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5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59화(259/320)
기록의 탑 안에서 오랜 시간 동안 힘을 길러온 히스터가 일원들의 수준은 평균 오러 8성 중반.
마법을 사용하는 소수의 마법사들 역시 마력 8성에서 9성 수준이었다.
하지만.
우웅, 우웅!
예스커 장로와 유진이 한 발자국씩 걸어옴에 따라 일렁이는 기운의 흐름은 이 공간 안에서도 가히 압도적이었다.
“예, 예스커 장로님!”
“어찌 그 이방인과 함께……!”
기록의 탑 일원들은 의아함과 더불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태껏 예스커 장로가 완전무장을 하고 장로실 밖을 나온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불과 두세 시간 전에 들어온 이방인과 무슨 대화를 나누었길래 저렇게 사이좋게 나타나는 건지도 의아했다.
어느새 일원들의 코앞에 다가선 장로는 유진보다 약간 앞선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지키는 자들이여.”
장로가 기록의 탑 일원들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예, 장로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일원들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장로와 유진, 그리고 깨어지고 있는 보랏빛 하늘을 번갈아 보았다.
쿵, 쿵, 쿵.
여전히 하늘에서 울리는 거대한 타공음은 귓가를 윙윙거린다. 균열 역시도 점점 커다래지고 있었다.
하나, 장로는 이 일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기록을 지키는 자들이다. 맞나?”
“맞습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선조의 뜻을 받들어 이 대륙의 기록을 보존하고 후대에 올바른 질서를 물려줄 의무가 있다. 맞나?”
“맞습니다……!”
“그렇다면.”
홀쭉 말라빠진 장로의 얼굴이 천천히 돌아가 유진의 얼굴을 향했다.
“지금부터, 이 사내를 믿고 따라야 한다.”
“……!”
일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애초에 이방인과는 겸상조차도 하지 않아 온 세월이 수십 년이었는데, 갑자기 들어온 한 남자를 믿고 따라야 한다니.
어떻게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이 자가 도대체 누구길래…….”
장로가 말을 가로챘다.
“지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나는 미래를 보아왔다. 이는 너희들도 잘 아는 사실일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또한, 기록의 탑은 어떤 미래를 맞이하든 간에 반드시 같은 결과를 가진다는 것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장로의 얼굴이 잠시 깨어져 가는 하늘 위로 향했다.
“멸망의 날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기록의 탑 일원들은 그 멸망의 날이 바로 오늘임을 깨달았다.
쿵, 쿵, 쿵.
계속해서 울려대는 충격음 사이.
장로가 다시 일원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수십 년간 기록의 탑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방법을 알아보고, 아이칸과 같은 요정족들을 파견해 정보들을 수집하며 수많은 가능성을 점쳐보았으나.
결국 기록의 탑은 무너져 내릴 것이고, 그에 따라 히스터가 일족들은 전멸하리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 미래를 참담한 심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예스커 장로의 얼굴은 그림자 속에 감추어진 듯 아득히 어두웠다.
“하지만.”
장로의 얼굴에 한 줄기 희망이 깃들었다.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열쇠가, 이 사내에게 있다.”
장로는 일원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그간 두 번의 대전쟁을 맞이하며 명맥이 거의 끊어진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숨고, 모습을 감추어 살아남은 자들이 기록의 탑 일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외부인을 불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장로도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스윽.
일원들의 눈동자가 유진에게 향했다. 이제 유진이 나설 차례였다.
한데, 그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저는 믿을만한 리더가 못 됩니다. 그리고 믿을만한 동료도 되지 못합니다.”
일원들의 표정이 종잇장 구겨지듯 와락 일그러졌다.
“무슨…… 뭐라고?”
“장로님이 당신을 믿으라 하셨는데, 갑자기 무슨 말이야?”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일원들은 한시라도 빨리 전투를 준비하고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갑자기 자신감 없는 소리를 꺼내니 짜증이 솟구쳤다.
“다만.”
스릉!
유진이 쿠란의 검을 확 뽑아냈다.
그러자마자 솟구치는 농밀한 오러의 파동이 노면과 대기를 흠뻑 적시며 퍼져나갔다.
황금빛의 오러는 일원들이 지금까지 보아온 웬만한 오러보다도 아득히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는 전율했다.
“……!”
“이, 이건……!”
함부로 입조차 열기 힘든 수준의 기운. 그들이 시선이 자연스럽게 오른쪽에 서 있는 한 인물에게 돌아갔다.
이레인이었다.
오러 10성.
이미 오러는 인외의 수준에 다다라 장로의 수준까지도 뛰어넘은 지 오래인 그녀의 기세가, 유진에게서 겹쳐 보였다.
그가 한 마디를 더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수없이 많은 세월을 수련하고, 힘을 길러온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오늘, 그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유진의 눈빛은 지금까지 그 어떤 때보다도 진지하게 변모해 있었다.
“누군가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닌, 저를, 저의 사명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쿵! 쿵! 쿵!
처음에는 귓가를 웅웅 울리던 것에 불과하던 소음이 이제는 아예 귓속을 찌를 듯이 큰 굉음이 되었다.
하나, 유진은 그 굉음을 비집고 나올 정도로 커다랗게 소리쳤다.
“그러니 당신들도 당신들의 사명을 위해 싸우십시오. 지금 쳐들어오고 있는 더러운 흑탑의 꼭두각시들을 전부 죽이고!”
일원들이 유진의 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유진이 이방인이든, 외부인이든, 그딴 것들에 신경 쓸 시간도, 여력도 없었다.
다만,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아득한 무위를 지닌 저 앳된 사내의 기세를 믿고,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곧이어 부닥칠 전쟁에 대비하는 게 급선무였다.
“히스터가의 일원으로서! 기록을 지키는 자들로서!”
어느새 리안도 무장을 마친 채 유진의 맞은편에 섰다.
밭을 매던 아낙네.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던 부모들.
그리고 과일을 따서 바구니에 옮겨 담던 어린아이까지.
유진이 외치는 전시선포를 듣고 모두 완전무장을 마쳤다.
“반드시 맞이해야만 하는 멸망의 날을!”
유진이 마지막으로 내뱉었다.
“승리의 날로 바꿉시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쩌저저적…….
귀를 찌르는 파열음과 함께, 보랏빛 하늘에서 눈을 찌르는 듯한 빛무리가 솟구쳐 나오며 기록의 탑 전경을 물들였다.
모두가 평소에 준비해 놓은 완전무장 아티팩트를 사용하여 무기와 방어구를 갖췄고-
예스커 장로가 부서지고 있는 하늘을 향해 커다란 고목 지팡이를 추켜들었다.
“지키는 자들이여!”
장로의 커다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처음엔 어리둥절한 표정이던 기록의 탑 일원들은, 그 짧은 사이에 마음의 준비를 완전히 마쳤다.
장로가 지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누누이 말하던 ‘외부의 침략’이 바로 오늘이었고, 일원들은 이를 확실하게 인지했다.
“우리의 운명이 오늘 이 전투에 달렸다!”
장로가 다시 한번 소리쳤다.
고작 백여 명에 그친 기록의 탑 일원들이었지만, 그들이 지난 세월 동안 갈고 닦아온 힘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스릉…….
휘익……!
기사들은 검을 꺼내고, 마법사들은 지팡이를 꺼냈다.
그들의 눈빛이 거친 투지로 일렁였다.
유진도 저 하늘 위로 쏘아져 나갈 준비를 마쳤다.
이윽고.
쩌저적, 꽈아아아아앙!
피부가 진동할 정도로 거센 굉음이 지천을 때렸고, 하얗게 뿜어져 나오던 빛무리 사이에서 흉측한 모습을 한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영혼을 바쳐라-!”
그 지시와 함께, 일원들이 허공에 산재하는 농밀한 오러를 박차고 하늘을 향해 튕겨 나갔다.
노면에 남은 인물은 오직 장로와 유진뿐.
장로가 고개를 돌려 유진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짧았지만 만나서 반가웠네, 이방인이여.”
그 말에 유진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
“뭘, 다시는 못 볼 것처럼 말씀하십니까.”
“……갈 때가 되면 가야 하지 않겠나.”
슬프고도 지친 한 마디였다.
장로의 말대로 유진과 장로의 만남은 너무나 짧았지만, 이상하게도 유진은 장로에게서 깊은 유대감과 익숙함을 느꼈다.
더불어 수십 년간 일족을 구원하기 위해 뼈가 저릴 정도로 깊은 시름과 괴로움을 겪어 온 이 노인에게서 어쩌면…….
제이드의 모습을 겹쳐보았을지도 몰랐다.
“……살아서 만납시다.”
유진은 그렇게 말하고 하늘 위로 튀어 올랐다.
장로는 점점 멀어져 가는 유진의 뒷모습을, 희미한 웃음으로 지켜보았다.
* * *
촤아악!
듀란은 일원들의 가장 선두에 서서 강대한 오러를 흩뿌리며 흑탑의 키메라들을 베고, 찌르고, 썰었다.
솔직히 분기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이방인 놈들이 흑탑 놈들을 끌고 들어 온 거라고!’
유진과 리안, 그리고 아이칸에 대한 원망이었다.
아무리 장로가 유진을 믿고 따르라 한다 해도, 듀란은 유진에 대한 감정이 좋지 못했다.
하여 화풀이를 키메라들에게 잔뜩 해대고 있었다.
“별것도 아닌 놈들이 감히 우리 탑 안으로 기어들어 와!”
호기롭게 뱉은 말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별거 아닌 놈들이라 생각했다. 애초에 심야의 숲에서 마주한 키메라들을 처리하는 것도 손쉬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전투는 쉽지 않으리란 걸 그는 직감했다.
‘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지 않으면 전투 말미에 가서 지쳐버릴 수도 있겠어.’
지금 눈앞에 보이는 키메라들의 수만 해도 아마 수천, 아니 수만은 되어 보였다. 시야가 닿는 곳에는 죄다 까만 점들이 무수하게 빛나고 있었으니까.
그에 반해 기록의 탑 일원들은 고작 해봐야 백이 조금 넘는 수준.
그러니 한 명당 수백의 키메라는 맡아서 죽여야 승산이 있는 싸움이란 말이었다.
……여기서 끝난다면 좋았겠지만.
듀란은 몰아치는 키메라들의 홍수 뒤편에서,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깊고 흉악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음을 눈치챘다.
‘이놈들이 흑탑의 꼭두각시들이라 했으니, 흑탑주가 뒤쪽에 있겠지.’
물론 일원들은 그간 기록 마법을 통해 대륙의 정세를 파악하며 마탑의 전체적인 상황은 물론, 가장 위험한 세력인 흑탑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았다.
하지만.
‘흑탑주의 존재는 너무도 커다래서 기록 마법으로 지켜볼 수 있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그 말인즉슨 흑탑주가 얼마나 강한지,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더불어 어떤 비장의 한 수가 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는 천견이라 불리는 예스커 장로마저도 엿보지 못했다 했다.
어째서일까.
-흑탑주의 뒤에 이 대륙을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힘을 가진 누군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자의 보호를 받고 있는 거야.
그게 장로의 추측이었다.
그 인물이 도대체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알 바 아니었다.
“싹 다 죽여버리면 되는 거잖아!”
콰과과과!
그는 9성 후반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닿는 길에 있는 모든 괴물들을 쓸어버렸다.
제아무리 흑탑의 기운을 받아 물량 공세를 하더라도, 듀란의 칼춤을 멈출 이는 없어 보였다.
그가 무아지경에 빠져 키메라들을 도륙 내던 와중이었다.
턱-!
휘황찬란하게 춤추던 듀란의 칼날이 어딘가에 가로막혀 멈춰 섰다.
“……?”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곳에는-
“크르르……!”
마치 키메라 수백 마리를 합쳐 놓은 듯, 시야를 다 가릴 정도로 커다란 괴물이 듀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웬 덩치 새끼가 내 앞길을-”
꽈아앙!
듀란이 놈의 손바닥에 맞아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