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5)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5화(25/320)
사자의 시험에 통과한 9명의 아이를 펜첼의 가솔로 인정하는 날.
임명식 당일이 되었다.
넓고 거대한 펜첼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모든 가솔들과 더불어.
펜첼을 지키는 수호 기사들까지도 대강당에 모였다.
엘도라와 라울러, 이외에 합격한 방계 아이들의 보호자들도 이곳저곳에 보인다.
그리고 강당의 맨 앞쪽에는 제이드와 일등 집사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당의 중앙에는 갖가지 먹음직스러운 음식들과 약초를 우려낸 따듯한 차들이 놓여있었다.
어떤 이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아있어 보였다.
로베르가에서의 행사만큼은 아니지만, 펜첼가 치고는 나름대로 화려하고 보기 좋게 꾸민 따듯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유진은 한 사람의 손을 잡고 입구에 들어서고 있었다.
“우리 아들…… 이게 다 우리 아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자리야.”
그의 어머니, 릴리안이었다.
“꼭 그런 건 아닌데…….”
“아니, 엄마는 다 들었어. 아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시험을 통과했는지 말이야.”
유진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릴리안은 평소에 늘 차분한 사람인데도, 유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유난히 들뜨거나 흥분하는 경우가 많았다.
적응이 좀 안 된달까…… 뭐, 어쨌든.
물론 유진은 릴리안의 드러나지 않은 속내도 이해했다.
‘아버지와 혼인한 후로 펜첼에 간 적이 없으시니 거의 10년 만에 오신 거네. 낯선 기분이겠지.’
유진이 강당 앞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혀를 가볍게 찼다.
‘시리우스 같은 양반도 또 만나야 하니 마음이 마냥 편치는 않을 것이고.’
릴리안과 유진의 등장에 사람들은 잠깐 시선을 두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릴리안이 작게 웃었다.
“아직 유진, 네가 시험에서 어떤 활약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는 모양이네. 이목이 집중되지 않는 걸 보니.”
“오히려 잘 됐죠,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강함을 굳이 대외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건 강자들 사이에서는 익히 알려진 상식이었다.
릴리안은 유진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쓰다듬었다.
“배는 안 고프니? 임명식 전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까, 저기 음식 많이 차려져 있네. 맛있어 보이는데?”
“저는 괜찮…… 아, 좀 먹어봐야겠다.”
투귀와 궁귀의 정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
과자를 하나 집어 먹던 차.
“어, 안녕하세요.”
옆쪽에서 들려오는 앳된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유진이 고개를 돌렸다.
“유진! 여기는 내 동생 아일러야. 어, 안녕하세요, 어머니!”
라울러는 미소를 지으며 제 동생인 아일러를 소개하며 릴리안에게도 인사했다.
특이하게도 라울러의 보호자로는 여동생이 온 모양.
짐작 가는 바가 있었지만, 유진은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라울러 오빠한테 이야기 많이 전해 들었어요. 유진님에 관해서요.”
“응, 그렇구나.”
유진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릴리안은 라울러와 아일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네가 라울러구나? 어쩜, 잘생기기도 했네. 아일러도 반가워.”
“안녕하세요, 어머니도 너무 아름다우세요.”
“말이라도 고맙다, 호호.”
“진짜예요, 히히.”
서로가 서로를 처음 보는 자리였기에 어색할 법도 했지만, 라울러가 싹싹하게 굴자 분위기는 한결 편해졌다.
한창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이었다.
짝!
강당 앞쪽, 세 계단 정도 올라가 있는 층에서 펜첼의 일등 집사가 손뼉을 쳐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녕하십니까, 다들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의 이목이 모이자 일등 집사는 임명식에 관해 간단히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이번 임명식이 끝나고 난 뒤에는 9명의 아이들은 펜첼의 정식 수련생으로서 펜첼에 상주하며 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일등 집사가 빙긋 웃으며 덧붙였다.
“그 훈련의 기간은 최소 5년이며, 아주 뛰어난 인재가 아닌 이상에야 그 기간을 벗어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최소 5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릴리안의 표정에 사뭇 서운한 기색이 드러났다.
“금방 끝나요, 어머니.”
“응…….”
한 몇 주 못 본 것도 힘들었는데, 5년은 길긴 길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그게 펜첼이니까.
일등 집사가 설명을 이었다.
“그 훈련 기간을 성공적으로 버텨내고 나면 펜첼이 자랑하는 대표 정식 기사단에 들어갈 자격이 주어집니다. 바로, 청룡, 백호, 현무, 주작 기사단입니다.”
이는 뮬, 시리우스, 클라크, 릴리안이 선봉에 있던 기사단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자기는 반드시 클라크 경이 이끄는 현무 기사단에 들어갈 거라는 혼잣말을 속삭이거나.
가장 들어가기 힘들고 강력하다는 기사단은 백호라더라.
등등의 말이 대강당 이곳저곳에서 조금씩 들려왔다.
개중에는 물론, 주작 기사단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주작 기사단은 지금 거의 다 죽어간다던데?”
“그, 옛날에 임명된 기사단장이 영 시원찮다고 들었어.”
“쉿! 조용히 해. 오늘 주작도 왔다고 했어.”
여기서 ‘주작’은 릴리안을 말하는 것.
릴리안은 웅성거리는 말들을 듣고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던 차, 저쪽에서부터 사람들이 갈라지며 누군가가 걸어왔다.
시리우스와 인스 형제, 그리고 클라크와 엘도라였다.
“릴리안, 오랜만이네.”
“안녕하세요, 오라버니. 잘 지내셨어요.”
클라크가 미소를 지으며 릴리안에게 인사하자 릴리안도 화답했다.
“어머, 네가 엘도라구나. 어쩜…… 예뻐라.”
“안녕하세요.”
하지만 시리우스는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하하…… 릴리안, 너도 눈치 없는 건 여전하구나. 아니, 아는데도 눈치 없는 편이었던가?”
“……안녕하셨어요, 시리우스 오라버니.”
10년만에 보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시리우스는 릴리안이 반갑기는커녕 여기에 왜 왔냐는 얼굴이었다.
“무슨 낯짝으로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부디 별 탈 없이 임명식이 마무리되었으면 한다.”
릴리안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쯧.”
시리우스는 릴리안을 못마땅하단 듯이 쳐다보다가, 유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쨌든 유진, 너도 시험에 통과하긴 했으니, 앞으로 잘해 보거라.”
유진은 시리우스의 말을 그냥 넘기려고 했지만,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통과하기는 했다’라는 말에 스며든 묘한 열등감이 너무도 하찮았기 때문이다.
“네, 감사합……니다.”
“방금 웃은 것이냐?”
“아뇨?”
시리우스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른이 말씀하는데, 웃은 것이냐 물었다.”
“안 웃었는데요.”
순식간에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자 릴리안이 유진의 어깨를 둘러 안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문제 생길 일 없게끔, 이만 가볼게요. 가자, 유진.”
시리우스는 가늘게 뜬 눈으로 유진을 노려보다가 뒤돌아가며 중얼거렸다.
“쯧…… 자식도 똑 빼닮았군.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저런 손주를 원했을까.”
그때.
“시리우스 오라버니.”
릴리안이 시리우스를 불러세웠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왜, 나도 네 아들놈처럼 똑같이 대답해볼까? 아무 말 안 했다고?”
“어머니 얘기는 왜 나오고, 여기서 유진을 들먹이는 건 무슨 심보세요?”
릴리안의 목소리가 한없이 낮게 가라앉자 시리우스도 도끼눈을 떴다.
“하…… 릴리안. 넌 뭘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고 있는 것 같구나.”
“말해보세요.”
“너는 10년도 전에 사춘기 청소년마냥 가문을 박차고 나갔다. 게다가 시집까지 간 출가외인이야.”
“성인인 제가 무슨 이유로 맞지 않는 이념을 내세워가면서 한곳에 머물러야 한단 말이죠?”
“뭐? 어디서 주제도 모르고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게야!”
“또, 출가외인이라니요. 그런 구닥다리 단어는 어떻게 잘도 알아 와서 써먹으시네요. 어딜 보세요? 사람들 눈치 보는 건 아직도 여전-”
짝!
시리우스가 릴리안의 뺨을 후려쳤다.
“사람들 눈치를 봐? 기쁜 날에 펜첼의 명예를 더럽히는 네 꼴이 걱정스러워 그랬던 걸 정녕 모르겠다는 말이냐?”
릴리안은 뺨을 맞은 자세 그대로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화풀이는 이쯤 하시죠, 오라버니. 저도 이만 가볼 테니.”
찬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진 대강당에 사람들이 조용히 속삭이는 소리들로 서서히 메워져 갔다.
“삼촌으로서 좋은 꼴 보여주게 해서 고맙다, 동생아. 집 나가 낳은 네 잘난 아들에게 좋은 교육 됐겠군.”
다시 한번 유진을 입에 올리자 릴리안은 결국 참지 않았다.
콱!
시리우스의 멱살을 움켜쥔 릴리안이 스산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 입,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너, 너……!”
곧바로 시리우스가 오러를 펼쳐 릴리안의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쉬이익, 쾅-!
“컥……!”
릴리안이 대강당의 벽 쪽으로 시리우스를 통째로 집어 던진 것이다.
릴리안의 등 뒤로 주작의 환영이 일렁였다.
그녀가 꺼낸 주작의 힘은 시리우스를 가볍게 압도할 수준이었다.
“릴리안…… 이…… 괘씸한……!”
시리우스가 크게 깨져버린 벽에서 몸을 끄집어내 간신히 일어섰다.
그도 단단히 화가 났는지 농밀한 오러를 끌어올리기 시작하더니, 등 뒤로 백호의 환영이 드리웠다.
쿠오오오…….
백호의 기운 백색 기운과 주작의 적색 기운이 맞부딪히자, 기운이 닿는 경계선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허억……!”
“뒤, 뒤로 가요! 비키라니까!”
그 광경을 지켜보던 펜첼의 가솔들은 백호와 주작의 기운에 압도되어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릴리안이 시리우스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미 릴리안은 시리우스에게 적당히 하고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시리우스가 릴리안에게 압도된 기색을 애써 숨기며 입을 열었으나.
“감히, 펜첼에서 나에게 무력을…….”
“더 지껄여봐!”
화아악!
릴리안은 틈을 주지 않고 일갈하며 시리우스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아무리 백호의 힘으로 방어를 한다고 해도-
그녀의 주먹에는 주작의 기운이 잔뜩 담겨있어 스치기라도 한다면 뼛속까지 타들어 갈 게 분명했다.
그게, 주작의 힘이었으니까.
그 순간, 유진은 보았다.
‘시리우스는 겁먹었다.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리고 있어.’
백호까지 꺼내 들었다 해도, 릴리안의 주작을 막을 수는 없다는 걸 이미 경험해 본 듯한 눈빛이었다.
그녀를 막기에는 너무 늦은 뒤였다.
쾅!
주작의 힘이 깃든 주먹이 시리우스의 안면에 그대로 꽂혔다.
주작의 화염이 맞닿은 시리우스의 왼쪽 뺨에 시뻘건 불이 붙어 타올랐다. 입 안쪽도 터져 선혈이 흘러나왔다.
“으윽…….”
시리우스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든 말든, 릴리안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끝난 것 같아?”
화르륵!
릴리안의 주먹에 주작의 환영이 강하게 깃든다. 붉다 못해 거멓기까지 한 화염이 주먹의 궤도를 따라 타오른다.
그 광경을 보며 경악에 찬 눈동자를 한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며 몸을 웅크렸고, 그 사이 릴리안이 한 번 더 주먹을 뻗었다.
꽝! 꽝! 꽝!
세 번의 충격음이 더 들리고, 시리우스의 눈동자가 풀리며 정신을 잃기 직전이 되었다.
릴리안은 시리우스를 압도하다 못해 정말로 죽이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릴리안이 자비라고는 한 줌도 없는 얼굴로 주먹을 한 번 더 뻗으려던 순간.
쾅……!
클라크가 릴리안과 시리우스 사이를 가로막았다.
“큭…… 이제, 그만하자. 형님, 릴리안, 둘 다!”
녹색빛을 띠는 현무의 등껍질이 주작의 주먹을 가까스로 막아낸 것이다.
시리우스는 간신히 정신을 차려 얼굴에 붙은 불을 백호의 기운으로 황급히 꺼트렸다.
릴리안이 시리우스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뒤돌아섰다. 클라크의 중재가 없었다면 시리우스는 중상을 입었을 터.
릴리안이 등을 보인 채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 내가 마음에 안 들고, 유진이 마음에 안 들면, 이렇게 하죠.”
“……?”
“펜첼의 훈련 기간은 최소 5년이라고 했죠.”
“…….”
“유진은 3년 안에 끝내죠. 그렇게 한다면, 오라버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펜첼의 명예도 드높이고, 제가 아들을 제대로 키웠으니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조금이나마 자랑스러워하시겠죠?”
뒤쪽에서 그 말을 얼핏 들은 유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내 의견은……?’
차마 고개를 저을 수는 없었다.
방금 릴리안의 발언은 시리우스에게는 물론, 모두에게 선포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제기랄.”
분에 가득 차 보이는 시리우스는 달아오른 볼을 매만지며 답변 대신 욕지거리를 한 번 내뱉고는 자리를 서둘러 피했다.
릴리안은 그제야 분노가 사그라들었는지, 화염을 거두어들이며 클라크에게 사과했다.
“……미안해요, 오빠.”
“난 괜찮은데, 앞으로가 걱정이구나.”
“저희끼리 해결할게요.”
“뭐, 어떻게 해결…… 아니다.”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제대로 망신을 당했으니, 아마 오늘부로 시리우스는 릴리안에 대한 적개심이 더욱 커졌을 터.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본 클라크는 조용히 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 저 위.
단상 위에 앉아있던 제이드 역시도 이 광경을 모두 보고 있었다.
그는 이 사건을 문제 삼을 생각은 전혀 없이, 그저 입가에 희미한 미소만 띠었다.
‘여전하구나.’
* * *
제이드가 9명의 아이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간단한 악수를 나누는 것이 임명식의 전부였다.
그렇게 간단히 끝난 임명식 이후, 릴리안은 숙소에 유진을 데려다주며 아쉬운 기색을 띠었다.
“무슨 일 있으면 금검을 보내. 알겠지, 유진? 그리고 이거는 상하기 전에 먹고, 이거는 영양제고…….”
유진은 릴리안이 바리바리 싸다 준 간식과 옷가지를 침대에 올려두며 미소로 화답했다.
“네, 알겠어요.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넌, 어째 말투가 점점 애어른 같니.”
“금검이랑 있어서 그런가 봐요. 그리고.”
“?”
고개를 갸웃하는 릴리안에게 유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3년 안에 기사단에 들어가 볼게요. 정말로.”
“유진, 그건 그냥 한 말이지, 불가능…….”
“아뇨.”
유진이 곧은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봤다.
“사람들이 어머니에 대해서 안 좋은 말을 하고, 시리우스 삼촌이 어머니에게 함부로 하는 걸 보고 있는 게 더 힘들고, 불가능한 일이에요.”
릴리안은 멍하니 유진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한 번 해봐. 기대할게.”
“3년이면, 곧이네요.”
유진이 주먹을 꽉 움켜쥐며 목표를 확고히 했다.
태양신교의 복수.
그 과정에는 펜첼에서의 지위 회복이 있었다.
* * *
어둠만이 자리 잡은 지하실 안.
“의뢰가 들어왔다.”
짙은 그림자 속에 모습을 감춘 남자가 종이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주위를 둘러 앉아있던 암살자들이 입맛을 다셨다.
“보상이 얼마나 됩니까? 대상은요?”
남자의 사무치게 두꺼운 목소리가 지하실을 울렸다.
“보상은 10억 골드다.”
10억 골드.
이는 적어도 10년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큰 금액이었다.
지금까지 들어온 의뢰 보상 중 가장 큰 금액이었다.
“오오……!”
암살자들이 눈을 빛내며 다음 말을 기다리던 참.
“암살 대상은 유진 로베르이다.”
암살자들의 웃음이 멎었다.
“10년 전쯤, 그 녀석 말입니까?”
“그래. 맞다.”
남자는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돌려 한 인물을 응시했다.
“헤르켈.”
“……예.”
“이번에는 해낼 수 있겠나?”
헤르켈이 흉터가 짙게 남은 자신의 목 언저리를 매만졌다.
“그 사이에 6성급씩 되는 기사도 여럿 죽여 왔는데, 애새끼 한 명 못 죽일까요.”
10년 전 유진의 침실에 침입하여 오러 봉인 마법이 걸린 장침을 찔러 넣는 임무를 수행했던 사람이 바로 헤르켈이었다.
의뢰인이 어떤 이유에선지 죽이지는 말라는 요구를 한 것이었다.
그가 그 당시 임무에 실패하고 달아나는 장면을 떠올리며 이를 뿌득 갈았다.
‘갑자기 심장에서 웬 이상한 기운이 튀어나왔지. 덕분에 나는 죽을 뻔했고.’
당시 암살 보상은 5억이었는데, 5년 사이에 2배가 더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죽여도 된다’라는 의뢰인의 조건이 있었으니.
‘반드시 죽이겠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