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57)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57화(257/320)
쿵.
유진이 장로실의 문을 닫고, 저편에 홀로 가부좌를 튼 채 뒤돌아 앉아 있는 노인을 보았다.
몸은 비쩍 말라 있었지만, 잠시 보아도 느껴지는 기운은 범인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이었다.
“…….”
“…….”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
저자가 바로 예스커 장로라 불리는 자가 분명할 텐데, 그는 이상하게도 입을 열지 않았다.
-……뭐야? 저 양반, 죽은 건가?
「자는 거 아닐까?」
지크와 체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진이 함부로 입을 열거나 움직이기보다, 장로가 먼저 입을 열길 기다리던 차였다.
“다행이군.”
돌연 장로의 굵은 목소리가 넓은 방을 진하게 울렸다.
뭐가 다행이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유진은 장로의 목소리에서 안도의 감정이 섞여 있음을 눈치챘다.
“무엇이 말입니까?”
“기록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나아.”
자꾸 뭐 하나를 빼먹고 이야기하는 게 꼭 유진의 화법과 닮아 있었다.
하나, 그는 장로의 화법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뒷모습만 봐도 뼈만 앙상한 게 보일 지경인데, 느껴지는 기운은 제이드와 필적하다니.’
어찌 된 게 이곳, 기록의 탑 인물들은 하나같이 강한 사람들뿐이었다. 그들 중 아이칸이 가장 약해 보일 지경.
장로의 목소리가 대기를 때릴 때마다 요동치는 마력의 파동은 일견에도 대단한 수준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저 노인네, 대단한 양반이긴 하군. 청탑주나 적탑주에 버금가는 마력을 가졌어.
「어쩌면 그들보다도 더 강할지 모릅니다.」
체첸과 지크가 미간을 좁히며 장로를 노려보는 사이, 그는 여전히 뒤돌아 앉은 채 말했다.
“이곳에 어째서 온 것이냐.”
유진은 그 질문에 고개를 기울였다.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계신다 들었습니다.”
장로가 즉답했다.
“아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대답하라. 어찌 이곳을 찾아온 것이냐.”
유진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장로는 유진이 이곳에 온 이유를 기록 마법을 통해 알아챘겠지만, 직접 이유를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기록으로 본 그대로 말하는지 확인하려는 거겠지.’
아이칸이 유진에게 ‘거짓말할 생각은 하지 마라’라고 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물론 애초에 문제 될 건 없었다. 유진은 여태껏 거짓말을 해서 남을 속인 적 없으니까.
-명문 오가 가주들을 속여서 일주일 내내 잠도 못 자게 대련시킨 건 까먹은 모양이지?
‘……그건 제외.’
어쨌든 유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흑탑주가 기록의 탑을 노리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도 녀석들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를 지키러 왔다? 그 대가로 무얼 요구하려는 거겠군?”
유진은 이 질문을 듣고는 장로가 자존심이 강한 스타일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챘다.
더불어.
‘뭔가 고민하고 있다. 내 대답과 태도에 따라 장로의 생각이 달라질 거야.’
‘천견’이라 불릴 정도로 지혜와 통찰이 깊은 자가 도대체 무얼 그렇게 고민하는 것일까.
‘아마 내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걸 쉽사리 꺼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장로의 저 반응이 맞아떨어진다. 동시에 장로가 유진을 기록의 탑 안으로 들여보낸 이유도 설명이 되고 말이다.
유진은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누굴 지키고 자시고 할 정도로 한가하진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도 지켜야 할 가족과 동료가 있기에, 흑탑주가 기록 마법이라는 강력한 한 수를 얻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유진은 어째서 이곳 기록의 탑을 찾아온 것인지 더욱 자세히 말할 수도 있었으나, 짧고 간단하게 의중을 털어놓았다.
이미 장로는 유진과 흑탑주가 한두 차례 맞서 싸운 전력이 있다는 걸 알 테니, 굳이 구구절절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생각에 잠긴 장로가 여전히 뒷모습만을 보이는 사이, 유진이 역으로 물었다.
“저도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궁금한 것도 아니고, 알아야 할 것이라니. 남의 집에 들여보내 줬더니 밥까지 달라고 하나?”
“도대체 여기, 기록의 탑은 뭐 하는 곳입니까?”
장로의 날 선 반응에도 유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장로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든 간에, 유진 역시도 고민되는 점이 있었으니까.
“……후후!”
다짜고짜 받은 질문에도 장로는 의외로 역정을 내는 대신 웃음을 터뜨렸다.
유진은 장로의 의중을 눈치채기 어려웠다. 원래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와 경험이 깊어져 눈빛은 깊어지고 말은 아끼는 게 사람이었으니.
물론 유진은 장로의 의중이 어떻든, 흑탑주의 공격을 저지하고 이들을 도울 생각이었다.
다만 도움을 받은 이들이 나중에 유진의 뒤통수를 칠 녀석들인지, 은혜를 갚을 녀석들인지 가늠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엄밀히 말해 저는 교지 사람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흑지 사람이고요. 이렇게 대면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저에게는 큰 위험부담인 법이니, 당신들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유진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떨림도, 과장도 축소도 없었다. 딱 그뿐이었다.
아이칸의 조언대로, 그냥 사실 그대로를 말한 것이다.
흑지와 교지는 적대 관계다.
둘 중 누군가 하나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방은 그 틈을 파고들어 대륙을 통일하려 들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역사였고 전례였다.
“…….”
“도와주고 대가를 받든, 뭘 하든 지금 상황에서는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니 서로 믿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생각이 어찌나 많은 양반인지 대답하는 데에 한세월이 걸리기에 유진이 한 마디를 더했다.
그러자 장로의 옅은 웃음소리가 뚝 그치더니, 여태껏 뒤돌아 있던 자세를 바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장로의 신장은 매우 컸다. 어쩌면 듀란보다도 더 커다랄지도 몰랐다.
그 자체로 풍기는 위압감이 상당했다.
스윽…….
그렇게 장로는 뒤돌아 유진에게 제 얼굴을 드러냈다.
“……!”
뒷모습으로 볼 때보다도 훨씬 앙상한 얼굴, 푹 패인 눈, 그리고 생기 없는 머리칼까지.
장로는 적어도 수년, 아니, 수십 년은 고뇌에 시달린 듯 너무나 안타까운 몰골이었다.
-헉! 무, 무슨, 해골바가지가 말을……!
「얼굴이 왜 저 모양이죠……?」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저 지경이 된 걸까. 체첸과 지크가 조용히 중얼거리는 사이 장로는 지친 얼굴로 대뜸 설명하기 시작했고-
“기록의 탑에 대해서 알려면, 우리 가문인 히스터가에 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유진은 귀를 기울였다.
히스터 가문.
이들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아주 오래전 일부터 설명해야 한다.
먼 과거부터 존재하던 요정족들은, 용과 같이 영생에 가까운 수명을 지녔다.
아이칸도 요정족이었기에 300년이란 세월을 늙지도 않고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요정족들은 이 장점과 기록 마법을 사용해 대륙이란 페이지의 기록을 보존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던 와중, 지플이란 마법사 가문에서 기록 마법을 모방했고, 요정족들의 기록 보존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하여 그들은 지플의 적인 룬□□ 가문과 힘을 합쳐 지플에 대항했다.
하지만 요정족과 룬□□ 연합은 지플에게 결국 패배했고, 룬□□을 따르던 요정족 대부분은 지플의 기록 마법에 의해 역사에서 잊히게 되었다.
그렇게 지플의 시대로 접어들던 찰나, 간신히 살아남은 당대 요정왕 ‘쉴라’는 과거 룬□□을 끝까지 따르던 요정족들의 모든 영혼을 모아 한 인간 종족을 탄생시켰으니, 그들이 바로 히스터 가문이었다.
이들은 지플을 상대하기 위해 복수의 칼날을 갈았으나, 이미 몸집을 키울 대로 키운 지플 가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또다시 지플에 패배한 히스터가, 그들 중 극소수의 히스터 가문 사람들은 간신히 살아남아 복수의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다 오늘날로부터 200년 전, 암□마□회에 의해 지플은 무너졌고, 태양신교로 변모한 암□마□회는 기록 마법을 탈취하고 이용하여 대륙을 집어삼키기 위해 기록을 제멋대로 조작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실을 숨어서 지켜보던 히스터 가문의 사람들은 지플의 멸망에 기뻐했으나, 곧이어 태양신교라는 새로운 적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지플에 이어 태양신교를 증오하고, 경계했다.
지배자가 되는 이들은 누구나 기록 마법이라는 위대한 기술을 탐한다는 것을 깨달은 히스터 가의 일원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숨어들어야 했다.
그리고 언젠가 맞닥뜨릴 지배자들에 대항하기 위해, 아무도 닿지 않는 미지의 공간에서 힘을 길러왔다.
그렇게 이어져 온 날들이 오늘에 닿았다.
그렇게 장로의 이야기가 끝났으나 유진은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마을에 남은 사람들이 몇 없는 것이었군요.”
“다 죽었지. 전부, 다…….”
장로의 얼굴은 매서운 마력의 보유자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의 체념이 서려 있었다.
수천 년에 걸쳐 두 번의 전쟁을 겪었고, 그에 모두 패배한 요정족의 마지막 생존자들이라고는 저 백여 명가량의 사람들이 전부였으니.
히스터가의 역사를 생생히 지켜보아 온 예스커는 천근처럼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살아왔기에 시름이 깊었던 것이다.
‘이 자들에게 흑탑에 굴복하고 교지를 침략해서 대륙을 통일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역사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그랬기에 유진은 장로에게 물었고, 답을 얻었다.
하지만 유진은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아직도 미심쩍은 게 많다. 녀석들이 갑자기 태세를 바꿔서 흑탑에 협조할지는 모르는 법이야.
「어쨌건 간에 기록을 보존할 수만 있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굴복할 수도 있습니다.」
체첸과 지크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장로가 유진의 속내를 확실하게 알아내려 하는 만큼, 유진도 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나올지 확신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그런데, 지금까지 히스터가의 사람들은 모습을 감추고 있던 것 아닙니까?”
“그렇다.”
“그런데 어떻게 흑지의 3대 세력으로 불리고 있는 거죠?”
핵심적인 물음이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온 흑지를 옮겨 다니며, 달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이 심야의 숲 같은 곳에 숨어 살며 기록만 보존해왔다.
그런데 어떻게 그 유명한 흑지의 3대 세력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장로는 유진의 눈을 응시하며 피식 웃었다.
“태양신교, 그 녀석들의 수작이지. 놈들이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 전 교지에 그런 소문을 퍼뜨려 놓은 거야.”
그 말에 유진이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전생에서 유진은 태양신교의 참모로 있으며 웬만한 정보는 모두 손에 넣었는데, 그런 그도 모르는 정보가 있었다니.
한데 이때…….
장로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될 단어가 튀어나왔다.
“자네가 제일 잘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군.”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는 회귀자 아닌가. 태양신교에 누구보다도 깊이 몸담았던, 태양의 자식.”
장로의 눈빛에 일순 적개심이 피어올랐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