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4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41화(241/320)
12시간 뒤.
다시 별관으로 찾아온 유진이 손바닥을 슥슥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준비되셨네요. 줄리아는 숙소에서 쉬고 있다고 했고…… 글루토님, 그리고 마법사분들?”
“예, 유진 경.”
“예, 준비됐습니다.”
별관 안에는 온갖 것들이 다 구비되어 있었다.
글루토가 졸면 때려서 깨울 회초리, 글루토의 밥을 담아서 줄 식판, 글루토의 화장실 대용 요강까지.
적탑의 마법사 다섯은 그래도 선배한테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얼굴이었지만, 유진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글루토님, 제가 부탁드린 거, 잘 해낼 수 있으시죠?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2주입니다. 2주.”
“물론이오. 아무리 졸리고 배고파도 참고……!”
“아니, 그거 도와줄 동료들이 저기에서 대기하고 있잖습니까. 참지 마시고 조금만 애써주시면 되는 일입니다. 아시겠죠? 할 수 있잖아요? 그쵸?”
“예……!”
글루토는 묘하게 유진의 말투에서 점잖고도 잔혹한 악덕 사채업자의 모습을 떠올렸으나, 이내 고개를 털었다.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더군다나 나는 리안과 동료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어.’
글루토는 그들이 믿고 따르는 유진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어야 했다.
“좋습니다. 그럼 시작해보죠.”
“예!”
글루토가 완드를 들어 작은 정육면체 아티팩트, 디멘션 스퀘어에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
그러자 붉게 물들어 위협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던 불빛이 서서히 보라색을 거쳐, 푸른색으로 변하며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음.”
유진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글루토의 마력 수준은 가히 상상 이상이었다.
사실, 원래 이 부탁은 리안에게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주 동안 하루 4시간만 자면서 해야 하는 이 일은 너무도 가혹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한데 글루토라는 9성급 마법사가 스스로 도움을 자처하다니, 이거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지.’
-암, 그렇고말고! 맞는 말이야! 글루토가 몽둥이로 처맞는 말!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인성 파탄자의 대표 선도주자, 유진 로베르 경!」
유진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는 사이, 디멘션 스퀘어가 완성되었다.
어느새 별관 내부를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래진 디멘션 스퀘어는 눈이 부실만큼 부풀어 있었다.
“후우, 후우, 줄리아님이 이제 이다음부터 어떻게 할지는 유진 경이 알고 있을 거라 하셨소!”
“고생했습니다, 글루토님. 앞으로 2주만 고생해 주세요.”
“알겠소!”
유진이 군말 없이 디멘션 스퀘어 안으로 발을 뻗었다.
환한 빛무리가 유진의 온몸을 적시듯 감쌌다.
* * *
유진의 부재는 개인 훈련 일정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그렇게 일주일 후, 늦은 새벽의 펜첼의 중앙 주점.
금검과 궁귀, 그리고 투귀는 잔뜩 삐진 얼굴로 술잔을 기울였다.
“하, 정말. 석 달 내내 그놈의 훈련한다고 우리를 한 번도, 단 한 번도 보러 안 왔다 이 말이지? 그 적탑 놈들 훈련한다고?”
“내 말이 그 말이다! 개인 훈련한다고 할 시간은 있고, 우리는 개뿔 쥐똥도 안 보고 싶나 보지?!”
“이제 스승이고 뭐고 없다, 이 말 아니오? 하! 마셔, 마셔! 마시고 죽자!”
금검과 궁귀가 구시렁대며 부어라 죽어라 마셔댔다. 어지간히 속상한 모양이었다.
그나마 이성적인 투귀가 두 사람의 속을 달래었다.
“이제 9성에 다다라서 소가주가 된 몸인데, 어찌 우리 하나하나씩 다 챙겨줄 수 있겠어. 다들 그만 좀 마시고…….”
“에이! 아무리 소가주라 한들! 훈련이 바쁘다 한들! 이 전에 쌓은 정이 있고, 그런 건데! 마시게, 궁귀!”
“내 말이 그 말이야! 이제 다 컸다 이거지! 에히이…… 내 팔자야.”
“에이, 그만 좀 마셔! 그러다 진짜 뒤진다니까!”
흰머리는 듬성듬성 나고 주름살도 깊어진 세 아저씨는 거나하게 취해 술집을 나섰다.
어깨동무도 하고, 헬렐레하면서 펜첼의 본관을 지나가던 차였다.
“딸꾹! 으에에? 저거, 저기만 불이 켜져 있는드에? 이 시간으에, 뭐 헌다고 불을 켜 났으어? 그것도, 딸꾹! 시퍼런 불빛이네에?”
가장 많이 취한 금검이 용케 손가락을 들어 가리킨 창문 사이로는 정말 시퍼런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커튼으로 가려지긴 했으나, 분명히 안에서는 밝은 빛이 빛나는 중이었다.
“뭐야, 저거, 헹! 안에서 무슨, 마법이라도 부리나 보지. 알 게 뭐야!”
금검 만큼 취한 궁귀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투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게. 마법사들이 이 시간에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지……?”
그때, 문득 투귀가 불길한 예감을 하나 떠올렸다.
“아, 설마……!”
“뭔데에, 무언데. 왜, 투귀!”
“이리 와 봐! 금검! 술 좀 쳐 깨고, 궁귀 자네도 정신 차리고 이리 와보라고!”
투귀가 금검과 궁귀의 뺨따귀를 거세게 때려댔다.
“악! 왜! 왜 그러는데에!”
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둘의 귀에 빠르게 속삭였다.
‘적탑 놈들이 모략을 꾸미고 있는 거야……! 안 그래도 훈련에 불만 많아서 거부한 놈들도 있다던데, 펜첼을 공격하려고 개짓거리를 꾸미고 있는 거라고!’
“으에에?!”
“무, 뭐……?!”
“쉿! 조용히 해! 일단 검부터 챙겨 들고 들어간다!”
스릉!
투귀의 지시에 따라 금검과 궁귀도 비틀거리며 검을 빼 들었다.
“쉿! 만약 마법진을 만들어서 무슨, 괴물 같은 거라도 소환하고 있다면……!”
“그땐, 다 주겨버리는 거지, 딸꾹!”
푸른 빛이 새어 나오는 별관으로, 발소리를 죽인 채 살금살금 다가간다.
별관의 현관문 앞까지 다가간 세 아저씨는 문에다 귀를 대보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찰싹! 찰싹!
회초리 같은 거로 누군가를 때리는 소리.
-으아아…… 졸려……! 미칠…….
회초리를 맞는 사람이 질러대는 비명.
-아직 한 시간 남았!…… 유진 경에게 충성!……
회초리를 때리는 사람이 외쳐대는 고함까지.
“미, 미친……! 딸꾹!”
“일단 정상적인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니야!”
“아니, 그보다 훨씬 심각하다!”
투귀가 입술을 벌벌 떨며 말했다.
“지, 지금, 납치된 사람은……!”
“서, 설마……?”
“유진인 것 같다……!”
어쩐지!
“지금까지 그 녀석, 모습도 잘 드러내지 않고, 우리를 찾아오지도 않았잖아!”
“그런데 알고 보니, 마법사들에게 납치되어서 고문당하고 있는 거였어!”
“그래!! 방금 ‘유진’이라는 말소리도 들었다고!”
금검.
궁귀.
투귀.
셋은 오늘, 제 목숨을 바쳐 마법사들을 모두 척살할 것을 맹세했다.
“하나, 둘, 셋 하면 문을 부순다!”
세 아저씨가 자식을 납치당한 아버지의 얼굴을 한 채 소리쳤다.
“하나!”
“둘!”
“셋!”
우지끈, 콰당탕!
각자 오러 8, 9성급에 달하는 엄청난 힘을 이용해 펜첼의 별관 문을 그대로 박살 내버렸다.
“““동작 그만!!!!!!”””
셋은 하늘이 울릴 만큼 커다란 고함을 지르며 검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졸려…… 졸려 미칠 것 같아!!”
“아직 한 시간 남았습니다! 유진 경에게 충성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크아아…… 그래, 그렇지……! 유진 경을 위해서……!”
“아니, 아닙니다! 글루토 선배! 아직도 졸린 눈입니다! 정신 차리고 마력 더 넣으세요!! 더! 더! 더!”
회초리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다섯 마법사, 그리고 웅크린 채로 처맞고 있는 글루토가 있었다.
“도, 동작, 그만…….”
투귀 일행은 기겁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봤다.
“밥도 다 떠 먹여주고! 오줌도 싸게 요강도 갖다 드렸잖습니까!! 제대로 일하라고요!!”
“흐하하! 흐하하하! 나는야 인간 마력 발전소!!”
“잘한다! 글루토는 밥만 주면 돌아가요!”
이미 그들은 일주일 내내 잠을 못 잔 탓에 이성을 잃고 미쳐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세 아저씨가 지른 고함은 듣지도 못한 채 회초리만 죽어라 휘둘렀다…….
그제야 투귀 일행은 깨달았다.
“공지에…… 무슨, 개인 훈련 공간에서 훈련할 거라고 했는데.”
“그게 저 공간인 것 같……?”
“글루토인가 하는 양반이 유진 경한테 신세를 많이 졌다고 하던데.”
“그래서 저 꼴을 당하고 있는 거고……?”
투귀 일행은 이 미친 광경을 한참 동안 응시하다, 문득 자신들이 부순 문짝을 내려다보았다.
<유진 로베르 개인 훈련 공간>
그제야 그들은 술이 번쩍 깨서는 뒤로 물러섰다.
“우리가 실수했구려.”
“그렇군. 큰 실수를 할 뻔했어.”
“우선 이 문부터 닫아놓자고.”
그들은 주섬주섬 부서진 문을 문틀에 욱여넣고는 숙소로 복귀했다.
“……글루토라는 양반은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알 게 뭔가.”
“그건 그래…….”
* * *
드넓은 초원 위.
유진은 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인물 앞에 서 있었다.
문신화를 사용하여 흑룡의 갑주를 입고, 크라우드식 이도류는 물론 장미검술, 그리고 룬□□의 검술까지.
모든 기술과 술수는 전부 다 사용했지만, 유진은 제 자신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크으으……!”
유진이 찢어진 어깻죽지를 부여잡으며 자신의 도플갱어를 노려보았다.
“왜 그래, 재미없게. 벌써 포기할 건가?”
도플갱어 유진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물었다.
“포기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만.”
“말만 안 했지, 얼굴에는 이미 쓰여 있는데? 딱 네 글자.”
“뭔 네 글자!”
“내, 가, 졌, 다.”
“내가 이 정도로 얄미웠나? 빌어먹을!”
유진이 입술을 뿌득 깨물었다.
‘디멘션 스퀘어…… 효과가 그 어떤 훈련 방식보다 효과적이긴 하다. 다만 저 빌어먹을 놈, 아니, 나 자신을 상대하는 건 심각할 정도로 어려워……!’
디멘션 스퀘어의 기능 중 하나인, ‘도플갱어 상대’를 이용하고 있었다.
자신의 발전에 있어서 자기 자신을 상대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었으니까.
약점과 더불어 강점의 강화까지,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물론 유진이 저 자신을 상대하는 건 크락탄을 상대할 때도 겪었던 일이다.
그때도 그랬지만, 유진이 자신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탓에 도플갱어도 유진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얼마만큼 세게 찌르고 벨지 모두 알고 있었다.
한데 이 디멘션 스퀘어 속 유진은 그와는 또 차원이 다른 수준을 자랑했다.
“후우우, 제기랄. 몸 상태가 이래서는…… 이번 판도 졌다고 봐야겠군.”
“더 커서 오거라, 1889번째 또 다른 나여.”
“내가 진짜다. 이 짝퉁아.”
유진이 한숨을 내쉬며 제 목을 검으로 썰었다.
크직!
그러자마자.
유진은 멀쩡한 몸이 된 채 다시 눈을 떴다.
드넓은 초원 위에 드러누운 채, 유진은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새가 날아다닌다.
이 푸릇푸릇한 초원 위에서 시뻘건 선혈을 흩뿌리며 죽은 게 벌써 1890번째였다.
그럼에도 유진은 저 자신을 이길 수가 없었다. 시간으로만 따지면 거의 반년 넘게 싸움만 한 것 같았다.
‘내 자신을 뛰어넘는 건 언제나 힘들군.’
그 사이에 유진의 검술은 마치 귀신의 솜씨라도 되는 것처럼 비약적으로 상승했으나.
그에 따라 도플갱어의 검술 솜씨도 늘어났다. 아니, 도플갱어는 그보다 딱 한 수 위로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어디를 고쳐야.’
유진은 이 고민만 수만 번은 한 것 같았다.
‘나를 이길 수 있지?’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그저, 저기 날아가는 새와-
흘러가는 구름-
그리고 허공을 흩날리는 꽃잎만이 눈앞을 메워 황홀한 기분이 들 따름이었다.
그때였다.
‘……꽃잎?’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