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58)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58화(258/320)
유진의 표정이 일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어떻게.”
여태껏 이 정도로 당황한 적은 없었다.
-회귀자……? 뭔 소리야 이건 또.
「저 노인네가 노망이 났나? 회귀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장로는 형형한 안광을 흩뿌리며 유진을 꿰뚫듯 노려보았다.
“자네가 회귀했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아마 이 대륙에 아무도 없겠지. 아니, 몰라야 할 거야. 하지만.”
장로가 돌연 유진에게 한 발자국씩 걸어오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그가 가까워져 오자 유진은 사자의 시험 때 처음 제이드를 마주할 때와 같은 위압감을 느꼈다.
무릎이 휘청이며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 수준을 뛰어넘는 강자들을 마주할 때 겪는 현상들이었다.
최근의 유진은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9성 후반에 이른 뒤부터는 필적할 만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유진은 극도로 고양된 긴장감을 머금어야 했다.
-저 장로, 눈빛이 이상하다. 당장이라도 너를 해칠 수도 있어!
「여기서 빠져나가든가, 먼저 공격하던가 해야 합니다! 미친 할배가 갑자기 왜 저런대?!」
지크와 체첸에게는 유진이 회귀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틈도 없었다.
그만큼 장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온 일대를 칼날로 적셔놓은 것처럼 유진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니까.
“심야의 숲 근처에 흑탑 놈들이 여전히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아마 우리의 위치가 들키는 건 시간 문제겠지.”
“…….”
“이렇게 일분일초가 귀한 상황에서, 우리를 돕겠다는 자네에게 어째서 내가 이렇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줄 아나?”
“……어째서입니까.”
장로가 내뱉었다.
“저 건너편, 다른 분기에 있는 세상에도 회귀자가 한 명 있거든.”
“……!”
그 말에 유진이 눈을 부릅떴다.
예스커 장로는 ‘천견’이라 불리는 현자.
‘다른 분기에 있는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유진은 예스커 장로의 눈동자 속에서 어렴풋이 빛나는 다른 세계를 보았고,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한 사내가 보였다.
짙푸른 머리칼에, 길게 뻗은 검 한 자루를 들고 있는 앳된 얼굴의 남자.
‘아마 저 사람이 바로 장로가 말한 회귀자겠지.’
이를 장로가 유진에게 의도적으로 보여준 것인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유진은 그저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사실들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세계의 일들을, 나는 보았다.”
“어떤 일들이 있었습니까.”
“혼돈을 가진 이들의 행보에 따라 뒤바뀌는 대륙의 운명. 그리고 그들의 처음과 마지막을 보았지.”
장로는 혼돈의 존재까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말에 유진이 미간을 좁히는 사이, 장로가 말을 이었다.
“혼돈의 보유자는 종잡을 수 없더군. 어떤 이는 세상을 망치고 엉망으로 만들려 들고, 또 어떤 이는 질서를 바로잡고 평화를 되찾으려 죽을힘을 다하고 있어.”
“그렇다면, 말씀하신 그 회귀자도…….”
“그래. 그 사내 역시도 혼돈을 보유했다.”
장로는 말을 더 잇지 않았다.
건너편에 있다는 그 세계의 회귀자는 무얼 위해 회귀했고, 혼돈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여러 궁금증이 들었으나, 장로는 틈을 주지 않고 입을 열었다.
“자네가 회귀하면서 이룬 여러 업적 덕분에, 이번 시대는 이전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미래를 가지게 되었다.”
“나비효과군요.”
“그래, 그런데 자네가 아무리 커다란 파문을 일으켜 미래가 크게 바뀌었다고 해도.”
장로의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올랐다.
“자네 덕분에 미래가 수십, 수백, 수천만 가지 경우의 수가 생겨났다 해도 여전히, 절대로 바뀌지 않는 단 한 가지 사실이 뭔 줄 아나?”
장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인해 일그러진 얼굴로 내뱉었다.
“나의 고향, 기록의 탑은 무너져서 없어질 거란 거지.”
“……!”
거의 100살의 나이에 가까워진 장로는 그간 수없이 많은 미래를 내다보았으나, 기록의 탑의 운명만큼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흑탑에 의해서든, 태양신교에 의해서든 기록의 탑은 반드시 무너질 것이고, 히스터가의 모든 일원은 죽어서 시체가 될 것이었다.
그때.
“하지만 나는.”
장로가 한 자락 가능성을 쥔 듯한 음성으로 덧붙였다.
“이 대륙과 기록의 탑이 가진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열쇠가 자네에게 있다고 생각하네.”
장로가 유진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혼돈을 가진 회귀자여. 내 지금 이 자리에서 하나만 묻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화아아아악!
장로의 온몸에서 푸른 화염이 치솟아 오르며 장로방 전체를 아득하게 메웠다.
그 불꽃 한 자락, 한 자락에서 유진은 이전에 단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웅혼한 마력의 일렁임을 느꼈다.
꼼짝달싹도 할 수 없는 강대한 마력. 푸른 불꽃에 비춘 장로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는 일견 섬뜩했다.
유진은 얼어붙은 채 장로의 질문이 무엇인지 기다려야만 했다.
-씨부럴! 내 이럴 줄 알았다! 어서 도망쳐야 한다! 정신 차려라, 유진! 유진! 유지이이인!!
「제가 화룡으로 변모해 시간을 끌 테니, 계약자님은 어서 자리를……!」
체첸과 지크가 무어라 소리를 질러댔지만, 유진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장로와의 대화 방향에 따라 기록의 탑 사람들을 제 편으로 만들 수 있고, 없고가 결정되리란 걸 알아챘다.
“자네의 몸에 든 혼돈.”
장로가 입을 열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가?”
앞서 말한 혼돈의 보유자들이 보인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우려했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무어라 답해야 할까.
무어라 답해야 장로와 기록의 탑 사람들을 얻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예전부터 내린 바 있었다.
‘태양신교를 집어삼키고, 이 대륙의 1인자가 되기 위해 쓸 것이다.’
그것이 바로 회귀하여 갓난쟁이로 돌아온 첫날에 유진이 다짐한 최종 목표였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 대답은 장로의 질문에 어울리지 않았다.
-장로 앞에서 거짓말할 생각은 하지 마라! 유진!
아이칸의 조언이 떠올랐다.
물론 유진은 거짓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태양신교에 복수하고,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고자 하는 것도 분명 맞았다.
다만 조금 더 솔직한 답변이 존재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나의 뜻을 이루며,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가지고 싶다.’
바위조차도 통째로 녹여버릴 듯 뜨거운 청염(靑炎)의 폭풍, 그 한 가운데에서-
유진은 무언가에 이끌린 듯 자연스럽고도 편안한 어투로 대답했다.
“저를 위해 사용하고 싶습니다.”
“…….”
그 대답을 들은 장로는 이내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
“가지.”
“……어딜 갑니까?”
“흑탑 놈들과 싸우러.”
* * *
이레인과 듀란을 비롯한 히스터가의 전사들이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개중에는 아이칸도 포함되었다.
“아니, 장로님께서는 어째서 저 외부인을 들이라고 하신 겁니까?”
“외부인 출입은 무조건, 어떤 일이 있어도 불가한 것 아니었습니까?”
“우리가 있는 위치는 어떻게 하든 간에 비밀로 해야 하는데, 어째서…….”
척 봐도 9성 초반의 무위를 지닌 십여 명의 전사들이 한 목소리로 의문을 표했다.
기록의 탑은 기록 보존이라는 신성한 의무를 짊어진 곳이었다.
외부인의 출입은 무조건 엄금해야 하고, 여태껏 그래왔다.
그런데 누구 때문에…….
스윽.
전사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이칸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아이칸에게 예를 갖추면서도 분기를 감추지 않고 쏘아 말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방인을 여기까지 들인 겁니까?”
“아무리 장로님께서 허락하셨다지만, 그 기사와 마법사가 장로님을 해하기라도 하면……!”
듀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칸, 만약 일이 잘못되었을 때 대한 책임은 그냥 너 혼자만이 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가문 일원 전체가 너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될 거야.”
“……예.”
“그것도 가벼운 피해가 아니라, 죽음으로써 말이지.”
듀란은 아직도 유진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애초에 네가 기록의 탑 소속이라는 것을 들킨 것부터 문제다. 지금까지 정보 수집만 잘해오던 녀석이, 하아…….”
이미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기에 아이칸도 억울한 듯 입을 열었다.
“……저는 저의 감각을 믿습니다. 이래 보여도 300년을 살면서 얻은 안목과 경험, 지혜가 있고, 이에 따라 유진과 리안은 우리 기록의 탑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했기에-”
“그 확신을 왜 너 혼자 하느냔 말이다!”
듀란이 버럭 소리치자 일대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우리와 상의 한 번 하지 않고 함부로 이방인을 데려 와놓고, ‘저의 감각을 믿습니다’ 이 지랄을 하고 있어?!”
듀란은 단단히 화가 났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 아이칸을 몰아붙였다.
찌르듯이 날카로운 기운이 아이칸을 향해 쏟아지자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이를 감당했다.
다른 전사들 역시 듀란과 같은 의견인 모양인지, 듀란을 말리기는커녕 아이칸을 노려보았다.
그녀가 아무리 300살이 넘는 나이에 대륙에서도 내로라하는 대장장이라지만, 기록의 탑에서는 수많은 일원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그때였다.
덜컥!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기록의 탑 일원 중 하나가 급히 소리쳤다.
“바, 바깥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레인, 듀란 경! 지금 잠시 나와보셔야……!”
이레인과 듀란을 비롯한 고위급 전사 모두가 각자 무기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섰다.
탓…….
회의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서서히 깨어지고 있는 보랏빛 하늘이었다.
쩌적, 쩌저적…….
신비롭고도 평화롭게 빛나던 보랏빛 하늘에, 점점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쿵…….
쿵…….
외부에서 무언가가 망치질이라도 하는 듯 충격음이 미세하게 들려왔다.
“도대체 저게 무슨 일인지……!”
이레인이 침착한 얼굴로 물었다.
“장로님께는 보고드렸나?”
“장로실에 곧바로 들렀다 오는 길인데, 아무도 안 계셨습니다. 이게 다 그 이방인 둘 때문 아닐까요? 후우, 진짜……!”
그 말을 들은 전사들이 이를 빠득 갈았다.
“아이칸, 당신 때문에 결국!”
“우리가 이 환경을 재건하는데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는데!”
아이칸도 사색이 되어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때였다.
“모두 무기를 챙겨라-!”
듀란의 목소리보다도 곱절은 커다란 음성이 지천에 울렸다.
이레인 일행이 돌아본 곳에는-
예스커 장로와 유진이 완전무장을 한 채 걸어오고 있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