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68)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68화(268/320)
그가 한 가지 가설을 세우는 사이, 흑탑주 역시도 뭔가 이상하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호오? 신기한 현상이군요. 아주 좋은 연구 대상이 되겠어요.”
“입만 나불거리지 말고, 얼른 돕기나 해라!”
“예에? 불칸님……? 못 이겨내나요? 저 핏덩이 하나를?”
“미친 소리 말고 도우란 말이다!”
불칸이 미간을 와락 찌푸리며 유진을 밀쳐내는 동안, 흑탑주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하아…… 알겠어요. 그러면, 저 키 큰 노인네가 자꾸 우리 뒤쪽 포탈을 흘깃거리고 있거든요? 저 버러지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입구나 지키고 있으세요. 자꾸 근처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이제 흑탑주는 불칸을 아예 집 지키는 개처럼 다뤘다.
불칸은 치욕스러운 듯 어금니를 꽉 깨물었으나, 이내 고개를 순순히 끄덕였다.
“……그러지.”
불칸은 분명히 유진이 이룬 각성의 비밀을 눈치챈 듯했다.
하지만 흑탑주에게 굳이 공유하지 않았다.
아니, 절대로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야 흑탑주가 홀로 저 녀석들을 상대하는 동안, 불칸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그를 돕든 빠져나가든 둘 중 하나를 할 수 있었으니까.
‘……흑탑주. 날 먼저 치지 않은 것에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불칸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한 채 자리를 벗어났다.
“쯧. 쓸모없는 놈.”
흑탑주가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놈은 불칸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내 미소를 활짝 지었다.
“유진! 유진! 제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십니까! 거기다가 용케 살아나간 리안님까지! 이게 웬 진수성찬이래!”
그가 혀를 날름거렸다. 정말로 맛있는 음식을 볼 때처럼, 군침이라도 뚝뚝 흘릴 기세였다.
유진은 놈을 혐오스럽다는 눈동자로 노려보았다.
“더러운 키메라들을 많이도 보냈더군.”
“아? 아아! 좀 많았지요? 백만 마리 좀 더 될 거예요! 그나저나 더럽다니요?! 다들 예쁘고 귀여운 애들이었는데! 근데 당신들이 다 죽였어요! 흑흑!”
흑탑주는 과장되게 우는 제스처를 해 보였다. 그 와중에도 그의 오른손에서는 흑색의 기운이 계속해서 뭉쳐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의 얼굴이 이내 심연처럼 어둡게 물들었다.
“근데, 유진님도 친구들을 참 많이도 데려오셨네요?”
흑탑주 역시도 느끼고 있었다.
10성에 오른 유진과 이레인.
9성 후반의 듀란, 리안.
힘을 제법 잃었지만, 여전히 칼날을 갈고 있는 예스커 장로까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절정에 다다른 이 고수들이 힘을 모아 합공한다면,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흑탑주는 그런 변수 따위는 남겨두지 않기로 했다.
딱!
흑탑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순식간에 그의 옆에 누군가가 검은 연기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리올 지플님……!”
리안이 이를 악물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지플 가의 선조로서 온전히 안치되어 있던 리올 지플이었다.
“할아버지. 저기 저, 마법사 보이죠? 당신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하여튼 당신 가문 일원인 녀석이랑, 키만 멀대 같은 놈 있죠? 영혼을 가져오세요. 알겠죠?”
리올 지플이 아무런 감정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우리 선조를, 감히……!”
흑탑주가 그의 시신을 탈취해간 건 알고 있었지만, 시신을 일으켜서 저렇게 제 수족처럼 부릴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리안은 제 선조가 흑탑주 같은 악인에게 부려지고 있다는 사실에 분통이 끓어 올랐으나.
“리안. 침착해라. 흑탑주를 상대하는 데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여서는 안 돼. 그게 네 감정의 동요라도 말이다.”
“크윽……!”
유진이 냉정하게 타이르고 나서야 리안이 눈물을 삼키며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듀란이 리안을 조용히 돌아보았다.
“……비록, 지플이 제힘을 키우려 우리 가문을 무너뜨린 천하의 못된 놈들이라고 생각해오긴 했지만.”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적어도 리안, 네 녀석은 그런 놈이 아닌 것 같군.”
리안이 듀란과 눈을 마주하다,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듀란과 리안은 리올을.
유진과 이레인, 그리고 장로는 흑탑주를 상대하게 되었다.
전투에 돌입하기 직전, 유진이 잠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자리에서 흑탑주를 쓰러트리고 밖으로 빠져나가려 한다고 해도, 불칸이 뒤를 지키고 있다.’
유진은 10성에 도달했다. 심지어 제로 스테이트라는 희귀한 현상까지 덤으로 거머쥐었다는 것 역시 알아챘다.
그러나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흑탑주와의 싸움은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자이언트 키메라에 이어 스파이더 몹까지 만들어 낸 녀석이야.’
놈의 무위가 어디까지 다다라있는지 감히 예상했다가 뒤통수를 크게 맞을 수 있으니, 전력을 다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힘을 크게 소진할 터.
그때 또다시 불칸을 마주한다면, 싸움이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흑탑주를 쓰러트린 뒤에는 아이칸과 기록의 탑 일원들이 만들어 놓은 다른 탈출구로 나가야 해.’
어디까지나 흑탑주를 쓰러트렸다는 가정하에 세운 계획이었다.
체첸 역시 걱정이 되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이레인과 장로가 제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뒤쪽으로 빠져나왔어야 했다……. 어찌 그런 불필요한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거냐?
당연히 드는 의문이었다.
이미 각성의 다리를 건너 10성에 도달하였고, 흑탑주가 기록 마법을 탈취하려는 계획을 저지했으니, 유진 입장에서 취할 건 다 취한 셈이었다.
그런데 굳이 이레인의 뒤를 따라가 생판 알지도 못하던 가문에 일조하겠다는 유진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이레인마저도 그랬다.
-어째서 빠져나가지 않은 것이냐……? 이 일은 오롯이 우리 가문이 감당해야 하는 일인데!
-나도 얻는 게 있으니까 온 거야. 흑탑주를 한 번 꼭 봐야겠거든.
유진은 이를 거칠게 갈았다.
지금껏 히스터가가 지켜온 대륙의 기록들 덕분에 유진이 온전히 성장할 수 있었음에 대한 감사함과 더불어.
‘네놈 덕분에 지크가 죽었다. 그 많은 키메라에게 물어뜯기다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졌어.’
유진은 흑탑주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지크의 복수를 해야 했다.
물론 그는 단순한 복수심에 목숨을 걸지는 않았다.
‘흑탑주와의 싸움이라면, 이번에 성취한 10성의 오러를 마음껏 사용하면서 발전시킬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흑탑주를 꺾어낸다면-
‘놈이 가지고 있는 영혼 조각을 빼앗아 지크를 되살리는 데 이용한다.’
유진은 흑탑주에게 여전히 시선을 단단히 고정한 채, 제 안주머니에 담겨있는 지크의 붉은 뿔을 떠올렸다.
이는 녀석이 남긴 마지막 흔적이면서, 동시에 녀석의 영혼이 담긴 하나의 매개체였다.
그리고 유진에게는 특정한 기운이나 개체를 무한으로 분열해낼 수 있는 악성의 권능이 있으니.
‘흑탑주의 영혼 조각에 담겨있을 영혼을 정화하여 지크에게 이식한 뒤, 악성의 권능을 이용해서 꺼져버린 지크의 화기를 복제한다면?’
지크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대한 화룡의 완전체로 되살아나리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만약…….
애초부터 흑탑주를 쓰러트리지 못한다면?
유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은 없다.’
그가 제 몸을 천천히 관조했다.
1성부터 시작하여 9성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고행을 거치며 길러온 아톰 속 오러.
양을 늘리고, 밀도를 높이고, 다시 양을 늘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농밀해진 오러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세였고 자신감이었다.
하나, 9성 후반에 이른 순간부터 정체된 오러는 쉽사리 늘지 않았고, 정신세계 속에 생겨난 각성의 다리를 어떻게 건너야 할지도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러나 유진은 그 다리를 한순간에 주파한 데 모자라…….
‘추가 보상까지 덤으로 얻었어.’
오러의 효율을 극한까지 올려다 주는 묵광과 악성의 권능이 시너지를 이루어, 제이드와 이레인도 갖지 못했던 제로 스테이트 현상까지 이루어낸 것이다.
때문에 흑탑주를 반드시 꺾어 내리란 확신이 있었다. 애초에 질 싸움이었다면 뛰어들지도 않았다.
많은 계획과 생각들을 순식간에 정리한 그가 흑탑주를 향해 검을 치켜들었다.
“이레인. 장로님.”
“……지키는 자에게 축복을!”
결의를 단단하게 다진 유진 일행이 노면을 강하게 박차나갔다.
* * *
유진과 리안, 이레인과 듀란이 들어간 흑색의 포탈 반대편 방향.
기록의 탑 일원들과 아이칸이 죄책감에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는 매번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 같군…….”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있어야 하는 거지……?”
그들은 기록의 탑에서 바깥쪽, 대륙으로 빠져나가는 탈출 포탈을 생성하면서도 기쁜 표정일 수 없었다.
탈출 포탈의 위치를 확인하자마자, 유진이 돌아서며 남긴 한 마디가 그들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았으니까.
-곧 돌아올 것입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 시간이 하루가 될지, 일주일이 될지, 수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생판 알지도 못하던 이방인의 등장에 경계심을 머금기도,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유진 경은 구원자였다.’
듀란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한 데다가, 화룡을 부려 위기를 벗어나게 해주었다.
게다가 지금은 이레인의 뒤를 따라 목숨을 건 전투를 치르러 갔다.
그의 속내에 어떤 계획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일원들은 유진의 결정에 당연히도 고마워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창 탈출 포탈의 생성에 열중이던 그녀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쿵, 쿠궁……!
하늘을 집어삼키기라도 할 듯 커다란 흑색이 포탈 너머에서, 귓가를 웅웅 울리는 충격음이 고요히 퍼져왔다.
저 안쪽에서는 분명 규모를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파동을 감지한 일원들도 슬며시 몸을 틀어 그곳을 응시했다.
“승리하셔야 합니다……!”
“크으윽…….”
그들은 유진 일행의 승리를 간절히 기도했지만, 한편에서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나.
아이칸, 그녀만큼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수년에 걸쳐 그녀가 보아온 유진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반드시 승리하는 자.
“어떤 일이 있어도, 유진은 패배하지 않습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