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6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66화(266/320)
유진은 이미 넝마가 된 몸으로 간신히 두 발로 땅만 지지하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는 초점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마도 각성의 다리 위를 건너는 데에 모든 진력을 쏟고 있기 때문이리라.
-빌어먹을, 지금이라도……!
보다 못한 체첸이 태풍 사이를 뚫어가며 유진에게 어기적어기적 다가갔다.
-지크도 잃었다! 그런데 이제 너까지 잃으란 말이냐……!
체첸의 두 귀가 돌풍에 펄럭인다. 유진의 어깨 위에서 마냥 히히덕거릴 때는 몰랐는데.
-네놈의 그 넓은 어깨는, 내 차지란 말이다!!
체첸에게 유진은 이미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있었다.
녀석의 앞발이 유진의 발끝에 간신히 닿았을 때였다.
번쩍.
유진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자마자…….
뻐어엉!
바다와 같은 깊이에, 태산과 같은 높이를 아우른 웅혼한 오러의 격동이 일대를 강타했다.
“끄아악!”
“크윽……!”
몸을 낮추고 몰아치는 태풍을 버텨내던 일원들과 체첸이 뒤로 강하게 튕겨 나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바닥에 쓰러진 그들은 유진의 안위를 살피기 위해 눈을 뜨려 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웠다.
유진을 중심으로 뻗어져 나오는 찬란한 광망이 너무도 눈부셨기 때문이다.
“유, 유진…….”
“너, 살아 있는 거냐……!”
리안과 아이칸이 바닥에 엎어져 실눈을 뜨며 유진을 찾았다.
그의 실루엣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그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꼿꼿한 자세로 바르게 서 있었다.
“사, 살아있다!”
“괜찮은 거냐! 유진!”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잔잔히 눈을 감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일원들이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빛무리가 잦아들자 찢긴 옷 틈 사이로 그의 몸이 엿보였는데, 방금까지 심각한 상처와 화상으로 뒤덮여 있던 피부가 전부 말끔해졌다.
하나, 정말로 이상한 점은 따로 있었다.
“기운이……?”
방금까지 유진에게서 격렬하게 요동치며 사방을 때리던 오러의 기운은 온데간데없었다.
일반인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
분명 각성의 다리를 건너 10성에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실패한 것인가?
일원들이 의문으로 고개를 기울이던 차, 듀란이 눈을 크게 떴다.
“서, 설마…… 제로 스테이트를.”
제로 스테이트(Zero Stare).
원점이란 뜻으로,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자가 오히려 어린아이처럼 깨끗한 신체가 되는 현상을 일컬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로 스테이트가 ‘원점’ 그 자체를 말하는 게 아니란 것이었다.
“제로 스테이트는 전설에서나 나오던 그 현상 아닌가……?”
듀란이 이레인을 향해 고개를 돌아보니, 그녀 역시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이레인.”
“……맞아. 저건, 나조차도 얻지 못한 거야.”
그녀 역시도 유진이 제로 스테이트에 이르렀다는 걸 깨달았다.
이것의 무서운 점은, 얽매인 형식과 틀, 편견, 혹은 자기 한계, 자의식, 악습이나 버릇과 같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붙게 되는 부정적인 기질들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는 점이었다.
심지어는 혈관 하나하나에 소량이라도 쌓여 있던 노폐물마저도 완전히 사라졌을 테니.
그가 원한다면 이 세상의 어떤 기술도 섞어서 예측하기 어려운 기술을 구사할 수 있고.
어떤 존재를 만나더라도 두려움 없이 고개를 들 수 있을 터였다.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10성…… 유진은 단순한 10성에 다다른 게 아니야.”
이레인은 아무런 기운도, 기세도, 오러도 티 내지 않고 고요히 눈을 감고 있는 유진을 응시하며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유진을 처음 보았을 때와, 지금 그의 경지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까.
‘녀석이 제로 스테이트 10성의 상태를 얼마나 잘 적응해서, 어떻게 힘을 사용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유진이라면, 장로의 말대로 어쩌면 이 대륙의 판세를 완전히 뒤엎을 존재가 될 것 같았다.
그때.
유진이 눈을 떴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
그의 눈동자가 포탈을 향해 홀연히 날아가고 있는 장로를 향했다.
* * *
흑탑주는 기록의 탑으로 들어가는 포탈의 한가운데에 서서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효효효.”
어이가 없었다.
전투에 들여보낸 키메라들의 숫자만 해도 자그마치 100만 마리에 가까웠고, 모든 개체에 무한분열이라는 희귀 속성을 부여해 놓았다.
무한분열은 흑혼구에 이어, 흑탑주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오랜 시간을 바쳐 숙련해온 칠죄종의 권능.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이야기의 탑 자체를 통째로 가져올 작정이었는데…….
“나의 아가들이…… 전부 다 죽었다는 말이지요…….”
믿기지 않았지만,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야기의 탑 자체를 뽑아오기 위해서는 흑탑주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기에 무리해서라도 놈들을 전원 투입 시킨 것인데, 생각보다 기록의 탑 일원들은 너무도 강했다.
하나, 누구보다도…….
“유진…… 네놈이.”
설마 했는데, 유진이 이미 기록의 탑에 안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웬, 빌어먹을 화룡을 꺼내다니요오…… 이게 무슨 개짓거리냐구요오……!”
유진이 화룡의 환영체를 사용한다는 것 정도는 흑탑주도 알고 있었으나, 아예 화룡의 본체를 부린다는 사실은 몰랐다.
더군다나 녀석의 위력이 그 많은 키메라들의 절반이나 불살라 없앨 정도라는 건 더더욱 몰랐다.
“내가 만든 아가들이 100만 마리였다고, 100만……!”
그 많은 녀석들이 고작 100여 명 정도의 숫자에 모조리 사라진 데다가 본래 그의 목적이었던 이야기의 탑까지 한 줌 빛이 되어 사라졌으니.
이곳에 와서 얻은 건 아무것도 없고, 잃기만 한 것이다.
심지어는.
“각성을 했단 말이지요……?”
비록 흑색의 기운에 잔뜩 가려져 잘 보이진 않았지만, 흑탑주는 유진의 각성을 눈치챘다.
10성.
그 초월적인 경지에 다다른 유진을 보며, 그는 색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유진의 무위에 대한 두려움.
지금까지 녀석을 잡아 죽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일을 자꾸만 방해하는 것에 대한 분노.
처음에는 이런 감정들이 치밀어 올라 흑탑주를 미치게 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생각을 바꾸었다.
“저걸 잡아다가 내 새끼로 만들면……?”
효효효효효효!
흑탑주는 유진이 무럭무럭 자라준 데에 오히려 감사한 기분이었다.
이미 유진의 무위는 일전에 멸살암천화염옥을 얻어맞으면서 확실하게 확인했고, 흑탑주는 다짐했다.
“당신을 반드시 내 걸로 만들겠어요오……!”
유진이 10성이 되든, 뭐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세상의 어떤 강자가 와도 잡아 죽일 자신이 있었고, 설령 패배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에게는 목숨이 여벌로 있었으니까.
“칠전팔기! 열 번 베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효효!”
죽으면, 또다시 살아나서 놈을 취하려 들면 그만이었다.
흑탑주가 눈매에 호선을 그리며 중얼거렸다.
“유진과 저 기록의 탑 버러지들을 이 기회에 전부 먹어버려야겠어요. 그리고…… 불칸님?”
그 부름에 뒤쪽에 드리운 포탈에서 불칸과 전사의 요람 일원들이 고개를 들었다.
“……불렀는가.”
“혹시 저 녀석 중에 밖으로 빠져나간 놈들은 없겠지요?”
불칸과 일원들이 묘한 긴장감을 머금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녀석도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놈들의 목을 가져왔을 것이다.”
불칸의 시선이 저 아래쪽에 있을 기록의 탑 마을 전경을 훑었다.
유진이 각성을 하긴 했지만, 불칸은 확신했다.
‘이제 막 10성 초입에 이른 녀석이 흑탑주를 상대하기엔 무리다. 심지어 저 이레인이란 여자와 합공을 한다고 해도 흑탑주는 이길 수 없어.’
불칸은 지금까지 흑탑주와 함께 계략을 꾸미면서 그의 경지가 어디까지 다다라 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역사서에서나 나와 있는 전설의 마수들을 만들어내고, 대마법사였던 리올 지플의 시체를 일으켜 수족처럼 부리는 지경.
흑탑주는 당장이라도 대륙을 집어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백만이 넘는 키메라들을 부리면서 흑탑주는 힘이 많이 빠져 있다. 그게 변수가 될 수도 있겠어.’
물론 그것은 불칸이 알 바 아니었다. 오히려 흑탑주가 죽어준다면 그거야말로 마음이 편해질 테니까.
“그러면, 우리는 원래 임무였던 대로, 바깥 포탈을 지키고 있겠-”
불칸이 그렇게 말하던 차.
“아니요.”
흑탑주가 부정하며 천천히 다가왔다.
“불칸님은 저랑 하실 일이 있지요.”
불칸은 엄습하는 불길함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흑탑주에 대한 불신은 지금이라도 놈을 먼저 쳐야 한다고 소리쳤다.
배신을 한다고 하면 녀석의 힘이 빠져 있는 지금이 바로 적기였으니까.
그가 입술을 짓씹으며 기운을 끌어올리려던 그때였다.
“결국에는 너희들을 만나게 되었구나.”
새까만 포탈의 바깥쪽에서 누군가가 걸어들어왔다.
웅혼하다 못해 지천을 통째로 삼킨 듯한 기운을 머금은 자.
예스커 장로였다.
“저 노인분께서, 우리를 노리고 있는 것 같거든요오.”
흑탑주가 불칸의 어깨에서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불칸에게 있어 흑탑주는 이미 적이나 다름없는 존재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예스커 장로는 이 사달을 만든 그 누구라도 찢어발기겠다는 듯, 거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불칸은 지금 흑탑주를 칠 때가 아니라, 그와 힘을 합쳐 예스커 장로를 물리쳐야 하는 때인 것이다.
“……흑탑주, 저자와 싸울 힘은 남아있는가.”
불칸이 예스커 장로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예스커 장로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불칸 혼자서 감당해내기엔 분명히 무리였으니, 흑탑주의 여력을 확인해야 했다.
만약 흑탑주가 힘을 다할 여력이 없다면?
‘그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다. 흑탑주가 저 노인을 상대하도록 놔두고, 나는 여기서 빠져나가 버리면 되는 거니까.’
부디 그렇게 되길 기도했으나, 흑탑주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효효효! 당연히 그 정도 힘은 남아 있지요?”
흑탑주가 허공에 손을 뻗자, 공간이 쩌억 갈라지더니 또 다른 누군가의 손이 튀어나왔다.
“……!”
불칸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미지의 공간에서 뻗어 나온 손은 마치 이 세상에 사는 사람의 것이 아닌 것처럼 흉측하고도 괴이한 빛깔을 띠고 있었으니까.
하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텁.
흑탑주는 그 정체 모를 손바닥 위에 놓여 있던 어떤 흑색의 물체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가만 보니 그것은 누군가의 심장이었다.
으드득, 으드드득!
파넬로는 펄떡거리는 심장을 게걸스럽게 뜯어먹었다.
심장 한 조각, 한 조각이 그의 식도를 타고 들어감에 따라 그의 안색이 거짓말처럼 밝아졌다.
“이것까지는 굳이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쯧!”
흑탑주는 멀쩡해진 기색을 되찾은 채로 불칸을 슬쩍 쳐다보았다.
“불칸님은 문제없죠?”
솔직히 흑탑주가 싸울 힘이 없길 바랐던 불칸은 똥이라도 씹은 표정이었으나, 애써 티 내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스커 장로가 지팡이를 쳐들었고, 공간이 뒤틀릴 정도로 커다란 전투가 시작됐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