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43)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43화(243/320)
유진의 섬찟한 웃음을 보며 떨던 한 기사가 물었다.
“소가주님, 과정이라면 어떤 과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전에 하나만 먼저 물어봅시다.”
그 말에 기사들이 벌벌 떨기 시작했다. 유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쯤 됐으니, 죽음 정도는 두렵지 않으시죠?”
참으로 이상한 질문이었다. 누구에게 무엇이 가장 두렵냐 물어보면 대다수가 ‘죽음’이라 답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니까.
한데 기사들의 반응은 더욱 이상했다.
“예? 아니, 그거야 당연한 말씀이잖습니까.”
“지난 훈련이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절벽 오르기였는데…… 저희는 이미 한 번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절벽 정도는 이제 출퇴근하듯이 갔다 올 수 있습니다. 아니, 다른 것들은 이제 너무 시시해요.”
가만 들어보면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있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믿어도 되겠습니까?”
“예! 더 자극적인 위험을 원합니다!”
“살이 찢어지고, 피가 분수처럼 나와도 웃으며 전사할 수 있겠습니까?”
“적들을 몰살시킬 수만 있다면요!”
우렁찬 대답에 유진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눈 하나 꿈쩍 않는 여러분이 되길 바랐고, 그 바람은 이루어진 것 같군요.”
“그래서 그 과정이라는 게 뭡니까. 소가주님?”
기사들이 깊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설마, ‘휴식’이나 ‘숙면’ 혹은 ‘힐링’ 같은 말도 안 되는 보상을 주시려는 건 아니겠죠?”
“저희는 이제 하루라도 훈련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몸이 되었단 말입니다! 쉬지 않게 해주십시오!”
다소 이상한 걱정이었으나,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도 거의 다 미쳐가는군요. 만족스럽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한 ‘과정’은 바로 이것입니다.”
스릉!
유진이 돌연 검을 꺼내더니, 닿기만 해도 살갗이 썩둑 썰릴 것처럼 짙은 농도의 오러를 검신에 실었다.
오러 9성에 닿은 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오러 블레이드였다.
현재, 이곳 펜첼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기사는 제이드와 유진, 둘 뿐이었다.
그만큼 오러 블레이드는 매우 보기 힘든 기술 중 하나였으니.
“오오……! 오러 때깔이……!”
“오늘은 동기부여 특강입니까?! ‘9성 기사가 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같은 겁니까?!”
아인스와 제인스가 진심으로 감탄하며 물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쉽게도 동기부여 시간이 아닙니다.”
“그러면……?”
“이번엔 그냥 훈련이 아닌, 9성 기사들을 직접 만나서 맞붙어보는 시간을 가져볼 겁니다.”
“아, 그러면 소가주님과 맞붙는 시간을 가지는 겁니까?”
유진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닙니다. 저 같은 소가주 말고, 진짜 가주들이랑 붙어야죠.”
“……?”
“지금부터.”
유진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안주머니에서 종이 뭉텅이를 하나 꺼내 나누어 줬다.
“명문오가의 가주들과 맞붙어보고 싶은 기사들은 여기에 서명하십시오.”
“예?”
“??”
“가주들과 맞붙는다니요?”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엘도라를 비롯해 모든 기사들이 제 귀를 의심했다.
“왜요? 싫습니까? 설마 생사를 걸고 싸우는 게 두려운 건 아니겠죠?”
“아니, 그게 가능만 하다면야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굳이 명문오가의 가주님들과 맞붙어야 합니까? 유진 소가주님도 9성 후반에 이른 상태로 알고 있는데…….”
유진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어찌 되었건 같은 펜첼의 일원입니다. 여러분들을 벼랑 끝까지 몰 자신이 없습니다.”
“아, 역시…….”
유진 소가주님은 그동안 우리에게 든 정이 있기에 그러지 못한다는 거구나.
그들이 유진을 고운 마음씨를 가진 선인으로 보았다.
하지만.
-너, 그냥 귀찮아서 명문 오가 가주들한테 떠넘기는 거 아니냐?
「30명에 가까운 일원을 일일이 대련해 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걸 이미 알아서 그런 거 아닙니까? 강한 의혹이 드는데요?!」
‘크흠. 조용히 해라.’
유진이 두 녀석의 말을 무시하는 와중, 기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가주님들과 싸우는 건, 좀……. 그보다도 그게 가능하긴 한 겁니까……?”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가능하게 만들어야지요.”
* * *
유진은 서재에 앉아 계약서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사망 면책 동의서>
-이름: 아인스
-나이: 19
-소속: 펜첼 주작 기사단
-동의 내용: 본인은 대련 중 사망하더라도 이 모임을 주도한 유진 로베르, 혹은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거나 원망하지 않고, 겸허히 죽음을 받아들일 것에 동의한다.
(인) 아인스
“음, 좋아. 아주 좋군.”
거의 스무 명이 넘는 기사들이 전부 이 사망 면책 동의서에 서명했다.
자신이 명문오가의 가주들과 대련하다 죽어도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데에 모두 동의한 것이다.
-하하. 미친놈들이 따로 없군. 유진 로베르라는 미친 훈련 중독자에게 제대로 낚였어.
「이번만큼은 저도 인정합니다. 정말 계약자님은 인간 쓰…….」
‘이렇게라도 녀석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녀석들인지 확인해야지. 안 그러면 내 시간, 기운 다 써가면서 명문오가를 다 들를 이유가 어딨어.’
유진의 계획은 간단했다.
오러 블레이드까지도 사용할 수 있는 ‘진짜’ 9성 기사이자 명문 오가의 가주들을 찾아가 대련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9성 기사의 공격은 식칼만 휘둘러도 바위가 쪼개지곤 해서, 이렇게 사망 면책 동의서를 작성해가지 않으면 가주들이 대련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란 예상이었다.
까딱하다가 상대방이 죽기라도 한다면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
‘정중히 부탁하면 될 거야. 안 받아줄 수 없을걸, 나의 정중한 부탁을 마주한다면.’
체첸이 고개를 저었다.
-명문육가 중에서도 으뜸이라 불리는 펜첼의 소가주인 네가 부탁이랍시고 저 많은 녀석들을 끌고 데려가서 <사망 면책 동의서> 30장을 들이밀면, 그게 과연 ‘부탁’일까?
「우리는 보통 그걸 협박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유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오늘 너희 좀 예리하네. 덕분에 기분이 좀 안 좋아졌어.’
-일단 내 두 귀는 좀 놓고 이야기하자, 유진.
「제 목도 좀 놓고…… 켁.」
‘그리고 녀석들은 이미 죽음 따위는 두려워하지도 않는 광전사가 되어 있다고. 난 죄 없어.’
-그래…… 그렇다고 하자. 얼음 동굴에서부터 알아봤다니까. 내가 사람을 잘못 볼 리가 없지.
「도대체 10살 즈음부터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겁니까……?」
‘너희도 사망 면책 동의서 쓰고 싶은 모양이다. 유진한테 죽어도 책임을 묻지 않겠음…… 조항으로.’
-아, 아닙니다. 유진 소가주님.
「살려주십시오.」
그때였다.
“유진, 아니, 소가주님.”
서재의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어색한 얼굴을 한 채 들어왔다.
“클라크 삼촌, 편하게 말하세요. 무슨 일이십니까.”
“어…… 그게, 내가 듣기로 어디에 서명만 하면, 명문오가 가주님들과 겨룰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
“예, 맞습니다.”
“그거…… 크흠, 모집 요건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참여하려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클라크가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내 나이가 벌써 사십이 넘었고,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다. 한데 아직도 심마의 벽을 넘지 못해 8성 후반에 머물러 있어.”
“원래 심마의 벽은 넘기 힘들잖습니까.”
“힘들다고 해서 포기해오는 삶을 살진 않았거든.”
“9성에 도달하고 싶으신 거군요.”
“그래. 그게 솔직한 대답이겠군.”
유진이 클라크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툭 물었다.
“삼촌은 죽음이 두렵습니까?”
“응? 죽음?”
“예. 그것만 확인되면 모집 요건은 더 볼 게 없습니다.”
클라크는 주저했다.
“나는…… 죽음이 아주 두렵지 않다고는 말하지 못하겠구나.”
“그러면 저희와 함께 가실 수 없습니다.”
“그렇군. 다만.”
클라크가 또렷한 눈동자를 뜨고는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이 꿰어지는 고통, 뼈가 으스러지는 끔찍한 통증, 머리에 칼이 박혀 부르르 떨다 죽는 비참함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면.”
“내가 지켜야 할 가족, 친구, 가문을 이승에 남겨두고 홀로 가야 한다는 그 무책임함이 두려운 것이지. 내가 죽게 되면 그들은 어찌 되었건 아군이 하나 줄어드는 것 아니더냐.”
유진의 눈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래서…… 죽음이 두려운 거군요.”
“뭐, 어쨌든 죽는 게 두렵다는 건 매한가지니, 어쩔 수 없나? 하하…….”
클라크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는 터덜터덜 걸어 나가던 차였다.
“같이 가시죠.”
“응?”
“같이 가자고요, 삼촌. 제가 질문을 경솔하게 했습니다. 그런 두려움이라면, 얼마든지 두려워해도 됩니다.”
“저, 정말이냐? 나도 명문오가의 가주님들과 겨룰 수 있는 거야?”
“예, 여기에 서명만 하시면요.”
클라크는 기쁜 얼굴로 당장 종이를 받아들고 서명했다.
“사망 면책 동의서? 하긴, 뭐. 내가 죽었는데 누구한테 무슨 원망을 하겠어? 내가 약했던 게 까닭이겠지. 고맙다, 유진!”
단숨에 서명을 마친 클라크는 덩실거리며 방에서 나섰다.
체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근데, 명문오가 가주들이 정말로 네 부탁을 들어줄까? 그들 입장에서도 무언가 받는 게 있어야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어?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밥 한 끼 사달라 부탁할 때도 ‘내가 다음에 살게~’라고 하는 게 정석인데, 30명도 넘는 사람들과 대련해달라는 건, 좀…….」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왜 꼭 무언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내가 꼭 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깨달아가는 게 있다면?’
-스스로 깨달아?
‘그냥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전부 다 최소 7성 후반에 다다른 고수들로만 이루어진 기사들인데, 이 녀석들이랑 싸우면서 가주들이 스스로 깨닫는 바가 아예 없을까?’
체첸과 지크가 팔짱을 끼고 고민에 잠겼다.
-흐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귀찮아하기만 할 것 같은데, 뭐, 네 말대로 될 수도 있지.
「기분 나쁘지만, 저도 체첸과 같은 생각입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골똘히 생각하던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연락 하나 해 놔야겠다.”
-뭐? 어디에?
* * *
스피어 가문의 성문 앞.
“무슨 일이야? 유진. 아니, 소가주님?”
창왕과 나란히 선 레나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그들의 앞에는 유진과 라울러가 서 있었다.
“전서구로 전달 드린 것처럼, 부탁드릴 게 한 가지 있어서 왔습니다.”
창왕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물었다.
“범상한 부탁은 아닌 것 같군. 만약 그랬다면 여기까지 일행을 데리고 찾아올 것까진 없을 테니.”
“펜첼의 유망주를 성장시키기 위해 창왕께서 조금만 지도해주셨으면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대련을 부탁드리는 겁니다.”
“엥? 우리 아버지랑 대련을……?”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레나와 창왕이 라울러를 향해 눈을 돌렸다.
라울러가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한마디 했다.
“정말 어려운 부탁인 걸 알지만, 간곡히 청하려 이곳까지 발걸음하였습니다.”
레나와 창왕이 작게 웃으며 잠시 대화했다.
‘딸아. 지금 업무가 많이 남았느냐? 라울러 한 명 정도는 알려줄 시간이 되겠지?’
‘네. 한 명 정도는 뭐…… 아마 라울러가 유일하게 창을 쓰는 기사라서 이렇게 직접 찾아온 것 같은데, 잘 알려주고 보내면 될 것 같아요.’
‘역시 이 창 쓰는 녀석들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고.’
창왕은 은근히 어깨를 으쓱이며 라울러에게 웃어 보였다.
“하하, 자네가 펜첼에서 창을 쓰는 유일한 사내라고? 역시 근본이 되어있는 자는 창을 쓴다니까.”
그 말에 라울러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 창도 쓰고, 검도 씁니다. 두루두루 균형이 잡혀 있습니다.”
“그러면 더 좋겠군. 일단 들어오게.”
레나도 딱히 이 정도 부탁에 제 아버지를 말릴 생각은 없었다. 그간 유진에게서 받은 도움과 금전적인 지원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러면, 펜첼의 유망주와 대련해 주시는 데에 동의하시는 겁니까?”
묘하게 확언을 바라는 듯한 뉘앙스였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기에 창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그에 유진이 이때다, 하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창왕께서 펜첼의 유망주와 대련해 주시겠단다!”
그러자마자.
가벼운 옷차림을 한 채 검을 허리춤에 매단 펜첼의 기사 수십이 저 뒤편에서 우르르 나타났다.
“……뭐, 뭐 하는 거야? 유진?”
“……?”
레나와 창왕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리에 굳었다.
그 모습을 보던 체첸과 지크가 쿡쿡 웃었다.
-이젠 하다 하다 창왕마저도 당해버렸다……!
「과연 그는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