시간 동안 그것도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냐니.
글루토의 이마에서 진땀이 흘러나왔다.
무엇이든 하여 유진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다짐까지 해놓고, 지금 와서 못한다고 즉답하기가 애매한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대답은 해야 했다.
“이 아티팩트, 그러니까 디멘션 스퀘어에 마력을 계속 불어넣어야 하는 거 맞소……?”
“예.”
“아…… 제가 9성 마법사이나, 9성급의 마력을 유지하면서 발산하는 건 쉽지 않은 일-”
“요점만.”
“불가능할 것 같소…….”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답변이었다.
적탑주처럼 10성의 대마법사라면 가능할지 모르나, 9성 초입인 글루토에게는 무리였다.
하나, 유진은 뜻한 바를 이뤄야만 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5시간 하고, 1시간 쉬고. 5시간 하고, 1시간 쉬고. 이렇게 6시간씩 네 번 반복하는 겁니다. 이건 가능하겠습니까? 이른바 51루틴입니다.”
쉽게 말해 잠도 못 자고 고문을 당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견딜 수 있다. 유진 경은 나를 믿어준 유일한 사람이니까, 어떻게든 보답해야 해.’
글루토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대답했다.
“그건,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소.”
“무조건 가능해야 합니다.”
“무조건 가능하게 만들겠소……!”
“좋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2시간 뒤부터 작전 시작입니다. 글루토님은 딱 2주간만 말씀드린 대로 작업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소……!”
글루토는 대답하긴 했지만 아리송한 얼굴이었다.
‘2주 동안 그 51루틴을 지속하면 분명 나중에 졸려서 마력을 놓치거나, 밥을 먹고 화장실 갈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건 어떻게 하지?’
유진이 그 속내를 알아채고는 누군가를 불렀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글루토 경의 노고를 함께해 줄 동료들이 다섯 있으니까.”
그 다섯이 문을 열고 나타났다.
“글루토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글루토 선배님…….”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글루토의 파벌에 속해 있던 다섯 마법사였다.
“어어? 너희…….”
유진이 간략히 설명했다.
“지금까지 저지른 짓들을 사죄하는 의미로, 다섯 마법사가 불침번을 서가며 글루토님이 잠에 들거나 밥을 먹을 때, 화장실에 가야 할 때마다 이분들이 힘써주실 겁니다.”
“힘써준다는 게……?”
“잠에 들면 뺨을 때려서라도 깨우고, 배가 고프면 식사를 가져다주고, 변이 마려우면 요강을 가져다줄 겁니다.”
쉽게 말해 글루토를 ‘인간 마력 발전소’로 이용하겠다는 말이었다.
“아…….”
넋이 나간 글루토를 무시하고, 유진이 줄리아에게 말했다.
“줄리아, 술식의 어느 부분에 마력을 계속 보충해줘야 하는지 글루토님한테 알려줄래?”
“응. 덕분에 나도 공부 많이 하네. 오랜만에 공간계열 마법 많이 써보겠어.”
“너 없었으면 나 어쩔 뻔했냐.”
줄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작게 웃었다.
“고마우면 나중에 밥이라도 사던가. 글루토님, 이리로 와 보세요.”
글루토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게 그때 말 한 그 <증명>이구나.’
오늘부터 그의 흰머리 개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