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48)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48화(248/320)
“……개소리?”
유진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제롬은 유진의 차가운 얼굴을 마주하고는 흠칫 떨었지만, 이내 억울하단 듯 말을 쏟아냈다.
“그냥 사실대로 말해주면 되잖습니까! 명문가의 가주 치고는 너무 약하기에 지도 대련을 받으러 올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 되잖습니까! 어째서 사실을 감춰서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겁니까!”
제롬은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기사단장에게서 멸시를 받으며 수모를 겪었다.
그랬기에 제 무위에 대한 자격지심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였는데, 이런 취급을 당하니 더욱 서러웠다.
가주들은 제롬이 갑자기 버럭대는 것에 당황했다.
‘나 같으면 그 개고생 안 해도 되니까 가만히 있을 것 같은데, 왜 저러지……?’
‘뭘 잘못 먹었나? 직접 안 겪어보니 잘 몰라서 저러는 건가?’
‘병신인가?’
유진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씩씩대는 제롬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체첸과 지크가 클클 웃었다.
-제대로 열 받은 모양인데? 어떡할 거냐, 유진?
「이렇게 된 이상 제롬 저 녀석도 무수면 지옥주를 겪게 해줍시다. 그래야 계약자님께 바락바락 못 달려들죠.」
유진은 잠시 고민하던 와중, 젤칸 가문 쪽에 앉아있던 발타르가 크로센에게 무어라 묻는 소리가 들렸다.
“제롬 가주님의 경지가 몇 성이기에 그러시는 겁니까? 가주님들은 전부 9성 후반 아니었습니까……?”
“쉿! 조용히 해라……!”
“아, 9성 후반이 아니었습니까……? 그러면 이해되는군요.”
“조용히 하라니까, 요 녀석아!”
“아악…….”
발타르는 꿀밤을 얻어맞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를 모두 들은 제롬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치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크윽…….”
가주도 아니고, 심지어 소가주도 아닌 발타르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상할 수밖에.
더군다나 제 조카인 에드뮬이 보는 와중이었으니 더더욱 수치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뭐라고 항의할 수는 없었다. 그 말이 맞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안 좋던 분위기가 더 싸늘해지자 크로센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손자놈이 날 닮아 눈치가 좀 없다네. 이따 제대로 훈육을 해야겠어. 제롬 자네도 너무 마음 쓰지 말고…….”
“아니, 맞는 말 아닙니까, 할아버지.”
“이놈! 주둥이를 그냥 세로로 만들어 버릴까 보다!”
“아아악!”
크로센이 발타르를 패는 동안, 유진이 입을 열었다.
“제롬 경의 말이 맞습니다. 지도 대련을 해주기엔 제롬 경의 경지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솔직히 말하는 게 서로의 발전에 더 이득이었을 텐데, 제가 경솔했습니다.”
“……후우.”
그제야 제롬은 진정하고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아무래도 쉽게 올라간 가주의 자리에 대한 자격지심이 평소부터 심했던 모양이다.
-아니, 왜 갑자기 그렇게 스윗하고 상냥한 남자가 되었지, 유진? 개는 개처럼 패서 다시는 못 까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저 녀석은 네 부하잖느냐!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이거 완전 고구마 아닙니까?」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제롬에게서 가능성이 보여서 이러는 거다.’
-무슨 가능성? 내가 본 가능성은 제롬이 너한테 맞아 죽을 가능성밖에 안 보였는데.
‘이중 첩자로 활동하면서 제법 도움이 많이 되었고, 앞으로도 잘할 녀석이야. 여기서 괜히 더 감싸주면 그게 실이다.’
제롬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제 회의는 거의 다 끝난 것 같은데, 맞습니까?”
“예. 이제 각자 가문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을 나서던 제롬이 돌연 자리에 우뚝 멈춰서더니, 한 마디 잔잔히 남겼다.
“반드시 실린 가문에도 찾아와 지도 대련을 요청하도록 만들겠습니다. 두고 봅시다.”
그렇게 제롬과 에드뮬이 나가고 싸해진 회의장.
가주들은 제롬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제롬, 네가 그 지옥을 못 봐서 그래…….’
‘머저리인 듯 머저리 아닌 머저리 같은 녀석.’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는 좋으나, 상대는 유진 로베르라고. 미친 악귀, 유진 더 크레이지 데빌 로베르…….’
그 와중에도 발타르는 꿀밤으로 부풀어 오른 제 머리를 비비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맞는 말 같은데, 아닌가…….”
“네놈 일로 나오거라. 발타르 이놈부터 대가리가 뭔가 잘못됐다 싶더니, 오늘 끝장을 보자꾸나.”
“하, 할아버지, 잠시만! 아아아악!”
* * *
짠.
창왕, 라이언, 라트비, 크로센은 모처럼 만에 모여 술잔을 부딪쳤다.
하지만 오늘 자리는 축하의 자리가 아니라, 서러움과 구슬픔을 표현하기 위한 자리였다.
술을 한 잔 쫙 들이켠 크로센이 입을 열었다.
“크으, 며칠 했나? 자네는.”
유진에게서 받은 무수면 지옥주 훈련을 말하는 것이었다. 라이언이 입을 열었다.
“일주일 좀 안 되게 했던가……? 정신없어서 기억도 잘 안 나는군.”
“창왕, 자네는?”
“3, 4일 했던 것 같은데.”
“라트비, 자네는 며칠 했나?”
“6일.”
후우우…….
모두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간 유진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들도 엄연한 교지 6대 명문가의 주인이다.
그런데 고작 17살 하는 꼬마에게 이렇게 호되게 데이고 나니, 자존심도 상하고 묘하게 부아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수련에서 얻은 것도 있었다.
“그래도 내 한계가 어디인지 깨닫게 되어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긴 했소.”
“나도 마찬가지다. 그 점은 좋았어.”
가만히 듣던 크로센이 옳다구나 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면 이렇게 하세. 우리도 유진에게 똑같이 가서 대련을 요구하는 거지. 각자 기사단원들 전부 다 데리고 가는 거야.”
“되갚아주자는 건가?”
크로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되갚는다는 말은 좀 그렇지. 그래도 유진 경이 우리에게 해준 게 있었는데…… 다만.”
크로센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우리가 지도 대련을 해주다가 깨달은 점이 있듯이, 유진에게도 그 깨달음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인 거지.”
“…….”
“…….”
크로센의 말을 듣고 서로 한 번씩 눈치를 주고받던 가주들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유진도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하니까, 그렇지? 그게 곧 성장이잖나?”
“그럼, 그럼. 우리만 이 좋은 훈련을 받을 수는 없지. 은혜를 갚아야지! 원한이 아니라, 은혜!”
“당장 유진 경에게 가세!”
크로센이 기세 좋게 일어나려고 하던 차였다.
“잠깐.”
전략과 지략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닌 가주, 라트비가 입을 열었다.
“당장 유진 경에게 가는 것은 위험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주의 위치였기에 누구에게 허락받아야 할 일이 없었지만, 유진 경은 아직 소가주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포기하자고? 애꿎은 제이드 경에게 가서 화풀이하자는 말인가?”
라트비가 지금껏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으로 머리를 굴렸다.
“이렇게 하죠. 우선 펜첼로 가서…….”
* * *
펜첼의 연무장.
클라크와 라울러를 포함한 모든 펜첼의 기사들은 명문가 가주와의 대련에서 얻은 것들을 보완하고 발전시키고 있었다.
유진은 이들의 훈련 모습을 관리 감독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러우냐? 네가 키워낸 괴물들이다. 이제 전부 다 8성 중후반에 이른 것 같은데?
창왕에게선 공격에서의 단점을 찾아내고 보완의 필요성을 느꼈다.
라이언에게선 방어의 요령과 효과적인 체력 관리에 대한 방법을 익혔다.
라트비에게선 평정심과 냉정을 유지하며 정신적인 단련을 거듭했으며.
크로센에게선 무지막지한 난전 사이에서도 지치지 않고 결국에는 이길 수밖에 없는 끈기를 배웠다.
-특히 라울러, 엘도라, 인스 놈들은 이제 뭐……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겠군. 클라크는 곧 심마의 벽도 깨겠어.
‘이 정도 했으면 그 정도 성취는 해 줘야지.’
「그것도 그거지만, 저 자식들 눈빛이 영 정상이 아닙니다. 다치고 숨이 찰수록 생기가 돌아요.」
‘원하던 바야.’
유진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유진도 그 와중에 잠을 거의 못 자다시피 했지만, 중간중간 쪽잠을 자가면서 몸 상태를 유지했다.
그렇게 유진이 쏟은 노력의 결과는 그들이 성장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크, 신앙의 불빛 상태는 좀 어때?’
「석 달 전과는 거의 2배 이상 커다래진 모습입니다. 거의 단전 전체를 꽉 메우고 있어요.」
거기다가 지금 이 순간, 마무리 훈련을 진행하면서 녀석들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유진에 대한 신앙이 더욱 커지는지, 불빛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글루토를 빡세게 굴려 디멘션 스퀘어로 들어간 보람이 있군요!」
-글루토는 지금 하늘의 별이 되었겠지? 그 역시도 한때 꿈 많은 소년이었을 텐데.
‘옆 연무장에서 멀쩡하게 훈련 중이다. 날 너무 쓰레기로 만들진 마.’
지크는 한 번 더 까불려다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말입니다. 계약자님.」
-너도 봤지? 발타르가 크로센 경한테 얻어터지는 거. 자꾸 까불다가 또 맞는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명문오가 가주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요?」
‘가만히 안 있는다고?’
「예. 그자들도 계약자님이 거행한 그 무지막지한 수련방식이 효과가 좋다는 걸 당연히 알아챘을 텐데, 자기네 병사들도 똑같이 훈련시키려 하지 않을까요.」
쉽게 말해 너도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에 유진은 잠시 흠칫했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럴 수 있지. 근데 만약 찾아온다고 해도 가주인 제이드에게 갈 테지, 나한테 오진 않을 거야. 애초에 나도 가주들한테만 가서 좀 괴롭힌 것뿐이니까.’
「와. 좀 괴롭혔대. 칼만 안 꽂았지 거의 사람 반쯤 죽여놓고.」
-유진, 말을 바로 해야지. 이번만큼은 나도 이 용가리 말에 동의다.
유진은 그럴 일 없다고 생각하고 기사들의 훈련에 집중하던 차였다.
덜컥.
네 명의 남자가 문을 열고 발을 내디뎠다.
“유진 더 크레이지…… 아니, 유진 로베르 경, 어디 있습니까?”
“……?”
유진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창왕, 라이언, 라트비, 크로센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어…… 가주님들께선…… 여기, 왜…….”
유진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고는 퇴로를 찾았으나, 연무장에 출구는 단 하나뿐이었다.
저벅, 저벅.
가주들은 고개를 홱홱 돌리며 유진을 찾았다.
유진이 이를 살짝 깨물었다.
‘얘들아. 설마 너희 이거 이미 알고 있던 거냐? 그래서 깔아둔 거야?’
-크하하! 크하하하하!! 이게 현실이 되나? 크하하!
「진짜 몰랐는데, 와, 나 촉 무슨 일이지?」
“엇? 창왕 가주님, 라이언 가주님!”
“라트비 가주님, 크로센 가주님!”
“다시 뵙습니다! 여긴 무슨 일로?”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한 펜첼의 기사들이 인사를 건넸다.
“유진 소가주님은 어디 계신가?”
[말하지 마. 잠깐 외근 나갔다고 해. 모른다고 해!]유진이 다급하게 전음을 돌렸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저기, 저쪽에 앉아계십니다!”
“고맙네.”
유진은 자포자기한 얼굴로 그들을 기다렸다. 네 가주는 유진 앞에 당도하여 말했다.
“여기 계셨군. 유진 경.”
“……안녕하십니까, 가주님들. 회동이 엊그제 끝났는데, 어쩐 일로.”
가주들의 입꼬리가 스멀스멀 말려 올라갔다.
“우리도 말이지…….”
“자네의 ‘무수면 지옥주’ 훈련 방식이 참으로 훌륭하다는 걸.”
“알아버렸거든.”
“그래서 똑같이 부탁하러 왔네.”
유진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일단, 그러면 저희 가주님이신 제이드 경에게서 허가를 받은 뒤에 이야기 나눠보도록-”
그때였다.
“허가를 내리겠네.”
어느새 가주들의 뒤편에 다가온 한 남자의 목소리.
제이드였다.
유진이 가주들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이미 이야기가 다 끝난 게 분명해 보였다.
“큭큭…….”
“후후후…….”
마치 굶주린 사자가 생고기를 뜯어 먹기 직전인 양, 혀를 날름거리며 웃고 있었다.
“아니, 잠시만요. 제가 일단 공무가 급해서, 다음 기회에-”
“공무는 내가 다 처리하겠네. 소가주는 그간 고생한 우리 가주들의 마음도 좀 달래주고…….”
제이드가 뒤쪽을 쳐다보았다.
우르르르르…….
어느새 연무장에는 수십, 아니, 수백에 달하는 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슬릭 가의 기사단장, 마일러스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슬릭 가의…….”
“처음 뵙습니다-! 아힌 가의…….”
“처음 뵙겠소이다! 젤칸 가의…….”
제이드가 한 마디 덧붙였다.
“이들도 훈련시켜 주게.”
멍한 표정으로 이들의 인사를 받는 유진에게 제이드가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 건넸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지 않겠느냐? 하하.’
“하, 하하…….”
-유진 로베르, 여기에 잠들다…….
「무수면 30일 가자아! 잠은 죽어서 자는 거지! 크하하하하하!!」
전생과 17년 회귀 인생을 통틀어, 유진은 살면서 느껴본 것 중 가장 커다란 두려움에 휩싸였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