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55)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55화(255/320)
듀란의 검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검기가 뭉쳐졌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할 것처럼 강하게 응축된 오러는 마치 듀란의 전력을 여기에 다 바치겠다는 듯 강렬하게 빛났다.
방금 만난 이방인과의 싸움에 목숨을 내다 바치겠다는 듀란의 태도는 혹자가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었으나.
기록의 탑을 지키고, 전대로부터 이어진 기록을 보존하리라는 그의 신념은 그만큼 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잉!
“최후 결전기, 패왕……!”
듀란의 검이 유진의 가슴께를 향하고, 곧 오러의 폭발이 일어나려던 순간.
탓.
익숙한 기운을 뿜어내는 인물이 듀란과 유진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레인은 왼손을 펼쳐 유진의 농밀한 오러를 가볍게 쳐내고, 듀란의 기세는 오른손으로 막아섰다.
꽈앙!
격렬한 굉음이 지천을 울렸으나, 이레인의 표정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게, 무슨……?’
유진은 속으로 경악을 삼켰다. 유진과 듀란은 9성 후반이라는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인물.
그 둘이 쏘아낸 맹공을 이리도 쉽게 물려낸 이레인의 무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욱한 먼지가 일대를 가득히 덮은 사이, 이레인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렸다.
“그만해.”
최후 결전기를 시전하려다가 취소한 듀란이 노발대발 소리쳤다.
“비켜라, 이레인! 아직 싸움이 끝난 게 아니란 말이다! 방금 기술만 마쳤어도 저 자식은 산산조각 나서 저승을 떠돌고 있을……!”
“그만하라고.”
이레인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무어라 소리치는 듀란을 향한 그녀의 눈동자는 위압과 더불어 냉정함이 가득 배어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곧장 무릎이라도 꿇게 할 정도로 날카로운 기세였다.
듀란은 결국 폭발 직전인 오러를 거두어들이고 거친 숨을 골랐다.
“아니…… 내가 다 이긴 거였는데…… 네가 방해하는 바람이 이 이꼴이-”
“이기기는 무슨. 만신창이가 다 됐는데.”
“크윽…….”
이레인은 피식 웃으며 유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너도 진정해, 이제.”
유진은 듀란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이레인을 가만히 응시하며 불만스런 표정으로 내뱉었다.
“……한창 재밌었는데 말이야. 왜 방해하는 거지.”
유진 역시도 자신이 각성의 다리 위에 올라섰다는 걸 알아챈 상태였다. 이 기세를 몰아 아예 10성 초입에 발을 담글 생각이었는데, 이레인이 끼어든 것이다.
하지만 체첸은 고개를 저었다.
-방금 저 여자가 끼어들어 정말 다행이다! 각성의 다리에 올라탄 다음에는 무조건 일정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나아가야 해. 안 그랬다가는 오러홀에 부담이 너무 크다!
체첸은 10성 기사인 제이드의 각성을 눈앞에서 마주한 적이 있기에 이렇게 조언할 수 있었다.
유진에게는 이레인의 방해가 오히려 그를 보호하는 것으로 작용한 셈이었다.
“후우우…….”
“죽을 뻔했잖아, 제기랄.”
아이칸과 리안은 난장판이 된 사방을 돌아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9성 기사의 충돌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간신히 진정된 분위기 사이, 이레인이 조곤조곤히 말했다.
“예스커 장로께서 너희를 안으로 들여도 된다고 하신다. 아마 아이칸이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가 있으니 허락해 주신 것 같아.”
“후우, 이레인님, 감사합-”
“다만, 만약 저 기사와 마법사가 우리 탑에 조금이라도 해를 끼칠 것 같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유진은 그렇게 말하는 이레인에게서 무섭도록 짙은 기운의 파장을 느꼈다.
듀란과 사투를 벌이느라 신경 쓰지 못했지만, 만약 그녀가 듀란의 편에 서서 함께 합공했다면 유진은 이겨내지 못했을 터였다.
아니, 이레인 홀로 유진을 상대했다 하더라도 그는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
‘이레인은 차원이 다르다. 제이드와 비견할 만한 정도로 강한 수준이야.’
아이칸 역시 이레인의 무위를 잘 알고 있기에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알겠습니다. 들어가서 이 두 사람을 어째서 이곳에 데리고 왔는지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리자면, 결코 기록의 탑에 피해가 될 사람들은 아닙니다.”
항상 도도하고 꼿꼿한 태도를 유지하던 아이칸마저도 이레인 앞에서는 순한 양이 따로 없었다.
이레인은 기록의 탑으로 들어가는 포탈을 소환해, 씩씩거리는 듀란과 유진 일행을 데리고 들어갔다.
그 와중에 아이칸은 보았다.
피식-
탑 내에서 단 한 번도 웃음을 보이지 않던 이레인이, 유진을 쳐다보고는 작은 미소를 짓는 장면을 말이다.
* * *
포탈에 들어선 유진 일행은 상상하지도 못한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했다.
자주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에, 푸릇푸릇하면서도 처음 보는 모양새의 식물들이 가득한 숲속.
신비롭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다.
체첸과 지크도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감탄을 머금었다.
-기록의 탑이라고 해서 무슨 건물 안처럼 생겼을 줄 알았더니, 이렇게 아름다운 곳일 줄이야!
「이런 곳은 저도 처음입니다! 밤하늘에 저 많은 보랏빛 별들은 대체…… 와…….」
유진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의 탑은 아름다운 곳이었군요.”
그 한 마디에 듀란은 눈빛을 찌릿 보내며 경계 태세를 보였고, 이레인은 슬쩍 유진을 쳐다보았다.
“……이방인, 너도 보이겠지만, 이 평화를 일궈내기까지 우리는 세대를 몇 번씩 거치며 피땀을 흘려 왔다. 우리 히스터 가가 일궈온 결과가 이곳이란 말이다. 그러니 허튼 생각이라도 했다가는 반드시 찢어 죽일-”
“우리 가문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조금 길어. 이따 장로를 만나면 이야기해 줄게.”
이레인이 말하자 듀란이 기겁했다.
“이레인!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이방인에게 그런 것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잖으냐! 게다가 녀석은 흑지 놈도 아니고, 교지 놈이라고!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을지-”
“쉿.”
이레인은 그저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어 듀란을 조용히 만들었다.
유진이 느끼기에, 이미 이레인은 유진 일행이 기록의 탑에 해가 될 인물들은 아니란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다. 기록 마법으로 유진의 과거를 어느 정도 살펴보았다면, 유진 일행이 기록의 탑을 해할 어떤 이유도 없다는 걸 알 터였다.
유진은 야욕을 주체하지 않고 대륙을 집어삼키려는 흑탑과 전사의 요람과는 수차례씩 전투를 벌였지만-
흑탑에 적대적인 적탑, 청탑과 동맹을 맺고 그들에게 커다란 도움까지 주었으니.
그의 과거를 아는 사람이라면 유진은 흑탑에 대항하는 사람이지, 흑지를 집어삼키려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 것이었다.
탓.
아름다운 숲과 들판을 지나 도착한 곳에는, 한 자그마한 마을이 펼쳐져 있었다.
밭을 매는 농부들.
무기를 두드리는 대장장이들.
뛰어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들까지.
모두 합해 대략 100여 명 정도로 그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들은 일반인과는 뭔가가 달랐다.
체첸과 지크도 멀리서 그들을 관찰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중얼거렸다.
-저 자들, 진짜 그냥 마을 주민들이 맞는 거냐? 척 봐도 7성에서 8성 기사다. 아니, 마력을 가진 녀석들도 있어. 도대체 여기는……?
「저기 저 아줌마, 겉으로는 그냥 인상 푸근한 동네 주민인데 저 안에 엄청나게 농밀한 오러가 내재하여 있습니다. 보통 살수들이나 저렇게 내·외면이 다른 법인데…… 뭐지 진짜?」
유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휘이 둘러보았다.
‘심지어 여기, 공기 자체에 마력과 오러가 진하게 녹아들어 있어.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느껴진다.’
「어, 정말입니다!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지?」
조금 놀란 표정의 유진을 발견한 이레인이 입가에 아주 옅은 웃음을 띄우며 툭 내뱉었다.
“신기한가? 하긴, 이런 곳은 처음이겠지. 대기 중에 이렇게 많은 오러와 마력이 떠다니는 경우는 전 대륙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녀는 은근히 유진의 반응이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유진도 그 말에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마을 주민들도 이레인과 유진 일행을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어? 이레인 경 아닌가? 옆에는 듀란 경!”
“아이칸도 있구만! 근데 저 옆에는 누구지? 처음 보는 녀석들인데?”
“아이칸이 있다고? 맨날 대륙만 싸돌아다니는 그 할마시가 웬일이래? 이방인이라도 데리고 온 것 같은데?”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외부인을 만난 적이 없는지, 경계심과 더불어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유진 일행을 훑어보았다.
마을 주민들은 걸어오는 이레인과 듀란에게 하나둘씩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이레인 경, 듀란 경, 그 괴물 놈들 처리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밖에 흑탑 놈들이 득실득실하던가요?”
그들은 그렇게 물어보면서 유진 일행을 흘긋 쳐다보았다.
이레인도 주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싶었으나, 아직 그녀도 유진 일행이 왜 이곳에 찾아왔고, 정확히 어떤 인물들인지 알지 못했기에 말을 아꼈다.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몰려오는 주민들을 헤치고 도착한 곳은, 마을 가운데에 위치한 한 커다란 오두막집이었다.
* * *
유진은 오두막 안에 들어서며 일순 긴장감을 머금어야 했다.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강대한 오러와 마력의 파동이 피부를 때렸기 때문이다.
-조심해라. 그저 오러와 마력만 있는 것이 아니야. 미약한 살기도 느껴진다.
「계약자님의 방문을 그렇게 반기는 눈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점을 리안도 느낀 걸까. 그 역시도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표정을 본 아이칸이 둘을 진정시켰다.
“잘 대해주실 거다. 내가 그동안 못난 짓 한 번 안 하면서 살아왔으니, 내 친구들 한 번 데리고 왔다고 죽이려 들거나 할 분들은 아니야.”
듀란이 그 말을 듣고 코웃음 쳤다.
“너희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기색이 보이면 예스커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그 양반들, 성질이 아주 뭐 같거든.”
“……알고 있습니다.”
“아이칸, 너도 말을 잘해야 할 거다. 살고 싶다면 말이야.”
그는 아직도 유진 일행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모양이었다.
그에 체첸과 지크가 투덜거렸다.
-저 멀대 자식은 왜 저렇게 너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질 않나.
「이레인, 저 여자는 장로로부터 뭔가 이미 전해 들은 바가 있는가 봅니다. 별로 경계하는 눈치가 아니에요. 근데 듀란은 왜 자꾸 저러는 거지?」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만큼 기록의 탑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거겠지, 뭐. 신경 쓸 건 아니야.’
「그것보다는 계약자님한테 죽을 뻔한 것 때문에 아직도 부들거리는 거 같은데…….」
그렇게 커다란 오두막의 복도를 계속 걷자 보인 대문 앞에 유진 일행이 멈춰 섰다.
그때, 복도를 걸어오면서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이레인이 홱 뒤돌더니 입을 열었다.
“유진, 너만 들어가라. 다른 사람들은 장로와의 대화에 끼어들면 안 돼.”
그에 아이칸이 멈칫했다.
“아니, 제가 같이 들어가지 않으면 유진을 데리고 온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저라도 같이 들어가야-”
스윽.
이레인은 아이칸에게 시선을 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예스커 장로님은 유진에 대한 모든 걸 다 알고 계신다.”
“모든 거라면……?”
“아이칸과 리안, 너희들은 모르는 유진의 정보까지. 전부 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