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45)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45화(245/320)
라울러의 눈빛은 창왕의 조언을 듣기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상징술은 펜첼에만 있는 것이다.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여러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해.’
본래 그는 상징창술을 얻기 위해 팔천무극창의 수준을 올리고 볼텍스까지 가미하려고 노력했었다.
물론 여기까지는 성공했으나, 다음 경지로 이르지는 못했다.
하나.
‘꼭 상징검술이 아니더라도 다음 경지로 나아가는 방법은 많다.’
팔천무극창을 상징창술을 위한 제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 각 기술을 독보적으로 발전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나만의, 창술.’
창왕 가만히 서서 라울러를 응시했다.
‘고작 조언 한마디 했다고 한 번에 깨달음을 얻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렴풋이나마 알아듣는다면 약소한 발전 정도는 이룰 수 있…….’
그때였다.
척!
라울러는 입에서 새빨간 핏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창을 다시 움켜쥐었다.
창왕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외상은 물론 내상도 심각할 터인데, 아직도 창을 잡을 힘이 있다니.’
근성과 끈기는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었다.
라울러가 뭐에 홀린 사람처럼 초점을 허공에 둔 채 창을 천천히 휘두르기 시작했다.
창왕은 그 공격을 하나씩 쳐냈다.
탁, 타악.
창왕의 눈매가 깊어졌다.
‘설마, 방금 그 한마디를 듣고?’
정말 깨달음을 얻은 것인가?
라울러의 창술이 초 단위가 지남에 따라 점점 거세고 날카로워졌다.
란나찰.
‘전에는 겉으로는 예리해 보이지만, 누군가를 따라 한 것처럼 본질이 비어있는 움직임이었다. 어설프기 그지없는 란나찰이었어.’
한데 지금은-
‘예상하기 힘들군. 그 사이에 본인의 몸과 란나찰을 일치시킨 것처럼,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워.’
볼텍스.
‘우리 가문의 것을 어떻게든 모방하여 제 것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저 많은 기술 중 하나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제 것처럼 사용하고 있고.’
마지막, 팔천무극창.
‘1초식부터 8초식 모두를 보았다. 상당히 뛰어난 창술이지만, 라울러는 완전히 제 것으로 흡수하고 변형하지 못했어. 그런데…….’
꽈아앙!
라울러의 팔천무극창 8초식, 팔천섬광멸이 폭발했다.
창왕은 곧바로 뒤로 멀찌감치 물러서 팔천섬광멸의 범위 밖으로 빠져나갔다.
창왕의 시선이 라울러의 창끝을 향했다. 응축된 오러로 일렁이는 모습.
다만 서서히 오러는 옅어지며 그 밝기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이쯤 하지. 지금 당장 깨달음을 얻을 필요는 없으니.”
창왕이 잔잔히 충고했으나, 라울러는 창왕을 향해서 지체 없이 걸어왔다.
“조금만, 더,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몸을 움직였다간 자네의 원기가 크게 상할 수도 있어.”
“상관없습니다.”
라울러의 초점이 서서히 돌아오더니.
화악!
그가 지금껏 보여온 어떤 때보다도 또렷한 안광이 치솟았다.
번득,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낀 창왕은 그와 동시에 보법을 밟았다. 이는 직감이었다.
그 사이.
라울러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던 유진이 눈을 부릅떴다.
‘설마, 저거……?’
라울러가 쥔 창의 창간이 한 차례 번쩍 빛나며 일대를 흠뻑 적신다.
그 빛무리 속에서, 그의 창은 셀 수 없이 많은 환영을 만들어내며 창왕의 지척까지 도달했다.
무한히 많은 창이 하늘을 부술 듯 환하게 빛났고-
꽈아앙!
굉음과 함께 잠시 빛무리가 눈 앞을 가렸다.
그로 인해 잠시간 눈앞이 가려진 사이…….
창왕이 라울러에게 묻는 음성이 들렸다.
“……그 기술, 이름이 뭐지?”
라울러가 희미한 웃음과 함께 잔잔히 대답했다.
“무한천파절섬(無限天破絶閃), 제가 만든, 팔천무극창 9초식입니다.”
창왕이 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훌륭하군.”
털썩!
라울러는 어느새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라, 라울러!”
“당장 치료해야 해……!”
눈부신 섬광으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펜첼의 기사들이 다급히 라울러를 바깥쪽에 마련된 응급 천막으로 옮겨 뉘었다.
준비된 스피어 가문의 신관들이 라울러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척 봐도 녀석의 상태는 위중해 보였다.
-저 녀석, 많이 다친 것 같은데……? 괜찮을까?
유진 역시도 라울러의 몸 상태가 염려되었으나.
어느새 유진의 옆에 다가온 엘도라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지금까지 라울러가 누구랑 훈련해왔는데, 저 정도로 무너질까.”
“……그렇겠지.”
다만 다행스러운 건.
라울러는 방금 순간, 분명히 한 단계 성장했다.
그 점은 유진의 단전에 자리 잡은 신앙의 불빛이 증명하고 있었다.
-라울러 저 녀석, 많이 다치긴 했지만 엄청나게 성장한 것 같다!
「어찌 보면 계약자님한테는 이득인 부분 아닙니까? 크하하!」
‘그건 그렇긴…… 아, 아니지. 친구가 다쳤는데 그런 말이 나오냐? 크흠. 날 뭘로 보고.’
지크는 꿀밤 한 대 맞고 조용해졌다.
유진이 연무장 내부에 도열해 있는 기사들을 주욱 훑어보았다.
동료가 크게 다친 모습을 마주한 녀석들은, 옛날 같았으면 이를 뿌득 깨물며 분노를 느끼거나 두려움에 찬 표정을 지을 터였으나.
“방금 라울러, 뭔가 깨달은 거 맞지? 빛이 번쩍! 했잖아!”
“아마 기술을 하나 터득한 것 같던데……!”
“후우, 자식, 부럽다. 내 차례가 빨리 와야 하는데……!”
연무장에 흩뿌려진 라울러의 혈흔이 생생한데도 그들은 두려워하기는커녕 부러워하고 있었다.
몸은 달아올라 각자 무기에 손을 올려놓았다 떼기를 반복할 정도.
다만 엘도라만큼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엘도라는 표정이 왜 저래?
「남자친구가 저렇게 다쳤는데 당연히 마음이 안 좋겠지, 멍청아.」
-아, 그렇겠군. 저렇게 못생긴 놈도 연애하는데…… 나는…….
유진이 피식 웃으며 창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방금 대련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어? 근데, 저 양반…… 옷 소매 끝이.」
‘그래. 라울러가 창왕의 옷깃을 베었어.’
창왕도 이를 알고 있었는지 찢어진 제 옷깃을 한 번 흘긋하고는 입을 열었다.
“유진. 라울러 저 친구 말일세, 궁금한 점이 있는데.”
“예. 말씀하십시오.”
“애인은 있는가?”
“……예?”
창왕이 평소 과묵한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게 코를 한번 찡긋하며 물었다.
“인내심도 쓸만하고, 창에 대한 마음도 제법 깊어 보이고…… 얼굴은 좀 못생겼지만, 우리 레나가 얼굴을 그렇게 많이 보는 편은 아니라서 말이야.”
그 질문에 잠자코 있던 엘도라가 빽 소리 질렀다.
“다음 차례는 제가 할게요!!”
* * *
창왕과 기사들의 대련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한 명.
두 명.
세 명…….
못해도 7성 후반에 다다른 펜첼의 기사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창왕에게 차례차례 달려들었다.
물론 창왕은 흔들림 없이 그들을 상대해내며 차분히 조언했다.
“움직임이 형편없다. 보법의 기초부터 다시 연마하라. 아니, 걸음마부터 다시 해.”
“휘두름은 좋으나 찌르기가 쓰레기 수준이야. 어디 가서 기사라고 하지 말라.”
“언제 무슨 공격을 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력이 너무도 떨어진다. 어째서 머리를 쓰지 않는 거지? 그럴 바에 차라리 머리통을 떼서 무게를 더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각 기사들은 한 명당 5분도 채 되지 않아 피를 토하며 나뒹구는 대신, 각자의 치명적인 단점을 알게 되었다.
이는 엘도라와 인스 형제, 그리고 발란트와 카인 역시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연무장 곳곳에는 온통 핏자국이 남아 보기만 해도 거북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사, 쿨럭, 합니다!”
“아직 깨달음을 못 얻었습니다! 왼팔을 더 부러뜨리면 뭔가 달라질지도 모르니, 여기, 왼팔을……!”
기사들은 유진의 특훈을 견뎌내며 얻은 광기를 유감없이 발휘한 덕분에-
“……이 자들에게 무슨, 고통을 못 느끼게 하는 약물이라도 먹인 게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창왕이 아주 질려버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부상당한 이가 생길 때마다 바깥에 마련된 응급실로 실려 나간 덕에 연무장은 서서히 휑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창왕 경…… 크흡.”
털썩.
펜첼의 마지막 기사, 클라크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실려 나갔다.
창왕이 유진 빼고는 아무도 없는 연무장의 좌석을 주욱 둘러보았다.
“유진, 아직 싸우지 않아본 기사가 있나?”
“모두 다 한 번씩은 대련해보았습니다.”
“그러면 끝이군. 이 정도 했으면 다들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얻어가는 게 하나씩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창왕은 아주 약간이지만, 피곤한 기색이 보였다.
아무래도 그가 상대한 서른이 넘는 기사들은 평범한 7, 8성급 기사가 아닌, 유진의 특훈을 받아 전투에 반쯤 미친 자들이었기 때문일 터.
눈깔을 뒤집고 달려드는 숙련된 기사들의 맹공은 제아무리 창왕이라 하더라도 신경을 집중해서 방어해야만 했다.
그에 더해 이번에도 큰 도움을 준 유진이 빤히 지켜보고 있었으니, 창왕으로서도 더욱 성심성의껏 이들을 지도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유진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듯했다.
연무장 밖을 나서려던 창왕의 뒷모습에 대고 유진이 내뱉었다.
“끝나긴 아직 멀었습니다만.”
“으응?”
“한 번씩은 대련해보았다고 했지, 한 번씩만 대련하고 끝날 거라고는 말씀드린 적이 없습니다.”
유진의 고개가 연무장 입구로 돌아갔다. 창왕도 그 시선을 따랐고, 마주한 건…….
“아! 창왕께서 여전히 서 계시다! 다행이야!”
“저희 모두 치료 잘 받고 왔습니다!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다시 이어서 가르침 받고 싶습니다!”
그 짧은 사이에 회복을 모두 마친 펜첼의 기사들이 멀쩡한 얼굴로 줄지어 걸어들어왔다.
개중에는 물론 라울러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슨…… 저 친구는 팔다리 다 부러졌던 자 아닌가? 게다가 갈비뼈도 죄다 박살 났는데, 어떻게.”
창왕이 경악한 얼굴로 이들의 행렬을 지켜보았다.
“정말로 다시 싸울 수 있다고? 유진, 저자들, 멀쩡한 ‘사람’들이 맞는가?”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은 못 들은 척 어깨를 으쓱였다.
“시작해볼까요? 다시 처음부터, 라울러! 나와라!”
그렇게 다시 훈련이 시작되었고, 대략 3일에 걸친 무수면 훈련이 이어졌다.
“네놈…… 보법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찌르기가 꽤 괜찮아졌어…… 그래도 자신만의 흐름을…… 후우우…… 졸려 죽겠군…….”
창왕은 피곤해 죽겠다는 얼굴로 대련 상대에게 간신히 조언을 뜨문뜨문 던졌다. 목이 마르고 눈꺼풀은 감기고 팔다리에 경련이 조금씩 왔다.
그럼에도 서른 명의 펜첼 기사들은 여전히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불타올랐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인스와 제인스가 허리를 90도로 숙여 보이고는 절뚝거리며 치료받으러 나갔다.
그 사이에 창왕은 결국 연무장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으어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지.”
딱 1시간 만이라도 맘 놓고 잔다면 소원이 없겠다!
창왕이 혼미한 정신줄을 놔버릴 태세로 눈꺼풀을 껌뻑이던 차였다.
“한 수 배우겠…….”
창왕이 그러든 말든 다음 순서인 클라크가 들어와 대련을 요청했다.
“아니, 아니, 잠시만, 유진 로베르 경!”
창왕이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펜첼의 유망주를 상대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어째서 나와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 클라크 녀석도 대련 상대에 있는 거지? 가만 생각해보니 억울하단 말이지……!”
창왕은 졸려 죽겠는지 눈을 비비며 물어왔다.
그에 유진은…….
“푸우우…….”
-유진! 유진, 이 자식아! 창왕이 뭐라고 묻는다! 일어나!
「남들은 개고생시키면서 혼자 자빠져 자고 있다니요!」
체첸과 지크 덕분에 유진이 번쩍 깨어났다.
“푸후, 음, 음. 아, 그러니까, 그건…….”
“자네, 방금 자고 있었나?”
“그게 아니라, 잠시 훈련에 대해 구상을 하고 있던 겁니다.”
“자고 있었잖아!!”
“큼큼…….”
창왕이 난생처음으로 꽥 소리를 질렀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