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6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61화(261/320)
아득히 넓고도 높은 공간 안,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무수히 많은 백색의 책들이 꽂혀있다.
이곳은 이야기의 탑 내부.
예스커 장로는 그 가운데에 홀연히 서 있었다.
쿠궁, 쿵……!
꽈앙…….
이야기의 탑 내부를 비집고 조그맣게 들려오는 굉음의 메아리가 그의 가슴을 찔렀다.
“빨리 끝내고 가겠네. 조금만 더 기다려 주게…….”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 싸우고 싶건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벽을 따라 설치된 나선형 계단.
이를 천천히 올라가는 일이었다.
장로의 고개가 젖혀져 탑의 꼭대기를 향했다.
“……저기에 도착하면, 저기에 도착하기만 한다면.”
그가 비쩍 마른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거칠었던 역사의 격변 속에서 기어이 살아남아 지금 이 시대까지 버텨온 자들이 히스터가의 일원들이자 기록의 탑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지혜와 통찰’이라는 고귀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 히스터가의 일원들을 100년 가까이 이끌어 온 장본인이 바로 예스커였다.
기록을 올바르게 보존하고, 후대에 이 기록들을 그대로 보전하는 것.
히스터가의 일원들은 그 사명을 다하기 위해 일평생을 바쳐왔다.
그리고 예스커는 그 누구보다도 일원들이 고생해온 시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목숨보다 소중하게 지켜온 이 기록들을, 내 손으로 이렇게 만들 줄이야…….”
장로는 허무함과 더불어 죄책감이 뒤섞인 복잡한 얼굴로 계단을 걸었다.
저벅, 저벅…….
장로가 층계 하나를 오를 때마다 그의 뒤쪽에 꽂혀있던 모든 백색의 책들이 마치 잉크에 적셔지듯, 오묘한 색깔 아래로 물들었다.
모두가 각자의 의무를 다하며 평화로이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그간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나.
장로의 비쩍 마른 얼굴과 거멓게 드리운 눈그늘은 그간의 시름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방법은 찾지 못했다.
“누군가는 죽어야 하고, 누군가는 그 덕에 살게 된다…….”
수천, 수억 가지의 미래를 내다보았으나 이 한 가지는 변하지 않는 진리였다.
그랬기에, 장로는 선택했다.
“우리 가문의 사람들은 매번 당해오기만 했다.”
그의 눈빛이 슬픔에서 분노로 서서히 바뀌었다.
지플에 이어 태양신교.
권세를 잡은 이들에게 두 번이나 패배한 뒤, 처참한 시체가 되어 하늘로 떠난 가족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장로는 이들의 죽음에 값진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죽어야 하고, 누군가는 그 덕에 살게 된다.”
장로가 다시 한번 같은 말을 읊조렸다.
“흑탑을 무너뜨리면 우리 가문이 살고.”
그의 눈가에 슬픈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죽어야 흑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
* * *
유진은 이야기의 탑을 향해 폭포처럼 쏟아지는 키메라들 사이로 몸을 던졌다.
살짝 닿기만 해도 갈가리 찢겨나갈 듯, 날카로운 오러의 칼날을 사방에 흩뿌린다.
콰과과과!
제아무리 흑탑주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키메라들일지라도, 신앙의 불빛의 도움을 받아 향상된 유진의 오러를 감당해내는 건 불가능했다.
속절없이 찢겨나가는 키메라들이 바닥 아래로 추락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그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체첸과 지크가 호들갑을 떨어대었다. 그만큼 유진의 무위는 지금까지 본 어떤 모습보다도 강했다.
여기서는 굳이 문신화를 꺼내 이질적인 기운을 섞을 필요도 없었다.
오러 10성.
그 아찔한 경계에 다다른 힘을 그저 순수하게 이용하면 될 일이었다.
유진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내 몸에 마치 오러로 이루어진 바다가 있는 것 같다. 이 기운은 동나질 않을 것 같아.’
그때.
파스스슷!
유진이 쫓던 바로 앞에 키메라 무리 하나가 순간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어, 어?
「뭔, 깜짝아……!」
유진이 고개를 돌아본 곳에는, 이레인이 검기를 잔뜩 흩뿌리고 있었다.
10성에 다다른 그녀의 무위는 제이드를 제외하면 대륙에서도 적수가 없을 듯했다.
그녀를 향해 공격해오는 키메라들이건, 이야기의 탑으로 돌진하는 키메라들이건, 그녀의 검 앞에서는 한낱 가루에 불과했으니까.
하나, 유진은 그녀의 무위만을 보지 않았다.
으드득.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이를 가는 그녀의 표정을 보았다.
“죽어라……!”
만난 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지만, 유진은 이레인이라는 인물의 성격만큼은 진즉에 알아챘다.
늘 침착하고, 웬만한 일에는 감정의 동요라고는 한 자락도 없는 냉철하고 차가운 인물.
그런 그녀가 지금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욕지거리를 뱉어가며 검기를 있는 대로 뿌려대고 있었다.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무얼 알지 못하냐고 묻는다면, 유진은 그간 히스터가가 겪은 수모와 고통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정말로 그랬다.
애초에 그들의 기록은 마법으로 지워져 대륙에서도 거의 남아있지도 않았으니까.
유진은 그저 기록 마법이 흑탑에게 빼앗기는 일을 막기 위해 이곳에 왔을 뿐이었다.
가능하다면 기록의 탑 사람들을 아군으로 만들 수 있다면 더욱 이득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지금 그의 생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콰아아아!
쿠구구구!
유진은 검기를 휘두르면서 주위를 잠시 둘러보았다.
100여 명도 채 되지 않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수만, 아니, 수십, 수백만이 이 넘는 괴물들을 저지해보려 악을 쓰고 있다.
그들은 목숨을 바쳐 제 사명을 다하는 중이다.
그저 목숨을 건재하는 것보다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행하는 데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사람들.
그것이 이 기록의 탑 일원들이었다.
누군가는 이들을 보며 목숨보다 중요한 게 어딨냐며 비웃을 수 있겠지만, 유진은 그럴 수 없었다.
‘이들이 있었기에 내가 밟고 살아온 이 대륙이 멀쩡할 수 있었던 거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진은 이들에게 빚을 진 것이었다.
이들의 의지를 리안도 본 것일까.
“반드시 지켜야 한다……! 유진! 조금만 더 하면 돼!”
어느새 유진의 옆으로 다가온 리안이 결의에 찬 얼굴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유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빚을 갚아야 한다.’
이들의 희생에 고마움을 표해야 했다. 유진은 그렇게 다짐한 채로 시야에 닿는 키메라들을 베고 또 벴다.
리안 역시도 제가 쓸 수 있는 모든 마력을 죄다 사용하며 불을 뿜었다.
승기는 이미 유진 일행이 잡은 것처럼 보였다.
-크하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유진, 네가 대륙 제일이다! 아니, 가주님보다는 아니려나? 뭐, 어쨌든!
「이 징그러운 놈들, 싹 다 없애 버리…….」
이레인과 유진, 듀란, 리안, 그리고 기록의 탑 일원들의 사투로 새까맣게 드리우던 키메라들의 군대가 제법 옅어질 즈음.
지크가 말을 하다 말고 유진의 뒤쪽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저, 계, 계약자님.」
-새끼야! 유진 지금 바쁘다, 말 걸지 마!
「아니, 그게 아니라……! 계약자님! 뒤에! 뒤에……!」
유진은 지크의 말에 이상함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뚝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쿠오오오…….
지금까지 악을 쓰며 잡아 온 키메라들이 다시 환생하여 나타나기라도 한 듯, 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키메라 군대가 추가로 나타난 것이다.
어두운 기운을 내뿜으며 천천히 비행해오는 그들의 모습은 두렵다 못해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저…… 아래에도!」
시선이 바닥으로 향하자마자, 유진은 잠시 제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스!
두 조각, 세 조각, 수십 조각으로 쪼개지며 죽어버린 키메라의 시체 조각들이 다시 자라나고 있었다.
마치 세포 분열을 하듯이, 세 조각으로 쪼개져 죽은 키메라는 세 마리의 키메라로 변모하고.
열 조각으로 쪼개져 죽은 키메라는 열 마리의 키메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유진이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뚝 멈춰 서 있는 것을 알아챈 이레인과 듀란, 리안, 그리고 히스터가 일원들도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아.”
“이, 이게…… 어떻게…….”
리안과 기록의 탑 일원들이 말을 잇지 못하고 굳어 섰다.
이레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
그녀는 어떠한 감탄사도, 부정도, 절망도 하지 않고 그저 다가오고 있는 키메라들을 응시했다.
-이레인도 예상치 못한 모양이다. 저 여자도 키메라들이 무한으로 분열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 같아.
무한분열.
이는 마치 암세포의 능력처럼, 끝도 없이 재생되고 자라나는 현상을 말했다.
이는 일전에 흑탑주의 키메라들을 상대하며 보았던 일반적인 ‘신체 재생’ 현상과는 전혀 다르며, 생소한 개념이었다.
조금 전 듀란이 상대했던 자이언트 키메라처럼 고대 역사서에나 전설처럼 내려오던 기현상일 뿐, 실제로 보았다던 사람은 없을 정도였으니.
한데 지금, 그 현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계약자님,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유진은 지크의 말에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애초에 무한분열이라는 현상 자체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했다.
시체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심각하게 훼손되면 무한분열은 일어나지 않으며-
또한 9, 10성과 같이 인외의 경지라 일컫는 수준의 공격에 절단되면 시체의 원기(原氣)자체가 망가지기에 무한분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역사서에 적혀 있는 무한분열에 대한 정보였다.
한데, 지금 쪼개져 자라나고 있는 저 키메라들은 그 조건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새 생명이 되고 있었으니.
「수룡! 흑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수속성 공격이었잖습니까! 그걸 이용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고민에 잠겨있던 지크가 다급히 해결책을 꺼냈으나,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맞는 말이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 그게 무슨 말……?」
‘지금 저놈들에게서 감지되는 기운은, 그때 수룡으로 제압했던 녀석들과는 다른 기운이야. 단순한 흑기가 아니다.’
그 사이에 흑탑주가 무슨 수를 쓴 것 같았다.
물론 수룡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긴 하겠으나.
기록의 탑 일원들 전체가 수룡을 한 마리씩 보유하고 있다면 모를까, 저 수많은 키메라들을 유진 혼자서 모두 제압하기엔 무리였다.
유진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제기랄.”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난생처음 마주하는 상황이었다.
제아무리 유진이라 하더라도 단박에 해결책을 내놓기가 어려웠다.
지금까지 썰어버린 키메라들이 수십만 마리였다면, 지금부터 썰어야 하는 키메라들은 수백, 수천만 마리는 되어 보였다.
비록 적이긴 했으나, 흑탑주의 능력은 비범함을 한참 넘어선 수준이었다. 이대로 싸움에서 지는 것인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때, 유진은 오기가 치밀었다.
‘매번 그랬다. 매번 더 높은 곳이 있었어.’
태양신교의 참모로 있을 적에도, 수없이 많은 경쟁자와 신도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10여 년을 보냈고, 그 끝에 2인자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천외천(天外天).
하늘 밖의 또 다른 하늘을 보면서 유진은 좌절하기도 했으나, 늘 잃지 않은 마음가짐이 있었다.
“그 능력, 내가 먹어버리면 그만이야.”
남들이 가진 재능과 능력을 빼앗아버리는 것.
그것이 유진이 지금까지 생존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무한분열 특성을 흡수해야 한다.’
유진이 제 왼쪽 손에 도사리고 있는 탐욕의 권능을 내려다보았다.
‘놈들 중 하나를 잡아야 한다. 특히 무한분열을 많이 일으키고, 강한 녀석을 노려야 해.’
흑탑주의 기운이 많이 들어가 있는 놈에게 탐욕의 권능을 사용한다면, 무한분열 특성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일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하여 유진이 기록의 탑 일원들의 상태를 빠르게 살펴보았다.
한데.
그나마 9성을 넘어선 소수 전사들들은 기운이 남아있어 보였으나, 8성 수준에 있는 자들은 이미 팔다리에서 피를 흥건히 흘리고 있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아군들조차도 제 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태.
“빌어먹을……!”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시를……!”
일원들도 제 미래를 잠시 예견한 것인지, 불안과 두려움이 묻은 얼굴로 유진과 이레인을 돌아보았다.
무엇이든 좋으니 방법을 찾아달라는 뜻이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